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헉! 헉!”
브리엘이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모래 위를 걸었다.
그녀의 앞에는 제온과 레빈이, 뒤로는 엘로이가 걷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녀는 더 이상 레빈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계속 의지해서는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에 쓰러지더라도 혼자 힘으로 걷기로 결심했다.
간간이 레빈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그녀의 뜻을 존중해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레빈의 시선이 제온을 향했다.
오늘 아침 제온은 말했다.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자신들이 있는 곳은 네오 서울 서쪽이라고. 그래서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이다.
어젯밤 별자리를 보고 추측한 거였지만, 그것까지 말해 주지는 않았다.
뒤에서 엘로이가 중얼거렸다.
“신기하네. 던전은 분명 네오 서울 북쪽에 있었는데, 우리가 떨어진 곳은 서쪽이라니.”
“던전이라는 곳 자체가 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니까 그렇죠.”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 그냥 신기해서 하는 말이야, 꼬맹아!”
“누가 꼬맹이란 거예요? 그러지 말고 맨디 누나가 대신 나오면 안 돼요?”
“맨디는 이런 환경을 견디지 못해.”
레빈의 물음에 엘로이가 단호히 대답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의 체감 온도는 오륙십 도 이상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각성자라도 이런 환경 속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하물며 자신들은 두 다리로 걷고 있었다.
자신이나 되니까 그래도 버티고 가는 거지, 맨디였으면 진즉 쓰러졌을 것이다.
맨디가 맨 앞에서 걷고 있는 제온을 바라봤다.
이렇게 가혹한 환경을 제온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걷고 있었다.
모래가 알아서 밀어 주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러운 능력이네. 모래의 사랑을 받는 남자라니…….’
다른 각성자들의 능력은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제온의 능력은 너무 부러웠다.
그때 제온이 갑자기 멈춰 섰다.
엘로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오아시스입니다.”
“오아시스? 어디?”
그녀가 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았다.
“뭐야? 없는데.”
“지금은 없지만, 곧 생길 겁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엘로이가 불신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제온의 얼굴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가 말했다.
“오아시스가 곧 생길 테니까 잠깐 쉬자.”
“네! 형.”
“응! 살았다.”
레빈과 브리엘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제온의 말을 믿었다.
그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퉁퉁 부은 두 다리를 두들겼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엘로이도 그들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제온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반가운 것이다.
레빈이 배낭에서 육포를 꺼내 나눠 줬다.
배양육으로 만든 육포였지만, 이렇게 휴식을 취할 때 먹기 좋았다.
그들이 한참 육포를 씹고 있을 때였다.
부글!
갑자기 그들 앞에서 모래가 요동쳤다.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거품이 올라오더니 모래가 사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진짜 오아시스가 생긴다고?”
엘로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게도 진짜 그들 앞에 오아시스가 생기고 있었다.
모래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맑은 물이 채웠다.
“오아시스다.”
“와아아!”
레빈과 브리엘이 환호성을 지르며 오아시스로 달려갔다.
제온을 믿었지만, 정말 오아시스가 생겨나자 이성이 마비된 것이다.
그들은 어서 빨리 차가운 물에 몸을 담가 열을 식히고 싶었다.
풍덩!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오아시스에 뛰어들었다.
뒤이어 엘로이마저 오아시스에 몸을 던졌다.
물은 놀랄 정도로 차갑고, 맑았다.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모든 열기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물속을 노닐던 세 사람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그것은 새하얀 등불이었다.
마치 물속에 달이 떠 있는 것 같았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세 사람의 눈이 몽롱해졌다.
브리엘과 레빈은 물론이고, 경험 많은 엘로이조차 등불을 보고 넋을 잃은 것이다.
그들은 물살을 헤치며 등불을 향해 접근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등불의 실체가 드러났다.
큰 뿔 하이에나만큼이나 큰 몸체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입. 그리고 이마에 달린 안테나 모양의 가시엔 동그랗고 커다란 살점이 달려 있었다.
그들이 등불이라고 착각한 것은 바로 안테나 모양의 가시에 달린 둥근 구체였다.
세 사람이 등불에 홀려 접근하자 놈이 커다란 입을 벌렸다.
잡아먹힐 위기라는 것도 모르고 세 사람이 놈의 입으로 접근할 때였다.
“모래 아귀다. 모두 정신 차려.”
쾅!
제온의 외침과 함께 폭음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뛰어든 제온이 세 사람을 삼키려던 마수를 공격한 것이다.
큰 충격을 받은 모래 아귀는 그대로 물 깊은 곳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제온이 놔두지 않았다.
무서운 속도로 모래 아귀에 다가간 제온이 놈의 이마에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쿠왕!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모래 아귀의 머리가 으스러졌다.
그제야 모래 아귀에 홀렸던 세 사람이 정신을 차렸다.
“헉!”
“우왁! 저게 뭐야?”
“마수가…….”
세 사람이 급히 모래 위로 올라와 숨을 헐떡였다.
그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산 채로 흉측한 마수에 잡아먹힐 뻔했다는 사실이 그들을 패닉에 빠트린 것이다.
그때 제온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가 모래로 무언가를 던졌다.
쿵!
둔중한 소리와 함께 모래 바닥에 처박힌 물체는 방금 전 그들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모래 아귀의 사체였다.
“우웩!”
“아오!”
