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아침부터 빈민가 광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와아!”
“개많네.”
브리엘과 레빈이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오늘은 페가수스 공략대가 출발하는 날이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출정식을 보기 위해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광장에 모인 인파는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즐길 거리가 없는 시대였다.
이런 출정식마저 사람들에겐 즐길 거리였다.
“저기 나온다.”
“페가수스 공략대다.”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페가수스 공략대가 나타났다.
사막용 버기카 열 대와 커다란 수송 차량 스무 대. 동행하는 각성자가 이백 명이 넘는 엄청난 규모였다.
네오 서울에 수많은 던전 공략대가 존재하지만, 던전 공략에 이 정도로 대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페가수스 공략대 선두에 이지령이 있었다.
“와아아!”
이지령의 등장에 사람들이 엄청난 환호성을 내질렀다.
버기카에 탈 수 있음에도 그냥 걸어오는 이지령의 모습은 수사자 같은 엄청난 위압감을 풍겼다.
이지령은 광장에 멈춰서 잠시 사람들의 환호성을 즐겼다.
그때 바람이 불어와 이지령의 머리를 흩날렸다. 수사자가 갈기를 흩날리는 것 같은 모습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지령! 이지령!”
“와아아!”
한동안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던 이지령이 제온에게 걸어왔다.
그가 제온에게 말을 건넸다.
“왔군!”
“약속했으니까요.”
“출발 준비는?”
“보다시피요.”
제온이 레빈과 브리엘을 바라봤다.
이지령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짐이라고는 레빈이 등에 짊어지고 있는 배낭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거면 되겠나?”
“저 안에 필요한 것은 다 들어 있습니다.”
“아공간 배낭인가? 그렇다면 상관없겠군.”
이지령은 아공간 배낭을 어디서 구했냐고 묻지 않았다. 제온 정도 되는 남자라면 당연히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때 이지령의 옆으로 회색 로브를 입고 있는 여자가 다가왔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머리와 눈동자까지 회색이었다.
그녀가 이지령에게 물었다.
“이분이 제온 님이신가요?”
“맞아! 네오 서울 유일의 모래술사지. 인사해!”
“반갑습니다. 제온 님! 저는 페가수스 공략대의 구조팀장 켈다라고 합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켈다 님!”
제온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켈다는 그런 제온을 유심히 바라봤다.
눈동자가 회색이라 그런지 감정이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회색 유리알처럼 보였다.
“던전 공략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동행하는 동안 불편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저에게 이야기하십시오. 어지간한 일은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명심하죠.”
“그럼…….”
켈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
이지령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가지. 제일 후미에 있는 버기카에 타도록 하게. 자네들을 위해 비워 뒀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이제까지 조용히 있던 레빈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 차 제가 운전해도 될까요?”
“네가?”
“네! 꼭 운전해 보고 싶었거든요. 안 될까요?”
당돌한 레빈의 발언에 이지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페가수스 공략대에서 그는 신이었다.
그 누구도 그의 결정에 감히 토를 달거나 반론하지 못했다. 그가 결정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제온이 타고 갈 차에는 당연히 페가수스 공략대의 각성자가 타고 있었다.
버기카 운전기사 겸 감시자였다. 그런데 레빈이 운전하게 되면 그를 내리게 해야 한다.
이지령이 잠시 고민할 때 제온이 말했다.
“저도 우리끼리 타고 갔으면 좋겠네요. 다른 사람이 같이 있으면 영 불편해서.”
“어쩔 수 없군. 그렇게 하도록.”
“감사합니다. 차 망가트리지 않게 조심할게요.”
레빈이 이지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버기카로 달려갔다.
이지령이 제온에게 말했다.
“그럼 우린 마정석 광산에서 다시 만나지.”
“역시 그곳에서 정비하는군요.”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오 서울에서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정석 광산은 주요 보급품 공급처였다.
페가수스 공략대처럼 멀리 원정을 떠나는 공략대나 카라반은 거의 백 퍼센트 그곳에 들러서 채비를 점검하거나, 부족한 물자를 공급받는다.
마정석 광산을 떠나면 그때부터 안전한 쉘터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맨몸으로 사막의 열기, 마수들과 맞닥트리게 되는 것이다.
간혹 마정석 광산에서 돌아가겠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제온은 브리엘과 함께 버기카에 탔다.
운전석에는 이미 레빈이 앉아 있었다.
“흐흐!”
레빈은 뭐가 그리 좋은지 버기카 운전대를 만지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브리엘이 침까지 흘리며 좋아하는 레빈을 보며 한마디 했다.
“변태 같아.”
“너는 몰라.”
“뭘?”
“남자의 마음을.”
“무슨 헛소리야?”
“버기카는 남자의 로망이란 말이지. 이렇게 직접 운전대를 잡게 되면 누구나 나처럼 될걸.”
레빈은 마치 소중한 보물을 만지듯 운전대를 쓰다듬었다.
“못 말려!”
결국 브리엘이 고개를 돌려 외면했지만, 레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빈민가의 소년이 버기카를 운전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든 차라도 사막에 나가면 쉽게 고장 나기 마련이었다. 때문에 차 운전을 아무에게 맡기지 않았다.
특별한 상황인 데다가 제온과 동행하기 때문에 레빈에게 운전을 맡긴 것이지, 평소였다면 그가 운전대를 잡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제온은 앞자리를 브리엘에게 양보하고 뒷자리에 앉았다.
그때 앞에 있던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빈이 서둘러 기어를 넣었다.
