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그럴 줄 알았어. 너희들은 껍데기만 그럴싸하지, 내면은 추악하기 그지없는 종족들이니까.”
“닥쳐랏!”
“죽엇!”
데미안의 조소에 북 구역 각성자들이 분노해 공격했다.
촤하학!
수십 가지의 스킬이 데미안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왔다.
북 구역의 최정예답게 그들의 스킬 하나하나가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데미안의 연약한 육체 따위는 순식간에 찢겨나가고 말 것이다.
데미안도 각성자이기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의 각성 능력은 네비게이터.
즉 길잡이다.
전투 능력 따윈 조금도 없다.
길잡이의 능력을 약간 변형해 상대방의 방향감각을 교란하게 할 수 있지만, 무력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알기에 어설픈 회피 따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콰콰쾅!
수많은 스킬들이 데미안을 폭격하면서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별것도 아닌 게.”
“죽었겠지.”
북 구역 각성자들이 데미안의 죽음을 확신할 때였다.
츄화학!
갑자기 먼지 속에서 검은 촉수가 튀어나왔다.
촉수는 순식간에 드워프 각성자의 목을 휘감았다.
“크윽! 뭐…….”
콰득!
드워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촉수가 그의 목을 그대로 부러트렸다.
순식간에 절명한 드워프의 모습을 본 각성자들이 경호성을 터트렸다.
“뭐야?”
“모두 조심하라.”
그때 데미안이 먼지를 뚫고 나타났다.
그런 그의 모습은 이제까지와 사뭇 달랐다.
데미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갑옷을 입고 있었다.
드워프의 목숨을 앗아 간 검은 촉수는 새까만 갑옷의 가슴 부위로 사라졌다.
데미안이 가슴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프리즘 아머. 정령왕의 크라운과 같은 던전에서 발견한 아이템이지.”
평상시는 평범한 허리띠 형태를 하고 있지만, 착용자가 마나를 주입하거나 위기에 처할 시 갑옷 형태로 변형된다.
프리즘 아머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착용자를 보호한다.
가슴 부위에서 튀어나왔던 촉수가 바로 그 증거였다.
“욜로를 죽이다니.”
“모두 조심하라. 놈이 이상한 아이템을 착용했다.”
“그래 봤자지.”
분노를 참지 못한 몇몇 각성자가 다시 데미안을 공격했다.
그들 대부분은 칼이나 검 같은 냉병기를 사용하는 무투계 각성자들이었다. 순식간에 데미안 지척까지 쇄도한 그들이 무기를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츄화하학!
갑자기 데미안의 가슴에서 검은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채찍처럼 뻗어 간 촉수들은 순식간에 데미안을 공격하던 각성자들을 휘감았다.
“크윽!”
“이까짓 것…….”
각성자들은 병기로 몸을 휘감은 촉수를 자르려고 했다.
하지만 프리즘 아머에서 튀어나온 촉수는 조그만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검은 촉수는 무서운 힘으로 각성자들을 조였다.
“촉수는 무시하고 본체를 공격해.”
“저주받을 인간 같으니라고. 이런 마물을 사용하다니.”
그 모습을 본 다른 각성자들이 동료를 구하려고 데미안을 공격했다.
갑옷의 본체를 착용한 데미안을 쓰러트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믿은 것이다.
이미 십여 개의 촉수가 뻗어 나온 상태였다.
그들은 더 이상 공격할 촉수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강제적으로 말이다.
촤하하학!
프리즘 아머에서 다시 촉수가 십여 개가 튀어나왔다.
촉수는 독사처럼 각성자들을 노리고 뻗어 나갔다.
“제기랄!”
“크윽!”
각성자들이 촉수를 피해 메뚜기 떼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촉수는 마치 의지가 있는 것처럼 각성자들을 쫓아왔다.
파아앙!
촉수가 음속을 돌파하면서 소닉붐이 터져 나왔다.
그 여파는 처참했다.
“컥!”
“흐억!”
마치 약 맞은 파리처럼 각성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실제로 그들의 상태도 그랬다. 거대한 파리채에 강타당한 것처럼 처참하게 짓이겨진 것이다.
“이럴……수가!”
세리언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촉수에 당한 각성자들은 모두 북 구역에서도 내로라하는 강자들이었다. 그런 강자들이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개죽음을 당한 것이다.
북 구역 역사상 처음 겪는 치욕이었다.
각성자라고 불사신은 아니다.
싸우다 보면 죽을 수도 있고,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다른 구역들과의 싸움, 마수들과의 전투, 던전을 공략하다가도 죽는다.
삶보다 죽음이 가까운 게 각성자의 삶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눈앞에서 펼쳐진 각성자들의 개죽음은 말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저 갑옷은…….”
“여, 여왕님! 저주받은 갑옷입니다. 어서 저자를 죽여야 합니다.”
알렉산드로와 한참 치고받던 일라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라이의 목소리가 거슬렸지만, 지금은 그녀에 대한 호불호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세리언이 다급히 뒤쪽에 서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브로이! 당신이 나서 줘야겠어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왕님!”
남자가 대답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평범한 체구의 남자였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목소리가 거칠고, 울림이 있었다.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남자가 몸에 걸치고 있던 로브를 벗어던진 순간 체형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둑! 두두둑!
파열음과 함께 덩치가 순식간에 두 배 이상 커지면서 온몸에 털이 숭숭 자라났다.
입은 툭 튀어나오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삐져나왔다.
개처럼 우뚝 선 두 귀에 광기 어린 붉은 눈동자.
브로이라 불린 남자는 바로 웨어 울프였다.
세리언을 따르는 수인들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릴 만한 존재였다.
“크워어어!”
브로이가 포효했다.
