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보이는 모든 것이 붉었다.
제온의 심상은 붉은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다.
은수진이 손으로 붉은 물체를 잡았다.
마치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붉은 물체가 흘러내렸다.
“이건 모……래?”
곱디고운 모래였다.
석양 노을에 물든 모래처럼 핏빛 모래가 제온의 심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대체?”
은수진에 이어 제온의 심상에 침투한 은수영이 눈을 끔뻑거렸다.
수많은 이들의 뇌에 침투해 그들의 심상을 엿봤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왜 심상에 모래가?”
“이게 인간의 심상이 맞아?”
“뭐지? 이 인간은…….”
“이상한 인간인 것은 알았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이렇게 삭막하면서 살풍경한 모습이라니.
단 한 번도 이런 심상을 가진 자가 존재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와야 이런 심상을 가질 수 있는 거지?”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이런 인간에게 정신 조작이 통할지 모르겠네.”
“그래도 해 봐야지.”
“해야지.”
쌍둥이 자매가 모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심상을 매개체로 제온의 정신을 조작하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모래에 마나를 주입하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갑자기 일대의 모래가 꿀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깜짝이야!”
두 사람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모래는 계속 꿀렁거렸다.
처음엔 극히 일부의 움직임에 불과했다. 하지만 꿀렁임은 순식간에 제온 심상 전체로 번져 나갔다.
“이게 무슨?”
그 순간 꿀렁이던 모래 속에서 무언가 일어났다.
그것은 모래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다.
한 기, 두 기, 세 기…….
모래 인간은 끝없이 수를 불려 갔다.
금세 제온의 심상 전체가 모래 인간으로 가득 찼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모래 인간.
그 엄청난 위용에 쌍둥이는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아아!”
“모래 인간이 이렇게 많다니.”
그녀들의 몸이 절로 떨려 왔다.
그 순간 선두에 선 모래 인간이 입을 열었다.
“타인의 정신에 침입해 조작할 수 있다니. 재밌는 능력이네. 당하는 입장에선 하나도 재미없지만 말이야.”
“이 목소리는 제온?”
“어떻게 자신의 심상에 들어온 거지? 설마 너도 텔레파시 능력자야?”
쌍둥이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에 모래 인간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 심상에 들어온 게 뭐 특별한 일이라고. 너희들처럼 멋대로 타인의 심상에 침입한 게 더 대단한 일이지.”
“너, 뭐야? 어떻게 심상에 모래밖에 없어? 정말 인간 맞아? 괴물 아냐?”
“그러는 너희들은?”
“뭐가?”
“타인의 정신을 제멋대로 주무르려는 너희들은 인간 맞냐고?”
“그건 달라.”
“뭐가 다른데? 내 눈에는 너희들이 더 괴물로 보이는데.”
“이익! 우린 괴물이 아냐.”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함부로 타인의 정신을 조작하려고 하지 않아.”
“네가 뭘 안다고 개소리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은수진과 은수영이 뭐가 그리 억울한지 악을 썼다.
제온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기만 했다.
타인의 정신에 멋대로 침입한 주제에 오히려 피해자처럼 행동하는 쌍둥이들의 행태에 어이가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둘 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 줘.”
샌드 솔저들이 은수진과 은수영을 에워싸고 짓눌렀다.
“이익!”
“이것 놔!”
쌍둥이 자매가 발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곳은 제온의 심상.
제온이 주인이었다.
당연히 제온의 의지로 모든 것을 행할 수 있었다.
“싫어!”
“꺼져어!”
쌍둥이 자매가 마지막 외침과 함께 제온의 심상에서 추방됐다.
“헉!”
그녀들이 동시에 눈을 떴다.
제온의 심상이 아닌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쌍둥이 자매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두 눈은 실핏줄이 모조리 터져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뒤이어 제온도 심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제온이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우! 머리야.”
“우리를 쫓아내다니?”
“용서 못 해!”
쌍둥이 자매의 머리카락이 모두 곤두서 해초처럼 넘실거렸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네. 같이 다니던 영감이 예의는 안 가르치던?”
“할배를 욕하지 마.”
“죽일 거야.”
순간 주위의 물체들이 모두 허공에 떠올랐다.
벽돌, 철근을 비롯해 별 이상한 물체들이 둥실 떠올라 쌍둥이 자매 주위를 맴돌았다.
제온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염동력인가?”
“그래! 우리는 생각만으로 물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너를 갈가리 찢어 죽일 거야.”
텔레파시 능력이 극에 달하면 생각만으로 물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게 바로 염동력이었다.
쌍둥이 자매의 염동력 수준은 어지간한 A급 각성자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고 노인도 그녀들에게 제온을 막으라고 보냈다.
제압은 힘들어도 시간을 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야아!”
쌍둥이 자매의 기합과 함께 허공에 떠오른 물체들이 제온을 향해 날아왔다.
쐐애액!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날아오는 물체들.
속도가 이 정도에 이르면 평범한 벽돌도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속도의 증가는 곧 파괴력의 극대화였으니까.
콰콰콰쾅!
