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고성으로 향하는 일직선의 길이 생겼다.
길 양쪽으로 밀려난 유사가 수십 미터 높이의 모래 벽을 만들었다.
모래 벽 단면에 거머리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른 팔뚝만 한 거머리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큰 공포를 느끼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머리들이 모래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제온이 말했다.
“빨리 유사를 건너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 오래 유지하지는 못하니까.”
“알았다.”
이지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페가수스 공략대에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 유사 지대를 돌파한다.”
“예!”
“가자!”
이지령이 앞장서 유사 지대로 들어갔다.
제온이 열어 준 길을 걷는 기분이 이상했다.
양쪽 벽에선 여전히 거머리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놈들은 몸통의 삼분지 이는 모래에 고정시킨 채 나머지 부분을 쭉 빼서 각성자들의 피를 빨아먹으려고 했다.
다행히 제온이 열어 둔 길이 넓어서 거머리들의 입이 닿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제온이 레빈과 브리엘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건너가.”
“그럼 형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마나를 회복하면 이따위 유사 금방 넘어갈 수 있으니까.”
제온이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레빈과 브리엘에게 던전 경험을 쌓게 해 주려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성장 가능성이 컸다.
던전을 많이 경험할수록 그들의 성장 가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제온이 레빈을 바라봤다.
“브리엘은 네가 지켜라. 할 수 있지?”
“물론이죠.”
“그럼 건너가.”
“네!”
레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브리엘을 바라봤다.
브리엘은 제온과 떨어지기 싫은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브리엘이 고깔모자를 깊이 눌러쓰며 말했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래!”
“빨리 와.”
그녀는 제온의 대답도 듣지 않고 레빈과 함께 유사 지대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두 제온이 열어 놓은 길로 들어갔다.
이지령과 선두 열이 반대편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갑자기 거머리들이 이상 행동을 보였다.
키에에!
괴성과 함께 거머리들이 모래 밖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총알처럼 쏘아진 거머리들은 그대로 각성자의 몸에 달라붙어 이빨을 박았다.
“크윽!”
“거머리가 공격한다.”
갑작스러운 거머리들의 육탄 공세에 아직 유사 지대를 벗어나지 못한 각성자들이 기겁했다.
“이익! 이 거머리 새끼가…….”
한 각성자가 화염 스킬로 자신을 공격한 거머리를 불태웠다.
그것이 시발점이 됐다.
“죽엇!”
“이야아!”
각성자들이 모래 밖으로 튀어나온 거머리를 공격했다.
놈들이 무서운 것은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을 때지, 모래 밖으로 튀어나왔을 때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인간의 피를 빨 욕심에 튀어나왔던 거머리들은 각성자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씨발 거머리들 어디 또 덤벼 봐.”
처음 거머리를 불태워 죽였던 각성자가 씩씩거리며 모래 벽을 노려봤다.
그런 그의 눈엔 광기가 가득했다.
동료 각성자들이 그의 눈빛을 보고 기겁했다.
“야, 안 돼.”
“씨발! 저 새끼 눈 돌아갔다.”
그 순간 눈이 돌아간 각성자가 모래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거머리를 공격했다.
화르르륵!
초고열의 화염이 모래 속에서 꿈틀거리는 거머리들을 불태웠다.
거머리들이 불에 타며 괴로워했다.
“퉷! 별것도 아닌 것들이…….”
화염으로 공격한 각성자가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꿈틀거리는 거머리들을 바라볼 때였다.
쿠쿠쿠!
갑자기 모래 속에서 강렬한 진동이 느껴졌다.
순간 제온의 표정이 바뀌었다.
유사 속에 골고루 퍼져 있던 거머리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머리들은 화염 각성자가 불태운 거머리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거머리들 모두 연결되어 있어. 동족의 아픔을 곧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온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크게 외쳤다.
“이놈들, 군집 마수입니다. 어서 유사 지대를 빠져나가요.”
군집 마수라는 말에 몇몇 각성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씨발! 어쩐지…….”
“달려!”
그들이 제일 먼저 전력으로 질주했다.
뒤에 남겨진 각성자들은 영문을 몰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앞서 달리던 각성자가 외쳤다.
“병신들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달려.”
“뭔…….”
푸화학!
그때였다.
갑자기 모래를 뚫고 거대한 무언가 튀어나왔다.
거머리를 수십, 수백 배로 뻥 튀겨 놓은 것 같은 거대 거머리였다.
놈은 그대로 뒤에 처져 있던 각성자들을 집어삼켰다.
콰드득!
“으악!”
“살려 줘!”
거머리에게 집어 삼켜진 각성자들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눈앞에서 일어난 끔찍한 광경에 레빈과 브리엘이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이게.”
“몰라! 어서 달리기나 해.”
“어, 어!”
레빈이 브리엘의 손을 잡고 달렸다.
그 순간에도 벽을 뚫고 거대한 거머리들이 나타났다. 놈들은 아직 유사 지대에 있는 각성자들을 공격했다.
각성자들을 공격하는 거머리들은 하나의 생명체가 아니었다. 수천, 수만 마리의 거머리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하게 변한 것이다.
그것이 군집 마수의 무서움이었다.
개체 한 마리는 별 볼 일 없지만, 하나로 뭉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마수들.
D급이나 E급에 불과하던 거머리 수천, 수만 마리가 하나의 개체로 뭉치자 B급 이상의 마수가 되었다.
