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많은 아이템이 경매에 나왔다가 주인이 정해졌다.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 내놓은 아이템들은 모두 대단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눈이 확 돌아가는 성능에 각 책임자들의 눈이 돌아갔다.
처음의 냉정함은 사라지고 광기 가득한 눈으로 입찰에 나섰다.
당연히 경매 액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이러다가 각 구역의 재정이 파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광기 가득한 분위기에 판청천이 혀를 내둘렀다.
‘미쳤군!’
하지만 남 욕할 것 없었다.
그 역시 광기에 침식당했기 때문이다.
경매장에 올 때만 하더라도 한 발 떨어져 관조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 내놓은 물건들은 하나같이 눈이 돌아갈 만큼 대단한 것이었고, 판청천마저 의심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경매에 나서게 했다.
그는 아스트로의 화염검과 늙은 뱀의 왕관, 그리고 추락한 별의 방패를 확보했다.
세 개 모두 특수한 속성을 가진 아이템으로 사용하기에 따라 큰 전력이 될 수 있었다.
보린, 차진철, 판청천, 레이븐, 모두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했고, 차지했다.
구름 나무 목걸이도 경매에 나왔다.
보린은 적극적으로 나서 남은 목걸이를 모두 낙찰받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경매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와아!”
“저런 아이템이 존재했다니. 미쳤네!”
브리엘과 레빈이 경매 아이템을 보며 연신 감탄했다.
그들은 나이가 어려 던전에서 발굴된 아이템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서 내보이는 아이템들이 신기하게 보였다.
그때까지도 제온은 지켜보기만 하고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경매에 나온 아이템들은 확실히 비싼 값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제온의 눈높이를 채워 주기엔 부족했다.
많은 아이템이 제 주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제온이 생각했다.
‘너무 무난한데.’
아이템은 고유의 파장과 마나를 발산한다.
높은 수준의 아이템일수록 더욱 강력한 파장을 뿜어낸다.
지금 경매에 나온 아이템들도 각자 독특한 파장과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온이 어제 느꼈던 파장은 겨우 이 정도가 아니었다.
심장을 울릴 만큼 강렬하면서도 소름 끼치던 그 느낌을 제온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번에 보여 드릴 물건은 옥지기의 포승줄이라는 아이템입니다. 게홀스의 던전에서 어렵게 구한 것으로 아직 포승줄의 용도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알렉산드로가 마지막 경매 물품을 내왔다.
그가 내놓은 아이템은 죄수들을 묶을 때 사용하는 포승줄이었다.
이런 형태의 아이템은 제온도 처음 봤다.
포승줄을 보는 순간 제온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팼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지?’
제온은 뚫어져라 포승줄을 바라봤다.
하지만 보기만 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이템에 붙은 부가 효과는 정확한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이 직접 사용하며 밝혀내야 한다.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이라면 당연히 여러 가지 옵션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것이다.
그때 제온의 눈에 알렉산드로의 뒤쪽에 있는 데미안이 들어왔다.
데미안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온의 시선을 느꼈는지 데미안이 바라봤다.
데미안이 슬쩍 손을 흔들어 제온에게 알은척을 했다.
데미안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순진하다고 착각할 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그런 데미안의 겉모습에 속지 않았다.
데미안은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제온이 팔 년 동안 사막을 헤매며 성장한 것처럼 그 역시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성장했다.
팔 년이란 시간은 소년을 성인으로, 순수한 아이를 영악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들 만큼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데미안이 어떤 성인으로 성장했는지 아는 사람은 본인뿐이었다.
‘데미안!’
마치 제온의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데미안이 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제온이 데미안에게 신경 쓰는 사이 옥지기의 포승줄은 차진철의 손에 들어갔다.
마정석을 무려 십 톤이나 들여 포승줄의 주인이 된 차진철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저건 내 거다.’
처음 옥지기의 포승줄을 본 순간부터 차진철은 눈을 떼지 못했다. 옥지기의 포승줄에서 묘한 끌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는 서 구역의 패자인 김현수의 심복이었다.
당연히 김현수의 총애를 받아 전신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조 피부 안에는 기름이 돌고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었다.
인간의 육체는 오직 머리와 몸통뿐이다.
사지를 강력한 기계로 대체했으니 별다른 아이템이 필요치 않았다.
당연히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옥지기의 포승줄은 달랐다.
이유는 모르지만, 옥지기의 포승줄을 본 순간부터 강력한 영혼의 끌림을 느꼈다.
사지를 기계로 대체한 자신에게 과연 인간의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할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때 판청천이 입을 열었다.
“그럼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 준비한 아이템은 모두 소진된 건가?”
“설마요. 저희에겐 아직 많은 아이템이 남아 있답니다.”
“왜 오늘 다 풀지 않고?”
“한꺼번에 모두 풀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또 아직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습니다.”
“하이라이트?”
알렉산드로의 대답에 판청천의 눈빛이 변했다.
이제까지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 내놓은 아이템은 모두 대단한 것들이었다.
그런 아이템들보다 더 뛰어난 아이템이 존재한다니 당연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븐이 물었다.
“어떤 물건이지? 그것도 오늘 경매하나?”
“워낙 대단한 물건이니만큼 경매 일자는 따로 잡으려고 합니다.”
“흥! 허풍이 심하군. 그래 봤자 여기 있는 아이템들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텐데.”
“물론 이곳에 있는 아이템들은 모두 훌륭합니다. 저희도 힘들게 구했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죠. 하지만 감히 단언하건대 오 층에 있는 아이템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그 아이템을 손에 넣는 자는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힘을 소유하게 될 겁니다.”
