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오크는 전투 종족이다.
호전적이고, 지칠 줄 모르고, 언제나 투쟁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싸운다.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싸우고, 타 종족들과 싸우고, 심지어 자신들끼리도 싸운다.
싸우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제대로 뭉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 때문에 오크는 큰 무리를 이루지 못했다.
적게는 수십 마리, 많게는 겨우 백여 마리 정도가 모여 살았다.
그 이상 모이면 문제가 너무 커져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쿠라얀에서 오크족은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오크 개개인의 힘은 무섭지만, 하나로 뭉치질 못하니 어렵지 않게 각개 격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크들이 무서워질 때가 있었다.
바로 오크 대군장이 탄생했을 때였다.
오크 대군장은 강력하다.
일반 오크 수백 마리가 한 번에 덤벼도 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오크 대군장이 탄생하면서 오크 사회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오크 대군장의 탄생에 영향을 받아 뛰어난 힘과 지혜를 가진 오크들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들은 오크 대군장의 운명에 끌려 그의 곁으로 모여들고 함께 성장한다.
오크 제사장, 오크 기수도 이때 탄생한다.
그들은 오크 대군장의 뜻을 대신해 무력을 행사한다.
오크 대군장이 성장해 지배자로서의 면모를 완전히 갖추면, 오크 기수들은 흩어진 무리를 찾아다니며 대군장이 탄생했음을 알린다.
오크 무리들은 대군장을 거역할 수 없다.
오크 대군장의 부름은 곧 운명의 부름.
그렇게 오크 무리들은 대군장 휘하로 모여들고 대군세를 이룬다.
대군세를 이룬 오크 무리는 인근에 있는 다른 종족들을 공격해 말살시키고 모든 것을 빼앗는다.
오크 대군장의 존재는 오크들에게 마약이나 다름없었다.
대군장의 존재만으로도 이성이 마비되고, 투쟁심이 몇 배나 고취된다. 육체 능력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이를 막을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마치 메뚜기 무리가 휩쓸고 지나가면 작물이 남아나지 않듯이 오크 대군이 휩쓸고 지나간 곳엔 생명체가 남아나지 않는다.
오크 대군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쿠라얀에서는 오크 대군장이 탄생한 기미만 보이면 기를 쓰고 추적해 죽였다.
하지만 지구는 달랐다.
오크 대군장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자가 거의 없었다.
있어도 소수에 불과했고,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설마 사막으로 변한 지구에 오크 대군장이 탄생하리라곤 상상조차 못 하는 것이다.
엘로이가 중얼거렸다.
“틀림없어. 오크 대군장이 탄생해 무리를 규합하는 거야.”
“오크 대군장이라…….”
제온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엘로이의 분위기만 봐도 오크 대군장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오크는 인간을 식량으로 봤다.
만일 오크 대군장 아래 오크들이 창궐하게 되면 수많은 인간들이 그들의 식사 거리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힘겹게 생존한 인간들에겐 그야말로 최대의 위협이었다.
제온이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에 생존한 인간이 얼마나 되려나?”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없어 보이는 환경이었지만, 제온은 인간이 얼마나 끈질긴지 잘 알고 있었다.
오크들에게 당한 사람들도 모래 속에 굴을 파고 살아남지 않았던가. 아마 그와 같은 사람들이 근처에 또 있을 것이다.
엘로이가 굳은 표정으로 제온에게 말했다.
“어서 이 사실을 네오 서울에 알려서 대책을 세워야 해.”
“네오 서울이 과연 움직일까요? 오크 대군이 창궐해도 네오 서울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텐데.”
“맞아! 인간들은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면 쉽게 움직이지 않아.”
브리엘이 제온의 의견에 동의했다.
네오 서울에 마수가 접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었다.
대형 마수들도 접근하지 못하는데, 오크 같은 소형종들이 다가올 리 없었다.
오크 대군장 본인이라면 모르지만, 다른 오크들은 네오 서울 근처에 접근도 못 할 것이다.
그러니 네오 서울 입장에선 오크들이 창궐해도 그렇게 큰 위협으로 느끼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엘로이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움직이게 해야지. 슈퍼바이저의 권한을 사용해서라도.”
슈퍼바이저는 네오 서울에 위협이 되는 모든 요소들을 파악해 보고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권한이 있었다.
엘로이는 그런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제온이 말했다.
“일단 네오 서울로 빨리 돌아가야겠군요.”
“최대한 빨리 우리를 네오 서울로 데려가 줘. 부탁이야.”
“그러죠.”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들의 포악성은 이미 지하에서 확인했다.
오크들이 창궐하는 것을 방치하면 저런 희생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막아야 했다.
***
제온은 일행을 이끌고 네오 서울을 향해 걸었다.
오크 기수들을 만난 후 엘로이와 브리엘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아무래도 엘프들인 만큼 오크들의 등장에 신경이 바짝 곤두선 것이다.
그들의 핏속엔 오크족을 향한 뿌리 깊은 증오심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레빈이 제온의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크 대군장이 얼마나 강할까요?”
“글쎄! 나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래도 많이 강하겠죠?”
“그렇지 않다면 오크 무리들을 규합할 수 없을 테니까.”
“걱정이네요. 진짜 놈들이 겁을 상실하고 네오 서울로 쳐들어오면 어쩔지.”
“네오 서울은 걱정할 거 없어. 제아무리 많은 오크들이 몰려와도 꿈쩍도 하지 않을 테니까.”
“네오 서울의 방어력이 그 정도인가요?”