그런 녀석들이 수십 마리나 모래 벽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B급 이상의 마수에겐 역장이 생겨난다.
그 때문에 어지간한 각성자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거대 거머리 마수의 전신에도 역장이 어려 있었다. 놈들이 B급 마수라는 증거였다.
“그래 봤자, 거머리 새끼지. 싸그리 불태워 주마.”
거머리들이 하나로 뭉치게 자극했던 각성자가 화염 스킬을 펼쳤다.
화르륵!
초고열의 화염이 거머리를 불태울 기세로 쏟아졌다. 하지만 고열의 화염은 B급 마수가 된 거머리에게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공격했던 각성자만 거대한 거머리의 관심을 끌고 말았다.
“아, 안 돼!”
거대한 거머리가 큰 입을 벌려 그대로 각성자를 집어삼켰다.
콰직!
각성자가 거대 거머리 입안에서 그대로 으깨졌다.
각성자를 집어삼킨 거머리는 다른 희생자를 찾아 움직였다.
아직도 태반이 넘는 각성자들이 유사 지대를 빠져나가지 못했고, 그중에는 레빈과 브리엘도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두 사람도 거대 거머리의 공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후! 어쩔 수 없네.”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샌드 블라스터를 펼쳤다.
쾅! 쾅!
무서운 속도로 날아간 샌드 블라스터는 거대 거머리의 몸체를 두들겼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거대 거머리들의 관심이 제온에게 쏠렸다.
놈들이 꿈틀거리며 제온에게 다가왔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다가오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넘는 거대 거머리들이 제온을 에워쌌다.
멀리서 그 모습을 목격한 브리엘이 크게 소리쳤다.
“제온!”
콰르르!
그 순간 거머리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바닥이 무너져내렸다.
제온과 거머리들은 순식간에 지하 깊은 곳으로 추락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레빈과 브리엘이 소리 질렀다.
“안 돼!”
“제온!”
하지만 그때는 이미 제온과 거머리들이 모래 속으로 모습을 사라진 후였다.
콰콰콰!
그 직후 양쪽으로 갈라졌던 유사가 다시 밀려와 제온이 만들었던 길을 뒤덮었다.
“하아! 하아!”
“나, 아직 살아 있는 거야?”
“뒈질 뻔했네”
가까스로 유사 지대를 벗어난 각성자들이 바닥에 엎어져 헐떡였다.
다행히 제온이 거머리들의 관심을 끌어 준 덕에 각성자들의 피해가 크지 않았다.
이지령이 혀를 찼다.
“설마 여기서 죽은 건가?”
“아무리 모래술사라도 저 많은 거머리들에게 둘러싸인 이상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더군다나 그는 마나를 거의 소모하지 않았습니까?”
공략팀장 브론슨이 회의적인 표정으로 모래를 바라봤다.
언제 단절되었냐는 듯이 유사는 다시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제온의 지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쯧! 아쉽게 됐군. 아직 이용 가치가 많이 남아 있는데.”
“어차피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일 자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모릅니다.”
브론슨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처음부터 그는 제온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었다.
다만 공략대장인 이지령이 제온을 이용하려 했기에 방관했을 뿐이다.
제온 덕분에 유사 지대까지 무사히 건넜으니 그의 이용 가치는 다한 셈이다.
이제부터는 페가수스 공략대의 몫이었다.
이지령이 돌아서며 말했다.
“제온은 잊어버리고, 고성 공략에 집중한다.”
“예!”
“모두 나를 따르라.”
“가자!”
“와아아!”
이지령을 따라 페가수스 공략대와 각성자들이 고성으로 향했다.
뒤에 남겨진 레빈이 중얼거렸다.
“형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 없어.”
“당연하잖아.”
“엉?”
“제온이 누군지 잊었어? 모래술사가 모래 속에서 죽는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브리엘의 반응에 레빈이 놀라 눈을 끔뻑거렸다.
“너, 뭐 아는 거야?”
“몰라!”
“그런데 왜…….”
“그래도 제온이 죽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어. 제온은 살아 있어.”
“그래?”
“제온은 모래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자. 그런데 모래가 제온을 죽일 리 없잖아. 우리가 고성으로 가면 제온도 분명 그곳으로 올 거야.”
브리엘의 목소리엔 확신이 가득했다.
레빈은 그런 브리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형이 겨우 이 정도에 죽을 리 없지.”
“당연하지.”
“알았어. 그럼 고성으로 가자. 살아 있다면 반드시 그곳으로 올 테니까.”
“응!”
“조심해! 다른 각성자들은 믿을 수 없으니까.”
“처음부터 나는 다른 인간들을 믿지 않았거든.”
브리엘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가 믿는 인간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 외의 모든 인간들은 그녀에게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페가수스 공략대의 각성자 몇 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우리가 보호하겠다.”
“보호요?”
“그래! 대장이 너희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렇게 신경 써 줄 필요 없는데요.”
“대장의 명령이다. 너희들에겐 거부할 권리가 없다.”
각성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말이 좋아 보호지, 사실은 감시였다.
제온을 잃은 두 사람은 꽤나 탐스러운 존재였다.
한 명은 희귀한 능력을 가진 각성자였고, 다른 한 명은 엘프였다.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했다.
이지령은 두 사람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레빈이 이를 바득 갈았다.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두고 보자. 제온 형이 돌아와도 이렇게 나올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