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
16화
6번째 대멸망은 세상의 기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대지 대부분은 사막이 되었고, 많은 생명체가 멸종했다.
마수까지 출현하면서 겨우 살아남았던 생명체들마저 잡아먹히고 말았다.
그렇게 기존의 생명체 대부분이 멸종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생명체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쌍봉낙타다.
원래 사막에서 살았던 생명체답게 살아남은 것이다.
놈들은 단지 살아남은 것뿐 아니라 더 크고 강하게 진화해 F급 마수가 됐다.
놈들의 목에는 진화의 상징인 갈기가 존재한다. 갈기 한 올 한 올이 마치 철사처럼 강한 탄성을 가지고 있었다.
쌍봉낙타는 이 갈기를 발사해 자신을 보호한다.
갈기의 묘용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었다.
멀리서도 다른 마수들을 감지할 수 있는 일종의 레이더 역할을 했다.
이런 진화 덕분에 마수들이 들끓는 사막에서도 살아남았다.
스캐빈저들은 쌍봉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했다.
쌍봉낙타는 그야말로 최고의 이동 수단이었다.
스캐빈저 수십 명이 쌍봉낙타를 타고 아르켈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직은 거리가 많이 남아 있지만, 금세 좁혀질 것이다.
파빌사가 혀를 찼다.
“저 끈질긴 놈들! 기어이 여기까지 쫓아왔군. 하필 악명 높은 흑상어단이야.”
“흑상어단?”
“갑자기 세를 엄청나게 불린 녀석들이야. 단장이 D급 각성자라고 하더군.”
“D급?”
“스캐빈저 무리를 이끄는 각성자치곤 꽤 등급이 높지. 그 정도 실력이면 네오 서울에 들어가도 될 텐데, 무슨 이유에선지 스캐빈저의 우두머리로 남아 있더군.”
파빌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때 제온과 케일리가 들어왔다.
“스캐빈저예요.”
“나도 봤다.”
“아르켈론을 이동시킬까요?”
“그래 봐야 또 따라올 것이다.”
“그럼 싸울까요?”
케일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건 내가 해결하지.”
대답한 이는 데이오든이었다.
파빌사는 놀라지 않았다.
데이오든이라면 으레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데이오든이 제온에게 말했다.
“스캐빈저는 네가 맡아라.”
“제가 말입니까?”
“보물을 받았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데이오든의 말에 제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마수와는 몇 번 싸워 봤지만,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연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제온에게 데이오든이 이죽거렸다.
“두려우면 빠지든가?”
“빠지면 어떻게 됩니까?”
“어떻게 될 것 같냐?”
제온을 바라보는 데이오든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싸우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제온은 아르켈론 밖으로 나갔다.
혼자 스캐빈저 무리를 향해 걸어가는 제온을 보며 파빌사가 말했다.
“정말 저 꼬마 혼자서 스캐빈저들과 싸우게 할 생각인가? 위험할 텐데.”
“그 정도도 극복 못 하면 뒈져야지.”
“허! 여전히 과격하군.”
파빌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랜만에 봤지만, 데이오든은 변한 것이 하나 없었다.
그의 과격함 때문에 누구도 붙어 있지 못하고 떠났다.
데이오든은 팔짱을 낀 채 제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크레이온은 꺼내지도 않았다.
아예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데이오든이 보여 주는 최고의 관심이라는 것을 파빌사는 알고 있었다.
파빌사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 거냐? 꼬마!’
***
“후우! 개 같은 늙은이.”
제온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스캐빈저 무리를 보며 데이오든을 욕했다.
언제고 인간과 싸울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그날이 오늘일 줄은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 상태가 꽤 좋은 편이고, 케일리에게 받은 건틀렛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한 단계 승급해 E급 각성자가 되었다는 것 정도.
아직 거리가 어느 정도 남아 있기에 제온은 차분히 주위를 둘러봤다.
데이오든을 따라다니면서 배운 게 있다.
