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샌드 블라스터.
제온이 즐겨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가장 먼저 터득한 스킬이기도 했다.
그만큼 사용하는 것이 능숙했다.
샌드 블라스터 하나의 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수십 개가 한꺼번에 쏘아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지간한 마수 따윈 단숨에 갈아 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도 제온은 많은 마수를 샌드 블라스터로 사냥했다.
그러나 상대는 발록이었다.
육체의 단단함은 어지간한 대형 마수 이상이었고, 무엇보다 강력한 역장이 존재했다.
A급 이상의 고위 마수에겐 역장이 존재하는데, 이 역장은 어지간한 물리, 마법 공격에 강력한 방어력을 발휘한다.
당연히 마수의 등급이 높을수록 이 역장은 더욱 강력해진다.
발록의 정확한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처음 세상에 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놈의 존재감과 역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S급 이상이다.’
최소가 S급이란 의미다.
갓 깨어나도 이 정도인데, 완벽히 힘을 되찾으면 추정조차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이런 놈을 잘도 깨웠구나. 데미안!’
발록은 어지간한 콜로니 정도는 순식간에 멸망시킬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을 네오 서울 코앞에 풀어놨다.
제아무리 엘프들을 꾀어내 엘하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지만, 도가 지나쳤다.
어쩌면 그만큼 제온을 믿고 있는지도 몰랐다.
제온이라면 반드시 발록을 막아 줄 거라고 말이다.
촤아악!
화염 채찍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왔다.
제온은 모래 걸음을 펼쳐 뒤로 물러났다.
간발의 차이로 화염의 채찍이 제온의 얼굴 앞쪽 공간을 스쳐 지나갔다.
지글지글!
단순히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공기가 이글거린다.
어지간한 각성자도 피부가 녹아내릴 만큼 공기가 뜨겁게 달궈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열기는 제온에게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었다.
그에겐 초열의 건틀렛이 있었다.
레드 드래곤의 눈알이 박힌 초열의 건틀렛은 제온을 화염에서 완벽하게 보호했다.
최소한 발록의 화염 공격에 죽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순수한 스킬과 육체의 공방뿐이다.
쐐애액!
다시 화염 채찍이 날아왔다.
화염은 제외하더라도 순수 공격력만으로도 어지간한 마수의 육체를 발기발기 찢어 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까앙!
제온은 초열의 건틀렛으로 화염 채찍을 막아 냈다.
이 역시 초열의 건틀렛 강도가 화염 채찍 못지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바바방!
화염 채찍과 초열의 건틀렛이 연신 격돌하며 공기가 터져 나가고, 사방으로 화염 폭풍이 휘몰아쳤다.
제온과 발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면서 격돌했다.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세리언과 마리엘이 미처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고 노인은 결계를 유지한 채 입을 떡 벌렸다.
“저 정도였다고?”
제온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를 막으라고 보낸 쌍둥이가 연락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강함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발록과 대등할 정도로 육체 능력이 강할 줄은 예상 못 했다.
“그럼 무투계 각성자란 건가?”
고 노인은 이내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제온은 단순한 무투계 각성자가 아니었다.
그의 주위로 물결치는 모래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마치 제온에게 감응이라도 하듯 모래가 요동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사냥개 같다.
제온이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 먹잇감의 목을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제온이 손짓했다. 그러자 모래들이 허공에 둥실 떠올라 뭉쳤다.
어린아이 팔뚝만 하게 뭉친 모래들은 무서운 속도로 발록에게 쏘아졌다.
샌드 미사일이었다.
퍼버버버벙!
한참 채찍을 휘두르던 발록의 거대한 동체 위로 수십 발의 샌드 미사일이 작렬했다.
하지만 발록의 육체엔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예의 역장이 전신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제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샌드 미사일을 퍼부은 것은 바로 역장을 깎아 내기 위함이었다.
제아무리 강한 역장이라도 무한정 유지할 수는 없었다.
