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끼기긱!
커다란 수송 차량이 요란한 소음과 함께 멈춰 섰다.
수송 차량에 타고 있던 이들이 내리며 투덜거렸다.
“씨발! 또야?”
“제기랄! 차를 타면 뭐 해? 얼마 가지 못해 고장 나는데.”
커다란 수송 차량이 고장으로 멈춰 서자 다른 차량들도 차례로 정지했다.
그때 바로 뒤따라오던 차량에서 땅딸막한 중년인이 내렸다.
“뭐야? 또 멈췄어?”
“예! 아무래도 기어가 부식된 것 같습니다.”
“씨발! 개 같은 모래. 마법 처리를 해도 망가트리네.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야.”
땅딸막한 중년인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키는 성인 남성 가슴에 겨우 닿을 정도인데, 어깨는 성인 남성보다 훨씬 넓어 고릴라를 연상케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웃지 않는 것은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드워프였기 때문이다.
이종족들이 모여 있는 북 구역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드워프가 바로 땅딸막한 중년인의 정체였다.
그때 사람들을 헤치고 이지령이 나타났다.
그가 드워프에게 말을 걸었다.
“또 차가 고장 난 건가?”
“어, 기어가 완전히 나가서 갈아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은?”
“오늘 안엔 힘들어.”
“어쩔 수 없군. 오늘은 여기서 쉬어 갈 테니까 그동안 너는 고장 난 차량 좀 고쳐 놔.”
“염병! 모두 쉴 때 혼자 일해야 한다니.”
“누가 들으면 젤로에이 당신 혼자 일하는 줄 알겠군. 거점팀 다 동원하면 두 시간이면 충분한 거 아냐? 거점팀 음식과 술은 충분히 남겨 줄 테니까 고생해.”
“쳇! 알았다.”
젤로에이가 작업용 앞치마에서 공구를 꺼내 들며 대답했다.
분명 앞치마 주머니에서 나올 수 없는 크기의 공구였다.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하면서 나타난 커다란 공구의 모습에 용병으로 참여한 각성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어떻게 앞치마에서…….”
“설마 앞치마에 아공간이 인챈트된 건가?”
그들의 짐작처럼 젤로에이의 작업용 앞치마엔 공구를 수납할 수 있는 아공간이 인챈트되어 있었다.
덕분에 앞치마에 작업에 필요한 모든 공구를 집어넣고 다닐 수 있었다.
이지령이 페가수스 공략대에 명령을 내렸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어 간다. 경계 세우고, 식사 준비하라.”
“예!”
페가수스 공략대가 대답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경계를 맡은 각성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수송 차량에서 미리 준비해 둔 음식을 내왔다.
페가수스 공략대가 준비한 음식은 조리할 필요가 없는 보존식이었다. 도시락처럼 뚜껑만 열면 먹을 수 있도록 완벽하게 조리된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편하게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제온 일행도 버기카 앞에 모여 식사를 했다.
레빈과 맨디가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이거 제법 맛있네. 던전 공략대는 매번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는구나.”
“그나마 페가수스 공략대 정도니까 이 정도로 준비할 수 있는 거지, 소규모 공략대는 어림도 없어요. 대부분은 맛없는 깡통 통조림을 먹는다구요.”
“깡통요?”
“그게 가장 간편하게 음식을 보관하는 방법이니까요.”
“그럼 네오 서울에서 운영한다는 패스파인더 팀도 다 통조림을 먹나요?”
“물론이죠. 그래서 한번 사막에 나갔다 오면 한동안은 통조림의 그림자도 보기 싫게 되죠.”
“그렇겠군요.”
레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렇게 공략대 참여가 처음인 레빈에겐 이런 사소한 정보마저 소중했다.
그때 문득 브리엘이 제온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도 괜찮아?”
“뭐가?”
“샌드웜 같은 마수가 습격해 오면 피해가 커질 것 아냐?”
“이곳은 모래 입자가 굵고 단단해서 샌드웜이 좋아하는 지형이 아냐.”
“샌드웜이 모래도 따져? 아니, 그보다 모래도 종류가 달라? 다 똑같은 거 아냐?”
“지형에 따라 다 달라. 어떤 곳은 입자가 곱고, 어떤 곳은 거칠지. 샌드웜은 입자가 고운 모래를 좋아해. 아무래도 굵고 거친 모래보다 파고드는 것이 쉬우니까.”
“그렇구나.”
브리엘의 눈이 빛났다.
새로운 지식의 습득은 언제나 그녀를 즐겁게 했다.
그런데 문득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초점 없는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또?”
브리엘이 급히 품을 뒤져 약병을 꺼냈다. 하지만 손이 떨려 뚜껑을 제대로 열 수가 없었다.
“하여간 꼬맹이…….”
맨디가 쓴웃음을 지으며 약병을 대신 열었다.
약을 건네주자 브리엘이 다급히 입에 넣었다.
“하아! 하아!”
브리엘이 바닥에 엎어져 가쁜 숨을 토해 냈다.
“괜찮아?”
레빈이 쓴웃음을 지으며 브리엘을 챙겼다.
“도대체 마약 따윈 왜 만드는 거야? 난 도무지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
그때 걸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럼 드워프는 어떤가?”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젤로에이였다.
그가 손에 맥주병을 든 채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드워프?”
“젤로에이라고 부르게, 슈퍼바이저 아가씨.”
“차는 다 고친 건가요?”
“흐흐!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닌데, 그 정도는 일도 아니지.”
젤로에이가 맥주를 마시며 제온 앞자리에 앉았다.
