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화이트 베어 카라반은 성채의 문을 활짝 열고 손님들을 받아들였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넓군.”
“호오! 짐차를 쌓아 만든 성채라. 제법 튼튼해 보이네.”
외부에서 온 손님들은 성채 내부의 모습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건 네오 서울에서도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데?”
“원거리 원정 갈 때 이런 식으로 쉘터를 만들면 좋을 것 같군.”
네오 서울은 끝없이 영역 확장을 시도했다.
사람이 살 만한 지형을 찾아 위성 도시를 세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네오 서울의 모든 시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특수 제작한 차량은 사막의 모래에 망가지거나 샌드웜의 습격을 받아 무력화되기 일쑤였다.
설령 어렵게 쉘터를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마수의 습격을 받아 무너졌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위성 도시를 세운다는 계획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였다.
“방어력을 높인 차량으로 성채를 쌓는다? 한번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군.”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성채는 많은 각성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제온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했다.
누구나 이곳에 처음 들어오면 생각보다 넓은 성채의 위용에 압도당하고 말 것이다.
그만큼 성채 내부의 분위기는 대단했다.
그때 제온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있었다.
“당신도 왔군요.”
제온에게 말을 건 여자는 바로 푸른 낙엽 특작대의 대장인 보린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 몰랐네요.”
“그러게요.”
제온은 대수롭지 않게 보린을 대했다. 하지만 레빈과 브리엘은 아니었다.
레빈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브리엘은 강한 경계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에 보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진정해요, 소년! 꼬마 엘프도. 오늘은 당신들이 목적이 아니니까요.”
“그런 짓을 해 놓고도 순순히 믿길 바라는 것은 너무 도둑놈 심보 아냐?”
브리엘의 독설에 보린이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사정이야 어쨌거나 그녀가 한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제온을 바라봤다.
“어쨌거나 오늘은 적이 아니란 사실만 믿어 줘요.”
“지켜보죠.”
“그럼…….”
보린이 물러났다.
그때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단장인 알렉산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이곳까지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저희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 가지고 온 진짜 아이템들을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그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반면 그를 바라보는 각성자들의 눈빛엔 탐욕과 의심의 빛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시중에 푼 물건만으로도 네오 서울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었다.
그들이 푼 물건이 아주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네오 서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인 것만은 분명했다.
알렉산드로는 각성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어 갔다.
“저희 카라반에서 이번에 경매를 부칠 아이템들은 모두 던전에서 출토된 것들입니다. 모두 서른 점이고, 이제까지 어디서도 발굴되지 않은 희귀한 아이템들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각성자들이 웅성거렸다.
“던전제 아이템이라고?”
“그렇게 많은 아이템이 여기 있단 말이지?”
“이것들 완전히 작정하고 왔구만.”
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던전제 아이템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던전이 아이템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던전을 공략하는 데 성공해도, 아이템이 안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 때문에 던전제 아이템은 극히 귀했다.
던전을 공략하고 얻은 아이템은 당연히 시중에 풀리지 않는다. 공략대나 공략대가 속한 구역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지간한 각성자들은 던전제 아이템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귀한 아이템을 무려 서른 점이나 가지고 있다니 이들이 쉽게 믿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던전제 아이템이 공방제 아이템보다 월등한 성능을 가졌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만큼 구하기 어렵기에 일반 각성자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귀한 아이템이 무려 서른 점이나 이곳에 있었다.
각성자들의 얼굴에 탐욕이라는 감정이 떠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장내의 공기가 순식간에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이상 징후를 느낀 브리엘이 제온에게 속삭였다.
“던전제 아이템이 그렇게 좋아?”
“아마 던전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목숨마저 걸 자들이 수두룩할걸.”
“그 정도야? 그래 봤자 겨우 아이템인데.”
“그 조그만 아이템 하나가 목숨과 권력을 좌우하니까.”
“확실히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구나.”
“인간의 탐욕이야말로 이 사막에 거대한 도시를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지. 그런 욕망이 없으면 이렇게 망해 버린 세상에서 인간들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야.”
“그런 면에서 보면 대단하긴 해. 엘프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점이기도 하고.”
브리엘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살던 하이 엘프 마을은 절벽에 있었다.
절벽에 동굴을 뚫어 거처를 만든 것이다.
쿠라얀에서는 나무 위에 살았다고 하지만, 사막으로 변한 지구에서 나무를 찾는 것은 우물을 찾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 때문에 엘프들 역시 생존을 위해 절벽에 동굴을 뚫는 것을 택했다.
만일 엘프들이 인간들만큼 강렬한 열망이 있었다면 네오 서울에 버금가는 도시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엘프들에겐 그만한 능력과 지식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엘프들은 정체되어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못내 안타깝게 느껴지는 브리엘이었다.
그때 알렉산드로가 말했다.
“이제 여러분들을 아이템이 있는 사 층으로 모시겠습니다. 초대장을 소지하신 분들만 올라오시고, 일행들은 모두 이곳에 남아 대기해 주십시오.”
사 층에 올라갈 자격이 있는 자들은 제온처럼 초대장을 소지한 자들뿐이었다.
나머지 인원은 올라갈 수 없었다.
서 구역에서는 차진철이라는 남자가, 남 구역에서는 판청천이 왔다.
북 구역에서는 보린이, 동 구역에서는 레이븐이 참석했다.
선글라스 안에 가려진 레이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필 저 괴물 새끼가 오다니.’
이미 제온과 부딪혀 봤기에 안다.
그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소유했는지 말이다.
