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아악!”
갑자기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평범한 여자들보다 훨씬 체격이 큰 여자였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우르티안의 아내.
여자의 이름은 데보라였다.
데보라는 테이머였다.
손목에 있는 계급장이 등급이 C급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데보라는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격통을 참았다. 머리가 깨지고, 몸이 터져 나갈 것 같은 통증에 감히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다.
데보라의 곁에는 우르티안이 앉아 있었다.
“괜찮은가?”
“하아! 하아! 이제 괜……찮아요.”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테이밍한 그리핀들이 모두 죽었어요.”
“그럴 리가…….”
우르티안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핀은 비행형 마수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마수였다.
워낙 사납고 강력해서 제아무리 고위 등급의 테이머일지라도 길들이는 게 불가능했다.
데보라도 목에 차고 있는 종속의 목걸이라는 아이템의 힘을 빌려서 겨우 그리핀을 길들일 수 있었다.
종속의 목걸이는 강력한 아이템으로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마수도 길들일 수 있게 해 준다.
문제는 마수와 각성자의 심령을 연결해 주기에 둘 중 하나라도 해를 입게 되면 다른 하나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데보라의 상태가 그랬다.
종속의 목걸이를 이용해 겨우 테이밍한 그리핀들이 죽으면서 그녀 역시 전신이 찢겨 나가는 고통을 느꼈다.
우르티안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리핀이 죽었다는 게 확실한가?”
“네! 두 마리 모두 죽었어요.”
“지상 가까이 내려갔다가 당한 건가?”
“그건 알 수 없어요. 일단 지상엔 내려가지 말라고 명령을 해 두긴 했는데.”
“그런데도 죽었다? 페가수스 공략대의 전력이 생각보다 대단한 모양이군.”
“그런 것 같아요.”
“그럼 트윈 헤드 버팔로는 흩어졌겠군.”
“그럴 거예요.”
그리핀이 없었다면 사막 곳곳에 흩어져 있는 트윈 헤드 버팔로 무리들을 하나로 모아 페가수스 공략대가 있는 곳으로 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핀이 죽었으니, 어렵게 모은 트윈 헤드 버팔로들도 흩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군.”
“죄송해요.”
원래 그들의 계획은 트윈 헤드 버팔로들을 이용해 페가수스 공략대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그리핀들이 죽었으니, 계획만큼 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우르티안이 데보라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괜찮아! 조금 더 번거롭긴 하겠지만, 어차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될 테니까.”
***
“하아! 하아! 살았다.”
“씨발! 뒈질 뻔했네.”
공략대 각성자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일대엔 트윈 헤드 버팔로와 각성자들의 시신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트윈 헤드 버팔로의 시체였지만, 죽은 각성자의 수도 무시 못 할 정도였다.
트윈 헤드 버팔로의 습격에 적어도 오십 명 이상의 각성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용병으로 참여한 각성자들이 많이 죽었다.
더 큰 문제는 차량들이었다.
차량 상당수가 트윈 헤드 버팔로의 습격에 부서지거나 완전히 파괴됐다.
이지령이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전장을 둘러봤다.
오랫동안 페가수스 공략대를 이끌어 왔지만, 이렇게 던전 공략 전에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지령이 제온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제온이 그리핀들을 갈아 버린 모래를 향했다.
그리핀들의 피로 모래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핀이 트윈 헤드 버팔로들을 몬 거라고?”
“네!”
“절대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군.”
이지령의 눈빛이 차가웠다.
A급 이상의 고위 마수라면 몰라도 그리핀처럼 포악하며 이성이 거의 없는 마수가 이런 식으로 다른 마수를 이용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 그리핀을 부린 건가?”
“지금으로서는 그런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군요.”
“믿을 수 없군. 그리핀같이 포악한 마수를 길들이는 것은 고위 테이머라도 쉽지 않을 텐데.”
“아이템의 도움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그런 아이템이 흔한가?”
“절대 흔하지 않죠.”
제온의 대답에 이지령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스캐빈저군. 그것도 매우 정예화된…….”
테이밍된 마수를 부려 공략대를 습격할 만한 존재는 스캐빈저밖에 없었다.
사막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스캐빈저들은 도시의 각성자들은 모르는 수많은 생존 방식을 터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테이밍 된 마수를 부리는 스캐빈저 무리는 처음이었다.
이지령은 그래서 상대가 매우 규모가 큰 스캐빈저 무리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제법 큰 무리의 목표가 된 모양이군. 건방진!”
빠지직!
이지령의 전신에서 새하얀 뇌전이 일어났다.
그만큼 그의 분노가 크다는 의미였다.
제온이 그런 이지령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볼 때였다.
“대장!”
켈다가 다급히 이지령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수송 차량 두 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뭐?”
“아무래도 혼란을 틈타 이탈한 것 같습니다.”
“이런 개새끼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이지령이 무서운 눈빛으로 켈다를 바라봤다.
공략대에서 이탈자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페가수스 공략대와 대장인 이지령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과 똑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지령의 위신 문제였다.
위신이 떨어진 공략대는 나중에 인력 수급에 문제를 겪게 된다.
“어떻게 추적대를 보낼까요?”
“이탈자들이 몇 명이나 되지?”
“모두 서른 명 정도로 파악됩니다.”
“서른 명이나 빠져나갔단 말이지?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당장 추적대를 편성해서 놈들을 잡아 와.”
“알겠습니다.”
켈다가 대답과 함께 물러났다.
그녀는 이미 추적대를 편성해 놓고 있었다.
