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던전 말입니까?”
“그래 던전.”
제온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지령은 총 인원 삼백 명에 달하는 페가수스 공략대를 이끄는 남자였다.
페가수스 공략대는 네오 서울의 모든 공략대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이 공략하지 못한 던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공략대들이 포기한 난공불락의 던전마저 공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중심에 이지령이 있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엄청난 무력으로 페가수스 공략대를 선두에서 이끌었다.
그런 이지령이 타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슨 던전인데 그럽니까?”
“나도 몰라.”
“네?”
“네오 서울에서 사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탐사팀이 던전을 발견했어.”
페가수스 공략대는 던전을 발굴하는 탐사팀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사막으로 나가 던전을 찾아낸다.
그들이 찾아낸 던전과 정보를 바탕으로 페가수스 공략대는 공략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제온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백 킬로미터라면 꽤 먼 곳이군요.”
“아마 이제까지 발견된 던전 중에서 가장 먼 곳에서 발견된 걸 거야. 덕분에 탐사팀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
네오 서울에서 먼 곳일수록 더 강한 마수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사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라면 굉장히 강한 마수들의 서식지가 존재할 확률이 높았다.
“던전을 발견했으면 공략하면 되잖아요. 뭐가 문젭니까?”
“큰 문제가 있지. 바로 모래 속 깊은 곳에 있거든. 탐사팀의 보고로는 적어도 지하 일이백 미터 아래 있을 것 같다더군.”
“흠!”
그제야 제온은 이지령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아차렸다.
모래 아래 있는 던전은 입구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모래를 파고 들어가면 찾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모래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모래를 아무리 퍼 내도 주위의 모래가 무너져 그 자리를 메꾼다. 모래가 덮인 범위가 좁다면 상관없겠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모래를 파서 지하에 묻혀 있는 던전을 공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때문에 이지령도 제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탐사팀엔 던전만 전문적으로 감지하는 각성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던전이 발생하면 일어나는 마나의 이상 동향과 유동을 감지한다.
하지만 이들이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은 그리 넓지 않았다. 하물며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던전을 감지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다.
모래 깊은 곳에 파묻혀 있는 던전을 발견한 것은 그들의 능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그만큼 던전에서 발생한 마나의 이상 동향이 강력했기에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백 미터 위 지상에서도 느껴질 만큼 강력한 마나를 품고 있다면 그만큼 위험한 던전일 확률이 높았다.
“위험한 던전일수록 보상도 큰 법이지. 어때? 흥미가 끌리지 않나?”
“조금 끌리긴 하네요.”
“넌 던전으로 가는 길만 확보해 주면 돼. 나머지는 우리 공략대가 알아서 하지.”
“흠!”
“내 동생을 죽인 빚은 그걸로 대신하지.”
“저번에도 없는 것으로 하겠단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요.”
“그때하고는 또 상황이 다르니까. 어떻게 할 텐가?”
이지령이 열기 가득한 눈빛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꼭 용암을 머금은 것 같았다.
거절 따윈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신에 찬 눈빛.
그가 품고 있는 거대한 야망이 눈을 통해 발산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참여하죠.”
“잘 생각했어. 너에게도 돌아갈 보상이 적지 않을 거야.”
“출발은 언젭니까?”
“공략 준비를 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거야.”
위험도가 높은 던전일수록 당연히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린다.
한 달도 최소한으로 잡은 거였다.
“몇 명 더 데려가도 됩니까?”
“누구? 아, 얘들?”
이지령은 단숨에 제온이 데려가려는 이들을 눈치챘다.
바로 레빈과 브리엘이었다.
“네!”
“상관없어.”
“그럼 그들도 함께 가는 걸로 하죠.”
“알았어. 그렇게 알고 있지.”
탁!
이지령이 탁자 위에 음식값을 놓고 일어섰다.
“잘 먹었어, 영감! 음식 꽤 맛있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지.”
“흐흐! 언제든 찾아오십시오.”
클렉시 영감이 이지령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지령은 그런 클렉시 영감을 슬쩍 바라본 후 자리를 떴다.
그가 사라지자 레빈이 물었다.
“괜찮겠어요? 형!”
“뭐가?”
“네오 서울에서 사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던전이라잖아요. 삼백 명이 넘는 대인원이 움직이면 분명 마수들이 꼬일 텐데.”
“그래도 도착하는 데 문제는 없을 거야. 문제는 그 이후지.”
“지하 수백 미터 아래 존재하는 던전이라면 위험하겠죠?”
“위험하겠지.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클 거야.”
레빈도 던전에 한번 들어간 후 크게 성장했다.
던전을 경험한 각성자와 그렇지 못한 각성자의 차이는 그만큼 크다.
그것이 페가수스 공략대가 강한 이유였다.
수많은 던전을 밥 먹듯이 공략했으니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제온이 브리엘과 레빈을 데려가는 이유였다.
두 사람은 아직 더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또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그때였다.
탁!
클렉시 영감이 제온과 레빈 앞에 음식을 내놨다.
이지령이 먹던 것과 똑같은 음식이었다.
“먹어라.”
“네!”
“그나저나 페가수스 공략대의 이지령이라니. 제법 큰 거물이 엮였구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흐흐! 네놈의 능력이 범상치 않으니 위험한 놈들만 꼬이는구나. 조심해라. 이지령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놈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네가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울 수 있다.”
“주의하죠.”