발록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갓 데미안의 육체를 차지한 발록에게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물량 공세를 퍼부어 놈의 역장을 깎아 내는 것이다.
다행히 고 노인이 만들어 낸 결계 안에는 엄청난 양의 모래가 있었다. 그리고 제온에겐 막대한 모래를 부릴 지배력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해 보자고.”
제온이 모래를 일으켰다.
해일처럼 일어난 모래는 그대로 발록을 덮쳤다.
콰콰콰!
수십 미터 높이의 모래 해일이 발록을 덮치는 것을 본 세리언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모래……술사라고?”
“맙소사!”
일라이도 눈을 크게 치떴다.
거대한 모래 기둥이 일어나 제온을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이로써 제온이 모래술사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크아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발록이 파멸의 눈을 펼쳤다.
발록의 눈에서 발사된 붉은 광선이 제온을 받치고 있던 모래를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모래가 용암처럼 녹아 흘러내렸다.
결계 안은 순식간에 화산 지대처럼 변했다.
곳곳에 용암의 강이 흐르고, 공기가 뜨겁게 달궈진 것이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폐가 익을 것 같았다.
“흐읍!”
“제기랄!”
간신히 목숨을 구한 이들은 소매로 입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다.
“여왕님!”
보린의 손에 이끌려 물러나는 와중에도 세리언은 제온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제온이 지휘자처럼 손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그를 추적하던 발록 앞의 모래가 폭탄처럼 터졌다.
콰아앙!
엄청난 압력과 수많은 모래 입자가 발록을 덮쳤다.
제온이 크레모아를 펼친 것이다.
어지간한 마수 따윈 크레모아 한 방이면 걸레쪽처럼 산산이 찢겨 나간다.
하지만 상대는 발록이었다.
재앙이라 불리는 마수.
모래는 발록의 몸에 형성된 역장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대로는 안 돼! 저자를 도와줘야 해.”
“안 됩니다. 여왕님!”
일라이가 반대했다.
그녀가 급히 세리언의 앞을 막아서며 말을 이었다.
“여왕님도 보지 않았습니까? 저자가 우리 같은 종족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저자를 도와주면 분명 우리 뒤통수를 칠 겁니다.”
“일라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엘하룬의 위치가 노출되면 쿠라얀에서 넘어온 우리 종족들이 모두 위험에 처합니다.”
일라이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항상 세리언의 자리를 욕심내고, 은밀히 대립해 왔다. 하지만 세리언과 딱 한 가지 뜻이 통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엘하룬이었다.
엘하룬은 쿠라얀에서 넘어온 모든 이들의 최후 보루였다.
더 강한 힘을 갖기 전까지 엘하룬을 보호해야 했다.
“우리가 힘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이 결계 안에 있는 인간들만 죽게 두면 됩니다. 그럼 엘하룬의 비밀은 지켜질 겁니다.”
“안 됩니다. 여왕님!”
보린이 일라이의 말에 반기를 들었다.
“네가 감히!”
일라이가 사나운 눈으로 노려봤지만, 보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엘하룬이 중요한 곳이라는 사실은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중요합니다. 어쨌거나 네오 서울은 저희들이 사는 곳이지 않잖습니까? 가뜩이나 인간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데, 이곳마저 무너지면 여기 살던 우리 종족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왜 없느냐? 엘하룬이 있지 않느냐?”
“전 엘하룬을 모릅니다. 저에겐 이곳이 고향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동족이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냐? 그 입 다물어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지금 제온을 돕지 않으면 네오 서울의 수많은 이들이 죽을 겁니다. 네오 서울 자체야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빈민가의 사람들은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들이 죽으면 우리를 향한 증오와 원망은 더 깊어질 겁니다.”
할 말을 다 토해 낸 보린은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일로 인해 일라이의 미움을 받아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상관없었다.
일라이의 시선이 세리언을 향했다.
“저년의 말을 들으면 안 됩니다.”
“일라이!”
“인간은 우리 적입니다. 그 사실을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후! 미안해요. 일라이! 난 항상 당신의 의견을 존중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겠네요.”
