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각성자들이 급히 차에서 내려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방향을 바라봤다.
“뭐야?”
“갑자기 웬 마수가…….”
“이 근처에 마수 서식지가 있었나?”
각성자들의 당혹스러운 음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곳은 마정석 광산에서 사흘 거리였다.
마정석 광산에서 주기적으로 마수를 토벌해서 이 근처엔 대규모의 마수 무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각성자들도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엄청난 규모의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수의 마수로는 절대 저런 먼지구름이 일어날 수 없었다.
대규모 마수 무리가 움직일 때나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이지령이 외쳤다.
“모두 전투 준비하라.”
“전투 준비.”
페가수스 공략대가 무기를 꺼내 들고 전투 준비를 했다.
차진철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
“그깟 마수 무리 단숨에 쓸어버리면 그만이지. 모두 최전방으로 나서라.”
“예!”
대답과 함께 서 구역 각성자들이 선두 열로 나왔다.
레빈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 구역 각성자들 대부분은 기계로 육체를 대체하지 않았나요? 아무리 봐도 저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그의 말처럼 선두 열에 나선 서 구역 각성자들은 다른 각성자들의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맨디가 레빈에게 말했다.
“D급 이하의 각성자들은 그렇죠. C급 이상 각성자도 일부러 기계화된 부분을 드러내 놓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절대 사막에서 오래 활동하지 못해요.”
“모래 때문에?”
“맞아요. 사막의 모래는 기계화 각성자들에게 치명적이에요. 그래서 그들은 주로 네오 서울 안에서만 활동해요. 그게 서 구역의 한계이기도 해요.”
“그럼 저들은?”
“모두 C급 이상의 각성자들로 사막에서 활동하기 적합하게 기계화된 부분 위에 인공 피부를 덮었어요.”
“아!”
“온전한 기계화 각성자들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대신 사막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어요.”
페가수스 공략대에 참여한 서 구역 각성자들이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외모를 유지하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강력했다.
일반적인 각성자들에 비할 수 없이 강력한 육체가 그들의 장점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선두 열로 나온 이유였다.
강력한 육체로 적들의 돌진을 막는 탱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두두두두!
마수들이 가까이 접근하면서 발아래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구름 사이로 마수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저건?”
“뭐야? 머리가 두 개?”
선두에 선 각성자들이 마수들의 실루엣을 보고 깜짝 놀랐다.
쿠우우!
그 순간 먼지를 뚫고 마수들이 실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소였다.
머리가 두 개에 뿔이 네 개가 달린 거대한 소.
몸체는 마치 철갑을 두른 것처럼 반질거리고, 네 다리는 쇠기둥처럼 크고 굵었다.
소의 실체를 확인한 제온이 중얼거렸다.
“트윈 헤드 버팔로군.”
“저게 버팔로라구? 말도 안 돼.”
브리엘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습을 드러낸 버팔로의 체고만 삼 미터가 넘었다. 평범한 인간 따윈 순식간에 압사시킬 수 있는 크기와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트윈 헤드 버팔로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백, 수천 마리가 파도처럼 페가수스 공략대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콰앙!
“크악!”
“컥!”
기세 좋게 선두에 섰던 서 구역 각성자들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백 마리가 일제히 부딪쳐 오는 충격을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콰지직!
빠각!
트윈 헤드 버팔로의 뿔에 받힌 팔다리가 부러져 나가고, 허리가 꺾였다.
몇몇 각성자들이 잠시 버티는 듯했지만, 순식간에 트윈 헤드 버팔로의 질주에 쓸려 나갔다.
이것이 바로 트윈 헤드 버팔로처럼 무리 생활하는 마수들의 무서움이었다.
소수의 각성자들로는 절대 놈들의 돌진을 막을 수 없다.
방법이 있다면 놈들이 각성자들을 헤집고 지나가기 전에 포격을 퍼부어 와해시키는 것뿐이다.
“제기랄! 어서 공격해.”
“총공격해.”
서 구역 각성자들 뒤에서 대기하던 페가수스 공략대와 용병들이 일제히 스킬을 퍼부었다.
콰콰콰쾅!
엄청난 공격이 트윈 헤드 버팔로 무리에 쏟아졌다.
쿠워어어!
음머어!
트윈 헤드 버팔로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하지만 트윈 헤드 버팔로 무리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살아남은 놈들은 무서운 기세로 페가수스 공략대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감히!”
그 순간 이지령과 정예들이 나섰다.
빠지지직!
이지령의 전신에서 뇌전이 명멸했다.
그가 방출한 뇌전에 격중당한 트윈 헤드 버팔로 수십 마리가 새까맣게 타서 쓰러졌다.
브론슨이 이끄는 공략팀은 하나하나 트윈 헤드 버팔로를 잡아 갔다. 하지만 트윈 헤드 버팔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아직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었다.
쾅! 쾅!
육중한 차량들이 트윈 헤드 버팔로의 질량 공세에 밀려 나가거나 부서졌다.
“안 되겠다.”
결국 참다못한 레빈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보랏빛 뇌전이 트윈 헤드 버팔로에게 쏘아졌다.
움머어!
구슬픈 울음과 함께 트윈 헤드 버팔로가 쓰러졌다. 쓰러진 트윈 헤드 버팔로의 시신을 다른 트윈 헤드 버팔로가 짓밟고 지나갔다.
모래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비명, 트윈 헤드 버팔로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장내는 지옥을 연상시켰다.
맨디를 지키기 위해 엘로이의 인격이 툭 튀어나왔다.
“씨발! 소 새끼들.”
그녀는 미친 구미호를 휘두르며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제온은 브리엘을 데리고 높은 수송 차량 위로 올랐다.
