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후드득!
거대 거머리의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파편은 바로 소형 거머리들이었다.
상당수는 폭발에 죽었지만, 대부분은 멀쩡히 살아 있었다.
바닥을 나뒹굴던 녀석들은 이내 모체를 중심으로 뭉치려 했다. 하지만 제온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쉬쉬쉭!
수십 줄기의 샌드 블라스터가 모체를 향해 다가가는 소형 거머리들을 관통했다.
그렇게 모체를 격리한 제온이 다시 한번 샌드 믹서를 펼쳤다.
가아앙!
모체를 둘러싼 모래가 무섭게 회전했다.
모체는 그 자체로 B급 마수였다.
표피의 강도가 일반적인 거머리들과 차원이 달랐다.
덕분에 샌드 믹서 속에서도 잠깐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역장이 완전히 날아가고 놈의 표피에 균열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자 모체가 다급해졌다.
삐이이!
모체가 고주파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검은 물체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상 유사 지대에 포진해 있던 소형 거머리들이 모체의 부름에 몰려든 것이다.
소형 거머리들은 제온과 모체 등이 추락했던 구멍을 통해 지하 공동으로 들어왔다.
지하 공동이 소형 거머리로 새까맣게 변했다.
소형 거머리들은 모체를 지키기 위해 제온 앞에 장벽을 쌓았다.
꿈틀거리는 거대한 장벽을.
놈들은 자신의 몸으로 제온의 스킬을 육탄 방어했다.
모체를 지키기 위해서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다.
이것이 군집 마수의 무서운 점이었다.
모체, 혹은 핵이 되는 개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스스럼없이 한목숨 내놓는 것이다.
전부이면서 하나.
하나이면서 전부인 마수.
그것이 바로 군집 마수였다.
모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소형 거머리들을 모두 소환했다.
그 모습을 본 제온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물량 공세로 나온단 말이지? 그런데 어쩌지? 이쪽도 물량 공세엔 자신이 있는데.”
스스슥!
제온의 주위에 있던 모래가 꿈틀거리더니 사람처럼 변했다.
샌드 솔저를 소환한 것이다.
백 기가 넘는 샌드 솔저들이 제온 주위에 포진했다.
제온이 샌드 솔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뚫어라.”
순간 샌드 솔저들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샌드 솔저들과 소형 거머리들이 격돌했다.
쾅! 콰앙!
폭음과 함께 소형 거머리들이 터져 나갔다.
샌드 솔저는 강력했다.
제온만큼은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무투계 각성자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샌드 솔저들은 앞을 가로막는 소형 거머리들을 박살 내고, 터트렸다. 샌드 솔저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샌드 솔저 하나에 열 마리가 넘는 소형 거머리들이 달려들었다.
소형 거머리들의 물량 공세에 샌드 솔저가 형태를 잃고 모래로 돌아갔다.
샌드 솔저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제온은 당황하지 않았다.
츠츠츠!
마나만 공급하면 샌드 솔저는 무한히 재생한다.
방금 전 소형 거머리들의 물량 공세에 무너졌던 샌드 솔저가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소형 거머리들을 공격해 파괴했다.
퍼엉! 펑!
죽여도 재생하는 샌드 솔저들의 공격에 소형 거머리들이 터져 나가고, 모체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제온은 샌드 솔저들이 연 길을 걸었다.
키이이!
모체가 기괴한 신음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제온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거대 거머리도 소용없고, 소형 거머리들의 물량 공세도 통하지 않는다.
주변이 온통 모래라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었다.
제온은 거머리들의 완벽한 상극이었다.
“이제 어디로 숨을 거냐?”
당연히 모체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생존을 위해서 발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츠으으!
모체에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모체 비장의 스킬인 강산 안개였다.
체내의 강산을 외부로 방출해 어지간한 각성자나 마수 따윈 순식간에 녹여 버리는 무서운 스킬이었다.
강산 안개가 순식간에 제온을 에워쌌다.
그 모습을 본 모체가 기쁨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계획대로 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모체는 강산 안개가 제온을 녹여 없앨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였다.
츠으으!
제온의 몸에서도 검은 안개가 피어났다.
모공에서 엑시온이 발출된 것이다.
엑시온은 제온의 몸 주위를 휘돌며 강산 안개를 밀어냈다.
모든 것을 녹이는 강산도 엑시온엔 어떤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순식간에 강산 안개가 무력화되고 모체가 무방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제온은 그런 모체를 빤히 바라봤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제온의 눈빛에 모체가 움찔 떨었다.
제온이 그런 모체에 엑시온을 날렸다.
휘류류!
엑시온이 마치 드릴처럼 회전하며 모체에 작렬했다.
모체의 몸통에 구멍이 뻥 뚫렸다.
그것이 모체의 최후였다.
키에에!
비명과 함께 모체가 쓰러졌다.
모체가 죽자 소형 거머리들이 괴성을 내지르다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후!”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샌드 솔저의 소환을 해제할 때였다.
불쑥!
갑자기 모래를 뚫고 거대한 낫을 든 존재가 나타났다.
