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제온이 물었다.
“내가 왜요?”
“샤오룬 님의 부름이다.”
“그가 부르면 제가 가야 하나요? 강아지도 아닌데.”
“감히 샤오룬 님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판청천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제온은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와 아무런 친분도 없어요. 그런데 왜 내가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거죠?”
“샤오룬 님은 남 구역의 지배자이시다.”
“잊었나 본데 제가 사는 이곳은 남 구역이 아니라 빈민가예요.”
“그래서 거역하겠다고?”
“내가 남 구역으로 가야 할 이유를 말해 봐요. 납득할 수 있게…….”
“무언가 착각하고 있군.”
“네?”
“나는 지금 부탁하는 게 아니다. 명령하는 거다.”
“착각은 당신이 하는 것 같군요. 나는 당신의 명령을 들을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온의 차가운 대답에 샤오룬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그래서 가지 않겠다고?”
“네!”
“후회할 텐데.”
“누가 후회할진 두고 보면 알겠죠.”
“지금 그 말…… 잊지 마라.”
쾅!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폭음이 터져 나왔다.
판청천이 주먹을 날린 것이다.
제온의 몸이 뒤로 훌훌 날아가고 있었다. 불의의 일격에 강타당한 것이다.
판청천이 제온을 따라 몸을 날렷다.
그의 손은 어느새 붉게 빛나고 있었다.
판청천의 주력 스킬인 죽엽수였다.
중국의 고대 무술과 결합된 그만의 스킬이었다.
마나를 오러로 변환시키고, 변환시킨 오러에 강철같이 단단한 성질을 부여한다.
그 위력은 대형 마수의 숨통마저 끊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쾅!
판청천이 다시 한번 죽엽수를 날렸다.
그의 손날에 강타당한 제온이 또다시 저 멀리 날아갔다.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구는 제온을 보고 판청천이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너 같은 놈을 안다. 고집불통에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잘난 줄 알지. 겉보기엔 유순해 보이지만, 안에는 능구렁이 수십 마리를 키우고 있는 독사 같은 놈. 아마 타지크도 네가 죽였겠지.”
그는 제온이 타지크를 죽였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타지크와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의 능력까지 과소평가하지는 않았다.
타지크는 오만한 만큼 능력이 있는 사내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미쳐서 날뛰다가 사막에서 샌드웜의 밥이 되었다. 누군가의 수작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판청천은 제온이 그 원흉이라고 생각했다.
쾅!
그가 다시 제온에게 죽엽수를 펼쳤다.
그의 주먹에 강타당한 제온이 또다시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판청천이 제온이 쓰러진 곳으로 걸어갔다.
“사지를 모두 부러트려 개처럼 끌고 가 주마. 그럼 샤오룬 님도 네놈에 관한 생각을 바꾸시겠지.”
샤오룬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온을 포섭하라고 했다.
그만큼 제온의 각성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판청천의 생각은 달랐다.
제온의 능력이 비록 대단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 구역에 들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샤오룬의 명이기에 어쩔 수 없이 따랐지만, 이렇게 제온이 반항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항하기에 병신으로 만들었다 변명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디 마음껏 반항해 봐라. 애송아!”
판청천이 다시 죽엽수를 펼쳤다.
이번에 그가 노리는 곳은 무릎이었다.
무릎 관절을 부숴 병신으로 만들 생각인 것이다.
쾅!
폭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주먹을 휘두른 것도 판청천이었고, 신음을 터트린 것도 그였다.
판청천이 주먹을 부여잡고 뒤로 쿵쿵 물러나고 있었다.
그의 주먹을 강타한 것은 바로 제온의 주먹이었다.
죽엽수에 강타당하기 직전 초열의 건틀렛을 낀 주먹을 마주 휘두른 것이다.
판청천의 주먹은 퉁퉁 부어 있었다.
죽엽수라는 스킬을 펼쳤는데도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반면 제온은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제온이 바지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툭툭 털며 중얼거렸다.
“대화하다가 기습하는 게 남 구역의 방식인가 보죠?”
“기습 또한 전투의 한 방식. 당하는 게 병신이지.”
판청천이 퉁퉁 부은 주먹을 털며 대꾸했다.
그의 주먹은 금방 원 상태로 돌아왔다.
판청천은 B급 무투계 각성자였다.
거기에 조상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술을 익혔다.
육체의 활성도가 일반적인 각성자와 달랐다.
B급 무투계 각성자이지만, 실제로는 A급에 가까운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육체의 회복력 또한 남달랐다.
모르는 이가 봤다면 트롤이라고 착각할 만큼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물론 그 대가로 엄청난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말이다.
“너는…….”
쾅!
판청천이 뭐라 말하려 할 때 엄청난 충격이 강타했다.
이번엔 제온이 그를 급습해 일격을 날린 것이다.
판청천은 마치 볼링 핀처럼 저 멀리 튕겨 나갔다.
그런 그를 제온이 쫓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단축한 제온이 주먹을 휘둘렀다.
“큭! 감히.”
무술의 고수답게 판청천은 그 상황에서도 몸을 뒤집어 제온의 공격을 막아 냈다.
뻐억!
강렬한 격타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휘청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서로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퍼버버벅!
두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이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또 방어했다.
판청천의 얼굴에 당혹한 기색이 어렸다.
‘뭐야? 무투 계열도 아니면서 몸놀림이 왜 이리 빨라. 설마 나처럼 무술을 익힌 건가?’
그만큼 제온의 몸놀림은 그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제온의 각성 능력이라고 알려진 모래는 사용하지도 않았다. 순수한 육체 능력만으로 판청천과 대등히 싸우는 것이다.
쐐애액!
제온이 몸을 낮게 깐 채 접근해 오더니 주먹을 올려쳤다.