브리엘은 맨디나 레빈과 달리 전투 능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송 차량이라고 안전하지 않았다.
쾅! 쾅!
트윈 헤드 버팔로들이 연신 부딪혀 오며 차량이 찌그러지며 뒤로 밀려났다.
브리엘이 놀라 제온에게 물었다.
“와! 미쳤네. 원래 이렇게 많이 몰려다녀?”
“수백 마리 규모는 여럿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수천 마리가 넘는 무리는 나도 처음이야.”
제온이 미간을 찌푸린 채 트윈 헤드 버팔로들이 날뛰는 광경을 지켜봤다.
트윈 헤드 버팔로는 육식하는 마수이지만, 기본적으로 온전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배고프지 않은 이상 먼저 상대를 선공하는 일이 없다는 의미다.
또한 일정 이상 무리가 불어나면 새로운 우두머리가 나타나 독립한다.
그 이상은 무리의 대장이 이끄는 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계가 삼사백 마리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페가수스 공략대에 들이닥친 트윈 헤드 버팔로의 수는 언뜻 봐도 수천 마리가 넘어갔다.
최소 열 개 이상의 무리가 뭉친 셈이다.
트윈 헤드 버팔로의 생리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는 법이지.’
그것이 제온이 아직 전장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였다.
제온이 예리한 시선으로 주위를 훑어봤다.
모래가 자욱이 일어나 시야를 가렸지만, 제온에겐 의미가 없었다.
뿌옇게 일어난 모래 입자가 제온에게 정보를 전해 주고 있었다.
주변을 훑던 제온의 눈이 문득 허공으로 향했다.
순간 그의 눈에 허공을 배회하고 있는 생명체가 들어왔다.
삐이이!
놈들은 인간의 귀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때마다 트윈 헤드 버팔로들이 우왕좌왕하며 날뛰었다.
제온이 브리엘에게 말했다.
“혼자 있을 수 있지?”
“당연하지. 내 걱정은 하지 마.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으니까.”
“그럼 다녀오마.”
순간 모래바람이 불어와 제온의 몸을 띄웠다.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하늘 높이 올라갔지만, 장내에 있는 각성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온은 순식간에 백 미터 높이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허공에서 선회하고 있던 생명체들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머리는 독수리를 닮았고, 커다란 몸체는 사자의 육체였다. 등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제온은 단숨에 놈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리핀이군.”
그리핀은 B급 마수였다.
등급은 B급지만, 위험도는 A급이다.
와이번에 필적하는 하늘의 지배자가 바로 그리핀이었다.
허공에서 선회하다가 유성처럼 하강해 어지간한 각성자는 물론이고, 마수조차 순식간에 찢어발긴다.
그리핀은 바로 트윈 헤드 버팔로의 천적이었다.
이제야 트윈 헤드 버팔로 무리들이 뭉친 것이 이해됐다.
그리핀은 끊임없이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놈의 울음소리가 트윈 헤드 버팔로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것이 분명했다.
마치 양몰이 개가 양을 모는 것처럼 그리핀이 울음소리로 트윈 헤드 버팔로 무리를 한데 모아 페가수스 공략대를 공격한 것이다.
삐이이!
제온을 발견한 그리핀들이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하늘은 놈들의 영역이었다.
놈들은 영역을 침범한 존재를 절대 그냥 두지 않는다.
그리핀은 트윈 헤드 버팔로를 모는 것을 멈추고 제온을 공격했다.
쐐애액!
초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놈들이 날아왔다.
그리핀의 눈엔 무방비로 떠 있는 제온이 손쉬운 먹잇감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그리핀은 몸으로 깨달았다.
“샌드 블라스터.”
제온의 손짓에 고압으로 응축된 모래가 쏘아졌다.
퍼버벅!
샌드 블라스터는 그리핀의 육중한 동체를 거침없이 두들겼다.
그나마 몸에 두르고 있는 역장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리핀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핀은 방향을 바꿔 제온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제온이 그렇게 되도록 놓아주지 않았다.
“크레모아!”
퍼버버벙!
그리핀 주위를 부유하던 모래 입자들이 폭발했다.
크레모아는 그리핀의 역장과 날개를 잔인하게 찢어발겼다.
끼에에!
날개를 잃은 암컷 그리핀이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그러자 수컷 그리핀이 암컷 그리핀을 구하기 위해 쫓아갔다. 하지만 수컷이 날아가는 속도보다 암컷이 추락하는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쾅!
결국 암컷 그리핀은 바닥에 머리부터 처박히고 말았다.
역장이 건재했다면 추락해도 무사했을 테지만, 제온에 의해 제거된 상태. 역장을 잃은 그리핀의 육체로는 추락의 충격을 견딜 수 없었다.
암컷의 육체가 처참하게 짓이겨졌다. 그런데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수컷 그리핀이 추락한 암컷 그리핀 곁에 내려와 구슬픈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핀은 평생 단 하나의 반려만 둔다.
일단 짝을 지으면 평생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짝에 대한 정이 어떤 마수보다 깊었다.
그 때문에 짝의 부상에 이성을 잃고 바닥에 내려온 것이다.
그것이 수컷 그리핀의 명을 재촉했다.
“샌드 믹서.”
제온의 목소리와 함께 모래가 그리핀들을 덮쳤다.
가아앙!
수컷 그리핀이 미처 빠져나오기도 전에 모래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했다.
믹서기처럼 회전한 모래들은 수컷 그리핀의 역장을 갉아 냈다.
수컷 그리핀이 그제야 날갯짓하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고운 모래 입자는 그리핀의 강철 같은 육체를 순식간에 갈아 버렸다.
키에에!
모래 속에서 그리핀들의 처참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래들은 그리핀들의 비명마저 집어삼켰다.
그리핀들의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