추적대가 탄 세 대의 버기카가 페가수스 공략대를 떠나갔다.
제온과 같이 추적대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레빈이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이탈자가 많이 생기다니.”
“네오 서울 주변은 주기적으로 마수를 사냥하다 보니 각성자라도 마주칠 기회가 많지 않지.”
“경험의 문제군요.”
“그래! 너도 던전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놈들의 공격에 혼이 빠졌을걸.”
“에이! 그래도 내가 그 정도는 아니죠.”
극구 부인하는 레빈에게 제온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이 이지령을 향했다.
이지령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던전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많은 이들이 죽고, 또 이탈했다.
그 대부분이 수를 채우기 위해 데려온 용병 각성자일지라도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던전 공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길 빌 수밖에…….’
어쨌거나 오늘 이곳을 떠나긴 글렀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부서진 차량들을 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분주히 움직였다.
제온이 고개를 돌려 모래 언덕을 바라봤다.
방금 전 그가 갈아 버린 그리핀의 시신이 묻혀 있는 곳이었다.
제온이 손을 슥 젓자 모래들이 양쪽으로 밀려나며 그리핀의 시신이 드러났다.
그리핀의 상태는 처참했다.
깃털은 모두 뜯겨 나가고, 살점이 해져 거의 뼈와 부리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뼈 사이에 빛나는 돌이 하나 있었다.
B급 마수의 마정석이었다.
그만큼 머금고 있는 마나도 대단해서 수요가 꽤 많았다.
“그런데 이건 특별한 것 같군.”
제온이 그리핀의 마정석을 들어 자세히 살폈다.
마정석 중에 간혹 특별한 놈들이 나오곤 한다.
그런 마정석은 느껴지는 마나의 순도 자체가 다르다.
제온은 햇볕에 마정석을 비췄다. 그러자 마정석 안쪽에 붉은 기운이 일렁이는 것이 보인다.
붉은 기운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마정석 밖으로 탈출하려고 했다.
“스킬을 품고 있군.”
B급 이상의 마수에게선 스킬을 품고 있는 마정석이 나올 때가 있었다.
정확히는 마정석에 응축된 마수의 마나가 잠재력을 일깨우고 스킬이 개화하는 것이다.
이런 마정석은 굉장히 귀해서 각성자들이 혈안이 되어 찾았다.
일단 하나만 복용하면 본연의 능력을 힘들이지 않고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마정석에서 어떤 스킬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이미 가진 스킬과 상성이 맞지 않는 스킬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 때문에 제온도 이제까지 스킬이 담긴 마정석을 하나밖에 흡수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가 얻은 초재생은 모래의 권능에 어떤 악영향도 끼치지 않는 데다가 상성이 매우 좋았다.
그 후로는 어떤 스킬을 품은 마정석도 흡수하지 않았다.
그때 브리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혹시 스킬을 품은 마정석이야?”
“어?”
“맞지?”
“그래! 맞아.”
어차피 숨길 일도 아니었기에 제온이 순순히 대답했다.
“내가 봐도 돼?”
“그래!”
제온이 브리엘에게 마정석을 넘겨줬다.
브리엘은 마정석을 손에 쥔 채 눈을 감았다.
제온은 그런 브리엘을 조용히 바라봤다.
인간인 자신에겐 불가능하지만, 하이 엘프인 브리엘이라면 스킬을 알아낼지도 몰랐다.
한참 후 눈을 뜬 브리엘에게 제온이 물었다.
“어떤 스킬을 품고 있는지 알아낸 거야?”
“확실치는 않지만 대략 어떤 종류의 스킬인지는 짐작할 수 있어.”
“그래서 무슨 스킬을 품고 있는 건데.”
“그리핀의 피어와 관련된 스킬 같아.”
“그리핀이 트윈 헤드 버팔로를 조종한 스킬?”
“그런데 이 마정석을 흡수한다고 해서 똑같은 스킬을 얻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 마정석의 스킬은 말 그대로 가능성을 자극하고 개화시킬 뿐이니까.”
똑같은 마정석을 흡수해도 각성자가 기존에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느냐, 또 성장 가능성에 따라 생겨나는 스킬이 달라진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브리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 생각엔 누군가 직접 흡수하는 것보다 재료로 사용하는 게 어떨까 싶어.”
“그래?”
“응! 연금술에 사용하면 아무래도 그쪽 관련 효과가 붙지 않을까 싶어.”
제온을 바라보는 브리엘의 눈빛엔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제온은 무신경하지 않았다.
제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사용해.”
“그래도 돼?”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보다 네가 사용하는 게 훨씬 낫겠지. 마음대로 해.”
“고마워! 제온. 내가 정말 멋있는 놈 만들어 낼게. 기대해 줘!”
“그래!”
브리엘은 누가 볼세라 마정석을 고깔모자에 쏙 집어넣었다.
아직 레빈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고깔모자에는 아공간이 인챈트 되어 있었다.
레빈이 메고 있는 아공간 배낭에 비해 크기는 작았지만, 그래도 브리엘이 사용하는 어지간한 도구들은 모두 담을 정도의 공간은 나왔다.
“히히!”
브리엘이 신나서 버기카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제온이 모래를 움직여 그리핀의 시체를 모래 깊숙이 묻었다.
그리핀에게서 마정석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각성자들이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당할 제온은 아니지만, 변수는 최대한 줄일수록 좋았다.
드드득!
그리핀의 시체는 마치 엘리베이터에 실린 것처럼 수십 미터 지하로 내려갔다.
제온은 완벽하게 흔적을 감춘 후 천연덕스럽게 일행들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