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뜨겁게 달궈진 모래 위를 수십 마리의 쌍봉낙타가 걷고 있었다.
쌍봉낙타의 등엔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각성자들이 타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를 치른 것처럼 그들의 찢어진 옷 사이로 깊은 상처가 보였다.
선두에서 쌍봉낙타를 몰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큿! 이번 약탈은 대실패군. 하필 공략대장이 S급 각성자였다니.”
거대한 덩치에 얼굴 가득 새긴 문신, 그리고 뾰족한 귀를 가진 남자는 바로 붉은 폭풍단의 단주인 우르티안이었다.
우르티안의 뒤로 붉은 폭풍단의 이인자인 코맥, 아슬란, 두두얀 같은 핵심 전력들이 보였다.
코맥이 아슬란을 노려보며 말했다.
“공략대장인 이지령이 A급 각성자라면서?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대외엔 A급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아슬란이 코맥의 눈길을 피하며 대답했다.
적진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가 수집해 온 정보를 바탕으로 붉은 폭풍단은 약탈 계획을 짜고 시행한다.
아슬란이 입수한 이지령의 각성 등급은 A급이었다.
붉은 폭풍단의 단주인 우르티안의 등급 역시 A급이었다. 그래서 약탈할 만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페가수스 공략대가 던전을 공략하고 나오는 순간을 노려 기습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지령 때문이었다.
S급 각성자가 된 이지령의 스킬은 어마 무시했다.
그가 펼치는 뇌신의 철퇴에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다.
우르티안까지 나섰지만, 끝내 패하고 말았다.
결국 붉은 폭풍단은 큰 피해를 입고 후퇴해야 했다.
아무런 소득 없이 실패로 끝난 약탈.
붉은 폭풍단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붉은 폭풍단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우르티안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던전 안에서 등급이 오른 모양이군.”
“그런 경우가 흔합니까?”
“흔할 리 없지. 그랬다면 나도 진작 S급이 되었을걸.”
우르티안이 이빨을 뿌득 갈았다.
이지령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
태어나 누군가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르티안은 태어날 때부터 강했다.
태어나길 아예 B급으로 태어났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A급이 됐다. 따로 스킬 연마나 노력 따윈 하지 않고도 A급이 된 것이다.
A급만 되어도 사막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굳이 S급에 오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지령에게 난생처음 패배를 경험했고, 무기력했던 자신에게 큰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코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에 식량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새로운 약탈 대상을 빨리 물색해야 합니다.”
붉은 폭풍단에겐 건사해야 할 가족들이 많았다.
당장 우르티안만 하더라도 자식이 세 명이나 됐다.
그들을 먹여 살리려면 한시도 쉬지 않고 약탈해야 했다. 하지만 사막에서 약탈 대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르티안이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 어쩔 수 없으면 마정석 광산이라도 털어야지.”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노렸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저희 전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최악일 때를 말하는 거야. 그 전에 다른 것들을 노려봐야지.”
“알겠습니다. 혹시 근처를 지나는 다른 공략대나 카라반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봐.”
“예!”
코맥이 대답과 함께 물러나고, 우르티안은 쌍봉낙타 등 뒤에서 홀로 분노를 곱씹었다.
그때 그의 시야에 무언가 이질적인 광경이 들어왔다.
전방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뭐야?”
“왜 그럽니까? 대장.”
“뭔데요?”
심상치 않은 우르티안의 분위기에 심복들이 다가왔다.
그 순간 우르티안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기 있다.”
“뭐가요?”
“다음 약탈 대상.”
“네?”
코맥을 비롯한 심복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그들의 시야에 멀리서 움직이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인간처럼 두 발로 서서 걷는 무리들. 하지만 인간과 생김새가 현저히 달랐다.
“오크다.”
“오크?”
코맥과 아슬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우르티안과 함께 붉은 폭풍단을 이끌었지만, 오크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크 엘프인 두두얀의 반응은 달랐다.
“오크라구요?”
그녀는 다크 엘프답게 오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엘프와 오크는 적대적인 종족이었다.
서로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심이 뼛속 깊이 배어 있었다.
그 때문에 오크라는 말만 듣고도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코맥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크라니. 이 근처에서 오크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알 게 뭐야? 놈들을 죽이고 가진 것을 모두 빼앗는다.”
우르티안이 살기를 뿜었다.
약탈 실패에 대한 분노를 오크들에게 풀려는 것이다.
우르티안이 쌍봉낙타의 옆구리를 걷어차며 명령을 내렸다.
“가자!”
“예!”
“모두 공격하라.”
코맥과 아슬란, 두두얀이 그 뒤를 따랐다.
새로운 약탈 대상의 등장에 힘없이 따르던 수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광기를 발산했다.
“오크를 죽여라.”
“걸어 다니는 돼지 새끼들을 다 죽이자.”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저 멀리서 걷던 오크들을 향해 돌격했다.
“취익! 인간이다.”
“인간 무리다.”
뒤늦게 그들을 발견한 오크 무리가 야단법석을 떨었다.
오크 무리는 오백이 넘었다.
그런데 그중 이백 마리가 아직 어린 오크들이었다.
오크들은 타고난 전사였다.
놈들은 죽이고 빼앗는 것만 신경 쓰지, 자식들을 돌보지 않는다.
태어났으면 알아서 크라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방치하지 않는다.
일족의 늙은 오크들에게 갓 낳은 오크들을 맡겨 공동육아를 하는 것이다.
붉은 폭풍단에 포착된 오크 무리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무리의 대부분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오크들이었고, 늙고 병든 오크들이 그들을 데리고 이동하고 있었다.