알렉산드로의 말에 경매에 참석한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어떤 물건이 남아 있기에 저렇게 호언장담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저 정도로 말할 정도면 정말 보통 아이템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보린이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아이템이라면 한번 구경하고 싶군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해야 다음 경매에 얼마만큼 마정석을 쏟아부을지 준비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 한번 확인하고 싶군.”
판청천과 레이븐이 보린의 말에 동조하자 알렉산드로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직접 보여 드리죠. 저희 화이트 베어 카라반이 준비한 비장의 아이템을. 모두 저를 따라오십시오.”
알렉산드로는 경매에 참석했던 이들을 오 층 창고로 데려갔다.
뒤따라온 데미안이 은밀히 봉인 마법진을 해제했다.
알렉산드로가 창고의 문을 여는 순간 일행의 얼굴에 균열이 갔다.
“이건?”
“음!”
“씨발! 뭐야?”
사람들의 안색이 싹 변했다.
다들 고위 각성자답게 창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반응하는 것이다.
제온의 표정도 무겁게 변했다.
어제 느꼈던 그 파장이 창고 안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데미안이 제온의 뒤로 다가와 말했다.
“굉장하죠?”
“뭐냐? 이 물건은?”
“후후!”
데미안이 대답 대신 묘한 웃음을 흘렸다.
창고 중앙엔 받침대도 없는데 푸른 보석이 박힌 왕관이 둥둥 뜬 채 신비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보린, 레이븐, 차진철, 판청천 모두가 푸른 보석이 박힌 왕관에 매료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보린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것처럼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마나 향이라니…….”
쿠라얀에 있던 엘프들은 마나에서도 향기를 느꼈다고 한다.
워낙 기운이 맑고 깨끗한 데다가 세계수의 가호가 더해져 마나에서도 향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구에 넘어온 엘프들은 더 이상 마나의 향기를 맡을 수 없게 됐다.
테라포밍의 부작용으로 지구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쿠라얀에서처럼 순도 높은 마나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 아이스 퀸 세리언이 말했다.
더 이상 마나의 향기를 맡지 못해 슬프다고 말이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보린을 비롯해 지구에서 태어난 엘프들은 애초 마나의 향기를 맡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왜 세리언이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가슴 깊이 느껴지는 청량감과 정수리가 활짝 열리는 듯한 기분.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것이 바로 마나의 향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보린이 물었다.
“이, 이게 뭐죠?”
“정령왕의 크라운입니다.”
“정령왕의 크……라운? 설마 정령왕과 관련 있는 물건이란 말인가요?”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저희가 크라운을 구한 곳은 정령왕의 무덤이라는 던전이었습니다. 이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수백 명의 각성자가 목숨을 잃었죠. 그렇게 어렵게 구한 물건입니다.”
“효능은요?”
“저희도 모릅니다. 봉인이 걸려 있어서요. 어쩌면 진짜 정령왕이 봉인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알렉산드로의 말에 좌중이 술렁였다.
쿠라얀에서 많은 것들이 넘어왔다.
엘프, 드워프를 비롯한 이종족, 그리고 마수들까지도.
하지만 지구에 넘어오지 못한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정령이었다.
지구는 정령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기에 아예 정령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구에서 태어난 엘프들은 정령과 접해 본 기억 자체가 없다.
‘정령왕이 봉인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크라운이라니. 정령왕이 부활하면 지구에도 정령이 생겨날 수 있을지 몰라. 그렇다면 지구를 재건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거야.’
정령은 기본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속성을 가진다.
정령이 되살아나면 자연도 되살아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린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 저 안에 정령왕이 봉인되어 있다면 반드시 우리가 확보해야 해.’
정령왕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재앙이기도 하다.
선한 자가 계약하면 지구에 축복이지만, 악한 자가 계약하면 전 지구적인 재앙이 덮칠 것이다.
보린이 말했다.
“저걸 정말 경매에 부친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렇게 위험한 물건을 경매로 판다니 제정신인가요?”
“저게 위험한 물건이라고 어떻게 확신합니까?”
“뭐라구요?”
“아직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입니다. 당연히 어떤 성능을 가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아이템을 단지 명칭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정말 저게 정령왕과 관련이 있다면 다른 구역에 넘겨 줘서는 안 돼요. 우리 엘프들이 관리해야 순리니까 그냥 저희에게 파세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희 카라반만의 규칙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나오면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도 좋지 않을 텐데요?”
“협박하는 겁니까?”
“그렇다면요?”
“그럼 다른 분들이 싫어하겠죠.”
알렉산드로가 피식 웃으며 다른 구역에서 온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제야 보린이 실수를 깨달았다.
경쟁자들 앞에서 너무 일찍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레이븐 등이 말했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설마 엘프라고 해서 인간의 규칙을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정령왕의 크라운이라. 욕심나는군.”
“이건 우리가 확보해야겠군.”
그들 모두 욕심을 드러냈다.
정령왕의 크라운은 그들이 이미 확보한 아이템과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들은 탐욕을 숨기지 않았다.
애초 그들은 경쟁자지 협력자가 아니었다.
정령왕의 크라운이 정확히 어떤 아이템인지 모르지만, 북 구역이 차지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런!’
보린이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이미 분위기는 돌릴 수 없이 망가져 있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이 결정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보린이 물러났다.
제온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결국 엘프들에게 이걸 보여 주려고 경매를 연 거구나.’
이제야 데미안이 그리는 그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