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아르켈론에 타고 있는 모트 일족은 무언가 생산하고, 강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네오 서울에 들어가면 엄청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능력자들인 것이다. 그런 능력자들이 크레이온을 안정화하는 데 총동원됐다.
뿐만 아니라 크레이온을 샅샅이 분해하고 상한 부위를 보수해 새것처럼 만들었다.
케일리가 새로이 인챈트를 하려 했지만, 크레이온에는 이미 수많은 인챈트가 되어 있어 더 이상 부여할 수 없었다.
케일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파빌사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검은 뭐죠? 전 이런 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인간이 만든 게 맞기는 한가요?”
“크레이온은 한 인간의 집념이 만들어 낸 역작이다.”
“정말 인간이 만들었다구요?”
“그렇다.”
“도대체 누가?”
“크레이온!”
“네?”
“크레이온이 이 검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검 이름이 만든 사람과 똑같다는 건가요?”
“그렇다.”
“왜…….”
“그만! 그 이상은 말해 줄 수 없다.”
“아!”
선을 딱 긋는 파빌사의 말에 케일리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파빌사는 크레이온을 검집에 수납해 데이오든에게 향했다.
데이오든은 이미 떠날 준비를 다 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제온이 있었다.
파빌사가 크레이온을 건너며 말했다.
“아주 새것처럼 손질했다.”
“고맙다.”
데이오든의 인사에 파빌사가 흠칫 놀랐다.
백 년이란 시간 동안 처음으로 들어 보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데이오든은 절대 누군가에게 고맙다거나, 감사의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두가 병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대우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는 파빌사도 포함됐다.
그런 파빌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일대 사건이었다.
파빌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사람같이 말하는군.”
“아마 살아서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거다.”
“으음!”
“잘 살아라, 파빌사! 그동안 고마웠다.”
데이오든이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파빌사는 그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이렇게 말문이 막힌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잠시 데이오든을 바라보던 그는 케일리에게 말해 몇 가지 물건을 가져오게 했다.
마수들에게서 기척을 감춰 주는 안전 텐트, 절삭력이 강화된 단검, 식수를 담을 수 있는 커다란 항아리, 화폐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정석 등 사막에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물건들이었다.
“가져가라.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요긴하게 사용할 날이 올 것이다.”
잠시 물건들을 바라보던 데이오든이 제온에게 말했다.
“나는 필요 없으니 네놈 아공간에 모두 챙기거라.”
“네!”
제온은 건틀렛에 마나를 주입해 아공간을 활성화했다.
아공간은 놓여 있던 물건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제온이 신기하단 표정으로 자신의 건틀렛을 바라봤다.
그때 케일리가 말했다.
“아참! 이거요.”
그녀가 데이오든에게 내민 것은 여왕 늑대 개미의 껍질로 만든 흉갑이었다.
가슴과 복부를 완벽하게 보호하면서 움직임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 낸 물건이었다.
비록 시간이 없어 인챈트를 하지 못했지만, 여왕 늑대 개미의 사체로 만들어 방호력 하나만큼은 대단했다.
데이오든이 말했다.
“저 녀석에게 주거라.”
“맞다! 이거 제온 거였죠.”
“그래! 아직 병신처럼 제 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니, 흉갑이라도 입혀 데리고 다닐 수밖에.”
“알았어요.”
케일리는 더 묻지 않고 제온에게 흉갑을 건네줬다.
“받아!”
“아, 고마워요.”
제온이 흉갑을 받아 들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제온은 자존심보다 목숨을 보호할 수단이 하나 더 생긴 것에 감사했다.
데이오든의 말처럼 그는 아직 제 한 몸 건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충분히 강해지기 전까지 이런 보호구가 필요했다.
특히 이번 스캐빈저와의 싸움으로 보호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제온은 로브 안에 흉갑을 받쳐 입었다.
흉갑 하나 걸쳤을 뿐인데 한결 든든하게 느껴졌다.
데이오든이 말했다.
“가자!”
“네!”
제온이 대답과 함께 아르켈론에서 내렸다.
파빌사와 케일리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무심하게 뒤돌아보지 않고 멀어져 갔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케일리가 파빌사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그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건가요? 혹시 약점이라도 잡혔나요?”
그녀가 아는 파빌사는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퍼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파빌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일족뿐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이용 대상으로 생각하는 파빌사가 왜 이렇게까지 데이오든에게 베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 대한 데이오든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와 세상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빚이라뇨?”
“나를 비롯해 모두가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비겁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오직 그만이 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것도 무려 백 년이나. 처지를 떠나 그런 남자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내가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저는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몰라도 된다. 알려 주고 싶지 않은 진실이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약속해다오.”
“무슨?”
“제온은 데이오든이 동행으로 택한 자. 혹시라도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도와주거라. 그것이 우리가 데이오든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파빌사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케일리는 더 이상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
아르켈론을 떠난 데이오든과 제온은 동쪽으로 걸어갔다.
데이오든은 여전히 제온에게 목적지를 말해 주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제온도 묻지 않았다.
이젠 그냥 관성적으로 데이오든을 따라 걸을 뿐이다.
온종일 사막을 걸었지만,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모래가 알아서 제온을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제온은 마나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만 하면 됐다. 그것도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았다.
마나라는 것은 신기해서 쓰면 쓸수록 용량이 조금씩 커졌다. 그 때문에 제온은 휴식 시간에 맞춰 마나를 바닥내는 습관을 들였다.
샌드 블라스터, 샌드 미사일, 모래 지배력 등을 쉼 없이 사용해 숙련도를 높였다.
