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사람 좋아 보이는 고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각성자였다.
그것도 시장 직속 처형 부대 소속의 고위 각성자이다.
능력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투입되는 임무의 위험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항상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처형 부대 각성자들에겐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그중 하나가 네오 서울에서 누군가를 죽여도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살인 면허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고 노인은 지인들에겐 누구보다 친절하지만, 적으로 간주한 자는 절대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것은 쌍둥이 자매도 마찬가지였다.
고 노인이 움직이면 쌍둥이 자매도 움직이고, 쌍둥이 자매 역시 고 노인과 마찬가지로 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잔인하게 응징한다.
불행히도 이번에 걸린 것은 암흑 형제단이었다.
아무리 범죄자라지만 사람을 죽이러 가는 길인데 쌍둥이 자매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고, 고 노인도 그녀들을 탓하거나 말리지 않았다.
저들에겐 이게 당연한 일이었다.
제온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인간성이 마모됐군.’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지금은 인간성이나 도덕성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강한 자가 군림하고, 힘의 논리가 모든 규칙을 지배한다.
고 노인과 쌍둥이 자매는 힘이 있는 자들이었고, 불행히도 암흑 형제단은 약자였다.
고 노인이 제온에게 물었다.
“어때, 같이 가서 구경할 텐가?”
“됐습니다.”
“왜? 같이 가자.”
쌍둥이 자매까지 동행하자고 졸랐지만, 제온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타인이 바로 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고 즐기는 악취미 따윈 없었다.
“할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
“내일 하면 안 돼? 범죄자들을 쓸어버리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
“맞아! 범죄자들을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야.”
쌍둥이 자매가 침을 튀기며 떠들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사람 죽이는 것을 장난감 부수는 것처럼 쉽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제온은 큰 괴리감을 느꼈다.
원래 이렇게 괴물로 태어난 건지, 아니면 괴물로 자라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제온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챈 고 노인이 손을 들어 두 사람을 제지했다.
“그만하거라. 너희들이 아무리 말해도 그는 듣지 않을 거다.”
“쳇!”
“흥!”
삐진 쌍둥이가 입을 삐죽였다.
고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어쩔 수 없군. 그럼 다음에 다시 보지.”
“네!”
제온은 그렇게 세 사람과 헤어졌다.
식당을 나온 제온은 곧장 빈민가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직 그에겐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들어서자 제온이 귀걸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 내 목소리 들립니까?”
―헉! 혹시 마스터입니까?
귀걸이에서 누군가의 기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경수 씨 맞습니까?”
―맞습니다. 마스터.
귀걸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김경수였다.
제온이 레빈을 성장시키기 위해 흡혈 박쥐의 던전에 들렀을 때 공격해 왔던 파티의 우두머리였다.
맹약의 스크롤로 충성 맹세를 한 김경수가 제온의 목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며 대답한 것이다.
“지금 어딥니까?”
―지, 집에 있습니다.
“중앙 구역 13블럭 맞습니까?”
―네, 정확합니다.
“지금 나오세요. 근처에 있으니까.”
―헉! 네오 서울에 들어와 있단 말씀이십니까?
“네!”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데려갈까요?
“그냥 김경수 씨 혼자 나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연락이 끊기고 잠시 후 누군가 제온이 있는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김경수였다.
집에 있다가 바로 나온 듯 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마스터!”
“빨리 나왔네요.”
“마스터의 부름인데 당연히 빨리 와야죠.”
제온을 보는 김경수의 눈빛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단순히 그를 옥죄는 맹약의 스크롤 때문이 아니었다.
최근에 들은 제온의 소문 때문이었다.
모래술사가 나타나 발록을 쓰러트렸다는 믿지 못할 소문을 듣자마자 김경수는 확신했다.
소문의 주인공이 제온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들이 버기카를 빼앗기 위해 겁도 없이 덤벼들었던 제온은 발록이라는 마수를 홀로 잡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강자였다.
그런 자를 건드리고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그저 기적처럼 느껴졌다.
제온이 안부를 물었다.
“잘 있었습니까?”
“네! 마스터 덕분에……. 그런데 네오 서울엔 어쩐 일이십니까?”
“시장이 부르더군요.”
“헉! 진금호 님이 말입니까?”
김경수가 놀랐다.
시장인 진금호가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시장님도 마스터를 인정하는 건가? 하긴 모래술사라는 희귀한 각성자니 인정하지 않는 게 이상하겠구나.’
