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마수들의 습격을 받은 지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페가수스 공략대는 시신들을 수습하고, 차량을 완벽하게 고쳤다.
이제 언제든 출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이탈자를 잡으러 간 추격대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 후로 이틀을 더 기다렸지만, 추격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켈다가 이지령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정도면 그들도 죽었다고 봐야 합니다.”
“트윈 헤드 버팔로 말고도 위험한 마수가 있었던 건가?”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더 알아봤어야 하는데.”
“됐어. 수시로 변하는 마수들의 서식지를 인간이 어떻게 다 알아? 일단 먼저 출발한다. 살아 있다면 알아서 따라오겠지.”
“알겠습니다.”
결국 켈다는 페가수스 공략대에 이지령의 명령을 전했다.
먼지를 피워 올리며 차량들이 출발했다.
그중엔 제온 일행이 탄 버기카도 있었다.
버기카 안에서 맨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수에게 당한 걸까요?”
“스캐빈저에게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요.”
“스캐빈저들은 도대체 어떻게 마수들을 감지하고 피하는 거죠? 설마 그들에게도 내비게이터가 있는 걸까요?”
“내비게이터가 그렇게 흔했다면, 더 많은 콜로니와 교역을 했을 겁니다.”
“그럼?”
“경험이죠. 저들은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막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안전한 성벽 안에 있는 네오 서울의 각성자들은 절대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럼 스캐빈저는 전원 각성자로 이뤄졌나요?”
“아뇨. 그중에는 일반인도 상당히 있습니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막에서 살아남은 거죠? 각성자들이야 그럴 만한 힘이 있다지만 일반인들은…….”
“인간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요. 비록 타고난 힘은 약해도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하니까. 일곱 살 어린아이가 단지 함정만으로 마수를 잡은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인가요?”
“제 눈으로 직접 본 겁니다.”
“으음! 인간의 저력은 정말 무섭군요. 하긴 맨손으로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도시를 세웠을 정도니까.”
결국 맨디도 인간의 강인한 생존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도란도란 대화하는 중에도 버기카는 모래를 헤치며 앞으로 나갔다.
다행히 이번엔 마수들이 습격해 오지 않았다.
덕분에 페가수스 공략대는 순조롭게 던전이 발견된 곳에서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이탈자를 잡으러 갔던 추적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이 확실히 목숨을 잃은 것으로 봐야 했다.
그 때문에 페가수스 공략대의 분위기는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동행한 서 구역 각성자들의 분위기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트윈 헤드 버팔로를 상대하면서 부상을 많이 입었기 때문이다.
기계화 각성자들의 문제점 중 하나가 사막에서 부상을 당하면 제대로 수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를 대체한 기계 신체는 모래에 취약하고, 특히 부품의 수습이 어렵다.
물론 여분의 부품을 가지고 오긴 했지만, 너무 많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대체할 부품이 모자라는 것이다.
그나마 자가 수복 스킬을 가진 각성자는 조금 나았지만, 그런 스킬을 가지지 못한 각성자들은 임시로 수리해서 쓸 수밖에 없었다.
냉정한 차진철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아직 던전엔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전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다니.’
설마 기계화 각성자들이 겨우 트윈 헤드 버팔로 따위에게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을 줄 몰랐다.
그의 원래 계획은 페가수스 공략대보다 훨씬 큰 공을 세워 배분율을 크게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장부터 워낙 많은 부상자들이 나오다 보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아직 기회는 남아 있어. 우리 애들을 뒤로 물리고, 페가수스 공략대 놈들을 앞으로 세우는 거야.’
물론 대놓고 할 수는 없었다.
격전 중에 은밀히 뒤로 빠지면 페가수스 공략대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차진철이 중얼거렸다.
‘현무.’
―예! 마스터.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김현수가 내려 준 AI인 현무였다.
삼족오의 열화판인 현무는 차진철의 몸 상태를 항상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덕분에 차진철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에서도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서 구역 각성자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삼족오의 열화판 AI는 오직 김현수가 심복에게만 다운로드 시켜 주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우리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쪽으로 세부 계획을 수립하라.’
―예! 마스터.
복잡하게 차진철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
큰 명령만 내려 두면 나머지는 보조 AI인 현무가 알아서 계산하고 실행한다.
기계화 각성자의 가장 큰 장점이었고, 서 구역의 모든 각성자들이 그토록 AI를 원하는 이유였다.
이번 공략대에서 피해가 없는 이들은 제온 일행이 유일했다.
오직 그들만이 전력을 온전히 보존한 채 모래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놈의 능력은 너무 위험해.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그리핀을 홀로 잡아 버렸어.’
비행형 마수의 전장은 하늘이었다.
인간이 비행형 마수에게 당하는 것은 하늘을 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행 스킬을 터득한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전투력이 약했다. 그 때문에 이렇게 마수를 맞닥트렸을 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온은 달랐다.
모래만 있으면 얼마든지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비록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리핀을 잡았다는 이야기만 듣고도 그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었다.
‘모래를 다루는 놈의 능력은 우리 같은 기계화 각성자들의 천적이나 다름없어. 이번 던전 공략만 끝나면 놈을 제거해야 해. 반드시…….’
―좋은 판단입니다. 던전 공략이 끝난 후 각성자 제온을 제거하는 계획을 세울까요.
‘일단 계획만 세워 놔. 실행은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네! 마스터.
