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우르티안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전방에 무릎 꿇은 여자를 바라봤다.
온몸에 모래를 뒤집어쓴 데다가 옷 곳곳이 찢어진 것이 큰 위기를 겪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여자는 무려 샌드웜에게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다.
샌드웜에게 거의 집어삼켜질 뻔했지만, 간신히 빠져나와 바닥에 처박혔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는데, 우르티안과 붉은 폭풍단이 근처를 지나다가 발견한 것이다.
우르티안이 물었다.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세라라고 합니다.”
“그래! 세라. 그러니까 이 근처에 강철 요새라는 곳이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세라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그녀는 제이콥, 루시 등과 함께 썬 플라워를 채취하기 위해 강철 요새에서 나왔다가 샌드웜의 습격을 받았다.
정신을 차린 그녀의 눈앞에 동료 대신 우르티안과 붉은 폭풍단이 있었다.
붉은 폭풍단을 보는 그녀의 얼굴엔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강철 요새는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장로들은 요새 구성원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 때문에 철저하게 폐쇄 정책을 펼쳤다.
마수를 사냥하는 팀과 썬 플라워를 채취하는 자들을 제외하곤 외부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한 것이다.
장로들은 외부인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고, 강철 요새를 노리는 마수 같은 존재라고 세뇌했다.
세라도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래서 외부인을 두려워했다.
실제로 우르티안은 무서웠다.
일부러 사나운 표정을 짓거나 위협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분위기 자체가 너무 무서웠다.
우르티안이 웃으며 말했다.
“겁을 먹었군. 세라!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니까.”
“네!”
“우리 대화라는 것을 해 보자고. 그러니까 세라는 강철 요새라는 곳에서 나왔단 말이지? 그 강철 요새라는 곳은 마수로부터 안전하고?”
“맞아요.”
“이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 정도로 넓은 공간이 있고?”
“네!”
대답하는 세라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는 정말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르티안의 기세가 너무 세서 자신도 모르게 계속 대답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식수가 있다는 거지?”
“네!”
“좋군! 좋아!”
우르티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안정적으로 식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었다.
운이 좋아 모래 아귀가 있는 오아시스를 발견하면 다행이었지만, 그런 오아시스가 흔할 리 없었다.
저번에 잡은 모래 아귀도 정말 운이 따랐기에 잡을 수 있었다. 잡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오아시스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르티안은 항상 식수를 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세라, 우리가 강철 요새에 데려다주지.”
“아,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
“그럴 수야 없지. 이 위험한 밤길을 숙녀 혼자 보내다니. 그건 남자의 도리가 아니지.”
“진짜 괜찮아요.”
“우리가 괜찮지 않아서 그래. 그렇지 않은가?”
우르티안이 뒤에 있는 수하들에게 물었다.
“그럼요. 연약한 여자를 어떻게 혼자 보냅니까?”
“우리가 당연히 보호해 줘야죠. 흐흐!”
수하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르티안이 어깨를 으쓱하며 세라를 바라봤다.
“이렇다는데?”
“그, 그건…….”
“당신에게 거부권은 없어. 그러니까 잔말 말고 안내나 해. 지금 당장!”
“당장요?”
“그래!”
지금은 밤이었다.
밤은 마수의 시간이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각성자라고 해도 밤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붉은 폭풍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사정이 급하기도 했다.
붉은 폭풍단에는 각성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식구들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안전한 거처가 필요했다.
강철 요새가 적격이었다.
우르티안이 명령을 내렸다.
“지금 전원 당장 강철 요새로 향한다. 그리고 아슬란, 두두얀!”
“네!”
“대장!”
부름을 받은 아슬란과 두두얀이 앞으로 나섰다.
“들었지?”
“네!”
“세라의 안내 없이 찾아갈 수 있겠나?”
“문제없습니다.”
아슬란이 바로 대답했다.
우르티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너희들은 먼저 출발해 강철 요새 내부를 정찰해라. 그리고…….”
“사전 작업까지 해 놓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두얀이 대답과 함께 아슬란을 데리고 먼저 떠났다.
그들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우르티안이 세라를 바라봤다.
“세라! 우리도 출발하자고.”
“흐흑!”
세라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붉은 폭풍단의 그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우르티안이 그녀를 채근했다.
“어서!”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
일 장로 거웬의 집은 강철 요새에서 가장 크고 화려했다.
그의 권위를 보여 주듯 그의 집 일대엔 수많은 각성자들의 집이 포진해 있었다.
각성자들의 집을 자신의 집 중심으로 배치함으로써 철통같은 경계망을 구축한 것이다.
거웬의 집에선 한참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후아!”
“흐으음!”
각성자들이 의자나 바닥에 앉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썬 플라워를 가공한 가루를 흡입했기 때문이다.
제온이 마수초라고 부르는 썬 플라워는 마약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흡입한 자들을 환각에 빠트렸다.
폐쇄된 공간에서 즐길 거리가 있을 리 없었다.
썬 플라워를 가공한 가루는 최고의 즐길 거리였다.
거웬은 썬 플라워 가루로 강철 요새의 각성자들을 통제했다.
일단 한번 중독되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썬 플라워 가루였다.
다만 썬 플라워를 채취하는 것이 힘들었다.
썬 플라워는 특정 마수의 사체에서만 피어나는데, 이 마수의 사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히 최근에 지하 깊은 곳에서 썬 플라워가 피어난 마수의 사체를 발견했다.
다만 마수의 사체가 묻힌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비좁아서 아이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제이콥과 루시가 투입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비록 이번 원정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거웬이 의자에 앉아 중얼거렸다.
