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붉은 폭풍단의 이인자 코맥이 강철 요새 내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개판이군!”
강철 요새는 그들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천혜의 요새였다.
제대로만 운영하면 만 명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요새.
사막 어디를 둘러봐도 이렇게 안전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곳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문제는 이곳을 지켜야 할 각성자들이 너무 엉망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약에 취해 비틀거리고, 제대로 된 스킬을 펼치지도 못한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이제까지 강철 요새를 지켜 왔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강철 요새의 각성자들은 붉은 폭풍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붉은 폭풍단은 사막에서 단련된 전사들이었다.
비록 약탈로 생계를 이어 가지만, 그것도 가족들을 위해서였다.
가족들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 약탈을 업으로 택했고, 그 결정을 후회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살기 위해 적을 죽이고,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해 적들의 물건을 빼앗는다.
정의나 인간의 도리 따윈 사라진 지 오래다.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크악!”
“사, 살려…….”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는 강철 요새 각성자들을 보면서도 코맥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강철 요새의 각성자 하나가 코맥에게 달려들었다.
“이 새끼! 뭐야? 뭐냐고? 왜 쳐들어와서…….”
붉게 충혈된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했다.
각성자 입장에선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잘 자고 있는데 쳐들어와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으니.
“그런데 뭐 어쩌라고?”
슈웅!
코맥의 허리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손바닥만 한 원반 두 개였다.
한 쌍의 원반은 무서운 속도로 각성자에게 날아갔다.
“이따위…… 컥!”
검으로 원반을 쳐 내려던 각성자는 그대로 두 동강이가 나서 엎어졌다. 날카로운 원반이 검과 몸통을 동시에 자른 것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이것이 코맥의 스킬인 ‘죽음의 원반’이었다.
이 스킬 하나로 그는 붉은 폭풍단의 이인자가 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다.
위이잉!
“크악!”
“억!”
원반이 종횡무진으로 날아다니며 그에게 접근하는 모든 각성자를 베어 버렸다.
주검이 쌓이고, 피가 강을 이뤄 흘렀다.
그야말로 사신 같은 위용이었다.
문득 그의 시선이 한쪽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노인과 아이들을 향했다.
홀트란과 제이콥, 루시였다.
위잉!
죽음의 원반이 그들을 향했다.
정확히는 홀트란을 향한 거였지만, 제이콥과 루시도 그 전권에 있어 무사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코맥은 거침이 없었다.
“씨발 좀 적당히 하라고.”
그 순간 레빈이 원반을 막아섰다.
그의 몸에서 발산된 보랏빛 전류가 원반을 강타했다.
쩔그랑!
순간적으로 코맥과 연결이 끊긴 원반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코맥이 인상을 쓰며 레빈을 노려봤다.
“뭐냐?”
“뭐긴 뭐야? 사람이지.”
“복장을 보아하니 강철 요새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빠져라. 이쯤에서 물러나면 얌전히 보내 줄 테니까.”
“웃기는 아저씨일세. 여기가 아저씨 거야? 침입자 주제에 이 요새가 자기 것인 것처럼 말하네.”
“좋은 아이템은 값어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법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마약에 취해 엉망으로 관리하는 인간들보다 우리 붉은 폭풍단이 훨씬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이곳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주인이 되는 게 나을 거다.”
“주인이 되면 잘 대해 줄 자신은 있고?”
“…….”
“나는 너희 같은 놈들을 알아. 너희들은 하이에나야. 썩은 고기나 뜯어 먹고, 약탈할 줄이나 알지, 다른 누군가를 지켜 줄 인간들이 아니야.”
레빈은 신랄했다.
그의 독설에 코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죽고 싶어 발악하는구나. 그렇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들어주지.”
위이잉!
바닥에 떨어졌던 원반이 고속 회전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레빈이 유령화하며 말했다.
“누가 죽을지 한번 해 보자고.”
“신기한 능력이구나. 그것이 너의 스킬이겠지? 하지만 나의 죽음의 원반에서 도망갈 수는 없을 거다.”
“누가 도망간대? 아저씨나 꼬랑지 말고 도망가지 마. 아주 끝장을 볼 테니까.”
빠지직!
레빈의 전신에서 보랏빛 전류가 흘러나왔다.
“죽어랏!”
명멸하는 뇌전을 본 코맥이 죽음의 원반을 날렸다.
콰아앙!
레빈과 코맥이 격돌하며 사방으로 전류 다발이 튀었다.
“이크!”
코앞에 튀는 전류에 놀란 브리엘이 제이콥과 루시를 보호하며 뒤로 물러났다.
강철 요새는 이미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시신이 바닥에 널려 있었고, 수많은 부상자가 신음을 흘렸다.
각성자만 죽거나 다친 것이 아니었다.
일반인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죽었다.
모두 붉은 폭풍단에 대항하던 이들이었다.
힘없는 일반인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터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붉은 폭풍단은 앞을 가로막는 이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짓밟을 때는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 붉은 폭풍단의 원칙이었다.
그런 원칙을 만든 이는 당연히 우르티안이었다.
“대항하는 이들은 모조리 죽이고, 순응하는 자들만 살려 둔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말이네요.”
그때 누군가 우르티안의 말을 끊으며 앞을 막아섰다.
제온이었다.
쉬악!
그 순간 우르티안의 허리에서 기형의 칼이 뽑혀져 나왔다.
그의 무기인 샴쉬르였다.
샴쉬르는 그대로 제온의 목을 찔러 왔다.
그것이 우르티안의 방식이었다.
쓸데없는 대화 따윈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상대의 목을 벤다.