“우리가 저런 놈이 있는 곳에 뛰어들었단 말이야?”
모래 아귀의 실체를 보자 더 구역질이 났다.
제온이 물을 빠져나오며 말했다.
“모래 아귀야. 보다시피 수분 하나 없는 사막에 기적을 일으키는 마수지.”
“그러니까 그 모래 아귀라는 마수가 오아시스를 만든 거라고?”
“맞아! 평상시는 모래 속을 유영하다가 가끔씩 이렇게 오아시스를 만들어 먹잇감을 유인하지.”
“무슨 그런 마수가…….”
엘로이가 끔찍하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성격은 개차반이었지만, 그녀도 여자였기에 모래 아귀의 사체를 보는 것만으로 진저리가 쳐지는 것이다.
“겉보기엔 흉측해도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녀석이야. 특히 놈의 뱃가죽은 부드럽고 질겨서 로브를 만들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지.”
“그런…….”
그 옛날 데이오든이 제온에게 가르쳐 줬던 것처럼 제온 역시 이들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브리엘은 어느새 구역질을 멈추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모래 아귀를 바라봤다.
“진짜 모래 아귀 뱃가죽으로 만들면 성능이 좋아?”
“끝내주지.”
“그럼 나 줘. 내가 로브를 만들게.”
“그렇게 해.”
“앗싸!”
브리엘이 환호를 했다.
제온은 모래 아귀의 뱃가죽을 벗겨 브리엘에게 건네줬다.
브리엘은 귀한 보물처럼 모래 아귀의 뱃가죽을 소중히 챙겼다.
제온은 내친김에 모래 아귀를 해체했다.
레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의 작업을 지켜봤다.
제온은 모래 아귀를 먹기 좋은 크기로 해체해 바닥에 늘어놓았다.
“모래 아귀는 버릴 게 거의 없어. 그중에서도 이 쓸개가 백미지. 근골을 보강하는 데 이보다 좋은 약은 존재하지 않아. 누가 먹을래?”
“그걸 먹으라고? 우웩! 난 싫어.”
“나도 됐어.”
여자인 엘로이와 브리엘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제온의 시선이 레빈을 향했다.
“그거 정말 좋아요?”
“먹고 나면 깜짝 놀랄걸.”
“그럼 먹을게요.”
레빈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번 던전 공략에서 깨달았다. 자신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다.
더 강해져야 했다.
강해지기 위해선 이보다 더한 것도 먹을 수 있었다.
제온이 커다란 쓸개를 건네주며 말했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라.”
“이걸 다 먹으라고요?”
“그래!”
예전에 제온이 먹었던 쓸개는 이보다 몇 배는 컸다.
아마 지금 잡은 모래 아귀보다 오래 산 녀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빈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먹기 시작했다.
모든 쓸개가 그렇듯 모래 아귀의 쓸개도 지독하게 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힘들게 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입에 들어간 순간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륵 녹았기 때문이다.
포만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레빈은 엄청난 양의 쓸개를 다 먹을 수 있었다.
“이게 다 들어가다니? 신기하네.”
레빈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갑자기 배 속에서 가공할 열기가 치솟아 올랐다.
“으악!”
엄청난 고통에 레빈이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브리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거 괜찮은 거야?”
“괜찮아! 저러다가 푹 자고 일어나면 좋아질 거야. 그동안 우리는 고기나 먹자.”
“응!”
제온은 아공간에서 냄비를 꺼내 조금 전에 해체한 모래 아귀 고기를 담았다.
마법이 인챈트 되어 따로 불이 없어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아이템이었다.
엘로이가 제온 옆에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정말 이걸 먹는다고?”
“보기엔 이래도 꽤 맛있거든요.”
“진짜 오래 살다 보니 별걸 다 먹게 되네. 모래 아귀라니……. 그런데 모래 아귀가 죽었는데 오아시스는 어떻게 돼?”
“며칠 후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겁니다.”
“그럼 두 번 다시 안 생겨?”
“금방 새로운 새끼가 태어나 대체할 겁니다. 놈들은 항상 알을 미리 낳아 두거든요.”
“그렇구나.”
몰랐던 사실에 엘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온과 함께 다니다 보니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된다.
아마 네오 서울의 그 누구도 이런 마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사막의 비밀들을 제온은 많이 알고 있었다.
문득 저 조그만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존재하는지 궁금해졌다.
치익!
그사이 냄비 안에서 모래 아귀 고기가 익어 갔다.
제온은 향신료 몇 가지를 꺼내 모래 아귀 고기에 뿌렸다. 그러자 냄새가 더 고소해졌다.
“와아!”
“냄새가 미쳤다.”
두 여자가 고소한 냄새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제온이 그녀들에게 다 익은 모래 아귀 고기를 건네줬다.
브리엘과 엘로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접시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먹었다.
레빈이 배낭에 챙겨 온 음식도 맛있었지만, 갓 볶은 고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 맛있다. 흉측한 녀석이 이렇게 맛있다니.”
“이래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건가 봐.”
브리엘과 엘로이가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크윽! 크허헉!”
그때까지도 레빈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제온이 모래 아귀 고기를 씹으며 레빈을 바라봤다.
그도 이미 경험한 고통이었다.
온몸이 뜯겨 나가고, 해체되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통이 지나가면 레빈의 신체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견뎌 내라. 이 고통이 너를 더 성장하게 만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