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페가수스 공략대는 던전 근처에 임시 거점을 꾸리고 휴식에 들어갔다.
던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고 해서 당장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은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확보해야 했고, 고장 난 차량들을 수리해야 했다.
또 충분히 휴식해서 고갈 난 체력과 상처를 회복해야 했다.
이지령이 외쳤다.
“이곳까지 오느라고 모두 고생했습니다. 던전 공략은 내일부터 진행할 테니 오늘 하루는 푹 쉽시다.”
“와아아!”
“휴식이다.”
각성자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지령은 각성자들을 위해 아공간에 보관해 온 귀한 음식을 내놨다.
이전까지 먹던 간단한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음식들이었다.
아공간 안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이공간 아이템이 흔한 것도 아니었고, 그 귀한 아공간에 겨우 음식이나 담아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략대가 간편한 보존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하지만 이지령은 위험도가 높은 던전일수록 잘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공략대의 사기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처럼 고단한 여정일수록 더 잘 먹여야 했다.
마수의 습격을 두 차례나 받았고, 이탈자들이 나왔다. 이탈자들을 잡으러 보낸 추격대도 돌아오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아도 각성자들 역시 이번 던전 공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불안감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배부르게 먹이고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이었다.
배양육이 아닌 진짜 고기가 나오자 각성자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 고기다.”
“씨발! 진짜 고기야.”
“술은 없는 거야?”
아쉽게도 술은 주어지지 않았다. 각성자들은 아쉬운 대로 만찬을 즐겼다.
제온 일행도 푸짐하게 주어진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레빈이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준비해 온 음식은 꺼내지 않아도 되겠는데요?”
“던전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끼면 좋지.”
“꼬맹이 너도 던전에 들어갈 거냐?”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밖에서 구경만 해?”
“흐흐! 그것도 웃기긴 하겠다.”
“난 안에 들어갈 거야.”
“알았어. 대신 조심해야 한다.”
“자기 걱정이나 해. 괜히 능력 믿고 설치다가 뒤에서 칼 맞지 말고.”
“걱정하지 마셔. 칼은 이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하니까.”
레빈이 입안에 씹고 있던 고기를 마저 삼키며 대답했다.
레빈과 브리엘의 투닥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맨디가 제온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떤 종류의 던전인지 혹시 미리 알 수는 없나요?”
“직접 들어가 보기 전에는 저도 알 수 없어요.”
“그런가요? 미리 알면 대비하기도 편할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던전 공략에 애를 먹을 이유가 없죠.”
“그냥 제 바람이에요. 저도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맨디가 쓴웃음을 지었다.
던전을 한번 공략할 때마다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너무나 쉽게 잊혀진다.
영광은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고, 모든 부귀영화는 그들이 누린다. 그 모습을 본 초짜들이나 하위 각성자들이 또 던전 공략에 뛰어들고, 죽어 간다.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 모를 굴레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맨디는 그런 굴레를 끊고 싶었지만, 그녀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제온이 말했다.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고 푹 쉬어요. 던전 공략에 들어가면 이런 호사는 누리지 못할 테니까.”
“네! 그래야죠.”
“그럼 오늘은 일찍 잡시다.”
제온은 바로 자리를 잡고 누웠다.
던전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그 세계 안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직접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던전 안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는 것보다 차라리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공략에 훨씬 도움이 된다.
자리에 누운 제온은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차진철이 중얼거렸다.
“팔자도 좋군. 여기서 잠을 잘 생각을 하다니.”
그의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했다.
이상하게 이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불쾌한 기분이 느껴졌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차진철도 알지 못했다.
“제기랄!”
***
던전 공략대는 다음 날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덕분에 각성자들의 컨디션도 어느 정도 올라온 상태였다.
이지령은 오늘 던전을 공략하기로 결정하고 통보했다. 때문에 전 각성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이지령이 제온에게 말했다.
“이곳 지하에 던전이 있다. 약속대로 던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다오.”
“굉장히 강력한 던전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그런 것도 알 수 있나?”
“그냥 느낌일 뿐입니다.”
“모래술사라서 느낄 수 있는 건가? 탐나는 능력이군.”
순간 이지령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당신의 능력도 충분히 대단합니다.”
“원래 능력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죠.”
“왜,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과욕은 탈을 부르는 법이니까요.”
“나이도 어린데 고리타분하군.”
“그런가요?”
“잡설이 길어졌군. 이제 던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겠나?”
“그러죠.”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이제 모래술사의 능력을 보는 건가?”
“진짜 저 많은 모래를 퍼낼 수 있는 건가?”
모든 각성자들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은 던전의 기운이 가장 강력하게 느껴지는 곳에 섰다.
모래 입자들이 이곳 지하에 던전이 있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후!”
숨을 깊게 들이쉰 제온이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퍼엉!
순간 제온 발아래서 폭음과 함께 모래가 치솟아 올라왔다.
마치 간헐천처럼 솟아오른 모래들은 각성자들이 몰려 있는 곳까지 무섭게 밀려왔다.
“우왓! 뭐야?”
“뒤로 물러나.”
제온 가까이 있던 각성자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이 물러난 곳까지 모래가 밀려왔다.
하는 수 없이 각성자들은 더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모래의 사정권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러다가는 던전을 공략하기도 전에 모래에 파묻힐 판이었다.