그의 방식은 수많은 적을 쓰러트렸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캉!
샴쉬르가 제온의 목 바로 앞에서 튕겨 나갔다.
제온이 초열의 건틀렛을 이용해 방어한 것이다.
“흥!”
우르티안이 코웃음을 치며 다시 샴쉬르를 휘둘렀다.
샴쉬르는 제온의 급소를 집요하게 노렸다. 하지만 우르티안의 공격이 닿는 일은 없었다.
티티팅!
초열의 건틀렛이 샴쉬르의 공격 궤적을 모조리 틀어 버리거나 막아 버렸다.
그제야 우르티안의 입술이 씰룩였다.
상대의 전력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우르티안이 샴쉬르를 격렬하게 휘두르며 물었다.
“좋다! 나를 상대할 만한 자격이 있구나. 네놈의 이름은 뭐냐?”
“알아서 뭐 하려고요?”
“네 이름만큼은 오래도록 기억해 주마.”
“죽은 사람 취급하지 말죠.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더러우니까.”
“곧 죽을 놈의 기분을 생각해 줄 이유가 없지.”
카가가강!
말을 하면서도 그들은 격렬하게 부딪쳤다.
한 번씩 격돌할 때마다 불꽃과 땀이 사방으로 튀었다.
우르티안은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전력을 다하는 것도 아니었고,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우르티안은 강했다.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다.
엘프라서가 아니라 그라는 존재 자체가 원래 그렇게 강하게 태어난 것이다.
인간이 아닌 엘프가 붉은 폭풍단의 대장이 된 것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쉬쉬쉭!
그의 샴쉬르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제온의 건틀렛에 막혀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제온도 그만큼 강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서로의 육체적인 능력은 호각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좋다!”
슈와아!
우르티안의 외침과 함께 샴쉬르에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의 샴쉬르에 오러가 덧씌워진 것이다.
샴쉬르의 위력이 순식간에 몇 배나 증폭됐다. 또한 우르티안의 움직임도 몇 배나 빨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우르티안이 움직이면서 공격했다.
상대의 기어가 올라간 느낌이다.
제온도 그에 맞춰 기어를 올렸다.
슈우우!
제온이 잔상을 남기며 고속 이동했다.
쾅! 콰앙!
두 사람이 강철 요새 내부를 무서운 속도로 달리며 격돌했다.
“크억!”
“켁!”
그들이 질주하는 경로에 있던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우르티안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A급 각성자였다.
비록 이지령에게 패하긴 했지만, 그것은 이지령이 S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등급의 각성자에겐 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르티안이 샴쉬르를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에어로 밤.’
쾅!
제온 바로 앞에서 공기가 터져 나갔다.
강력한 폭발에 제온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가 벽에 부딪혔다.
이제까지 그가 거의 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는 레빈처럼 듀얼 각성자였다.
한 손으로는 검을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법을 펼친다.
두 개의 공격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제온을 압박했다.
콰콰쾅!
샴쉬르를 견제하는 사이 에어로 밤이 제온을 폭격했다.
수십 발의 에어로 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일대의 집들이 폭삭 무너졌다.
“아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홀트란이 눈을 크게 치떴다.
그의 눈에는 제온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때였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 속에서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짐승의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붉은 빛에 우르티안은 가슴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본능적으로 샴쉬르를 들어 전면을 가렸다.
쾅!
직후 강한 충격이 그를 강타했다.
어른 주먹만 한 불덩이가 날아온 것이다.
샴쉬르로 막았기에 망정이지, 무방비 상태로 맞았다면 중상을 입을 뻔했다.
“크윽!”
강력한 충격에 우르티안이 답답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 순간 먼지를 뚫고 제온이 나타났다.
제온이 주먹을 휘두르자 불비가 쏟아졌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파이어 레인이었다.
콰콰콰콰!
“제기랄!”
우르티안이 입술을 질겅 깨물며 샴쉬르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불비가 갈라지고, 쪼개지고, 튕겨 나갔다.
“후욱! 후욱!”
우르티안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근육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고, 힘줄이 지렁이처럼 툭 튀어나와 꿈틀거렸다.
제온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계까지 힘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 때문에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심장이 격렬하게 고동쳤다.
제온은 그런 우르티안에게 다시 한번 파이어 레인을 펼쳤다.
콰콰콰콰!
또다시 망막을 가득 채우며 쏟아지는 불비에 우르티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를 우습게 보지 마라. 인간!”
그가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검을 휘둘렀다.
오러가 덧씌워진 검에서 칼바람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불비와 칼바람이 격돌하며 지하 공동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대장!”
“괜찮습니까?”
우르티안의 위기를 본 붉은 폭풍단이 달려왔다.
착지한 우르티안의 주위로 수많은 각성자들이 포진했다.
우르티안이 들고 있는 샴쉬르를 바라봤다.
그의 샴쉬르는 던전에서 출토한 아이템이었다. 그런 아이템이 이가 나가고, 실금이 가 있었다.
“쯧! 아끼는 검이었는데.”
그는 미련 없이 샴쉬르를 버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수하 한 명이 똑같은 형태의 검을 그에게 건네줬다.
우르티안이 새로운 샴쉬르를 잡으며 말했다.
“영광으로 알아라. 내가 아닌 우리가 상대해 주는 것을.”
개인일 때도 강하지만, 뭉치면 더 강해지는 것이 붉은 폭풍단이었다.
우르티안을 중심으로 붉은 폭풍단이 똘똘 뭉치는 것을 보며 제온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같이 상대해 주죠.”
“우리?”
“네! 우리가…….”
그 순간 제온의 뒤로 모래 더미가 불쑥불쑥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