차진철을 납치해 갔던 그림리퍼였다.
스가악!
그림리퍼가 죽은 모체를 향해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그러자 모체가 윤기를 잃고 볼품없이 쪼그라들었다.
그림리퍼가 모체의 생기를 모조리 흡수한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그림리퍼가 제온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대로 벽을 통과해 사라졌다. 놈이 사라진 방향엔 고성이 있었다.
그림리퍼가 왜 모체의 생기를 흡수해 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좋은 의도로 흡수한 게 아니란 것은 알 수 있었다.
제온이 그림리퍼가 사라진 벽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콰앙!
모래가 날아가 벽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구멍 너머로 어두운 통로가 보였다.
제온이 통로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서둘러야겠군.”
***
“씨발! 더럽게 크네.”
“분위기가 미쳤는데.”
페가수스 공략대와 각성자들이 눈앞에 있는 거대한 고성을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온 덕분에 그들은 유사를 건너 손쉽게 고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본 고성은 정말 거대했다.
목이 부러질 정도로 올려다봐야 고성 정상부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고성 위로 구름이 유독 짙게 어려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새까만 고성이 이 때문에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당장 뭐라도 나올 분위기군.”
이지령이 고성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뭐가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모래만 아니면…….”
“와하하!”
“맞아! 모래만 아니면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지.”
공략팀장 브론슨의 말에 각성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였다.
불쑥!
갑자기 바닥에서 손이 튀어나왔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수백 개가 넘는 팔이 바닥을 뚫고 나타났다.
“뭐야?”
“바닥을 조심해.”
각성자들이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팔의 주인들이 바닥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썩어 문드러진 살점과 뼈가 군데군데 드러난 병사들이었다.
이지령은 한눈에 병사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언데드다. 모두 조심하라.”
“언데드?”
“그럼 살아 있는 시체란 말이야?”
“씨발! 역겨워.”
각성자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많은 던전을 공략했지만, 언데드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미 죽은 자가 일어나 움직이는 것을 보는 기분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그림리퍼에 이어 언데드라니. 대체 이 던전의 정체가 뭐야?”
“한가하게 추리나 할 때야? 모두 전투 준비해. 여기서 뒈지면 저놈들 꼴 날지도 모르니까.”
“으으!”
각성자들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는 것도 두려운데, 저들처럼 언데드가 되어 던전에 속박되는 것은 더욱 무서웠다.
그때 페가수스 공략팀의 팀장인 브론슨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시체 따위가 뭐가 두렵다고 호들갑인가? 제일 대형으로 놈들을 쓸어버린다. 모두 준비하라.”
“예!”
브론슨의 외침에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페가수스 공략대는 평소에도 던전 공략을 위해 여러 가지 대형을 연습했다.
그중 제일 대형은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뛰어난 육체 능력을 가진 무투계 각성자들이 앞에서 적을 막고, 뒤에서 마법계 각성자들이 집중 포격한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쓸어버리는 제일 대형은 페가수스 공략대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대형이었다.
“우리도 돕겠습니다.”
서 구역의 각성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원래라면 뒤로 빠져 전력을 최대한 아꼈겠지만, 차진철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늦으면 늦을수록 차진철을 구할 확률도 그만큼 낮아진다.
지금은 전력을 보존하거나 숨길 때가 아니었다.
기계화 각성자들이 무투계 각성자들 옆에 섰다.
위잉!
기계 소음과 함께 그들의 피부 속에 감춰졌던 금속 부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워어!
그 순간 언데드 병사들이 괴성과 함께 돌격해 왔다.
“와라! 역겨운 시체들아.”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무투계 각성자들도 고성을 내뱉으며 무기를 휘둘렀다.
콰콰쾅!
언데드와 각성자 들이 부딪쳤다.
브론슨이 이끄는 무투계 각성자들은 언데드들을 맞이해 압도적인 위용을 발휘했다.
콰직!
서걱!
언데드들의 뼈가 부러지고, 사지가 잘려 나갔다.
그렇게 무투계 각성자와 기계화 각성자들이 언데드들을 막는 사이 마법계 각성자들의 마법 포격이 시작됐다.
“챠앗! 매직 애로우.”
“파이어 월.”
“윈드 커터.”
콰콰쾅!
수많은 마법이 언데드 병사들에게 쏟아졌다,
화염이 폭발하고, 칼날 같은 바람이 폭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마법계 각성자들의 포격에 수많은 언데드가 터지고 썰려 나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됐다.”
“별거 아니군.”
무투계 각성자와 기계화 각성자들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 쉽게 언데드들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화력에 벌써 반 이상의 언데드들이 죽어 나갔다.
남은 언데드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
전장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후우!
갑자기 고성에서 불길한 붉은 기운이 터져 나와 전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자 쓰러졌던 언데드들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뭐야?”
“죽은 놈들이 부활한다.”
이지령이 외쳤다.
“핵을 찾아내 부숴야 놈들의 부활을 막을 수 있다.”
“씨발!”
그제야 각성자들은 깨달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