“그래! 뭐, 어련히 알아서 할까? 네놈도 만만치 않게 음흉하고, 더 위험한 놈인데.”
“저만큼 투명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럽니까?”
“그런 놈이 모래술사라는 사실을 그렇게 감쪽같이 숨겨?”
“뭐, 누구나 조그만 비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잖아요.”
“그게 조그만 비밀이냐? 이 망할 자식아.”
“손님에게 욕은 왜 하십니까? 밥맛 떨어지게.”
“야! 이 자식아.”
클렉시 영감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제온은 못 들은 척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레빈도 ‘쿡쿡’ 웃으며 식사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클렉시 영감히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늙었구나. 저 모습을 보고도 화가 나지 않으니.”
***
식사를 마친 후 레빈은 쉬겠다고 집에 들어갔고, 제온은 혼자 거리를 걸었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강렬한 열기에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빈민가는 전력이 부족해 에어컨을 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니, 에어컨을 소유한 이조차 드물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그늘에서 쉬는 것이 열기를 식힐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것이 빈민가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제온도 각성하지 않았다면 저들과 같은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응?”
갑자기 제온이 멈춰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였다.
촤하학!
갑자기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그늘서 부채질하던 노인이 칼을 들고 달려들었고, 제온의 곁을 스쳐 지나가던 여자가 허벅지에서 단검을 꺼내 찔러 왔다.
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암살자가 되어 제온을 공격했다.
제온은 당황하지 않고 뒤로 슬쩍 물러났다.
간발의 차이로 단검과 칼이 지나갔다.
“이야아!”
“죽엇!”
기습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암살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제온을 공격해 왔다.
제온은 모래 걸음을 펼쳐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몸놀림을 자세히 살폈다.
‘모두 무투계 각성자들인가?’
오직 무투계 각성자들만이 이런 몸놀림을 보일 수 있다.
그것도 암살에 특화된 각성자들이다.
극도로 정제된 효율적인 움직임.
마치 고양이처럼 소리 없는 민첩함.
마지막으로 암살에 특화된 스킬까지.
십여 명이 넘는 암살자들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제온을 공격했다.
쉬쉭!
여자가 든 단검이 위협적으로 날아왔다.
제온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초열의 건틀렛을 낀 주먹을 마주 날렸다.
까앙!
그의 주먹질 한 방에 단도가 댕강 부러졌다.
무기를 잃고 당황하는 여자의 얼굴에 제온의 발길질이 작렬했다.
쾅!
“꺄악!”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서령!”
“이 새끼가.”
여자가 피를 뿌리며 나뒹구는 모습을 본 암살자들이 분노했다.
그들은 더 날카롭게 제온을 공격했다. 하지만 제온의 몸놀림은 그들 이상으로 날랬다.
간발의 차이로 암살자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주먹을 날렸다.
퍼억! 퍽!
“커억!”
“켁!”
그때마다 암살자들이 나가떨어졌다.
암살자들은 제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모래나 화염 스킬을 쓸 필요도 없었다.
제온의 육체 능력은 무투계 각성자인 암살자들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력했다.
“크윽!”
“흐어어!”
순식간에 제압당한 암살자들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렸다.
그때였다.
짝짝짝!
“대단하군. 그래도 남 구역에서 제법 힘쓴다는 애들인데 이렇게 손쉽게 제압하다니.”
누군가 박수를 치며 나타났다.
거리 그늘진 곳에서 나타난 남자는 빈민가에 어울리지 않게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제온이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판청천?”
“역시 알아보는군.”
양복을 입은 남자는 바로 판청천이었다.
남 구역의 지배자 샤오룬의 심복이었다.
제온이 그를 알아본 것은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경매를 열었을 때 판청천도 참여했다. 그리고 아스트로의 화염검과 늙은 뱀의 왕관, 그리고 추락한 별의 방패를 낙찰받았다.
비록 정령왕의 크라운 때문에 묻히긴 했지만, 그가 낙찰받은 아이템들은 대단한 것들이었다.
판청천이 쓰러져 있는 암살자들을 보며 싸늘히 말했다.
“쓸모없는 것들.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 꺼져라.”
“네!”
“크윽!”
암살자들이 고통을 참으며 자리를 피했다.
그나마 제온이 사정을 봐줬기에 죽은 이들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지 암살자들은 힘겹게 자리를 뜨면서도 살기 어린 눈으로 제온을 노려봤다.
제온이 판청천에게 말했다.
“당신은요?”
“뭐가 말이냐?”
“당신도 꺼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건방진!”
판청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사나운 말투와 달리 그는 제온을 공격하지 않았다.
발록을 쓰러트린 제온의 실력을 알기 때문이다.
‘전력을 다하면 내가 이기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그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바로 클래스의 상성 때문이었다.
그는 대인전에 특화된 무투계 각성자다.
마수를 사냥하는 데는 제온이 훨씬 더 유리할지 모르지만, 같은 인간을 상대하는 것엔 무투계 각성자를 따르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는 단순한 무투계 각성자가 아니다.
백 년 전 한국으로 유학 온 그의 할아버지는 무술의 고수였다. 그의 무술은 후대인 판청천에게 이어졌고, 각성 능력과 결합됐다.
가공할 육체 능력과 무술이 합쳐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자신보다 윗 등급인 각성자와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나와 함께 네오 서울로 들어가자. 샤오룬 님이 부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