주변의 모든 것이 터져 나가고 부서졌다.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쌍둥이 자매의 목표물인 제온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쌍둥이 자매가 염동력으로 물체들을 날린 그 순간 멀찍이 몸을 피했기 때문이다.
“비겁해!”
“피하지 마!”
쌍둥이 자매들이 소리치며 멀리 떨어진 제온을 향해 물체를 날렸다.
제온도 이번엔 완벽히 피할 자신이 없어 파이어 레인을 펼쳤다.
“차앗!”
수없이 많은 불덩이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파이어 레인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물체들을 모두 요격했다.
퍼버버벙!
벽돌, 철근 같은 물체들이 허공에서 터져 나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에겐 그 광경을 한가하게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이익! 뭐야?”
“죽어! 죽으라고.”
그녀들은 악을 쓰며 닥치는 대로 물체를 날렸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온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화가 난 두 사람은 결국 물건을 날리는 것을 포기하고, 제온 그 자체에 염동력을 행사했다.
제온은 순간 무형의 기운이 전신을 옥죄는 것을 느꼈다.
마치 수백 톤이 넘는 바위가 전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쌍둥이 자매는 염동력으로 제온의 사지를 뜯어내려고 했다.
초열의 건틀렛을 이용한 스킬만으로 그녀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네.”
제온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공개해야 할 힘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선보일 줄은 그도 미처 예상 못 했다. 하지만 일단 사용하기로 마음먹자 제온은 망설이지 않았다.
촤하학!
제온이 손짓하자 바닥에 쌓여 있던 모래들이 응축되어 물줄기처럼 쏘아져 나갔다.
제온의 주력 스킬 중 하나인 샌드 블라스터였다.
물줄기처럼 쏘아진 샌드 블라스터는 그대로 쌍둥이 자매를 직격했다.
퍼버버벅!
“아악!”
“아파!”
예상치 못한 공격에 얻어맞은 쌍둥이 자매가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샌드 블라스터에 직격당한 그 순간 베리어 스킬이 발동되어 치명적인 상처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그녀들의 목에서 푸른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찰랑거렸다.
하루 세 번까지 베리어를 발동하는 스킬이 인챈트 된 아이템이었다.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은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래로 공격하다니? 너도 염력을 쓸 줄 알아?”
“아니야! 염력으론 이렇게 많은 모래 입자를 컨트롤할 수 없어.”
“그럼 모래 그 자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너, 설마 모래술사야?”
“개사기네.”
나이는 어리지만 두 사람은 경험 많은 A급 각성자였다.
순식간에 제온이 사용한 능력의 실체를 알아차렸다.
“맞아! 모래술사야.”
“와아!”
“씨발!”
제온이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다시 샌드 블라스터가 펼쳐졌다.
쐐애액!
십여 줄기의 샌드 블라스터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순간 쌍둥이 자매가 손을 잡고 뒤로 물러났다.
염동력으로 몸을 띄운 것이다.
덕분에 샌드 블라스터는 애꿎은 바닥에만 구멍을 냈다.
“무섭다.”
“무서워!”
쌍둥이 자매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제온이 보여 준 샌드 블라스터의 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저 정도의 위력을 가진 스킬을 쓰는 각성자는 많았다.
문제는 제온이 겨우 이 정도 스킬만 보유하고 있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이제야 제온의 심상이 이해됐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의 바다.
그것은 제온의 가능성이었다.
만일 그 일부만이라도 제온이 사용 가능하다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빈민가 주위엔 모래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모래를 이용해 제온이 어떤 스킬을 펼칠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들을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그 순간 제온이 다시 샌드 블라스터를 펼쳤다.
이번엔 서른 줄기가 넘었다.
씨이이이!
샌드 블라스터는 조금 전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쌍둥이 자매는 염력으로 주변의 물체를 끌어와 벽을 만들었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쌍둥이 자매가 애써 만든 벽이 폭발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쌍둥이 자매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대로는 안 돼.”
“도주하자.”
“그건 자존심이 상하는데.”
“자존심보다 목숨이 먼저야.”
“네 말이 맞아.”
“칫! 할배한테 혼나겠다.”
“어쩔 수 없지.”
그녀들은 몸을 띄운 상태 그대로 날아갔다.
제온은 순식간에 멀어지는 그녀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녀들을 추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콰아앙!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성채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발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폭발이었다.
사태가 점점 더 급박해지는 것이 분명했다.
‘데미안!’
자신의 능력을 드러냈기에 제온은 거침이 없었다.
슈우우!
일대의 모래가 기둥처럼 뭉쳐 제온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모래 기둥 위에서 제온은 화이트 베어 카라반을 바라봤다.
화이트 베어 카라반의 성채는 이제 반 이상이 무너져 있었다.
조금 전보다 더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싸우고 있는 각성자들의 수도 훨씬 늘어나 있었다.
스캐빈저와 동대문 각성자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의 각성자들도 습격에 참여한 것이 분명했다.
뿌우우!
구슬픈 비명과 함께 거대한 매머드가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화이트 베어 카라반을 있게 만든 일등 공신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상황은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제온은 모래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