“여왕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설령 엘하룬의 위치가 노출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만큼은 막아야 해요. 그리고 발록을 내버려 두면 우리들은 무사할 것 같나요? 당장이야 무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도 발록에게 많은 피해를 입을 거예요.”
“하지만…….”
“그만해요. 명령이니까. 더 이상 내 말에 토를 달면 항명으로 알고 처벌하겠어요.”
세리언이 서늘한 눈빛으로 일라이를 바라봤다.
이렇게 되자 일라이도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제기랄!’
굴욕감에 일라이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세리언은 그런 일라이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섰다.
제온이 발록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결계 안의 공간은 용암 지대로 변해 있었다.
이것 역시 발록의 권능이었다.
발록과 같이 등급을 초월한 마수들은 주위 환경을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킨다.
본능적으로 일대를 테라포밍하는 것이다.
발록은 지옥의 화염 속에서 태어난 마수였다.
고열과 화염을 먹고 자란 발록에게 이런 지형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환경이 변해 갈수록 발록은 더더욱 큰 힘을 얻었다.
그런 발록을 향한 제온의 공세도 거세졌다.
콰콰쾅!
제온은 모래를 닥치는 대로 끌어와 발록을 공격했다. 하지만 일대의 모래가 거의 녹아내려 부릴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었다.
제온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전력을 다해야 하나?’
마음만 먹으면 저 용암 밑 모래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전력을 모두 노출하는 꼴이 된다.
제온이 살짝 갈등할 때였다.
“내가 도울게요.”
세리언이 크게 소리치며 스킬을 펼쳤다.
그녀의 전신에서 엄청난 빛무리가 터져 나오더니 제온에게 쏘아졌다.
순간 제온은 막대한 힘이 들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세리언의 스킬 중 하나인 대지의 축복이었다.
대지의 축복은 일시적으로 자신의 마나를 전이해 주는 버프 스킬이었다.
세리언은 S급 각성자였다.
당연히 그녀의 마나는 바다처럼 넓고 깊었다.
그렇게 엄청난 마나 중 상당 부분을 제온에게 전이해 줬다.
이제까지 느껴 보지 못한 엄청난 충만감에 제온이 살짝 놀랐을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마음먹고 강대한 스킬을 써도 아무도 그게 본신의 능력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좋아!”
제온이 크게 외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발록이 그런 제온을 쫓아 날아왔다.
발록의 등 뒤엔 어느새 한 쌍의 화염 날개가 자라나 있었다.
화염 날개를 펄럭이며 발록은 순식간에 제온에게 접근했다.
파앙!
발록이 음속을 돌파하며 소닉붐이 터져 나왔다.
놈의 손에 들린 화염 채찍이 창처럼 뾰족하게 변해 제온의 숨통을 노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제온이 조용히 읊조렸다.
“샌드 스톰!”
콰아아!
순간 용암이 뒤집히며 밑에 깔려 있던 엄청난 양의 모래들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용솟음친 모래는 무섭게 회전하며 제온을 공격하던 발록과 화염채찍을 집어삼켰다.
제온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샌드 믹서!”
가아아앙!
곱디고운 모래 입자들이 믹서기처럼 돌며 발록의 역장을 갉아 버렸다.
역장이 사라진 발록의 피부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모래 입자에 노출됐다.
콰가가각!
그렇게 단단하던 발록의 피부가 고운 모래 입자에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쿠워어!
엄청난 고통에 발록이 피어를 터트리며 파멸의 눈을 난사했다.
화염을 머금은 고열의 광선이 결계 안 곳곳을 강타했다.
고 노인이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제기랄! 더는 못 버텨. 어서 끝내라고.”
그때 세리언과 보린이 공격 스킬을 펼쳤다.
그녀들의 공격에 모래 입자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순간 제온이 엑시온을 방출했다.
드디어 최대 출력을 낸 것이다.
검은 모래를 날개처럼 드리운 채 제온이 발록을 직격했다.
콰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