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이지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미친! 아공간에 모래를 넣고 다닌다고?”
개인이 저렇게 거대한 아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안에 모래를 가득 넣어 다닐 거라곤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촤아아!
아직도 제온의 아공간에서는 모래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흘러나온 모래가 발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제온이 말했다.
“이래도 저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까발려도 되는 건가? 아공간 안에 모래를 꼭꼭 숨기고 다닌단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것 없을 텐데.”
“비밀을 지키면서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서요.”
“하긴…….”
이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기사단장과 트리지언이 그들을 공격해 왔다.
이지령의 마음 같아서는 기사단장이 아닌 트리지언과 맞서 싸우고 싶었다.
더 강한 상대를 제압해 자신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만, 자신을 타깃팅한 기사단장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분할 뿐이었다.
“바싹 구워 주마.”
이지령이 기사단장에게 새하얀 뇌전을 방출했다.
제온도 트리지언에게 몸을 날렸다.
“크하하!”
트리지언은 새로 얻은 금속성 육신이 마음에 드는지 광소를 터트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주먹에서 강력하게 압축된 무형의 포탄이 쏘아졌다.
‘마나 입자포?’
제온이 눈을 크게 떴다.
지금 트리지언이 펼친 스킬은 차진철의 스킬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데이오든을 공격해 왔던 엘프들이 사용했던 마나 입자포와 똑 닮아 있었다.
누가 알려 준 것이 아니었다.
잠식, 연산을 통해 지금 차진철의 육체로 펼칠 수 있는 최강의 공격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습득력이었다.
피할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
제온은 모래를 움직여 앞에 벽을 만들었다.
쾅!
모래 벽이 마나 입자포에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마나 입자포가 제온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온이 이 중, 삼 중으로 모래 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츠으으!
마나 입자포를 막아 낸 제온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부유하는 모래들이 그의 몸을 떠받친 것이다.
그 상태 그대로 제온이 손을 휘둘렀다.
쐐애액!
모래로 만든 뱀 수십 마리가 트리지언을 향해 쏘아졌다.
샌드 블라스터의 진화형인 바이퍼였다.
바이퍼는 사정없이 트리지언의 육체를 물어뜯었다. 하지만 트리지언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크하하! 간지럽지도 않구나. 그 정도로는 짐의 강철 육체를 뚫을 수 없다.”
그는 새로 얻은 차진철의 육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는 기계로 된 부분이 그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지치지도 않고, 부서져도 아프지 않다.
부품만 수급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장치와 결합해 더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가 살던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식이었다.
트리지언은 기계 육체에서 거대한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제온을 상대로 자신이 상상했던 모든 가능성을 토해 내고 있었다.
콰콰쾅!
마나 입자포가 연신 쏘아졌다.
제온은 그 모든 공격을 모래로 벽을 만들어 무력화시키거나 회피했다.
대신 근처에 있던 각성자들이 마나 입자포에 격중당했다.
“크악!”
“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미 페가수스 공략대의 각성자 반수 이상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트리지언은 강해지고, 페가수스 공략대는 약해진다.
‘다소 무리하더라도 이곳에서 쓰러트려야 해. 놈이 밖으로 나가면 큰 재앙이 닥칠 거야.’
아직 부활 초기라 완전하지 않은 지금이 기회였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 트리지언이 완전히 능력을 되찾으면 더 쓰러트리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전의가 불타오르는데 트리지언이 기름을 부었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거냐? 쥐새끼 같은 놈!”
아무리 마나 입자포를 쏘아도 닿지 않는 제온에게 화가 단단히 난 것이다.
“쥐새끼의 무서움을 보여 주지.”
제온이 지배력을 극도로 끌어 올렸다.
우우웅!
순간 허공을 부유하는 모래 입자에서 기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트리지언이 미간을 찌푸리는 그 순간이었다.
촤아아아!
모래 입자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트리지언이 있었다.
“뭐냐?”
트리지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모래로는 자신의 기계 육체에 별다른 타격을 입힐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아앙!
하지만 곱디고운 모래 입자가 그의 금속성 육체를 갉아 내기 시작했을 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크윽! 모래 따위가…….”
기계 육체가 표면부터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피할 곳도, 막을 방법도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실드를 펼치는 거였는데, 그마저도 모래 입자가 갉아 버렸다.
제온이 샌드 믹서를 펼치는 자세 그대로 입을 열었다.
“브리엘!”
“응!”
근처에 있던 브리엘이 바로 대답했다.
“그거 아직도 있느냐?”
“그거?”
“아까 기계화 각성자들을 굳게 만든 거.”
“아, 특제 폭탄? 두 개 더 있어.”
“줘.”
“응!”
브리엘이 고깔모자에서 윤활유를 굳게 만드는 폭탄 두 개를 꺼내 제온에게 던졌다.
쿵! 쿵!
트리지언이 둔중한 발소리를 내며 제온에게 다가왔다.
표면이 갈려 나가는 것도 감수하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샌드 믹서도 더 강력해졌다. 하지만 트리지언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네놈만 죽이면 이 금속 육체는 금방 복구할 수 있다.”
주위에 널려 있는 것이 서 구역 각성자들이다.
상당수 죽어 그에게 부품을 빼앗긴 각성자들 외에도 멀쩡히 살아 있는 자들이 있었다.
