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스캐빈저가 동 구역과 연관 있다는 정보를 얻은 맨디는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동 구역과 관련 있는 사건이었다.
제아무리 맨디가 시청 직속의 슈퍼바이저라고 하지만, 동 구역을 감히 건들 수는 없었다.
동 구역은 유난히 호전적인 성향이 강한 곳이었고, 세력도 강해 일개 슈퍼바이저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상부에 보고하고 그들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다.
맨디가 돌아가고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브리엘은 연금술이나 연구하겠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제온은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붉은 네온 사인 너머 시청사가 보였다.
어두운 밤임에도 시청사는 등대처럼 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시청사는 네오 서울의 상징이었다.
네오 서울과 빈민가에 사는 모든 이들에겐 시청사가 이정표이자 일생의 목표였다.
시청사가 무너지면 네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희망도 무너진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존속해야 한다.
“후!”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심경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때였다.
“형!”
레빈이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제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왔냐?”
“집에 있었네요? 브리엘은요?”
“자기 방에 있어.”
“그렇구나.”
레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온 앞으로 다가왔다.
제온의 미간에 살짝 골이 팼다.
레빈의 옷에 붉은 얼룩이 묻은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피가 분명했다.
제온의 시선을 느낀 레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 피는 아니에요.”
“싸웠냐?”
“스캐빈저들하구요.”
“아주 바이러스처럼 창궐하는구나.”
레빈도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어디에 이렇게 많은 스캐빈저들이 숨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어요. 작정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징글징글해 죽겠어요.”
스캐빈저들은 절대 고위 각성자를 노리지 않는다.
그들이 고위 각성자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옷차림과 무장 상태였다.
고위 각성자일수록 좋은 무기와 아이템으로 중무장했다.
그런 자들은 절대 건들지 않았다.
스캐빈저들은 철저하게 약자만 공략했다.
일반인, 혹은 별로 세 보지 않는 각성자가 그 대상이었다.
그중에서도 스캐빈저들이 집요하게 노리는 이들이 바로 하위 각성자들이었다.
하위 각성자들이 걸친 적당한 수준의 무기와 방어구, 기타 아이템이 놈들의 목표였다.
레빈도 겉보기엔 평범한 하위 각성자로 보였다.
그 때문에 스캐빈저들의 표적이 됐다.
물론 겁 없이 달려든 스캐빈저들은 모두 레빈의 손에 죽었다.
레빈이 투덜거렸다.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서 흘러나온 물건 때문에 스캐빈저들이 겁을 상실했어요. 놈들의 목표인 E급이나 F급 각성자들은 아주 비상이 걸렸더라구요.”
“그렇겠지.”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캐빈저들 때문에 빈민가는 큰 혼란에 휩싸인 상태였다.
신촌의 지배자인 이튼이 스캐빈저들을 소탕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온이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투웅!
갑자기 강렬한 파장이 사막에서부터 느껴졌다.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느낌에 제온이 사막을 바라봤다.
“왜 그래요? 형!”
레빈이 의아한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과 달리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강력했던 파장은 마치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장은 제온과 같은 수준에 오른 각성자가 아니라면 절대 느낄 수 없을 만큼 은밀했다.
레빈도 이제 C급에 올라 감각이 예민해졌는데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뭐지?’
파장이 느껴진 곳은 바로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성채였다.
제온이 로브를 걸쳐 입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나가려구요?”
“도깨비 시장에 가려고.”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너도?”
“혼자보다 둘이 가는 게 좋잖아요.”
“그러자.”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빈민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날이 바짝 서 있고, 경계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빈민가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척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 살벌하게 타인을 경계하진 않았다.
스캐빈저의 창궐은 여러모로 빈민가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제온과 레빈은 빈민가를 지나 도깨비 시장에 들어갔다.
도깨비 시장의 분위기 또한 빈민가와 다를 바가 없었다.
불과 얼마 전에 폭발 사건이 있었기에 분위기가 오히려 외부보다 더 흉흉했다.
입구에서부터 철저하게 검문 검색이 이뤄지고, 신분이 확실치 않은 사람은 아예 출입이 금지됐다.
당연히 도깨비 시장을 찾는 사람들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상인들은 불만을 터트리지 않았다.
제온은 곧바로 유세희의 사무실로 갔다.
“어서 와! 무슨 일이야?”
한참 무언가를 보고 있던 유세희가 제온을 맞이했다.
“그냥 도깨비 시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보러 왔습니다.”
“보다시피 개판이지.”
“그렇네요.”
“마침 잘 왔어. 이것 좀 볼래?”
유세희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흔들었다.
“뭡니까?”
“직접 읽어 봐.”
제온은 유세희에게서 종이를 받아 읽었다.
“이건…….”
“그래! 초대장이야.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서 보내온 초대장.”
“경매를 연다고 쓰여 있군요.”
“당돌한 놈들이야. 이런 초대장을 수십 개나 뿌렸어.”
유세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까지 풀린 물건들만으로도 네오 서울이 혼란에 빠졌는데, 얼마나 더 대단한 물건을 팔려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초대장을 뿌리는지 모르겠다.
“초대장을 받은 대상은요?”
“뻔하지. 네오 서울에서 힘깨나 쓴다는 자들에겐 모두 뿌렸어.”
“판을 크게 키우려고 작정했나 보네요.”
“문제는 그들이 키우려는 판이 네오 서울을 송두리째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거야.”
