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각성자들과 언데드들의 전투는 치열했다.
부수고, 또 부수고, 죽이고, 또 죽인다. 그래도 언데드들은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
“도대체 핵이 어디 있는 거야?”
“제기랄!”
각성자들에게서도 희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선두에서 싸우던 무투계 각성자들의 피해가 컸다.
무투계 각성자들의 저지선에 구멍이 뚫리자 언데드들이 파고들었다.
“이 저주받은 것들이 감히…….”
엘로이가 창을 휘두르며 언데드들을 쓸어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힘으로도 모든 언데드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언데드들이 그녀의 저지선을 뚫고 레빈과 브리엘에게 다가왔다.
전황의 급변에 레빈이 브리엘을 챙겼다.
“치잇! 위험하니까 내 뒤로 숨어.”
“내 한 몸은 지킬 수 있다니까.”
브리엘이 고깔모자 속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안엔 맑은 액체가 담겨 있었다.
브리엘이 액체를 손바닥에 조금 따른 후 중얼거렸다.
“산들바람아 불어라.”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산들바람이 일어나 손바닥의 액체를 날려 버렸다.
그워어어!
크에에!
액체에 닿은 언데드들이 괴성과 함께 녹아내렸다.
레빈이 놀라 브리엘에게 물었다.
“그 액체는 뭐야?”
“성수!”
“엉? 성수?”
“그래!”
“도깨비 시장에서 성수도 팔아?”
“아니, 동대문에서 구한 거야.”
“동대문? 그 광신도들의 구역에서?”
“일단 그들이 모시는 것도 신이니까.”
성수는 신의 축복을 받은 물이었다.
어떤 종류의 신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동대문에선 성수를 고가에 판매했다. 물론 사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브리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수를 사서 고깔모자 속 아공간에 쟁여 놓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비상시에 대비한 거기에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언데드들에게 통하는 것을 보니까 성수는 확실하네.”
“개똥도 약에 쓸데가 있다더니 그 광신도들도 쓸모가 있네.”
“성수 양이 많지 않아. 이 정도로는 턱도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성수를 사는 건데.”
레빈이 이를 악물었다.
브리엘에게만 언데드를 맡겨 둘 수는 없었다.
언데드들은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고, 페가수스 각성자들만 믿고 방관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어쩔 수 없네.”
한숨과 함께 그의 몸이 유령처럼 변했다.
유령화를 펼친 것이다.
이제까지 그의 능력을 본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일로 주목받게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과 브리엘을 지키려면 각성 능력을 공개해야 했다.
몇몇 각성자들이 유령처럼 변한 레빈의 모습을 목격했다.
“뭐야?”
“사람이 스펙터처럼 변했어. 저게 가능해?”
“새로운 종류의 각성자인가?”
빠지직!
순간 유령처럼 변한 레빈에게서 보랏빛 전류가 발산됐다.
레빈의 고유의 능력인 퍼플 라이트닝이었다.
퍼플 라이트닝은 주위에 있던 언데드들을 타고 퍼져 나갔다.
퍼버버벙!
퍼플 라이트닝에 언데드들이 연쇄 폭발했다.
그렇게 폭발한 언데드들은 두 번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핵까지 터져 나간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마법계 각성자들이 외쳤다.
“라이트닝 마법을 써.”
“뇌전계 각성자들이 공격해.”
뇌전계 마법을 쓸 수 있는 각성자들이 앞으로 나서 마법을 펼쳤다.
콰르르!
곳곳에서 뇌전이 명멸하며 언데드들이 쓰러졌다.
그들 중 일부는 핵이 파괴되어 일어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언데드들은 다시 원래의 형체를 되찾았다.
같은 뇌전계 마법이었지만, 위력의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레빈의 퍼플 라이트닝은 일반적인 뇌전보다 몇 배나 강한 위력을 지녔다.
그 때문에 언데드 몸속 깊은 곳에 숨겨진 핵까지 도달하지만, 다른 각성자들의 뇌전 마법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언데드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이지령이 앞으로 나섰다.
“어쩔 수 없군. 힘을 최대한 보존하고 싶었는데.”
전력으로 고성의 주인을 상대하기 위해 참고 있었지만,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 레빈에게서 언데드 병사들 공략의 힌트를 얻었다.
빠지지직!
이지령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 모습을 본 게슬링이 크게 외쳤다.
“모두 뒤로 물러나. 대장이 전력을 다하려 한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선에서 언데드들과 맞서 싸우던 각성자들이 후퇴했다.
다만 몇몇 기계화 각성자들이 영문을 몰라 주춤거렸다. 그러자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이 그들의 손을 잡아끌었다.
“뒈지기 싫으면 어서 따라와.”
“대장의 번개는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고.”
그들의 말에 기계화 각성자들이 허겁지겁 후퇴했다.
그렇게 각성자들이 썰물처럼 빠지자 이지령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그 순간 눈을 멀게 할 정도로 크고 강력한 뇌전이 터져 나왔다.
번쩍!
거대한 뇌전이 하늘과 땅을 일직선으로 관통했다.
이어 마치 가지를 치듯 굵은 뇌전 다발이 거대한 뇌전에서부터 쏟아져 나왔다.
이지령의 주력 스킬인 기가 라이트닝이었다.
콰콰콰!
이지령을 중심으로 뇌전이 둥글게 가지를 뻗쳐 나가며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잠시 후 세상이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레빈이 이지령을 멍하니 바라봤다.
“후우!”
옅은 한숨을 내쉬는 이지령의 어깨 위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맙소사!”
