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스캐빈저들은 말 그대로 약탈자였다.
타인을 습격해 죽이고 그들이 가진 물건을 약탈하면서 살아간다.
백여 년 전 테라포밍의 부작용으로 지구 전체가 사막화되고, 인류가 완전히 멸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도 스캐빈저들은 존재했다.
그들은 마수를 상대하기보다 동족인 인간을 죽여 생존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때문에 인류는 마수뿐 아니라 스캐빈저들과도 싸움을 벌여야 했다.
네오 서울이 확실히 체계를 잡은 후 스캐빈저들은 설 자리를 잃고 사막으로 도주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네오 서울에 스캐빈저들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령 남아 있더라도 극히 소수만 존재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해 주기라도 하듯 화이트 베어 카라반 성채를 습격한 스캐빈저들의 수는 엄청났다.
얼핏 봐도 그 수가 삼백 명이 넘어 보였다.
“크흐흐!”
“죽엇!”
그동안 네오 서울에서 정상인인 척, 평범한 각성자인 척 위장하고 살아가던 스캐빈저들은 분풀이라도 하듯이 욕망을 분출했다.
“개 같은 새끼들이 감히…….”
“그쪽 막아.”
“이쪽으로 지원 보내 줘.”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각성자들은 당황하거나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싸웠다.
아쿠츠크 콜로니에서 네오 서울 콜로니까지의 거리는 수천 킬로미터가 넘는다.
제아무리 데미안이 위험을 피해 길 안내를 한다고 하지만, 모든 마수들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상대했던 적 중에는 스캐빈저들도 있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스캐빈저들은 살아남았다.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각성자들은 그들과 싸우면서 경험을 쌓았다.
당연히 스캐빈저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성채에 의지해 싸우는 것이었다.
일부러 좁은 입구만 열어 놓고 스캐빈저들을 유인했다.
제아무리 스캐빈저들의 수가 많아도 비좁은 입구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크아악!”
“컥!”
스캐빈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갔다.
“씨발! 이대로는 안 돼.”
“성벽으로 올라가자.”
결국 몇몇 스캐빈저들이 성벽을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비도 이미 되어 있었다.
파지직!
갑자기 성채 외벽에 스파크가 터졌다.
고압의 전류가 외벽을 따라 흐른 것이다.
바퀴벌레처럼 외벽을 오르던 스캐빈저들이 고압의 전류에 감전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흐흐! 썩은 고기나 먹는 스캐빈저 따위가 어딜 기어 올라와.”
성벽 위에서 대머리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의 이름은 나단.
뇌전 계열 마법을 쓰는 각성자였다.
등급은 높지 않았다.
겨우 D급.
그럼에도 이렇게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성채의 외벽이 특수한 재질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가 잘 통하고, 몇 배는 더 증폭되는 성질을 가졌다. 그렇기에 D급 각성자가 전류를 흘려보냈음에도 수많은 각성자들이 파리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크하하! 얼마든지 덤벼라. 화이트 베어 카라반은 결코 무너지지 않으니까.”
“저 개새끼가…….”
“누구 저 새끼 입 좀 다물게 해.”
나단의 비웃음에 스캐빈저들이 분노했다.
몇몇 스캐빈저가 다시 성벽을 기어올랐다.
“병신들!”
나단이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그들을 보며 마법을 펼치려 했다.
뇌전을 흘려보내면 성벽 위에 달라붙은 스캐빈저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단은 뇌전 마법을 펼칠 수 없었다.
퍽!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그의 머리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컥!”
나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봤다.
성채 꼭대기엔 베리어가 펼쳐져 있었는데, 화살이 관통했기 때문이다.
나단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잠시 허우적거리던 나단이 그대로 추락했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별것도 아닌 새끼가 잘난 척은…….”
추락하는 나단의 시체를 보며 비웃는 이가 있었다.
바로 원거리에서 화살을 날린 각성자였다.
그가 있는 곳은 성채에서 꽤 떨어진 곳이었다.
각성자 주위엔 일단의 무리가 포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체를 감추기 위해 로브와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스캐빈저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달랐다.
그중 가장 덩치가 큰 남자가 화살을 쏜 남자에게 말했다.
“새끼! 버프 걸어 줘서 겨우 베리어를 뚫은 주제에 잘난 척하기는.”
“거참! 대장, 꼭 그렇게 말해야 합니까?”
“그만 나대고 전투 준비해.”
“넵!”
활을 든 각성자가 대답과 함께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그때 무리에서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자가 걸어 나왔다.
여자가 대장이라고 불린 각성자에게 말했다.
“이제 슬슬 우리도 참전할 준비를 해요. 브릭스턴!”
“지금 난 브릭스턴이 아니다. 그냥 수많은 스캐빈저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수녀!”
“흥! 나도 수녀라고 부르지 마요.”
“애당초 네가 세뇌만 잘했었으면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꾸밀 필요가 없었다.”
수녀라고 불린 여인은 바로 김재경이었다.
김재경과 브릭스턴이 수하들을 이끌고 정령왕의 크라운 쟁탈전에 참여한 것이다.
대신 절대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붙었다.
그것이 그들이 스캐빈저로 위장한 이유였다.
잠시 브릭스턴을 노려보던 김재경이 다시 성채를 바라봤다.
화이트 베어 카라반과 스캐빈저들의 전투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성채 입구엔 수많은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성채 입구의 저지선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했다.
수많은 스캐빈저가 죽었지만, 아직도 그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내면 돼.”