김경수는 새삼 제온이 얼마나 대단한 각성자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호출하신 겁니까?”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어떤…….”
“지금부터 김경수 씨와 동료분들은 남 구역의 동향을 감시해 주십시오.”
“네?”
“남 구역에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있으면 저에게 보고해 주십시오.”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거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김경수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에겐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맹약에 묶여 있는 이상 제온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동안 맹약을 풀 방법을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제온이 풀어 주지 않는 이상 벗어날 방법 따윈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온이 그에게 이런 명령을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판청천을 그리 만들었으니, 분명 어떤 반응이 있을 거야.’
모든 지배자가 그렇듯 샤오룬 역시 자존심에 상처 입는 것을 못 견뎌 한다.
이미 제온에 의해 타지크를 잃었는데, 판청천까지 망가졌으니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제온이 김경수에게 남 구역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유였다.
“그럼 다음에 다시 보죠.”
“바로 가시는 겁니까?”
“네! 당분간 제가 네오 서울에 들어올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보고할 일이 있으면 빈민가로 찾아오십시오.”
그들이 귀에 찬 귀걸이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작동하지 않기에 하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김경수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온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김경수는 멍하니 서서 멀어지는 제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저런 자에게 옭매였으니 내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적어도 순탄하지 않을 것만은 확실했다.
***
“후!”
네오 서울을 나온 제온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정문을 통과했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모래가 섞여 텁텁하면서도 뜨거운 공기가 피부를 자극했다.
마법진과 결계로 보호받는 네오 서울의 깨끗한 공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외부의 공기를 호흡하면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제온에겐 차라리 바깥 공기가 더 청량하게 느껴졌다.
“앗! 제온이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브리엘!”
제온은 목소리만 듣고도 주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브리엘이 레빈과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언제 나온 거야?”
“좀 전에요. 브리엘이 형이 곧 나올 거라며 마중 나가자고 졸랐어요.”
“그래?”
제온이 브리엘을 바라봤다.
브리엘은 특유의 흐리멍텅한 눈빛을 한 채 미소 짓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알았어.”
“감?”
“그냥 이때쯤 제온이 나올 것 같더라구.”
“그렇구나.”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브리엘은 하이 엘프였다.
감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집에 가자.”
“응!”
“가요, 형!”
세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리를 걸었다.
레빈이 물었다.
“네오 서울은 어땠어요?”
“멋있더라.”
“거리는 깨끗해요?”
“먼지 하나 없이 관리되고 있어.”
“와! 그럼 사람들도 멋있게 입고 다니겠죠?”
“옷차림이 고급스럽긴 하더라.”
“음식은 어땠어요?”
“맛있었어.”
“뭐 먹었는데요?”
“송아지 스테이크.”
“송아지? 배양육이에요?”
“아니, 진짜 송아지.”
“미쳤다.”
레빈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빈민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레빈에겐 항상 네오 서울을 향한 동경이 있었다.
저 거대한 장벽 너머의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늘 궁금해했다.
이제는 그도 각성해 언제든지 네오 서울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정도 능력을 가진 각성자라면 어떤 구역에서도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네오 서울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어딘가에 소속되면 복수가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시청이나 각 구역은 결코 각성자를 놀게 하지 않는다.
던전을 공략하거나, 구역을 확장하는 데 각성자들을 동원한다.
그 때문에 어떤 세력에 소속되면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레빈은 지금도 살인마를 쫓고 있었다.
살인마를 찾아내 죽일 때까지 그는 절대 어떤 세력에 소속될 생각이 없었다.
“송아지 스테이크는 어떤 맛이에요?”
“육즙이 굉장히 풍부하고, 고기가 연했어.”
“살살 녹아요?”
“녹더라.”
“아우!”
레빈이 소매로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았다.
브리엘이 그런 레빈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바보!”
“뭐라고?”
“바보 같다고.”
“이게 오빠한테…….”
“오빠면 오빠답게 굴라고.”
“이 정도면 됐지, 뭘…….”
“아, 뭐래? 시끄럽거든.”
“야!”
“뭐?”
“아오! 진짜…….”
집으로 가는 내내 투닥거리며 싸우는 두 사람을 보며 제온이 미소 지었다.
비록 시끄럽고 정신없긴 했지만, 이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네오 서울 화려한 식당에서 살인마 꼬맹이들과 함께하는 식사보다 이들과 함께 클렉시 영감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을 것이다.
제온이 아직도 정신없이 다투고 있는 두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배고프다. 그만 싸우고 클렉시 영감 가게로 가자.”
“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