“쯧! 이번 원정은 완전 실패군. 썬 플라워는 구경도 못 했고, 혹까지 달고 오다니.”
그의 시선이 창밖 메튜의 집을 향했다.
메튜가 죽은 것은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그는 이 장로인 홀트란을 따르는 자였으니까.
문제는 메튜의 집에 들어온 이방인들이었다.
거웬은 그동안 철저하게 폐쇄 정책을 시행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음으로써 강철 요새의 안전과 순수성을 유지해 온 것이다.
처음부터 그가 이런 정책을 고수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인근의 생존자들과 교류도 했고, 물물교환도 했다. 그래서 삶이 조금은 풍족했었다.
그런데 강철 요새를 욕심낸 이들이 습격해 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수많은 이가 죽거나 다쳤고, 그 사건으로 인해 거웬은 폐쇄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
외부와의 교류를 끊고 완벽한 자급자족의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처음엔 성공하는 듯했다.
외부와의 교류가 없으니 침범당할 일도 없었고, 신경을 곤두세울 이유도 없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터져 나왔다.
점점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졌고,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났다.
사람들에게서 도전 의식이 사라지고, 모험하지 않게 됐다.
그 때문에 강철 요새는 점점 퇴보했고, 사람들은 거웬을 신용하지 않게 됐다.
위기감을 느낀 거웬의 돌파구가 바로 썬 플라워였다.
마약으로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통제하는 것이다.
이에 반발한 이가 바로 이 장로인 홀트란이었다.
그는 거웬의 행실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사사건건 반대했다.
이번에 제온 일행을 강철 요새에 들인 것도 홀트란 때문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제이콥과 루시를 구해 준 은인에게 보답하기 위함이었지만, 사실은 어떻게든 그들을 이용해 거웬을 견제하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거웬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네놈의 음흉한 속을 모를 줄 아느냐? 홀트란! 이곳은 나의 왕국이다. 그 누구도 나에게서 이곳을 빼앗을 수 없다. 네놈이 들여놓은 이방인은 오늘 밤이 가기 전에 제거될 것이다. 흐흐!”
***
깊은 밤 은밀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붉은 요새 외곽에 있는 집이었다.
집 앞에 도착한 이들이 잠시 주위를 살폈다.
모든 집에 불이 꺼져 있었다.
주위에 인기척이나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이 품에서 잘 밀봉된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창문을 열고 집안에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툭!
바닥에 떨어진 주머니의 밀봉이 풀리고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가 흘러나왔다.
무색무취의 가스는 순식간에 집 안에 퍼져 나갔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침입자들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집은 바로 제온 일행이 잠을 자는 집이었다.
침입자들이 각 방을 확인했다.
방 안에는 제온 일행이 기절해 있었다.
침입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모두 잠들었군. 네눈박쥐의 독액을 가공한 수면 가스에 당했으니 적어도 하루는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네눈박쥐는 붉은 요새 지하에 서식하는 마수들이다.
이놈은 특이하게 눈이 네 개였는데, 입안에 먹잇감을 마비시키는 독니를 가지고 있었다.
네눈박쥐의 독샘에서 추출한 독액을 가공해 만든 수면 가스는 대형 마수마저 곯아떨어지게 할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침입자들은 각자 한 사람씩 둘러업었다.
“이 계집은 정말 예쁘군. 죽이기 전에 어떻게 안 되나?”
엘로이를 업은 남자가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마음껏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우두머리 남자가 일갈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년도 각성자다. 어설프게 수작질하다가 깨어나면 골치 아파진다.”
“누가 진짜 건드린대요? 쳇! 말도 못 하게 해.”
“됐으니까 이제 가자.”
“알겠수.”
엘로이를 등에 업은 남자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침입자들은 제온 일행을 등에 업은 채 집을 빠져나왔다.
그들이 향한 곳은 강철 요새 안쪽 깊은 곳이었다.
강철 요새 안쪽에는 지하로 통하는 비좁은 수직 동굴이 있었다.
네눈박쥐들이 서식하는 동굴이었다.
동굴 입구에는 네눈박쥐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쇠창살을 막아 놨다.
그들은 이곳에서 제온 일행을 죽여 수직 동굴에 버릴 생각이었다.
“빨리 처리하고 돌아가자. 다른 놈들은 지금쯤 썬 플라워 가루를 흡입하고 있을 거야.”
“네! 금방 멱따겠습니다.”
수하들이 대답과 함께 제온 일행을 바닥에 내려놨다.
네 명 모두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져 있었다.
엘로이를 등에 업었던 남자가 간절한 표정으로 우두머리 남자를 바라봤다.
“형님, 마지막으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너, 이 새끼!”
“어차피 박쥐 밥으로 줄 거잖아요. 건드린다고 표나는 것도 아니고.”
“십 분이다. 그 안에 끝내.”
“흐흐! 그 정도면 충분하죠.”
남자가 희희낙락하며 엘로이를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우두머리 남자가 한숨을 푹 쉬며 중얼거렸다.
“휴! 짐승 같은 새끼.”
“마치 본인은 아닌 것처럼 말하네요.”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하가 이죽거리는 거라고 생각한 우두머리가 발끈하며 뒤돌아봤다.
“뭐, 어떤 새끼가…….”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면 가스에 기절해 있어야 할 제온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심지어 레빈과 브리엘마저 언제 기절했었냐는 듯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업고 온 부하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우두머리 남자가 인지도 못 한 사이에 당한 것이다.
‘어, 언제?’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릴 때였다.
“아악!”
엘로이를 구석으로 끌고 갔던 남자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