직접 싸워 보지 않으면 모른다.
저 잘생긴 남자가 얼마나 흉포하고, 파괴적인지 말이다.
혼자라면 당연히 제온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동 구역에서 같이 파견 나온 각성자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라면 제온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한편 판청천도 제온을 예의 주시했다.
‘저 남자가 제온.’
타지크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관계되었을 거로 짐작되는 남자다.
명확한 증거는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이거 재밌군.’
판청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각 구역에서 모두 경매에 참석할 이들을 보내왔다.
그만큼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서 경매에 부칠 물건들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과연 어떤 아이템을 준비했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지켜보지’
알렉산드로는 사람들을 사 층으로 이끌었다.
“바로 이곳입니다.”
그가 자신 있게 사 층 창고의 문을 열었다.
순간 창고 안에서 엄청난 기운이 흘러나왔다.
보린을 비롯한 각성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으음!”
“이건?”
그들 모두 고위 각성자였다.
당연히 꽤 많은 아이템을 접해 봤고, 그만큼 아이템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나 마나에 민감했다.
피부가 찌르르 울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만큼 아이템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순도가 높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의 마나를 흘리는 아이템은 그리 흔치 않았다.
제온은 팔짱을 끼고 창고 안을 바라봤다.
그도 다른 각성자들처럼 아이템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 봐라.’
사막을 횡단하면서 수많은 던전을 공략했던 제온이었다.
당연히 던전제 아이템도 그만큼 많이 접해 봤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창고 안에 있는 아이템들이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것들이란 사실을 말이다.
제온의 시선이 문득 창고 한쪽에 서 있는 데미안을 향했다.
‘저 녀석의 작품이겠군.’
경매에 참석한 이들 중에 데미안을 신경 쓰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데미안이 존재감을 철저히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온은 데미안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데미안은 네비게이터. 길을 찾는 데 특화되어 있지. 그렇다면 던전으로 향하는 길도 누구보다 잘 찾아낼 수 있을 터.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 구한 아이템들은 모두 데미안이 찾아낸 던전에서 가져온 걸 거야.’
사막의 모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제온엔 미치지 못하지만, 데미안 역시 나름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알렉산드로가 첫 번째 아이템을 소개했다.
“이 물건은 푸른 숲 던전이라는 곳을 힘겹게 공략하고 얻은 물건입니다. 바로 나일리아의 활입니다.”
“저건?”
첫 번째 아이템이 소개되는 순간 보린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나일리아의 활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마나의 기운.
‘엘프들의 물건이다.’
그녀가 엘프이기에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쿠라얀에서 쓰던 엘프들의 물건엔 특유의 기운이 어려 있었다.
‘나일리아는 엘프 영웅 중 하나. 그녀의 이름이 붙은 활이라면 반드시 낙찰받아야 해.’
나일리아의 활이 왜 던전의 핵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엘프 영웅의 무기이니만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나일리아의 활?”
“왠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첫 번째 물건부터 범상치 않군.”
다른 참가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보린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했다.
자칫 경쟁이 붙는다면 나일리아의 활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세력에 저 활이 넘어가면 되찾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젠장! 경쟁이 붙기 전에 찍어 눌러야 해.’
보린이 그렇게 각오를 다질 때였다.
“첫 번째 물건이니만큼 저렴하게 시작하겠습니다. 마정석 일 톤, 1,000kg으로 시작하죠.”
알렉산드로가 웃으며 시작가를 알렸다.
네오 서울의 화폐는 솔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네오 서울에서만 통용된다.
다른 콜로니에서는 네오 서울의 화폐가 별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지금보다 콜로니 간의 교역이 활발해진다면 모를까, 수십 년 만에 한 번 만나는데 굳이 네오 서울의 화폐를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정석으로 화폐를 대신한다.
네오 서울도 그렇지만, 다른 콜로니에서도 마정석은 중요하게 사용된다.
마정석 일 톤이면 어지간한 콜로니에서 몇 달을 사용할 수 있다.
네오 서울의 화폐 가치로는 무려 백만 솔.
엄청난 금액이었다.
하지만 보린은 그렇게 엄청난 금액을 아무렇지 않게 불렀다.
“마정석 1,000kg.”
“오! 입찰자가 나왔군요. 다른 분은 없나요?”
“1,500kg.”
서 구역 온 차진철이라는 남자가 경매에 끼어들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1,700kg.”
“나는 1,800kg.”
동 구역과 남 구역에서도 경매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분위기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보린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다른 참가자들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나일리아의 활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만져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지만,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대단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런 물건이 다른 구역으로 넘어간다면 그만큼 그들의 힘이 강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칫하다가는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2,200kg.”
“2,400kg.”
경매가가 끝도 없이 올라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승부를 걸어야 했다.
보린이 외쳤다.
“4,000kg!”
거의 두 배 가에 해당하는 가격에 나머지 경쟁자들이 흠칫했다.
“쯧! 다른 좋은 물건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데 시작부터 저렇게 많이 쓸 수는 없지.”
“북 구역의 자금을 소모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해. 우린 다른 아이템을 노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각 구역이 가용할 수 있는 마정석은 무한하지 않다.
당연히 한계가 정해져 있었다.
검증도 안 된 물건에 초반부터 다 쏟아부었다가는 나중엔 마정석이 없어 진짜 필요한 물건이 나왔을 때 경매에 참여하지 못할 수가 있다.
더 이상 경쟁자가 나오지 않았고, 나일리아의 활은 그렇게 보린의 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진정한 경매는 이제 시작이었다.
“다음 아이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