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페가수스 공략대 앞에 양 갈래 갈림길이 나타났다.
탐사팀장 게슬링이 눈을 감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워어어!
그 순간 양쪽 통로에서 언데드 병사들이 나타났다.
놈들은 통로를 가득 채운 채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그때 게슬링이 눈을 떴다.
“오른쪽 통로야. 그곳에 생명 반응이 있어.”
“들었지? 왼쪽 통로를 틀어막고 오른쪽을 공략한다.”
공략팀장 브론슨이 즉각 명령을 내렸다.
무투계 각성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콰쾅!
그들의 공격에 왼쪽 통로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당연히 언데드 병사들도 잔해에 깔려 버렸다.
왼쪽 통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자, 각성자들은 오른쪽에서 밀려오는 언데드 병사들에만 집중했다.
“핵을 찾아 부숴야 해.”
이때 위력을 발휘한 이들이 게슬링을 비롯한 탐지 스킬을 가진 각성자들이었다.
“허리 왼쪽에 핵을 숨기고 있습니다.”
무투계 각성자들이 언데드 병사들을 막는 사이 탐지 스킬을 가진 각성자들이 핵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러면 마법계 각성자들이 정교하게 마법을 날려 핵을 공격했다.
퍼버버벙!
폭음과 함께 언데드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핵이 파괴되면서 더 이상 부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페가수스 공략대가 찾아낸 방법이었다.
무작정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핵을 찾아내 정밀 타격해 부활 여지를 완전히 없애는 것.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결국 고성 공략 방법을 찾아냈다.
그 모든 것이 이지령이 압도적인 위용으로 시간을 벌어 준 덕분이었다.
“막아!”
브론슨의 명령에 무투계 각성자들이 언데드 병사들을 막아선다. 그들이 버티고 있는 사이 마법계 각성자들이 각자 스킬을 준비해 핵을 파괴한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마치 정밀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방어와 공격이 이뤄졌다.
이지령은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
이것이 그가 페가수스 공략대를 만든 이유였다.
그 혼자서도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공략대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페가수스 공략대가 성장해야 그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렇게 격전을 치른 각성자들은 빠르게 성장해 정예가 되어 그의 든든한 발판이 되어 준다.
혼자서는 절대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없다.
밑에서 든든하게 받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 독주하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이지령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공략대의 공격을 지켜보는 이유였다.
다행히 이제까지는 그의 기대만큼 따라와 주고 있었다.
비록 희생자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문득 이지령의 시선이 레빈을 향했다.
레빈은 유령화된 상태로 뇌전을 방출하고 있었다.
레빈 특유의 퍼플 라이트닝은 핵뿐만 아니라 언데드 병사들의 몸체까지 송두리째 태워 버렸다.
아직 정밀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 위력만큼은 일반적인 라이트닝 스킬보다 월등히 강했다.
그래서 탐이 났다.
자신도 같은 뇌전계 각성자인 만큼 레빈을 잘 키워 줄 자신도 있었다. 문제는 레빈이 자신에게 올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레빈은 제온을 크게 믿고 있었다.
제온이 살아 있는 이상 그가 자신을 따를 일은 절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레빈과 제온이라…….’
그 순간 이지령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천칭 저울이었다.
천칭 저울 양쪽에 각각 제온과 레빈을 올려 두고 무게추가 어디로 기우는지 지켜봤다.
‘재밌네.’
생각과 달리 이지령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콰콰콰!
그 순간에도 페가수스 공략대는 착실히 고성을 공략했다.
언데드 병사들은 더 이상 공략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좋아! 금방 공략하겠다.”
“이대로 밀어붙여.”
각성자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고성을 금방 공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들의 뇌리를 스쳐 지나갈 때였다.
기이잉!
각성자들의 자신감을 깨부수기라고 하듯이 통로 벽이 열리고 기사 복장을 한 이들이 나타났다.
“또 뭐야?”
“이번엔 언데드 기사인가?”
한눈에 봐도 언데드 병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지령이 소리쳤다.
“모두 조심하라. 이제까지 나온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들이다.”
“네!”
각성자들의 얼굴에도 긴장의 빛이 역력했다.
그들도 언데드 기사들의 강력함을 어느 정도 느끼는 것이다.
그 순간 언데드 기사들이 공격해 왔다.
후웅!
그들의 검이 어둠을 갈랐다.
목표가 된 무투계 각성자가 소리치며 마주 검을 휘둘렀다.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이 썩어 문드러진 것들아.”
그는 무투계 C급 각성자로 주무기는 검이었다.
그의 검이 순간적으로 세 개로 분열했다.
하나는 반격을 위한 검, 두 번째는 틈을 만들기 위한 검, 세 번째는 반격을 위한 검이었다.
서걱!
하지만 그의 검이 언데드 기사들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데드 기사의 검이 그의 검과 몸을 동시에 베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 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뻐끔거리던 각성자가 두 조각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씨발! 오러다.”
“언데드가 오러를 쓴다.”
“미치겠군.”
각성자들의 말처럼 언데드 기사들의 검엔 보기만 해도 불길한 검은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최소 B급 각성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오러를 한낱 언데드들이 사용한다는 사실에 페가수스 공략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 통로에 번개가 번쩍였다.