판청천은 죽엽수로 제온의 주먹을 막아 낸 후 강력한 발차기를 시전했다.
쾅!
폭음과 함께 제온의 몸이 휘청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그의 손은 자신을 강타한 판청천의 발을 휘감고 있었다.
“너?”
판청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의 발을 붙잡고 있는 제온의 눈이 보였다.
그의 눈엔 일말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온은 그대로 판청천의 다리를 비틀었다.
뿌드득!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판청천의 무릎 관절이 박살 났다.
“크억!”
판청천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제아무리 괴물 같은 회복력을 지닌 판청천이라지만, 인간의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무릎 관절처럼 큰 부위의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제온이 그가 회복하는 것을 기다려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제온의 주먹이 판청천의 가슴에 작렬했다.
쾅!
“크억!”
판청천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순간 제온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제온이 판청천이 추락하는 곳을 향해 무섭게 떨어져 내렸다.
콰앙!
폭음과 함께 판청천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제온의 무릎이 그의 얼굴을 강타한 것이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목숨을 잃었거나 의식이 날아갔을 만큼 엄청난 충격이 그를 관통했다.
하지만 판청천은 보통 각성자가 아니었다.
가슴과 얼굴을 강타당하는 그 짧은 순간 마나를 끌어 올려 보호한 것이다.
오러 실드라고 불리는 스킬이었다.
덕분에 판청천은 치명상을 면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당혹과 분노로 보기 싫게 일그러져 있었다.
무투계 각성자인 그가 같은 무투 계열이 아닌 제온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
“용서하지 않겠다. 놈!”
쿠우우!
그가 전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붉은 오러가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 상태 그대로 판청천이 돌진했다.
한쪽 다리가 불편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멀쩡한 다리로 대지를 박차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추진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붉은 오러로 전신을 감싼 채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유성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제온이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지붕과 바닥에 쌓여 있던 모래들이 자석에 끌린 것처럼 제온에게 끌려왔다.
휘류류!
제온의 주위를 소용돌이치며 휘도는 모래 입자들.
순식간에 제온의 모습이 모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정말 모래를 부리는구나. 하지만 모래로는 나를 막을 수 없다.’
판청천은 이번 일격에 자신의 모든 힘을 담았다.
유성추라는 이름의 스킬이었다.
한낱 모래 따위가 자신의 유성추를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뒈져랏!”
판청천은 전력으로 제온에게 부딪쳐 갔다.
말 그대로 온몸을 던져 제온을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제온에게 미처 닿지 못했다.
판청천에게 강타당하기 전 제온의 몸을 휘돌던 모래들이 쏘아져 온 것이다.
모래를 고압으로 응축해 쏘아 내는 제온만의 스킬.
바로 샌드 블라스터였다.
퍼억!
샌드 블라스터가 판청천에게 작렬했다.
위력이 제법 강했지만 판청천에게 큰 충격을 주긴 부족했다.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오러 실드 덕분이었다.
판청천은 오러 실드를 믿고 계속 전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제온이 날리는 샌드 블라스터는 겨우 한 줄기가 아니란 것이다.
슈슈슈슈!
수십 줄기의 샌드 블라스터가 시간 차이 거의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왔다.
퍼버버벅!
판청천이 연이어 샌드 블라스터에 적중했다.
한 발씩 적중할 때마다 그가 달려드는 속도가 늦어졌다.
한 발, 두 발, 열 발, 그리고 마지막 스무 발이 판청천에게 작렬했다.
콰앙!
“크악!”
판청천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붉은 오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제온이 마지막으로 손을 휘둘렀다.
순간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어마어마한 충격이 판청천을 강타했다.
제온이 샌드 미사일을 날린 것이다.
퍼어엉!
폭음과 함께 판청천이 뒤로 훌훌 날아가 바닥에 추락했다. 그런 그의 전신은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팔다리는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고, 가슴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나마 무투계 각성자답게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목숨을 구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마지막 공격에 절명했을 것이다.
“쿨럭! 크윽!”
판청천이 피를 토했다.
그렇지 않아도 피로 물든 목과 가슴이 더 붉게 변했다.
판청천은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판청천은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대자로 누웠다.
“제……기랄! 비겁하게 모래 따위를 쓰다니.”
“모래를 부리는 게 내 능력인데요? 당하는 게 병신이죠.”
제온은 판청천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판청천은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제온이 그에게 말했다.
“샤오룬에게 똑똑히 전해요. 나에게 볼일이 있으면 직접 오라고.”
“겨우 나 하나 쓰러트렸다고 기고만장하구나. 네놈은 샤오룬 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까 자신 있으면 직접 오라구요. 아니면 정중하게 초대하든지. 아무리 예의가 없어도 그렇지, 사람을 보내 납치나 하려 하다니.”
“크윽!”
“아무튼 내 뜻은 확실히 밝혔어요. 다음에도 이렇게 나오면 전쟁이에요.”
“전쟁?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네가 아무리 강해도 남 구역 전부를 이길 수는 없다.”
“내가 시청과 협력한다면? 북 구역과 손을 잡는다면? 아니면 서 구역과……. 그래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가요?”
“…….”
판청천이 입을 다물었다.
모래를 다룰 수 있는 제온의 능력과 다른 구역의 힘이 합쳐진다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뻔했기 때문이다.
제온과 맞붙어 보니 알겠다.
그의 능력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말이다.
그런 일만큼은 절대 막아야 했다.
“미안……하다.”
“뭐라구요?”
“오늘 일은 샤오룬 님의 뜻이 아니었다. 나의 독단이니 남 구역의 뜻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다오.”
판청천이 자존심을 꺾고 사과했다.
그의 어깨가 굴욕으로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