기계 육체가 부서져도 그들에게서 부품을 수급하면 또 멀쩡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철컥! 철컥!
샌드 믹서 속에서 그의 팔이 변형을 일으켰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타난 것은 바로 기다란 포신이었다.
포신 사이로 전류가 흐른다.
트리지언이 만든 것은 바로 레일건이었다.
차진철의 기억에 남아 있는 최강의 무기가 레일건이었다. 그래서 레일건 형태로 팔을 만든 것이다.
“죽어랏!”
투웅!
트리지언이 레일건을 발사했다.
제온은 간발의 차이로 포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포탄이 지나는 경로에 있던 모든 각성자가 증발했다.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미친!”
“맙소사!”
동료들의 증발에 각성자들이 얼어붙었다.
터엉! 터엉!
그 순간에도 트리지언이 연신 레일건을 발사했다.
제온은 그 모든 공격을 피하며 브리엘에게 받은 폭탄을 트리지언에게 던졌다.
콰쾅!
트리지언의 발밑에서 폭탄이 터졌다.
“이따위 장난감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그 장난감이 모래와 섞이면 어떻게 될까?”
“뭐?”
파스스!
폭탄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모래와 뒤섞여 트리지언의 금속 육체로 스며들었다.
트리지언을 부드럽게 움직이게 만들던 윤활유가 급속히 굳기 시작했다. 거기에 모래까지 더해져 구동축이 마모되거나 부서졌다.
그그극!
트리지언의 몸 곳곳에서 파열음이 흘러나왔다.
“무슨?”
그의 얼굴이 시꺼멓게 변했다.
트리지언이 멈춘 사이 모래가 그의 몸속으로 끝없이 침투했다.
모래는 기계 육체 내부를 흐르면서 완전히 망가트렸다.
펑! 퍼엉!
결국 부하를 견디지 못한 기계 육체가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터져 나간 육체 사이로 붉은 모래가 흘러나왔다.
모래는 기계뿐 아니라 피가 흐르고 있는 육신도 공격했다.
“크헉!”
혈관에 모래가 침투하자 트리지언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바닥에 엎어져 트리지언이 기침을 하자 모래가 튀어나왔다.
“이게……. 크윽!”
트리지언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제온이 부리는 모래는 그의 내외부를 동시 공격해 철저히 망가트리고 있었다.
“크아악!”
결국 트리지언이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왕이시여.
기사단장이 트리지언의 위기를 감지하고 달려오려 했다. 하지만 이지령에 막혀 손을 쓸 수 없었다.
“이야앗!”
“어딜?”
다른 언데드 기사들이 제온을 공격하려 했지만, 레빈과 엘로이가 막아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파캉!
그 순간 레일건으로 변했던 팔이 뚝 떨어졌다.
결합 부분이 모래에 마모되었기 때문이다.
덜컹! 덜컹!
연이어 다른 부분들도 육체에서 떨어져 나갔다.
결국 사지가 모두 떨어진 채 몸뚱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이럴 수가! 짐의 부활이 이렇게 막히다니.”
“망령이면 망령답게 영원히 이곳에 머물러요. 당신이 아니더라도 바깥세상은 충분히 어지러우니까.”
“나에게 충분한 시간만 주어졌으면 처지가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도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네놈이 짐의 진정한 전력을 아느냐?”
“그러는 당신도 나의 전력을 모르지 않습니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단 말이냐? 짐을 상대로?”
“보는 눈이 많아서요.”
제온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 모습에 트리지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존재한단 말이냐? 하지만 나를 죽였다고 안심……하지 말거라.”
“무슨 말입니까?”
“너의 세상, 네오 서울은……. 흐흐!”
파스스!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트리지언의 숨이 끊어졌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린 채 트리지언의 시신을 바라봤다.
트리지언은 죽어서도 사람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으아아! 왕이시여.
트리지언의 죽음을 감지한 기사단장이 발작했다.
기사단장은 절규하며 트리지언에게 달려오려 했다. 하지만 이지령이 그를 통과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제온은 기사단장의 격렬한 반응으로 트리지언이 죽었음을 확신했다. 그럼에도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대로 트리지언을 내버려 두면 서 구역 각성자들이 시신을 수습해 돌아갈 것이다. 그도 아니면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네오 서울에 가져갈지도 몰랐다.
그렇게 후환을 내버려 두는 것은 제온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화르륵!
트리지언의 시신에 불이 붙었다.
제온이 초열의 건틀렛 권능으로 불태운 것이다.
화염에 휩싸인 트리지언의 시신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안 돼!”
“대장이…….”
서 구역 각성자들이 불을 끄려고 달려왔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 구역 각성자들은 망연히 트리지언이 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너, 이 새끼 감히 대장을…….”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그들이 제온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감히 그 누구도 덤벼들지 못했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작작 좀 해라. 두 눈으로 뻔히 봤잖아? 네놈들 대장이 던전 보스에게 잠식당했다는 것을. 그래도 어거지를 부리겠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병신들이 누구한테 지랄이야?”
엘로이와 레빈이 그들을 막아섰다.
그들의 살벌한 기세에 서 구역 각성자들이 입을 다물고 제온을 바라봤다.
서 구역 각성자들이 질린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모래 귀신. 저자가 존재하는 한 우리에겐 미래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