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샤오룬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짜글짜글한 얼굴에 더욱 많은 주름이 생겨났다.
“그러니까 놈이 내 제안을 거절했다는 말이지?”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휠체어에 탄 판청천이 말끝을 흐렸다.
사지가 부러져 제힘으로는 걸을 수조차 없기에 휠체어 신세를 진 것이다.
샤오룬은 그런 판청천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조금 오만해도 능력이 있기에 측근으로 두고 있었는데, 꼴사납게 망가져서 돌아온 것이다.
팔다리가 잘린 것도 아니었기에 치료만 하면 예전의 능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샤오룬의 마음이 판청천에게서 떠났다는 것이다.
“놈이 정말로 모래를 부리더냐?”
“네! 모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걸 봤습니다.”
“하면 진짜 모래술사란 말이군. 이걸 어떡해야 하나?”
톡톡!
샤오룬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이렇게 되면 관계를 회복할 여지가 없는 건가?”
마약을 공급해 주던 악어들이 그에게 몰살을 당하고, 타지크마저 목숨을 잃었다.
이젠 판청천마저 병신이 되어 돌아왔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줄줄이 어긋나기만 한다.
어긋난 관계를 풀려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결국 놈과는 적이 될 수밖에 없겠군.”
“제온을 얕보면 안 됩니다. 놈은 우리가 적대시하면 다른 구역과 손을 잡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네?”
“네놈은 놈의 협박을 듣기만 한 거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놈이 다른 구역과 손을 잡으면 저희가 위험해집니다.”
“내 귀에는 네놈의 목숨이 아까워서 구걸한 것으로 들리는데.”
“절대 아닙니다. 저는 샤오룬 님을 위하는 마음으로…….”
“실망이구나. 청천! 놈이 협박했으면 죽어도 맞서 싸웠어야지. 꼬리 만 개처럼 그냥 돌아왔다고. 그게 목숨을 구걸한 게 아니면 뭐란 말이냐?”
샤오룬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순간 판청천이 급히 휠체어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아직 뼈가 붙지 않아 고통이 엄청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용서해 주십시오. 샤오룬 님!”
“청천, 청천! 이 가련한 것아. 투견이면 투견답게 싸우다 죽었어야지, 꼬리를 말고 돌아와 주인의 체면을 상하게 만들어?”
“제발…….”
그 순간 샤오룬의 눈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판청천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어렸다.
“아, 안 돼!”
그는 본능적으로 샤오룬의 눈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눈이 마주친 후였다.
쩌저적!
그의 몸이 돌로 변하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제일 먼 발끝부터 돌로 변하기 시작해서 종아리, 허벅지로 올라왔다.
자신의 몸이 돌로 변하는 것을 본 판청천이 애원했다.
“안 돼! 용서를……. 샤오룬 님!”
“패배한 것은 용서해도, 내 체면을 깎아 먹는 것은 절대 봐줄 수 없지.”
“그렇게 개처럼 충성했는데.”
“그래! 너의 충성심은 오래도록 기억하마.”
“으아아!”
마지막으로 절규하던 표정 그대로 판청천은 돌이 됐다.
멀쩡히 살아 움직이던 인간이 석상이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샤오룬의 각성 능력인 석회안이었다.
눈이 마주친 존재를 돌로 만들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그래서 그를 예전부터 아는 자들은 바실리스크라고 불렀다.
석회안이 모두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샤오룬보다 각성 등급이 높거나 방비할 수 있는 스킬을 지닌 자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한번 펼치고 나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기에 자주 쓸 수는 없었다.
샤오룬은 싸늘한 시선으로 석상이 된 판청천을 바라봤다.
일단 한번 돌이 되면 절대로 되살릴 수 없다.
샤오룬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쾅!
폭음과 함께 석상이 산산이 부서졌다.
“치워라.”
“예!”
샤오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기하던 사람들이 나타나 판청천의 잔해를 치웠다.
혼자 남은 샤오룬이 창밖을 바라봤다.
저 멀리 우뚝 솟은 시청사 건물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설마 놈이 진금호와 손을 잡진 않겠지?”
***
판청천과의 격돌이 있고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샤오룬과 남 구역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제온은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제온이 로브를 꺼내 입는 모습을 본 브리엘이 물었다.
“어디 가?”
“응!”
“어디 가는데?”
“잠깐 네오 서울 들어갔다가 오려고.”
“네오 서울?”
“너도 갈래?”
“아니, 됐어! 괜히 복잡하기만 하고 내 취향은 아냐.”
브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네오 서울은 모든 것이 통제되는 도시였다.
네오 서울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기록된다.
브리엘은 그런 분위기가 싫었다.
자유를 사랑하는 엘프에게 네오 서울의 차갑고 경직된 분위기는 큰 두려움을 안겨 줬다.
제온이 이해한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그럼 나 혼자 갔다 올게.”
“언제 돌아올 거야?”
“이왕 들어갔으니 며칠 있다 오려고. 그래도 너무 늦진 않을 거야.”
“알았어! 잘 다녀와.”
“그래!”
제온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제온은 곧장 네오 서울 입구로 향했다.
네오 서울로 들어가는 문에는 각성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제온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들이 경계했다.
“멈춰서 신분을 밝혀라.”
신분이 확실치 않으면 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다.
제온은 그들에게 서태란에게서 받은 출입증을 내밀었다.