유세희에게 최우선은 도깨비 시장이었다.
수십 년 동안 애써 안정시켜 놨는데, 외부에서 온 카라반 때문에 빈민가와 도깨비 시장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경매를 연다고 했죠?”
“응!”
“저도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당신도 참여하려고?”
“네!”
“흐음!”
유세희가 잠시 제온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의 집요한 시선에 옆에 서 있던 레빈이 괜히 위축됐다.
“좋아! 뭐, 당신이라면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니까.”
유세희가 흔쾌히 허락했다.
“감사합니다.”
“됐어.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이따위 초대장이야 금방 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유세희가 아니었으면 꽤 번거로워졌을 것이다.
그때 곁에서 기회를 보고 있던 레빈이 말했다.
“혹시 포션 좀 구할 수 있을까요?”
“포션?”
“네!”
“그건 좀 귀한데. 어떤 게 필요한데?”
유세희가 인상을 썼다.
포션은 기본적으로 비쌌다.
단지 비싸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귀하기까지 했다.
포션의 재료가 워낙 비싼 데다가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도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통되기 시작한 포션요.”
“아, 해독 포션.”
갑자기 유세희가 피식 웃었다.
해독 포션은 최근에 풀리기 시작한 물건이었다.
까다로운 검증을 마치고, 소수의 물량만 풀었는데 인기가 좋았다.
마수 중에서도 극독을 품고 있는 녀석들이 꽤 많았다. 그런 마수를 상대하려면 해독 포션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워낙 유통되는 물량이 적어 레빈처럼 연줄 없는 각성자들은 구하기 힘들었다.
기존의 해독 포션은 수도 적은 데다가 효과도 미미했다. 그래도 필요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사 갔다.
하지만 최근에 도깨비 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한 해독 포션은 달랐다.
가격은 비싸도 효능이 다른 포션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거짓말 조금 보태 한 세 배 정도의 효능을 보이는 것 같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던전 공략을 앞둔 각성자들 사이에서 해독 포션을 구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레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점에서 사려고 해도 워낙 인기가 많아 팔리고 없더라구요.”
“아직 초기 작품이라 소량만 만들어서 그래. 네가 쓰려고?”
“비상용으로 마련해 두려구요.”
“좋은 마음가짐이야.”
유세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브리엘을 떠올렸다.
‘그 건방진 꼬맹이가 아직 말 안 했나 보네. 그러면 나도 비밀을 지켜 줘야지.’
해독 포션의 제작자는 바로 브리엘이었다.
그녀가 준 레시피대로 해독 포션을 만들고 검증했을 때 유세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성능 면에서 기존의 포션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청난 포션을 어린 꼬마가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약속대로 유세희는 브리엘이 해독 포션의 제작자라는 사실을 철저히 감췄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굳이 외부로 유출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철저히 비밀을 감추다 보니 같이 사는 레빈조차 해독 포션의 제작자가 브리엘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유세희가 서랍에서 해독 포션을 하나 꺼내 던졌다.
“귀한 거니까 잘 보관해.”
“앗! 감사합니다. 돈은…….”
“선물로 주는 거니까 그냥 받아.”
“그래도…….”
“정 주고 싶으면 꼬맹이 간식이라도 사 가든가.”
“네?”
“브리엘 말이야.”
“그러니까 브리엘에게 왜 간식을?”
“그냥 사 주라면 사 줘.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네!”
영문을 모르는 레빈이 얼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풋!”
***
“크헉!”
허름한 옷차림의 스캐빈저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사, 살려…….”
“웃기네!”
스캐빈저를 내려다보던 이가 코웃음을 쳤다.
중절모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여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보린 스트라바흐.
북 구역 푸른 낙엽 특작대의 대장이었다.
그녀의 앞에서 죽어 가는 스캐빈저는 무척 운이 나빴다. 바로 푸른 낙엽 특작대의 대장인 보린을 약탈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설마 자신이 습격한 이가 푸른 낙엽 특작대의 대장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대가는 실로 가혹했다.
바로 그의 죽음이었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내장이 복부 밖으로 삐져나오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지금 스캐빈저의 상태가 그랬다.
보린이 싸늘히 중얼거렸다.
“잘 가는 엘프 습격하고도 살기를 바라면 도둑놈 심보지.”
“에, 엘프인 줄 몰랐어. 제발 살려 줘!”
“늦었어.”
“씨발 엘프. 지옥으로나 떨어져라.”
결국 살기를 포기한 스캐빈저가 저주를 퍼부었다.
그것이 스캐빈저의 마지막 말이었다.
보린은 한숨을 내쉬며 스캐빈저의 시신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빛났다.
스캐빈저의 품에서 삐져나온 물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건?”
물건을 주워 든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목걸이였다.
가죽끈으로 만든 목걸이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목패가 걸려 있었다.
동전과 똑같은 모양의 목패에선 익숙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간은 절대 구별할 수 없는, 오직 엘프들만이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바로 구름 나무 향기였다. 그리고 구름 나무는 오직 쿠라얀에서만 자란다.
“구름 나무로 만든 목걸이라니. 이 물건이 어떻게 인간의 손에…….”
그녀가 알기로 네오 서울에서 이 목걸이를 가진 이는 엘프 여왕인 세리언 올리아나밖에 없었다.
네오 서울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그것도 인간의 손에.
보린이 사막 쪽을 바라봤다.
“설마 카라반에서 흘러나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