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다음 날 아침 페가수스 공략대는 마정석 광산을 떠났다.
마정석 광산을 떠나는 사람들의 얼굴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략대 대부분이 어젯밤이 세상 마지막 날인 것처럼 원 없이 질펀하게 놀았다. 그 여파가 출발 당일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도 이지령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사막으로 나가는 순간 원치 않아도 정신 무장을 할 거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마정석 광산에 들어올 때는 차량이 서른 대였는데, 떠날 때는 사십 대로 늘어났다.
서 구역 각성자들이 탄 차량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다.
사십 대나 되는 차량들이 한꺼번에 사막을 질주하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차량이 이동하면서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났다.
제온, 브리엘, 레빈이 탄 차량에 맨디까지 합석했다.
맨디가 의자 깊숙이 몸을 묻으며 말했다.
“좋네요. 다른 사람들하고 가는 건 영 불편했는데.”
슈퍼바이저라는 직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자리였다.
자신들의 동향을 파악해 시청에 보고하는데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청에서 파견 나온 슈퍼바이저를 배척하거나 피했다.
맨디가 제온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어떤 종류의 던전인지 혹시 알고 계시나요?”
“저도 모릅니다. 모래 깊은 곳에 묻혀 있어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페가수스 공략대도 대단하네요. 모래 깊숙이 묻혀 있는 던전은 감지하기 힘든데 찾아냈으니.”
“뛰어난 탐지가가 있나 보죠.”
“맞아요. 소문으로는 페가수스 공략대의 탐지가가 굉장히 뛰어난 던전 감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요.”
“그럼 스카우트 제의도 많겠군요.”
“그래서 페가수스 공략대도 그를 특별히 관리한다더군요.”
“아는 사람입니까?”
“그래도 슈퍼바이저니까 인적 사항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요.”
네오 서울에 있는 모든 공략대는 인적 사항을 시청에 제출해야 한다.
네오 서울에선 공략대가 제출한 인적 사항을 일급 기밀로 분류해 보관한다.
슈퍼바이저는 당연히 이를 열람할 자격이 있었다.
“페가수스 공략대의 탐사팀을 이끄는 사람은 게슬링이란 남자예요. 탐지가인 동시에 리더이기도 하죠. 이 남자 밑으로 던전 지도 제작자인 이치우, 안내자인 오브로이, 보호자인 맥나인이 한 팀을 이뤄요.”
“보호자?”
“무투가예요. 뛰어난 전투력으로 탐사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죠.”
“그렇군요.”
“어쨌거나 이 네 사람은 모두 뛰어난 각성자들이에요. 그래서 이지령도 이들을 매우 아낀다고 하더군요.”
“그렇겠네요.”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막에서 던전을 찾아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정도의 확률이었다. 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 바로 던전 탐사팀이었다.
뛰어난 탐사팀을 보유한 공략대일수록 더 많은 던전을 찾아내 공략할 확률이 높았다.
당연히 이지령이 이들을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제온의 옆얼굴을 보던 맨디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잠깐! 많은 던전이 모래에 파묻혀 있잖아. 그런 던전을 찾아내는 게 던전 탐사팀의 일이고, 그럼 이 남자는…….’
이 세상 유일의 모래술사인 남자다.
당연히 뛰어난 모래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고, 발록과의 싸움에서 능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비록 갓 깨어나 힘이 매우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재앙급 마수다.
그런 마수를 제압할 정도의 능력자라면 당연히 모래 깊은 곳에 잠자고 있는 던전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던전을 찾아내고 또 공략했을까?’
궁금증이 하늘을 찔렀지만, 차마 대놓고 물어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무심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제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감시자가 있군요.”
“네? 무슨 말인가요? 감시자라니.”
“저기 저 모래 언덕에 누군가 숨어서 이 행렬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온이 가리킨 곳은 유난히 높은 모래 산이었다.
언뜻 보기에 사막의 모래 산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수백 미터가 넘는 것들이 허다했다.
제온이 가리킨 모래 산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높이만 수백 미터에 달하는 모래 산은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맨디가 눈을 잔뜩 찌푸리고 노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곳에 감시자가 있다구요?”
“네!”
“진짜요?”
“모두 두 사람이네요. 아,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제온의 감각에 잡히던 이들이 사라졌다.
은신 스킬을 썼거나, 이 구역을 빠져나간 것이 분명했다.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면 빠져나가는 그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버기카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고, 그들의 움직임 또한 은밀해서 그만 종적을 놓치고 말았다.
레빈이 물었다.
“형, 혹시 어제 그가 아닐까요?”
“그럴지도…….”
“초장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두 사람의 대화에 맨디가 끼어들었다.
“어제 그라뇨?”
“아, 어제 레빈이 수상한 자를 봤다고 하더군요.”
“수상한 자라뇨?”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데, 광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맨디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한 법이다.
시작부터 이렇게 불순물이 낀다면 차후 더 많은 방해물이 나타날 확률이 높았다.
“스캐빈저일까요?”
“어쩌면요.”
“이렇게 대인원이 움직이는데 설마 스캐빈저가 노릴까요?”
각성자만 무려 삼백칠십 명에다가 차량만 마흔 대가 넘는다.
어지간한 대형 마수도 순식간에 지워 버릴 정도의 병력이었다.
제아무리 스캐빈저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병력을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냥 간만 보고 간 걸 거예요. 너무 신경 쓸 거 없어요, 스캐빈저 무리라고 해 봐야 겨우 수십 명 정도 규모에 불과할 테니까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에서 생존할 정도로 독한 이들이 스캐빈저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먹을 것도 제대로 구하기 힘든 사막에서 큰 무리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스캐빈저 무리들은 수십에서 백여 명 정도의 규모를 이루고 있었다.