이지령이 뇌전을 날린 것이다.
각성자들은 뇌전이 언데드 기사들을 바싹 구워 버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사아악!
언데드 기사 앞에 검은색 보호막이 나타난 것이다.
보호막은 뇌전 다발을 옆으로 튕겨 냈다.
그 직후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뇌전에서 언데드 기사들을 보호한 것이다.
“오러…… 실드?”
“환장하겠네. 무슨 시체 새끼가 오러 실드를 펼쳐?”
무투계 중에서도 B급 이상의 각성자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오러 실드다.
그 말은 지금 나온 언데드 기사들의 전력이 B급 무투계 각성자와 맞먹는다는 뜻이었다.
무력은 비슷했지만, 유리한 것은 언데드 기사들이었다.
언데드라는 특성 때문이다.
핵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죽지 않는다. 심지어 머리가 잘려도 말이다.
더군다나 언데드 기사들은 오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았다.
공수에 모두 오러를 사용하니, 밀리는 것은 오히려 인간 각성자들이었다.
“크악!”
“컥!”
선두에 서 있던 각성자들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언데드 기사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그워어!
언데드 기사들에 의해 죽은 각성자들이 몸을 일으킨 것이다.
“뭐야?”
“얘들이 왜?”
다시 일어난 각성자들의 눈동자엔 검은 기운이 가득했다.
죽은 각성자들은 그대로 몸을 돌려 동료들을 공격했다.
“제기랄!”
“이 새끼들, 언데드가 됐어.”
“언데드 기사한테 죽으면 언데드가 된다. 씨발!”
각성자들이 경악했다.
공략대에게 죽음은 믿을 수 없는 친구나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곁에 있고, 자칫 방심하면 언제든 칼을 쑤실 수 있는.
그렇기에 언제나 죽음을 각오하고 있고, 담담히 받아들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언데드로 부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처음으로 각성자들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이지령은 각성자들의 동요를 눈치채고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군. 최대한 전력을 보존한 채 보스를 상대하고 싶었는데.’
이지령이라고 해서 마나가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면 마나가 많이 소모됐고, 보충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때문에 딱 필요할 때만 나섰고, 그 덕분에 마나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것저것 계산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두에 있던 각성자들이 언데드 기사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언데드로 부활해 동료들을 공격한다.
당장이야 어떻게 겨우 막고 있지만, 어느 순간 죽은 이들이 많아지면 힘의 균형이 깨진다.
아군은 줄어드는데, 적군은 계속 늘어나 힘의 우위가 역전되는 것이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정리해야 했다.
“후!”
이지령이 길게 호흡하며 최강의 스킬을 펼칠 준비를 했다.
빠직! 빠지직!
그의 몸 주위에 스파크가 강하게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브론슨이 외쳤다.
“뇌신의 철퇴다. 전위, 모두 뒤로 물러나. 어서!”
오늘의 이지령을 있게 만든 최상의 스킬, 뇌신의 철퇴.
그 위력을 아는 각성자들은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레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얼마나 위력이 강하길래?’
그때였다.
번쩍!
이지령의 몸에서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뇌전이 터져 나왔다.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강력한 뇌전은 그대로 언데드 기사들에게 작렬했다.
언데드 기사들은 예의 오러 실드를 펼쳐 전신을 보호하려 했다.
이전에도 막았으니, 이번에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타난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파캉!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오러 실드가 산산이 박살 난 것이다.
오러 실드의 보호를 받지 못한 언데드 기사들에게 뇌전이 작렬했다.
뇌전은 그대로 언데드 기사들의 몸을 파고들었다.
퍼버버벅!
언데드 기사의 몸체가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단지 그 정도였다면 부활할 수 있었겠지만, 뇌전은 그들의 핵마저 터트렸다.
언데드 기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엔 새까만 재만이 남아 있었다.
정말 뇌신이 내리는 철퇴 같았다.
엘로이가 초토화된 통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미친 새끼. 저게 어디 봐서 A급이야? 이미 S급에 오른 거 아냐?”
***
파스스!
모래만큼 고운 먼지가 흩날리고 있었다.
한때는 심문관이라 불렸던 존재의 잔해였다.
제온이 엑시온으로 놈들을 갈아 버린 것이다.
심문관은 부활하지 못했다.
핵까지 갈려 나갔기 때문이다.
심문관이 죽자, 고문받던 각성자들도 조용히 숨을 거뒀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그들은 웃었다.
죽은 후에야 비로소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이제 더 이상 제온을 막는 언데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온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던전 중에서 최악의 던전이 이처럼 죽은 자들이 활보하는 던전이었다.
단순히 상대하기 버거워서가 아니라 이렇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스윽!
벽을 뚫고 유령 같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사신의 낫을 들고 있는 그림리퍼였다.
그림리퍼가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낫으로 제온을 가리켰다.
차진철을 납치해 간 그림리퍼였다.
그림리퍼는 절대 제온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로브를 펄럭이며 제온을 노려봤다.
화르륵!
제온을 노려보는 그림리퍼의 눈에서 귀화가 피어올랐다.
“네가 마지막 수문장인가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