비록 늙고 병들었다고 해도 오크는 오크였다.
오크들은 무기를 꼬나 잡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취익! 인간들을 죽이고, 어린 오크 지킨다.”
“모조리 죽인다.”
쿠와아앙!
그 순간 붉은 폭풍단이 들이닥쳤다.
오크들은 결사 항전했지만, 붉은 폭풍단을 당할 수 없었다.
“죽엇!”
“씨발! 돼지 새끼들이면 네발로 걸을 것이지, 어디 인간처럼 두 발로 걸어.”
“늙은것, 어린것 골고루 있네. 돼지 새끼들!”
붉은 폭풍단은 미친 듯이 오크들을 죽였다.
늙은 오크들이 특유의 비명과 함께 쓰러지고 어린 오크들만 남았다.
어린 오크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붉은 폭풍단을 바라봤다.
마지막 남은 늙은 오크가 애원했다.
“취익! 이들은 아직 어리다. 자비를 베풀어다오.”
“웃기고 있네. 오크가 감히 누구한테 자비를 바라?”
우르티안이 늙은 오크를 비웃었다.
늙은 오크가 눈을 크게 떴다.
“엘……프?”
“그래! 이제 왜 너희들이 다 뒈져야 하는 건지 알겠지?”
“취익! 어린 오크들을 죽이면, 대군장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대군장?”
우르티안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대군장은 오크의 전설이었다.
수 세대에 한 번 태어나 오크족을 이끈다는 전설의 괴물.
대군장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오크족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크게 번성한다.
모든 외부 활동을 멈추고 번식 활동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대군장이라는 존재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오크들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대군장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오크들은 유달리 용맹하고, 뛰어난 무력을 소유한다.
그들은 오크 대군장과 함께 크며 다른 오크들을 이끈다.
그 때문에 오크 대군장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오크들과 이후에 태어난 오크들을 매우 아꼈다.
지금 늙은 오크들이 이동시키고 있는 어린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취익! 우린 항복하지 않는다.”
“죽어도 싸운다.”
어린 오크들은 죽은 오크들의 무기를 주워 들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 모습을 본 우르티안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오크 대군장? 내가 오크족의 전설을 신경 쓰기나 할 것 같아? 모두 죽여! 한 놈도 남김없이.”
슈각!
우르티안의 칼이 늙은 오크의 머리통을 베었다.
그것이 신호였다.
붉은 폭풍단은 어린 오크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어린 오크들이 나름 반항했지만, 붉은 폭풍단을 당할 수는 없었다.
“취익!”
“꿰에엑!”
사막에 어린 오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잠시 후 사막은 피로 물들었고, 어린 오크들은 모두 숨이 끊어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에 비해 붉은 폭풍단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우르티안이 오크 무리가 끌고 가던 수레를 확인했다.
수레에는 커다란 마수의 사체가 실려 있었다.
오크들이 어린 오크들을 먹이기 위해 사냥한 마수들이었다.
우르티안이 말했다.
“이거라도 가져가자.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쩝! 마수 고기는 싫은데 어쩔 수 없지.”
“하나도 남김없이 챙겨 가자.”
붉은 폭풍단은 오크들의 식량을 모조리 챙겨 자리를 떴다.
그들이 떠나고 한참 후 또 다른 오크가 나타났다.
블러드 울프를 탄 오크 기수들이었다.
오크 기수들은 죽은 오크들을 보고 분노했다.
“일족이 죽었다.”
“취익! 새끼 오크들 모두 죽었다.”
“대군장에게 알려야 한다.”
오크 기수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
“더러운 오크 새끼들!”
엘로이가 미친 구미호를 단봉 형태로 만들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주위엔 죽은 오크 기수들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제온이 지하에 다녀온 사이 그녀가 모두 정리한 것이다.
엘로이가 얼마나 미쳐 날뛰었는지 레빈은 싸움에 끼어들지도 못했다.
브리엘이 고개를 흔들며 제온에게 말했다.
“아주 미친년이 따로 없다니까. 오크 시체들을 걸레처럼 난도질해 놨어.”
“쌓인 원한이 많나 보네.”
“원한 따위가 아냐. 대대로 유전되는 증오야.”
“너도 그래?”
“난 저 정도는 아냐.”
브리엘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온이 엘로이에게 다가갔다.
“분이 좀 풀렸습니까?”
“아직도 더러워. 안에는 어때?”
“다 죽었더군요.”
“역시 사람이 있었구나.”
“네!”
제온의 대답에 엘로이가 이를 악물었다.
오크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가 인간이었다.
다른 짐승이나 마수에 비해 육질이 연하기 때문이다.
엘프에겐 특유의 적대심이 있기에 잡아먹지 않아도 마주치면 반드시 죽이려 한다.
그 때문에 인간이나 엘프를 발견한 오크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아마 이곳에 굴을 파고 살던 사람들도 그런 오크들에게 발견되어 식사 거리로 전락했을 것이다.
“잠깐! 오크 기수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설마?”
“왜 그럽니까?”
“오크 대군장이 태어난 건가?”
“대군장?”
제온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엘로이가 보충 설명했다.
“오크족의 전설이야. 쿠라얀에선 오크 대군장이 탄생하면 한 나라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
“오크 대군장이 그 정도입니까?”
“나도 전해 들은 이야기라. 하여간 오크 대군장이 탄생하면 오크 기수들이 출현한다고 해. 그들의 임무는 흩어져 있는 오크들에게 대군장의 출현 소식을 알리고 규합하는 것.”
“…….”
“그러니까 이놈들은 지금 사막에 흩어져 있는 오크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거야. 맙소사!”
엘로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