“너도 세상을 조금 더 돌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네오 서울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곳인지. 지구 절반을 돌아봤지만, 아직 네오 서울만큼 완벽한 곳은 보지 못했다.”
“그렇군요.”
제온의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란 것은 레빈이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네오 서울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요?”
“네 생각보다 많이 있을 거야.”
“어휴!”
레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온이 그런 레빈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렇다고 너무 동정하지는 마.”
“형?”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생존한 사람들이야. 그들 나름의 생존 노하우가 쌓여 있을 테니, 살아남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야.”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길 바라자.”
“네!”
레빈은 제온의 뒷모습을 보고 열심히 걸었다.
제온의 뒷모습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큰 체구도 아니었고, 등이 넓은 것도 아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도 아니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제온은 그런 요소 없이도 일행들에게 안정감을 줬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을 것 같은 굳건함이 함께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믿고 따르게 했다.
레빈은 그런 제온의 단단함을 닮고 싶었다.
그때였다.
제온이 갑자기 멈춰 섰다.
레빈과 엘로이, 브리엘이 입을 다물고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이 이렇게 뜬금없이 멈출 때는 무언가를 감지했을 때라는 사실을 이제 알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제온이 입을 열었다.
“샌드웜이다.”
“네?”
“백 미터 앞쪽에 샌드웜이 있으니, 잠시 움직이지 마.”
“알았어요.”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샌드웜은 모래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큰 소리를 내며 움직이지 않으면 샌드웜은 감지하지 못한다.
반대로 제온은 샌드웜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감지할 수 있었다.
스르륵!
샌드웜이 모래를 파고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근처에서 뱅글뱅글 돌던 샌드웜이 이내 어느 한 방향으로 무서운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뭐지? 먹이를 발견한 건가?’
샌드웜이 저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은 먹잇감을 특정했다는 의미였다.
다행히 놈이 향하는 방향은 제온이 있는 곳과 반대였다.
“됐다. 놈이 갔어.”
“먹잇감을 찾은 건가요?”
“그래!”
“오크였으면 좋겠다.”
레빈이 오크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했다.
제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엘로이가 제온에게 다가왔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은데, 이제 슬슬 야영지를 정해야 하지 않아?”
“여기는 야영하기 좋지 않아요. 조금 더 안전한 곳을 찾은 후 야영하도록 하죠.”
“알았어.”
엘로이가 군말 없이 제온의 의견을 따랐다.
이제까지 마수들을 만나지 않고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제온 덕분이었다.
사막에서 제온보다 더 뛰어난 안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라반의 내비게이터도 제온 앞에서는 한 수 접어줘야 했다.
제온이 일행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향할 때였다.
쾅!
갑자기 저 멀리서 희미한 폭음이 들려왔다.
제온이 폭음이 들려오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샌드웜이 모래 위로 올라온 모양이군. 그만큼 만만한 먹잇감이란 건가?”
모래 속에서는 적수가 거의 없는 샌드웜이었다.
모래가 보호막 역할을 해 주기에 지상의 거대 마수도 샌드웜을 쉽게 사냥하지 못했다.
그런 샌드웜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경우는 딱 하나였다.
바로 지상 위의 먹잇감이 그만큼 만만한 존재일 때였다.
모래 위에 올라와도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치 처음 제온이 샌드웜을 마주쳤을 때처럼 말이다.
그때 제온은 버스에 타고 있었고, 버스에 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기력했다.
무기력한 냄새를 맡았기에 그렇게 과감하게 버스를 노렸던 것이다.
제온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일행을 데리고 무사히 네오 서울로 귀환하는 것뿐이었다. 그 외의 일에 신경을 분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제온이 무심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아악!”
“살려 줘요!”
갑자기 저 멀리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온 일행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뭐야?”
“사람이다.”
“왜 애들 목소리가?”
지금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어린아이의 것이었다.
저 멀리서 어린아이 둘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 먼지가 맹렬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샌드웜이 아이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레빈이 누가 말릴 새도 없이 튀어 나갔다.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순식간에 유령화한 레빈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쾅!
그 순간 폭음과 함께 아이들을 뒤쫓던 샌드웜이 모습을 드러냈다.
샌드웜은 큰 입을 벌리고 단숨에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했다.
“안 돼!”
유령화한 레빈의 몸에서 보랏빛 전류가 발산됐다.
레빈 특유의 퍼플 라이트닝이었다.
콰르르!
퍼플 라이트닝이 샌드웜에게 적중했다.
전신을 강타하는 고압의 전류에 샌드웜이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쳐들었다.
워낙 덩치가 큰 데다가 껍질이 두꺼워 전류가 내부에 침투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만 돋웠다.
화가 잔뜩 난 샌드웜은 입을 벌려 레빈을 공격해 왔다.
레빈은 허공에 떠서 커다란 입을 벌린 채 달려드는 샌드웜을 노려봤다.
“어디 안쪽도 바깥만큼 단단한지 보자.”
콰직!
순간 샌드웜이 레빈을 집어삼켰다.
“앗!”
“레빈?”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엘로이와 브리엘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때였다.
번쩍!
갑자기 샌드웜의 입에서 보라색 섬광이 터져 나왔다.
레빈이 샌드웜의 체내에서 퍼플 라이트닝을 발산한 것이다.
크에에에!
처음 느끼는 엄청난 고통에 샌드웜이 바닥을 뒹굴며 레빈을 토하려 했다. 하지만 유령화한 레빈을 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레빈이 퍼플 라이트닝의 강도를 높였다.
콰앙!
순간 폭음과 함께 거대한 샌드웜이 그대로 폭발했다.
브리엘이 탄성을 터트렸다.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