“시청에서 초대받았습니다.”
“시청?”
각성자가 출입증을 받아 살폈다.
출입증엔 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혹시 당신이 제온입니까?”
“맞습니다.”
“실례했습니다. 통과하십시오.”
성문을 지키는 각성자들에게 이미 제온을 통과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황이었다.
제온은 출입증을 받아 네오 서울로 들어갔다.
정문을 지키던 각성자들이 그런 제온의 뒷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
“저자가 모래술사란 말이지?”
“씨발! 빈민가 거지 새끼가 각성 능력 좋은 것 얻어 팔자가 폈군.”
“쉿! 조용해. 듣겠어.”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그건 아니지만…….”
“하! 부럽다. 나도 저런 능력을 얻었으면 얼마나 좋아. 여자들이 줄줄 따랐을 거 아냐.”
“씨발! 그 얼굴에? 넌 그래도 안 돼.”
“뭐라고? 개새끼야!”
각성자들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다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온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그가 십 분쯤 걸었을 때였다.
끼익!
그의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마정석으로 움직이는 차량이었다.
차에서 내린 이는 붉은 재킷과 치마를 입은 여자였다.
제온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서태란!’
바로 시장 진금호의 비서인 서태란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제온이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문을 통과한 지 십 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그 사실을 알고 서태란이 마중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다.
“반가워요.”
“어떻게 벌써 마중 나온 겁니까?”
“출입증이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시청으로 신호가 와요.”
서태란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신호가 가는 건지 몰랐지만, 적어도 출입증을 가진 이들의 동향은 시청에 의해 파악되는 것이 분명했다.
‘이게 빅브라더라는 건가?’
시청과 진금호가 몰라서 각 구역이나 각성자들을 방치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움직임은 손금보듯 파악하는 게 분명했다.
제온은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반기를 들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오 서울 초기부터 구축된 체제였기에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네오 서울을 제외한 그 어떤 콜로니도 이런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적어도 제온이 가 본 콜로니 중에서는 네오 서울이 유일했다.
어쩌면 이런 체계야말로 진금호의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온이 타자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사막에서 타고 다니는 차들은 무척이나 소음이 심했다. 험로를 헤쳐 나가야 하다 보니 안락함이나 편의성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네오 서울에서 운행하는 차는 정숙성에 중점을 뒀다.
“차가 좋네요.”
“제온 님도 네오 서울에 들어오시면 이런 차를 타실 수 있을 겁니다.”
“차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하긴 제온 님에겐 차가 필요 없겠군요. 모래만 있다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반대로 모래가 없다면 힘들게 걸어야 하죠. 네오 서울처럼요.”
네오 서울 거리는 깨끗했다.
모래는커녕 돌멩이 하나 보이지 않았다.
네오 서울을 보호하는 마법진과 결계 덕분이었다.
외부의 모래는 절대 마법진을 통과해 들어올 수 없었다. 덕분에 이곳의 공기는 늘 깨끗하게 유지되었다.
네오 서울 사람들이 받는 가장 큰 혜택이 바로 깨끗한 공기였다. 빈민가 사람들은 늘 텁텁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야 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였다.
모래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이 첨단의 도시는 제온과는 상극이었다.
“굳이 네오 서울 안에서 모래를 이용할 이유가 있나요? 이렇게 편리한 수단이 많은데.”
“그래도 없으면 허전해서요.”
“익숙해지시면 괜찮을 거예요.”
서태란의 말에 제온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도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모래술사에게 모래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지내라고 말하는 건, 마수에게서 이빨과 발톱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태란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말 몇 마디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벌써 다른 세력에 소속되었을 것이다.
‘늑대 같은 남자야. 차라리 자신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될지언정 타인의 밑엔 절대 들어갈 사람이 아니야.’
서태란은 이미 제온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쳤다.
제온이 사막에 나가 있던 팔 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시 네오 서울에 들어온 후의 행적을 샅샅이 파헤쳤다.
그 결과 제온의 기질과 성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사람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달리해야 했다.
동대문이나 남 구역처럼 우격다짐 식으로 강압하는 것은 이 남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런 남자에게는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해.’
다른 각성자라면 이렇게 신경 쓰지도 않을 것이다.
무투계, 마법계, 저주계, 기계화 각성자는 발에 챌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모래술사는 제온이 유일했다.
단순히 희소한 것뿐 아니라 그만큼 능력도 독보적이었다.
반드시 시청이 포섭해야 했다.
서태란이 잠시 상념에 빠진 사이 차는 시청 앞에 도착했다.
제온은 차에서 내려 거대한 시청사를 올려다봤다.
멀리서 보는 것과 바로 밑에서 시청사를 올려다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서 있는 것 같았다.
거인의 머리 위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서태란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시선의 주인이 누군지 말이다.
‘진금호!’
그가 네오 서울 가장 높은 곳에서 제온을 굽어보고 있었다.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올라오고, 절로 주먹이 꽉 쥐어졌다.
진금호의 시선에 제온의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레비아탄을 상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시청사 자체가 진금호의 몸 같았다.
“후!”
제온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자 온몸을 짓누르던 엄청난 압박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제온이 서태란에게 말했다.
“올라가죠.”
“네?”
서태란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이곳에서 진금호의 눈빛을 느낀 자는 몇 명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평정심을 되찾은 자는 제온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내 예상보다 더 대단하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