“씨발! 이제 거의 다 뚫렸어.”
스캐빈저들이 악을 쓰며 발악했다.
그 광경을 예의 주시하던 브릭스턴이 말했다.
“좋아! 이제 거의 다 뚫린 것 같으니까 우리가 참전해도 되겠군. 단숨에 몰아쳐 스캐빈저 놈들하고 카라반 각성자도 깡그리 쓸어버린다.”
“예!”
브릭스턴의 수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런데 마스크 위로 보이는 그들의 눈빛이 이상했다.
모두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김재경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미친 광전사 새끼들.’
그들은 말 그대로 광전사들이었다.
신이 자신들과 함께한다고 믿으며 목숨 따윈 아무렇지 않게 내던질 수 있는 자들.
김재경도 요한을 광적으로 따르지만, 그보다 더 광적인 광전사들의 모습엔 기가 질리는 느낌이었다.
“가자! 다른 놈들이 개입하기 전에 모두 정리하고 자리를 뜬다.”
“옛!”
브릭스턴과 광전사들이 성채를 향해 달려갔다.
“미친 새끼들!”
김재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브릭스턴과 광전사들의 합류로 전장은 더 엉망이 됐다.
“크아악!”
“이 새끼들은 또 뭐야?”
“씨발 것들! 다 죽여.”
악과 고함이 난무하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그렇게 화이트 베어 카라반은 죽음의 대지가 되어 가고 있었다.
***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성채가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은 빈민가 전체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빈민가 외곽에 있는 높은 건물 옥상에서 사막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구경했다.
“뭐야? 어떻게 돼 가는 거야? 새로운 무리가 참전했는데.”
“너무 멀어서 알 수가 있어야지.”
“젠장! 이럴 때 망원경이 있어야 하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자세한 사정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성채 가까이 다가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성채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죽어 나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이 정도 거리가 최선이었다.
그때였다.
“비켜랏! 버러지들아.”
“이것들 다 치워.”
일단의 무리들이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나타났다.
그들은 옥상에 있던 빈민들을 모두 쫓아냈다.
빈민들은 감히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갔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전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잘들 싸우고 있군.”
양복을 입고 있는 우두머리의 허리엔 어울리지 않게 포승줄이 말려 있었다.
옥지기의 포승줄이라는 아이템이었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바로 차진철이었다.
서 구역의 패왕 김현수의 심복이자 대리로 경매에 참가했던 인물이었다.
김현수는 그가 경매로 구매한 옥지기의 포승줄을 하사품으로 줬다.
옥지기의 포승줄을 구매하기 위해 무려 십 톤이나 되는 마정석을 사용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아이템을 차진철에게 아무 대가 없이 건네준 것이다.
당연히 김현수를 향한 차진철의 충성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차진철이 명령을 내렸다.
“시간 없다. 레일건을 발사할 준비를 해라.”
“예!”
수하들이 대답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들고 온 긴 쇠 통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무려 십 미터나 되는 긴 통이 설치되었다.
레일건의 포신이 되는 부분이었다.
레일건은 본래 강력한 전자기장으로 발사되는 무기였다.
문제는 현시대에 레일건을 발사할 만큼 강한 전력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 구역은 이를 마법과 각성자들로 대체했다.
레일건이 되는 포신을 인챈트로 강화하고, 어마어마한 전력을 기계화 각성자들로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한 번 발사에 워낙 어마어마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지라 움직이는 물체나 마수엔 별 소용이 없었다.
레일건이 충전될 때까지 기다려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성채라면 다르다.
제아무리 마법 처리를 하고 결계로 도배를 하더라도 레일건이라면 저 두꺼운 성벽을 단숨에 뚫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레일건이 설치되자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달라붙었다.
“충전하라.”
“충전!”
대답과 함께 기계화 각성자들이 팔을 레일건의 포신에 갖다 댔다.
기이잉!
순간 그들의 팔이 기계음과 함께 변형했다.
마치 충전기처럼 변한 팔이 레일건의 포신과 결합됐다.
기계화 각성자들은 레일건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전력이 충전되면서 레일건 포신에서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레일건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완전히 충전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침내 레일건이 완전히 충전되자 인간 배터리 역할을 하던 기계화 각성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크윽!”
“헉!”
마나를 모두 소모한 그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려 서른 명이나 되는 각성자들이 탈진해 주저앉았다. 하지만 차진철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명령했다.
“발포하라.”
“발포!”
대답과 함께 유일하게 서 있던 각성자가 레일건을 발포했다.
콰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포탄은 순식간에 성채 한쪽을 날려 버렸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스캐빈저들과 동 구역 각성자들이 놀라 잠시 싸움을 멈췄다.
그들도 설마 성채의 벽이 날아갈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태를 파악한 이들이 기세를 올렸다.
“성벽이 무너졌다.”
“씨발 새끼들! 다 죽었어.”
“모조리 쓸어버려.”
앞을 가로막던 거대한 장벽이 무너지자 성채 안으로 스캐빈저와 동 구역 각성자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알렉산드로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뭐로 공격한 거지? 성벽을 단숨에 부숴 버리다니.”
“괜찮아요.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바니까.”
반면 데미안은 태연했다.
아무리 좋은 소재로 보강하고, 마법과 결계로 도배했다지만 성벽이 끝까지 견딜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빨리 성벽이 무너지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데미안이 네오 서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서 와라, 엘프들아! 여기에 너희가 그토록 원하는 물건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