이어 액셀을 밟자 덜컹거리며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빈이 신나서 외쳤다.
“간다.”
“정말 운전할 줄 아는 거지?”
“그럼, 오빠만 믿으라니까.”
“믿음이 가야지.”
브리엘이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인간 사냥꾼들에게 잡혀 네오 서울에 들어온 지 수년이 지났다. 처음엔 이곳이 지옥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탈출할 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네오 서울을 잠시나마 떠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던전 공략을 위해 자리를 잠시 비울 뿐이다. 그런데도 벌써 지금 사는 집이 그리웠다.
“쳇! 이상해졌다니까.”
브리엘이 입술을 삐죽였다.
***
페가수스 공략대는 크게 네 개 팀으로 이뤄져 있었다.
첫 번째가 바로 탐사팀이었다.
이들의 임무는 말 그대로 던전을 탐사하는 것이었다.
숨겨진 던전을 찾고, 규모와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임무였다.
이번에 발견된 던전도 그들이 찾아낸 것이었다.
두 번째는 바로 거점팀이었다.
이들은 던전 내에 거점을 구축해 공략대가 편히 공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 번째는 바로 공략팀이었다.
이들이 바로 던전 공략대의 주축이었다.
탐사팀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략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구조팀이었다.
이들은 거점에서 대기하다가 혹시라도 공략팀이 위기에 빠질 시 구하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뛰어난 각성자들로 이뤄져 있었다.
구조팀을 이끄는 이가 바로 회색 머리 여자인 켈다였다.
페가수스 공략대에서 그녀의 별명은 바로 회색 마녀였다.
켈다는 이지령 옆에 앉아 있었다.
구조팀의 팀장이기도 했지만, 이지령의 비서이기도 했다.
사실 구조팀장 역할보다는 비서 역할이 그녀의 주 임무였다. 그래서 이렇게 던전 공략에 나설 때면 늘 이지령의 곁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임무에 동원된 각성자는 총 삼백 명입니다. 그중 이백 명이 저희 페가수스 소속이고, 나머지 백 명은 용병입니다. 용병들은 모두 수송 차량에 태웠습니다.”
수송 차량에도 급이 있었다.
좋은 수송 차량에는 간단하게 음식을 조리하고, 샤워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그런 차량에는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이 배정되었다.
낡은 수송 차량은 당연히 용병들 차지였다.
던전 부산물을 실어 나를 용도로 만든 차량이기에 당연히 편의 시설은 존재하지 않았고, 승차감도 나빴다.
그럼에도 용병들은 싫은 소리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용병들에게 이런 큰 던전을 공략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던전 공략에 참여하면 바로 경력이 된다.
이런 경력들이 쌓여 나중에 더 큰 던전을 공략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군소리 한마디 못 하고 수송차 짐칸에 실려 가는 것이다.
“식량은 총 열흘분이 실렸는데, 마정석 광산에서 열흘 치를 더 살 예정입니다.”
“그럼 총 이십 일을 버틸 분량인가?”
“예! 던전 공략에 열흘 이상을 쓴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던전의 난이도를 생각해 두 배를 더 준비했습니다.”
“식량은 아공간에 보관했나?”
“예! 아공간 아이템 두 곳에 분산해 보관했고, 마정석 광산에서 구입하는 식량들은 다른 아이템에 보관할 예정입니다.”
“완벽하군.”
이지령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켈다의 일 처리는 늘 완벽해서 그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이지령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서 구역의 각성자들은 왜 보이지 않지?”
“그들은 마정석 광산에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마정석 광산에 먼저 가 있는 건가?”
“네! 시청에서 파견한 슈퍼바이저도 마정석 광산에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제멋대로군.”
이지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경우처럼 던전을 발견하고, 공략했다고 해서 발굴된 모든 아이템이 온전히 공략대 몫이 되는 일은 없었다.
던전을 공략하려면 반드시 시청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
시청 허락 없이 공략했다가 들통나면 아예 네오 서울에서 쫓겨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청을 속일 수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던전을 공략하려면 수많은 각성자와 물자가 필요하다. 그 모든 것을 움직이다 보면 당연히 막대한 금액이 필요했다.
시청은 그 모든 자금의 흐름을 손금 보듯 파악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시청을 속인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일단 던전 공략이 신청되면 시청에서는 슈퍼바이저를 파견한다.
슈퍼바이저는 던전 공략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혹시 빼돌려지는 아이템이나 물건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들의 눈을 피해 물건을 빼돌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슈퍼바이저는 공략대가 발굴한 아이템을 조사해 시청에 보고하고, 시청에서는 이를 토대로 세금을 매긴다.
그러니까 던전에 파견되는 슈퍼바이저는 일종의 세금 징수관인 셈이다.
당연히 슈퍼바이저를 좋아할 공략대는 없었다.
“슈퍼바이저의 정체는 파악했나?”
“죄송합니다. 합류 즉시 파악해 포섭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 문제는 알아서 해.”
“네! 그리고 제온 말입니다.”
“제온이 왜?”
이지령이 켈다를 바라봤다.
“제온이 그자 아닙니까? 대장의 동생을 죽인…….”
“맞아!”
“그런데도 동행하는 겁니까?”
“왜 죽이지 않냐고?”
“예!”
순간 이지령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약속했거든.”
“네?”
“그 새끼를 죽인 원한을 잊겠다고.”
“그 약속 지키실 생각이십니까?”
“어떨 것 같아?”
이지령이 켈다에게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