스캐빈저들과의 싸움은 제온에게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게 한 일대 전환점이었다.
그들과의 싸움을 끊임없이 복기하며 자신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모래를 이용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온종일 모래를 붙잡고 놀다 보니 그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사막을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마수들이 습격해 왔다.
데이오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마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제온의 몫이 됐다.
이제 제법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제온은 당황하지 않고 마수들을 상대했다.
걸으면서 상상했던 모든 수법을 마수들에게 펼치며 숙련도를 높였다.
이제 제온은 모래 걸음을 펼치면서도 샌드 블라스터와 샌드 미사일을 동시에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스킬들을 터득했다.
데이오든은 그런 제온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퍼버버벅!
제온이 펼친 샌드 미사일에 십여 마리의 마수가 쓰러지고 있었다.
모래 속에 은신해 있다가 독침으로 공격하는 유령 전갈이었다.
사막에 서식하는 마수들 중에서는 하급에 속했다.
놈들은 모래 속에 기척도 없이 숨어 있다가 기습하기에 미리 감지하지 못하면 극히 위험했다.
그렇게 유령 전갈의 먹이가 되어 사라진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좋지 않았다.
유령 전갈 딴에는 모든 기척을 완벽히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미세한 모래 입자를 타고 전달되는 진동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푸화학!
모래를 뚫고 유령 전갈이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머리가 박살 났다.
그렇게 수많은 유령 전갈이 제온에게 목숨을 잃었다.
바닥엔 부서진 유령 전갈의 잔해가 수북했다.
“흥!”
데이오든이 코웃음 치며 뒤돌아섰다.
아직도 그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그래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은 것은 칭찬해 줄 만했다.
이제 제온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새대가리는 아니군.’
학습 효과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데이오든은 걸음을 옮겼다.
유령 전갈을 모두 정리한 제온이 금세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수많은 유령 전갈을 상대했음에도 제온은 호흡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기쁜 표정도 없었다.
이제 이 정도의 마수들을 사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어?”
데이오든을 따라 걷던 제온이 문득 탄성을 내뱉었다.
저 멀리 커다란 바위가 보였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저렇게 삐죽 솟아 있는 바위를 발견하는 것은 절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모래가 대부분인 이 세상에서 저런 바위는 무척이나 귀한 안식처였다. 샌드웜같이 모래 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마수들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바위는 모래에 파묻혀 있는 거대한 돌산의 일부일 것이다.
제온이 일했던 마정석 광산처럼 말이다.
데이오든이 말했다.
“모래에 파묻혀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낸 것 같군. 오늘은 이곳에서 쉬자.”
“네!”
두 사람은 커다란 바위에 앉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두 사람은 품에서 육포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별말 없이 육포를 씹었다.
천천히 씹고 침으로 충분히 녹인 후 목으로 넘겼다.
큰 뿔 하이에나의 고기로 만든 육포는 굉장히 많은 영양소를 품고 있었다. 때문에 한 조각만 먹어도 하루치의 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한창 성장기에 있는 제온에겐 한 조각으로 부족했다.
그는 한 조각을 더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해가 지고 사위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둠이 내린 사막은 고요했다.
대부분의 마수들도 활동을 멈추고, 은신처에서 잠을 청한다.
사막의 밤은 마수들에게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밤에 활동하는 마수들일수록 강하다는 것을 제온도 이제 깨달았다.
데이오든 같은 초강자에겐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제온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쿠오오!
어둠을 흔들며 마수의 포효가 들려왔다.
밤에 주로 활동하는 거대 마수의 울음이었다.
제온은 미간을 찌푸린 채 울음이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있는 바위에서 한참이나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이 확실했다. 마수가 똑바로 다가오지 않는 이상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데이오든은 마수의 울음엔 신경도 쓰지 않고 크레이온을 꺼내 바위에 꽂았다.
푹!
크레이온이 단단한 바위를 마치 두부처럼 파고 들어갔다.
그렇게 크레이온을 바닥에 꽂은 후 대화를 했다.
“친구여…….”
수없이 본 광경이었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제온은 아예 데이오든에게서 신경을 끄고 오른손에 끼고 있는 건틀렛에 집중했다.
모래를 무기로 사용하는 제온의 특성상 건틀렛을 직접 휘두를 일은 없었다. 그래서 건틀렛의 진정한 위력을 실감하지 못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건틀렛에 딸린 아공간이었다.
제온은 자신이 사냥한 마수들의 사체에서 쓸 만한 부위를 모두 아공간에 보관했다.
아공간은 시간이 흐르지도 않고, 환경의 변화도 없다.
그 때문에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의 아공간은 거의 창고만 했다.
많은 물건을 수납해도 자리가 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적인 물건이었다.
제온이 손등의 둥그렇게 파인 부분을 어루만졌다.
“여기에 화속성 아이템을 장착하면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단 말이지.”
화속성 아이템이란 말에 데이오든이 화염 드레이크를 잡은 던전이 생각났다. 제온을 집어삼켰던 그 던전이었다.
던전 안에 있던 모든 생명체들이 화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건틀렛을 얻을 줄 진작 알았다면 그곳에서 쓸 만한 아이템이 있는지 찾아볼 걸 그랬다.
“쯧!”
후회해도 소용없기에 제온은 그저 혀만 찼다.
그때였다.
쿠워어어!
“이쪽이야.”
“저곳으로 피해!”
마수의 울음소리와 함께 다급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잠시 후 어둠을 뚫고 네 명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에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외양은 인간과 똑 닮아 있었다. 하지만 뾰족하게 튀어나온 양쪽 귀와 보랏빛 눈동자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이종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