이지령이 외쳤다.
“모두 삼백 미터 밖으로 물러나라.”
“우왓!”
“제기랄!”
각성자들이 기겁해 이지령이 지시한 거리 이상으로 물러났다.
다행히 그곳까지 모래가 밀려오지는 않았다.
“미쳤네.”
“저 많은 모래를 움직이다니. 역시 모래술사란 건가?”
그들의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하 깊은 곳에 있던 모래가 간헐천처럼 치솟아 올라오고, 지상으로 올라온 모래가 퍼져 나가면서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십 미터, 이십 미터, 구덩이는 점점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쿠쿠쿠!
엄청난 양의 모래가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진동이 각성자들의 몸까지 떨리게 했다.
“이게 말이 돼?”
“아무리 모래술사라지만……. 와, 씨발!”
마치 화산이 용암을 뿜어내듯 엄청난 양의 모래가 지하에서부터 솟아나 밀려오고 있었다.
모래가 솟구쳐 오르는 곳 상공에 제온이 서 있었다.
모래를 발판 삼아 허공에 서 있는 제온의 모습은 사막의 신을 연상케 했다.
제온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렇게 많은 양의 모래를 퍼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쿠쿠쿠쿠!
모래는 끝없이 토해져 나왔고, 구덩이는 더욱 깊어지고, 또 넓어졌다.
원래 모래는 주위로 밀어내도 다시 흘러내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온이 통제하는 구덩이는 달랐다.
밀려난 모래는 다시 흘러내리지 않고 고정이 됐다.
이지령은 제온을 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역시 사막에서 저 능력은 사기나 다름없어.’
공격의 파괴력만 놓고 보면 자신이 월등했다. 하지만 사막에서 범용성과 유용성을 놓고 보면 그 어떤 각성 능력도 제온을 따라갈 수 없었다.
수백 명의 각성자들을 동원해도 파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모래를 제온은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기적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제온이 거의 백오십 미터쯤 모래를 파냈을 때였다.
콰아아!
갑자기 모래 아래서 검은빛이 터져 나오더니 타원형의 거대한 균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던전이다.”
“진짜 던전이 있다.”
“와!”
각성자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균열의 크기와 마나의 밀도로 보아 보통 던전이 아니었다.
강력하고 위험한 던전일수록 보상도 큰 법이었기에 각성자들이 환호한 것이다.
“후우!”
던전 입구가 모습을 드러내자 제온이 지배력을 거둬들였다.
제온이 깃털처럼 가볍게 던전 입구 앞에 내려앉았다.
그의 주위로 이지령을 비롯한 각성자들이 모여들었다.
이지령이 거대한 균열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청나군. 이 정도 던전이라면 최소 A급, 어쩌면 S급일지도 모르겠어.”
“후우! 그만큼 위험할 겁니다.”
“위험할수록 보상도 큰 법이지.”
“이제 내 역할은 끝난 것 같군요.”
제온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에 이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구를 찾아 준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부턴 우리 페가수스 공략대가 책임지겠다.”
“기대하죠.”
“후미로 물러나 마나나 회복해라. 모래를 움직이는 데 모든 마나를 써서 걸음 힘도 없어 보이니까.”
제온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아무리 제온의 마나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모래를 움직이면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제온의 마나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모래를 파냈다면 완전히 고갈되고 말았을 것이다.
제온이 비틀거리며 뒤로 빠지자 레빈과 브리엘이 다가왔다.
“괜찮아요? 형!”
“제온!”
“후! 괜찮아. 한동안은 힘을 쓰지 못하겠지만.”
제온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보기 힘들 정도로 안쓰러웠다.
제온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레빈과 브리엘도 당황해했다.
제온이 그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후! 진짜 괜찮으니까 너희들은 던전에만 신경 써.”
“알았어요.”
“크고 강한 놈이다. 방심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입을 거다. 그러니 모두 각별히 조심해라.”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부턴 제가 모두를 지킬게요.”
레빈이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온이 마나를 회복할 때까지 일행을 지키는 것은 이제 자신의 몫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때 이지령이 페가수스 공략대에 명령을 내렸다.
“나와 공략팀이 먼저 들어가고, 오 분 후에 거점팀이 들어온다. 이어서 서 구역 각성자와 탐사팀이 따라 들어오면 된다. 모두 알아들었는가?”
“예!”
“그럼 지금부터 던전 공략을 시작한다. 각자의 목숨은 각자 챙겨라.”
“예!”
각성자들의 힘찬 목소리가 사막에 울려 퍼졌다.
이지령이 전방의 던전 입구를 노려봤다.
이제까지 공략한 던전 중 가장 거대하면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고동쳤다.
이런 긴장감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이지령이 공략팀장 브론슨에게 말했다.
“가자.”
“예! 대장.”
브론슨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의 얼굴에 두려움 따윈 보이지 않았다.
공략팀은 페가수스 공략대의 핵심이자 돌격대였다.
그들은 항상 최전방에서 던전을 개척해 왔다. 그런 그들에게 새로운 던전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짓밟고, 정복해야 할 먹잇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브론슨과 공략팀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던전의 입구를 노려보았다.
이지령이 방아쇠를 당겼다.
“진입한다.”
“우와아!”
함성과 함께 그들이 던전으로 입장했다.
미지의 던전을 정복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