엘로이와 레빈이 이지령을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기분이었다.
그만큼 조금 전 이지령이 보여 준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사방 백 미터를 가득 채우던 번개의 향연이라니.
수백 줄기의 뇌전 다발이 그야말로 비처럼 쏟아져 대지를 초토화했다.
검게 그을린 대지 위엔 수백 구의 시신이 새까맣게 타 나뒹굴고 있었다.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탄 언데드들은 핵이 파괴되어 두 번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미친…….”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브리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냉소적인 그녀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이지령의 뇌전은 엄청났다.
“와아아!”
“대장이 언데드들을 모두 정리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고성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지령이 레빈 옆에 착지하며 말했다.
“봤느냐?”
“…….”
“너도 이렇게 될 수 있다. 페가수스 공략대에 들어와라. 내가 키워 주마.”
“됐습니다.”
“제온도 없는데? 내가 대신 보호자가 되어 주마. 너와 저 꼬마의…….”
“형은 죽지 않았습니다.”
“확신하는 얼굴이군.”
“정말 죽지 않았으니까요.”
레빈의 단호한 목소리에 이지령이 브리엘을 바라봤다.
브리엘도 레빈처럼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이지령이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죽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 모래술사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으려나?’
***
제온이 손끝으로 벽을 더듬었다.
매끈하면서도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지하 통로는 놀랍게도 모두 돌로 이뤄져 있었다.
‘네오 서울에서 이 사실을 알았으면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난리 났겠군.’
웃긴 말이지만, 이 시대에 돌이나 바위는 무척 귀한 자원이었다.
세상이 온통 사막으로 변했기에 제대로 된 바위를 구할 수 있는 곳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돌이나 바위가 있어야 건물을 올릴 수 있었다.
아무리 건물에 마법적인 처리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된 석재가 충분히 받쳐 줄 때 이야기다.
한동안 돌을 어루만지던 제온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석벽에서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지?’
이유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은 그리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었다.
불길한 느낌에 제온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제온은 고성이 가까워졌음을 알아차렸다.
벽에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물건들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뾰족한 꼬챙이를 비롯해 톱날이 달린 기형의 칼, 인두까지 고문에 필요한 모든 도구가 벽에 걸려 있었다.
제온은 고문 도구가 걸려 있는 통로를 지나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끔찍한 광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쇠창살로 만든 감방 안에 작업대가 놓여 있고, 그 위에 해부된 마수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인간형의 마수는 배가 갈라져 내부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는데, 장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수를 해부한 존재가 모조리 끄집어낸 것이 분명했다.
제온은 감방을 지나쳤다.
안쪽엔 더 끔찍한 광경이 제온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지가 잘려 나가거나, 머리가 열린 마수들의 사체가 감방마다 즐비한 것이다.
사방에서 피비린내가 폭풍처럼 밀려왔다.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이 안에서 죽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끄으으!”
안쪽에서 누군가의 신음이 들려왔다.
희미하지만 인간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차진철인가?’
제온이 서둘러 신음이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제온이 본 것은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작업대 위에 인간이 사지를 활짝 벌린 채 누워 있었다.
팔다리에는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고, 배와 머리가 갈라져 내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각종 장기는 모두 끄집어내 옆에 있는 양동이에 담아 놓았고, 피는 관을 통해 또 다른 양동이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근육은 모두 갈기갈기 쪼개져 새하얀 뼈까지 드러나 있었다.
진짜 끔찍한 것은 그 상태로 남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나……를 죽여 줘.”
그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제온을 보며 애원했다.
남자는 제온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페가수스 공략대 소속의 각성자였다.
아마 공략 도중 납치되어 이곳에 끌려온 것 같았다.
각성자의 앞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존재가 식칼 비슷한 칼을 들고 해체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각성자의 심장이 적출됐다.
그런데도 각성자는 고통만 느낄 뿐 죽지 않았다.
그것이 남자를 해부하는 검은 로브 존재의 능력이었다.
자신이 고문하는 존재의 숨을 붙들어 두는 것.
놈의 이름은 심문관.
이곳에 잡혀 온 존재를 고문하고 해부해 신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놈의 임무였다.
놈은 해부당하는 존재의 신체 구조를 모두 파악하기 전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이곳에 잡혀 온 마수나 인간은 산 채로 자신의 신체가 해부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지금 작업대 위에서 해부당하는 각성자처럼 말이다.
제온이 각성자를 바라봤다.
각성자는 제온에게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바라는 것이다.
“후!”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엑시온이 화살처럼 발사되어 남자의 머리에 작렬했다.
퍼억!
남자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아무리 심문관의 능력이 대단하더라도 머리가 없는 사람의 숨까지 붙여 놓을 수는 없었다.
고문할 육체를 잃어버린 심문관이 그제야 제온을 바라봤다.
로브에 가려진 심문관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스윽!
놈이 칼을 들어 제온을 가리켰다.
다음 제물은 제온이라는 듯이 말이다.
심문관 뒤에 있던 감방들의 문이 열리며 똑같이 검은 로브를 입은 존재들이 나타났다.
다른 감방에서 각성자들을 해부하던 심문관들이었다.
그들도 칼을 들어 제온을 겨눴다.
순간 제온의 눈빛도 심문관처럼 섬뜩하게 변했다.
“죽지 못해 영원을 헤매는 마물 따위가 감히 누구에게 칼을 겨누는 것이냐?”
푸화학!
제온의 몸이 검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엑시온이 방출되어 그의 몸을 가린 것이다.
엑시온을 온몸에 두른 제온이 심문관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가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