전투의 기본은 일단 환경을 살피는 것. 그리고 적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기본적인 정보를 얻었으면 상상력을 발휘한다.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지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
중요한 것은 바로 상상력의 디테일이었다.
‘나의 무기는 모래. 이 사막 전체가 나의 무기다.’
아직 지배력이 약해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래만 움직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막에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제온은 주먹을 꽉 쥔 채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스캐빈저 무리를 바라봤다.
대충 헤아려 봐도 사십 명이 넘어 보였다.
제온처럼 로브로 몸을 가리고, 얼굴엔 천을 둘러 눈만 드러냈다.
선두에 선 남자의 전신에서는 유독 강렬한 투기가 발산되고 있었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에 특이하게 팔짱을 낀 채 낙타를 타고 있었다.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덩치나 투기, 복장과 분위기를 미뤄 보아 무투가 계열의 각성자가 분명했다.
그것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투가.
자신의 무력에 어지간한 자신감이 있지 않고선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가 바로 스캐빈저 무리의 대장인 가웨인이었다.
가웨인은 D급 각성자였다.
무투계 각성자가 그렇듯 그 역시 엄청난 육체적인 능력과 스킬을 얻었다.
그의 스킬은 쇼크웨이브.
맨주먹으로 공기의 벽을 후려쳐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스킬이었다.
터득하기 어려운 스킬인 데다가 위력도 대단해서 스캐빈저 무리 중에 따라올 자가 없었다.
가웨인은 각성하자마자 사막의 부랑자들을 규합해 스캐빈저 무리를 만들었다.
그를 따르는 스캐빈저 대부분이 그저 성격만 포악한 무능력자였지만, 개중 몇 명은 운 좋게 능력을 각성했다.
그의 양팔이라 할 수 있는 클레잉과 마시모토가 각성자였다.
클레잉과 마시모토 역시 가웨인과 같은 무투계 각성자로 각자 주무기로 시미터와 카타나를 사용했다.
그들은 가웨인보다 한 등급 낮은 E급이었다.
등급은 낮지만 잔혹하기로는 가웨인보다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웨인의 흉악한 얼굴에 징그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따라잡았다. 흐흐!”
사막에서 모트 일족이 타고 다니는 아르켈론은 보물창고로 불린다. 아르켈론의 껍데기 안엔 보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그 때문에 가웨인도 아르켈론을 목표로 삼았다.
거대 거북인 아르켈론이 마음에 걸리지만, 놈은 온순한 성향의 마수였다. 방어력만 대단할 뿐 별다른 공격 스킬은 가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니까 아르켈론의 성질만 건드리지 않고 사람만 공격하면 충분히 승산 있었다.
가웨인이 주먹을 들며 외쳤다.
“아르켈론만 건드리지 말고, 모두 죽여라. 안의 보물은 모두 우리 것이다.”
“크하하!”
“우오오!”
스캐빈저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이 아르켈론 가까이 다가왔을 때였다.
로브를 걸친 누군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온이었다.
가웨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또 뭐야?”
아르켈론과 스캐빈저 사이를 가로막은 남자.
분위기로 보아 자신들을 상대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건방진! 밟아 버려.”
가웨인의 외침에 스캐빈저들이 속도를 더욱 높였다.
순식간에 제온과 스캐빈저가 가까워졌다.
둘 사이의 거리는 이제 십 미터.
그때 제온이 로브의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들었다.
제온과 가웨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제온의 눈빛을 보는 순간 가웨인은 왠지 모를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 낙타를 멈추기엔 너무 늦었다.
그때였다.
쿠우우!
갑자기 제온 앞쪽에 있던 모래가 무너져 내렸다.
유사처럼 흘러내린 모래는 순식간에 깊은 골을 만들어 냈다.
제온이 지배력을 이용해 앞쪽에 모래 계곡을 만들어 낸 것이다.