***
“끄으으!”
페가수스 공략대의 추적대장 김기광은 바닥에 누워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김기광의 주위엔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김기광의 수하들인 추적대였다.
김기광은 팔 하나가 날아가고, 복부는 길게 갈라진 상태였다.
그 상태로 아직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김기광이 고위 각성자이기에 아직 살아 있는 거지, 보통 사람이었다면 벌써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김기광의 앞에는 덩치가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신을 가득 새기고, 귀가 뾰족한 남자.
그는 인간이 아니라 엘프였다.
엘프의 정체는 우르티안.
그가 이끄는 스캐빈저 무리가 추적대와 이탈자 들을 습격해 몰살시킨 것이다.
“이 새끼 장비 좀 봐.”
“대박!”
“씨발! 이 새낀 개털이야.”
스캐빈저들은 죽은 각성자들을 뒤져 쓸 만한 아이템이나 장구를 모두 벗겨 냈다.
이것이 사막의 스캐빈저들이 생존하는 방식이었다.
스캐빈저들은 장비뿐만 아니라 식량까지 모조리 탈탈 털었다.
사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식량이었다. 하지만 급조한 추적대가 많은 식량을 갖고 다닐 리 없었다.
그나마 이탈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에 식량이 조금 실려 있었다. 덕분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우르티안이 김기광을 내려다보는 자세 그대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장비는 알아서 분배하고, 식량은 데보라가 알아서 분배해.”
“알았어요.”
근처에 있던 데보라가 대답했다.
데보라는 우르티안의 아내이자, 스캐빈저 무리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었다.
우르티안과 스캐빈저들이 약탈한 모든 식량은 그녀를 통해 공평하게 분배됐다.
김기광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무사하지 않으면?”
“우리 공략대가 네……놈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
“대장이 우리의 복수를 해 줄 거다.”
“그거 기대되는군.”
우르티안이 히죽 웃었다.
엘프답지 않게 잔인한 성격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엘프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것과 달랐다.
그때였다.
“여기 검이다.”
“나 주면 안 돼?”
“안 돼!”
“아, 형!”
우르티안을 꼭 닮은 아이들이 각성자의 시신에서 단검을 꺼내 들며 떠들었다.
김기광이 흐릿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하프…… 엘프? 잡종인가?”
콰직!
그 순간 우르티안의 주먹이 김기광의 머리를 박살 냈다.
머리를 잃은 김기광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우르티안이 손에 묻은 피와 뇌수를 털어 내며 중얼거렸다.
“감히 누굴 보고 잡종이래.”
엘프인 우르티안과 인간인 데보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엘프와 인간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우르티안은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우르티안이 손짓으로 코맥을 불렀다.
“우르티안!”
“이놈들 본진은 지금 어디 있지?”
“칠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임시 거처를 꾸렸습니다.”
“그 근처에 던전이 있나 보군?”
“아마 그럴 겁니다.”
“이 정도 인원을 끌고 왔으니 분명 아주 큰 던전이겠지?”
“네!”
“그럼 먹을 것도 많겠군.”
우르티안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대가도 클 겁니다.”
“위험이야 늘 감수하는 거고.”
“다만…….”
“왜?”
“놈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으니 우리도 전력을 모두 동원해야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코맥의 시선이 우르티안의 자식들을 향했다.
아직도 아이들은 단검을 누가 갖느냐 가지고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만일 스캐빈저들이 총동원되면 아직 어린 아이들도 전투에 투입돼야 한다.
“이젠 저 아이들도 실전을 경험해 봐야지.”
“아직 어린 아이들입니다.”
“코맥!”
“예?”
“몇 살 때 처음 사람을 죽였지?”
“열……두 살 때입니다.”
“첫째가 열두 살, 둘째가 열한 살이야. 충분히 실전에 투입될 나이야. 내 자식이래도 예외는 없어.”
“그래도…….”
“참고로 나는 일곱 살 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어.”
“알겠습니다.”
코맥이 결국 수긍했다.
우르티안의 말처럼 스캐빈저들은 어린 시절부터 실전에 투입된다.
사막에서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돌봐 줄 수 없었다.
걸음마를 걷고, 뛰기 시작하면 무기 드는 법을 배워야 했다.
운 좋은 아이는 각성을 하지만, 그러지 못한 아이가 더 많았다.
각성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약탈에 투입되고, 각성하지 못한 아이들도 후방 지원을 하며 제 몫을 한다.
스캐빈저들은 그렇게 생존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들도 한때는 네오 서울에 들어가기를 원했다.
네오 서울의 높다란 성벽 안에서 안락한 삶을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네오 서울은 근본 없는 스캐빈저들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네오 서울은커녕 빈민가조차 그들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허락받지 못한 자들은 사막을 떠돌며 스스로의 힘으로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마수, 또 다른 스캐빈저 무리들.
그 모두가 그들의 적이었다.
적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선 아이들도 무기를 들어야 했다.
마수를 죽이고, 다른 무리의 인간을 죽이고 살아남아야 했다.
이젠 우르티안의 자식들도 그런 냉혹한 세계에 발을 디뎌야 했다.
그것이 사막에 사는 자들의 숙명이었다.
우르티안이 모래 한 움큼을 쥐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살 수 있는 한 줌의 땅이 허락될 때까지 죽이고 또 죽이고, 빼앗고 또 빼앗는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