웨어 울프 특유의 하울링엔 상대의 심령을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A급 이상의 마수들만이 내지를 수 있다는 피어와 같은 효과를 가진 것이다.
브로이는 하울링을 데미안에 집중시켰다.
어지간한 각성자라면 전신이 굳고 심령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멀쩡했다.
프리즘 갑옷은 외부의 저주와 각종 상태 이상 공격에서 장착자를 보호한다.
그 대가로 착장자의 생명력과 마나를 불태우긴 하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데미안도 이제까지 프리즘 아머를 입는 것을 될 수 있으면 자제했다.
생명력과 마나를 불태우는 만큼 오래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하는 그림이 완성된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데미안이 세리언을 곁눈질로 보며 말했다.
“네년이 이종족들을 이끄는 게 아니야. 이종족들 뒤에 숨은 거지. 이종족들의 여왕, 마지막 희망? 도대체 자신을 얼마나 거짓으로 꾸미고, 지키는 거냐? 이제부터 내가 네 위선의 장막을 갈기갈기 찢어 주마.”
화하학!
그의 전신에서 불길한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프리즘 아머가 발하는 빛이었다.
그의 생명령을 불태워 터져 나오는 빛이었다.
연소되는 생명력만큼 데미안은 강해진다.
그 모습을 본 세리언이 중얼거렸다.
“단단히 미쳤구나.”
자신을 향한 한 인간의 뿌리 깊은 증오와 분노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도 물러날 수 없었다.
자신이 데미안에게 굴복하면 북 구역 이종족들의 삶이 고달파진다.
설령 세상의 모든 욕과 저주를 한 몸에 받더라도 그녀는 그들을 지켜야 했다.
‘무엇보다 저 저주받은 마물을 세상에 나오게 할 수는 없어.’
그녀의 시선이 데미안 뒤쪽 창고로 향했다.
***
“이런 식으로 던전을 구현하다니. 믿을 수 없군.”
고 노인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스펙트럼 프리즌, 그중에서도 보랏빛 초상 공간 안이었다.
결계술사인 그조차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초상 공간 안은 외부와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었다.
스펙트럼 프리즌도 일종의 결계였다.
하지만 결계술사인 그 역시 이렇게 거대한 결계를 칠 자신이 없었다.
아이템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그 정령왕의 크라운인가 하는 물건의 힘이겠지?”
그때였다.
“이제라도 개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그의 뒤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노인이 뒤를 돌아보니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들 세 명이 보였다.
“호! 내 그림자 안이 답답했던 모양이지?”
“죄송합니다.”
남자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에 고 노인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닐세! 자네들도 사람인데 답답할 만하지.”
고 노인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이들은 바로 그림자 부대에서 차출된 이들이었다.
시장 직속의 처형 부대처럼 오직 고 노인의 명령만 듣는 특작 부대.
요인 납치, 암살, 감시가 이들의 주요 임무였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그림자 속에 숨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물이든 그림자만 있으면 주위에 완벽하게 동화되어 본모습을 숨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 노인은 예외였다.
그는 희귀 능력인 결계술사였다.
결계 술사가 펼친 결계는 완벽하게 외부 공간과 차단된다. 그 때문에 결계술사인 고 노인의 허락 없이 그림자 부대가 감히 그의 그림자에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
다 고 노인이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바로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서 네비게이터를 찾아내 납치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고 노인의 그림자에 숨어 화이트 베어 카라반 근처에 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펙트럼 프리즌이 펼쳐지면서 보랏빛 초상 공간 안에 갇힌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곁에 고 노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던전이나 결계는 고 노인의 전문 분야였다.
네오 서울의 그 어떤 각성자도 감히 그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어떻게, 깰 수 있겠습니까?”
“쯧! 깰 수야 있겠지.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고 노인이 혀를 찼다.
결계술사답게 그는 스펙트럼 프리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결계를 펼쳐 외부의 영향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던전을 부수거나 탈출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그의 능력이라면 탈출하기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림자 부대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장님께서는 반드시 네비게이터를 확보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러려면…….”
“쯧! 어쩔 수 없군.”
고 노인이 혀를 찼다.
그가 악명 높은 처형 부대의 넘버즈라지만, 그래 봤자 진금호의 부하에 불과했다.
진금호의 명령이라면 설령 지옥의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강제로 던전의 문을 열겠다. 충격이 적잖을 테니 모두 단단히 대비하도록.”
“예!”
남자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고 노인은 눈을 감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던전에 강제로 출구를 만들기 위해선 일단 구조와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마나와 던전의 마나를 공명시켜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어렵기에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우웅!
공명음과 함께 고 노인의 손이 푸르게 빛날 때였다.
콰콰콰!
보랏빛 초상 공간이 갑자기 미친 듯이 요동쳤다.
“뭐냐?”
고 노인이 깜짝 놀랐다.
그림자 부대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진이 일어난 것 아닙니까?”
“던전 안은 현실과 분리된 세계이기에 지진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럼?”
“외부의 무언가가 던전에 영향을 주는 게 분명하다.”
“네? 그게 무슨? 이 근처에는 마수가 없는데. 그럼 설마 인간이 이 던전에 영향을 끼치기라도 한다는 겁니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남자가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던전은 하나의 거대한 세계.
이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선 상상도 못 할 막대한 힘이 필요했다.
그런 존재가 있을 리 없었다.
그때였다.
쩌저저적!
남자의 생각을 전면 부인이라도 하듯 보랏빛 초상 공간이 마치 유리처럼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미친!”
콰아아아!
그 순간 부서진 틈으로 엄청난 양의 모래가 쏟아져 들어왔다.
고 노인이 눈을 부릅떴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모래 위에 꼿꼿이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