폭도 십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고, 깊이도 일 미터에 불과했지만, 거침없이 달려오던 쌍봉낙타들을 고꾸라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쿠히힝!
“아악!”
“큭!”
낙타와 스캐빈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모래 계곡에 처박혔다.
“뭐야?”
“미친!”
가웨인과 클레잉, 마시모토가 탄 낙타들이 제일 먼저 모래 계곡에 머리부터 처박혔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각성자답게 순간 낙타의 등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그들이 모래 계곡 건너편에 착지한 후 뒤를 돌아봤다.
“이게 무슨?”
“이익!”
“맙소사!”
그들을 제외한 스캐빈저 전원이 모래 계곡에 처박혀 있었다.
문제는 무거운 낙타와 함께 처박히면서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목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몇몇 수하들이 겨우 모래 언덕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왔지만, 넋이 빠졌는지 주저앉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가웨인이 제온을 보며 외쳤다.
“비겁한 새끼! 미리 모래 구덩이를 파 놓고 있었다니.”
“말이 필요 없습니다, 대장! 저런 놈은 모가지부터 따야 합니다.”
마시모토가 카타나를 앞세워 제온에게 달려들었다.
카타나가 붉은빛을 발산했다.
오러가 주입된 것이다.
카타나의 절삭력이 순간적으로 몇 배나 더 올라갔다.
마시모토는 단숨에 제온의 머리를 날려 버릴 기세로 카타나를 휘둘렀다.
슈우우!
카타나가 공간을 갈라 단숨에 제온의 목 앞에 도달했다.
이제 조금만 더 뻗으면 제온의 목은 수수깡처럼 뎅겅 잘려 나갈 것이다. 하지만 마시모토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갑자기 그의 앞에 있는 모래가 벽을 만들며 불쑥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인 제온의 목은 베지 못하고 모래 벽만 강타했다.
콰앙!
오러에 강타당한 모래 벽이 터져 나가며 그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래서 보지 못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모래 속에 샌드 미사일이 섞여 있는 것을 말이다.
푸욱!
샌드 미사일이 마시모토의 머리를 관통했다.
마시모토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마시모토!”
클레잉이 동료의 죽음에 분노해 제온에게 달려왔다.
그의 시미터 역시 붉은 오러를 머금고 있었다.
“후!”
제온이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지금까지는 그가 그린 그림대로 진행됐다.
모래 계곡을 파서 적들의 기동력을 빼앗음과 동시에 최대한의 피해를 준다. 그리고 저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서 수뇌부를 제거한다.
그것이 제온이 그린 그림이었다.
이제까지는 완벽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마무리를 잘하지 못하면 애써 그린 그림이 모두 망가진다.
제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순간 그의 주위에서 다섯 가닥의 모래 줄기가 넝쿨처럼 일어났다.
제온은 모래 줄기를 클레잉에게 날렸다.
샌드 블라스터였다.
클레잉이 코웃음 쳤다.
“흥! 이까짓 것 단숨에 베어 주마.”
퍼버버벅!
그가 휘두른 검에 샌드 블라스터가 모조리 터져 나갔다.
클레잉이 내친김에 제온의 목까지 날려 버리려 할 때였다.
“밑에 조심해!”
가웨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레잉이 발밑을 바라봤다.
그 순간 모래 한 줄기가 응축돼 섬전처럼 솟구쳐 올라왔다.
샌드 미사일이었다.
속도가 너무 빨라 클레잉은 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퍼억!
샌드 미사일은 그대로 클레잉의 하복부를 관통했다.
“끄으으! 비겁한…….”
클레잉은 억울한 표정으로 제온을 노려보다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마시모토처럼 목숨을 잃은 것이다.
“으아아! 이 개새끼가…….”
순식간에 심복들을 잃은 가웨인이 달려왔다.
제온이 차가운 눈빛으로 가웨인을 바라봤다.
화룡점정.
다 그린 용의 그림에 눈동자를 그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