“그쪽이 그 유명한 모래술사 제온 맞지?”
“저에게 용건이 있는 겁니까?”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얼굴이나 보러 왔어. 모래술사라는 클래스는 처음 보거든. 한 모금?”
젤로에이가 제온에게 맥주병을 불쑥 내밀었다.
제온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안 마십니다.”
“이 좋은 걸 안 마시다니? 진짜 보리로 만든 것보다 조금 풍미가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꽤 비슷하다고.”
“어지간히도 술을 좋아하나 보군요.”
“흐흐! 우리처럼 노동을 업으로 하는 종족에게 노동주는 필수적이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나저나 날 보고도 안 놀라는 것을 보니, 이전에도 우리 종족을 본 적이 있는 모양이지?”
“몇 번 본 적 있습니다.”
“어디서?”
“이 근처는 아니었습니다.”
제온의 모호한 대답에 젤로에이가 인상을 썼다.
“아니, 어디서 봤는지 알려 주는 게 그리 어려운가?”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서요.”
“우리 종족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군?”
젤로에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네오 서울에 드워프나 엘프 같은 이종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표 내는 사람은 처음 봤다.
“드워프들한테 워낙 뒤통수를 많이 맞아서…….”
제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사막에서 만난 드워프들은 모두 이기적이었고, 어떻게 해서든 제온을 벗겨 먹으려 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제온은 드워프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크흠! 내가 대신 사과하지. 다만 자네도 세상이 워낙 험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게. 먹고살려다 보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걸세.”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죠. 드워프뿐 아니라…….”
본전도 못 찾은 젤로에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야기를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닌 것 같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
젤로에이가 제온의 대답도 듣지 않고 일어섰다.
그로서는 본전도 못 찾고 돌아가는 셈이다.
제온은 젤로에이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애초 그는 제온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드워프라는 족속 자체를 믿지 않는다.
호탕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속이 좁고 음흉하기 때문이다.
브리엘이 피식 웃었다.
“진짜 싫어하나 보네.”
***
“으읍! 퉷!”
“씨발 놈의 모래.”
아침에 눈을 뜬 각성자들이 하나같이 모래 욕을 하며 일어섰다.
잠든 사이 모래바람이 불어와 그들의 몸을 덮었기 때문이다.
단지 모래만 덮였으면 말은 안 하겠는데, 호흡기로 들어와 그들을 괴롭혔다.
반면 제온 일행은 그런 것이 없었다.
제온이 지배력을 발휘해 모래가 일행들 몸에 쌓이는 것을 막아 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세 사람은 세상 편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잘 잤다.”
“사막에서 이렇게 편하게 잔 것은 처음이야.”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아침을 따로 먹을 시간이 없었다.
간편식으로 차 안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네 사람이 서둘러 버기카에 타자마자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차량 선두에는 이지령과 젤로에이가 타고 있었다.
켈다 대신 탑승한 젤로에이의 얼굴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지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갔던 일이 잘 안 된 모양이군.”
“건방진 놈이야.”
“건방질 자격이 있지. 그만큼 강하니까.”
“개새끼! 차량에 모래 좀 들어가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말도 못 꺼냈어. 그냥 우리 종족이 싫대. 신의가 없대. 너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했으면 당신을 우리 공략대에 넣지도 않았겠지.”
“씨발! 모래술사만 아니었으면 확 허리를 분지르는 건데.”
“참아 주라고. 이번 공략에는 그가 반드시 필요하니까.”
“대장이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참는다.”
“후후!”
이지령이 미소를 지었다.
젤로에이는 어린애 같은 면모가 있었다.
그만큼 자기 감정에 솔직했고, 말투에 속내가 모두 묻어나왔다. 그래서 다루기가 편했다.
또 그만큼 능력이 있었다.
이지령이 괜히 젤로에이에게 거점팀을 맡긴 것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던전이 이곳에서 삼백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고 했나?”
“맞아!”
“우리가 그렇게 먼 거리에 있는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처음 아냐?”
“맞아!”
“아우! 긴장되는군. 이번엔 또 어떤 놈이 기다리고 있을지. 꼭 마수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니까.”
“그렇게 많이 던전을 공략했는데, 아직도 긴장되나? 드워프답지 않군.”
“뭐 드워프는 겁 없는 줄 알아? 뭐, 쿠라얀에 있던 드워프들은 그렇다고들 하던데,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그럼 쿠라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겠군.”
“그렇지. 아버지는 고향이 어떻고 저떻고 하지만, 나에겐 딴 나라 이야기야. 나의 고향은 여기니까.”
“우리 모두의 고향이지,”
“그래! 우리 모두의 고향. 그런데 저렇게 드워프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다니,”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지 젤로에이가 이빨을 갈았다.
“그가 모래술사인 것은 확실한 거지?”
“확실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어.”
“제기랄! 신은 어쩌자고 그런 새끼한테 저렇게 귀한 능력을 준 것인지.”
“쿠라얀에서도 모래술사가 희귀했던가?”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아버지가 내게 이야기해 줬겠지. 내가 알기론 쿠라얀에서도 모래술사는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어.”
이지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구에 나타난 모든 각성 능력은 쿠라얀에 존재하던 것들이야. 여기에 예외는 존재하지 않아.’
단순히 그의 추측이 아니다.
시청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었다.
쿠라얀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각성 능력은 지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가 정설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 정설에 반하는 자가 나타났다.
바로 제온이었다.
‘우연의 산물인가? 아니면 이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난 불순물인가?’
그때 이지령의 상념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수다. 앞에 마수가 나타났다.”
차량 행렬이 향하는 방향에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