그 정도 병력으로 페가수스 공략대를 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접근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말 것이다.
맨디의 말에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먼 길을 가야 하니 좀 쉬세요. 저도 눈 좀 붙여야겠어요.”
맨디가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눈을 감았다.
***
“왜 빠져나오자고 한 거야? 더 살펴봐도 됐을 텐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무슨 느낌?”
“무언가 내 전신을 훑는 것 같았다.”
여자의 대답에 아슬란이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팍 썼다.
방금 전 페가수스 공략대를 감시하던 시선의 주인은 바로 아슬란과 여자였다.
그들은 멀리서 페가수스 공략대를 살피고 있었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아슬란의 뒷덜미를 잡고 수 킬로미터나 물러났다.
그동안 그는 마치 짐짝처럼 질질 끌려다녀야 했다.
자연히 나오는 말이 고울 수가 없었다.
“씨발 뭐가 훑는다고 지랄이야? 아무것도 없구만.”
“분명히 느꼈다.”
“아, 진짜…….”
“한마디만 더 하면 네 입을 찢어 버리겠다.”
“헙!”
아슬란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같이 다니다 보니 잠시 망각했는데, 여자는 암살자였다.
그것도 아슬란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은 등급의 암살자.
감히 그가 나댈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죽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죽은 사람을 여럿 봤다.
여자의 이름은 두두얀. B급 암살자였다.
두두얀이 말했다.
“돌아가자.”
“왜 더 정보를 수집해야지.”
“느낌이 좋지 않다. 이대로 돌아가 보고한다.”
“알았어. 제기랄!”
아슬란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 둔 쌍봉낙타에 올라탔다.
진화를 한 쌍봉낙타들은 스캐빈저 최고의 이동 수단이었다.
사막에서 아무리 오래 달려도 지치지 않고, 목의 갈기는 레이더처럼 다른 마수의 존재를 감지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캐빈저들은 쌍봉낙타를 필수적으로 타고 다닌다.
“가자!”
그들은 쌍봉낙타를 타고 사막을 질주했다.
쌍봉낙타는 무서운 속도로 목적지로 향했다.
한참을 달려 그들이 도착한 곳엔 수많은 천막과 쌍봉낙타 무리가 도열해 있었다.
천막 밖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천막 수만 백여 개가 넘었고, 밖에 나와 있는 자들은 그 몇 배가 됐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있는데도 큰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두두얀과 아슬란은 사람들을 헤치고 무리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엔 제법 큰 오아시스가 존재했고, 그 앞에는 유독 큰 천막이 쳐져 있었다.
천막 앞에는 다른 천막처럼 모닥불이 타고 있었는데, 그 위에 정체불명의 고기가 익어 가고 있었다.
모닥불 앞에는 덩치 큰 남자가 앉아 고기를 뜯고 있었고, 든든한 체격의 여자가 옆에서 살뜰하게 고기를 발라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주위로 어린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평화롭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아슬란과 두두얀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대장!”
“다녀왔습니다. 우르티안!”
그들의 목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답게 강인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남자의 얼굴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신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문신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뾰족한 귀였다.
남자는 인간이 아니라 엘프였다.
우르티안이라 불린 남자 엘프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모두 고생했군. 이것 좀 같이 먹지. 모래아귀 고기가 기가 막혀.”
모닥불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는 바로 모래아귀였다.
우르티안의 수발을 들던 여자가 바로 모래아귀의 고기를 잘라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건넸다.
“드세요, 아슬란. 두두얀.”
“감사합니다. 데보라.”
“잘 먹을게요.”
아슬란은 허겁지겁 접시에 담긴 고기를 먹었고, 두두얀은 로브의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그녀의 외모가 드러났다.
유난히 새까만 피부에 흑수정을 연상시키는 검은 눈동자, 그리고 뾰족한 귀.
그녀 역시 엘프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엘프보다 훨씬 어둡고 까맸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녀를 다크 엘프라고 불렀다.
두 사람도 허기가 졌기에 모래아귀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모래아귀는 절대 쉽게 잡을 수 있는 마수가 아니었다.
몇 년에 한 번 정도만 잡히는 귀한 놈이었다.
우르티안이 모래아귀를 먹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운이 좋아서 잡을 수 있었어. 다른 녀석들에게도 충분히 나눠 줬으니 실컷 먹어.”
“감사합니다. 우르티안.”
“그나저나 이번 원정대는 어때? 규모가 꽤 크다던데.”
“동원된 차량만 마흔 대에 각성자만 사백 명 가까이 됩니다.”
대답한 이는 아슬란이었다.
“그렇게 많은 각성자가 동원되었다고? 어디 큰 던전이라도 발견된 모양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인원이 많이 동원되었으니 분명 식량과 물자도 차고 넘칠 겁니다.”
“그래?”
우르티안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두두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약탈은 넘어가는 게 어떨까요?”
“왜?”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
그때였다.
“안 됩니다. 이미 한계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사자들이 나올 겁니다.”
누군가 반론을 제기하며 다가왔다.
삼십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우르티안과 달리 그는 인간이었다.
우르티안이 그를 바라봤다.
“코맥!”
“대장, 우리에겐 식량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코맥이라 불린 남자가 힘주어 말했다.
그에 우르티안이 피식 웃으며 두두얀을 바라봤다.
“들었지? 지금 붉은 폭풍단에겐 식량이 필요하다.”
“우르티안!”
“그러니까 지금까지 알아낸 것을 모두 말해 봐.”
엘프와 인간이 통합된 거대한 스캐빈저 무리, 붉은 폭풍단의 대장 우르티안의 목소리엔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