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
2화
콰드득!
막대한 질량 충격에 두꺼운 장갑을 덕지덕지 붙인 버스가 마치 종잇장처럼 우그러들었다.
“크읏!”
“컥!”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버스 안을 나뒹굴었다.
안전띠 따윈 하지도 않았기에 사람들은 마치 공깃돌처럼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제온도 마찬가지였다.
“크윽!”
정신없이 뒹굴던 제온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이마가 깨져 피가 흘렀지만,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믿을 수 없는 광경 때문이었다.
스으으!
보이는 모든 것이 붉은 모래였다.
거대한 장갑 버스가 모래사막에 통째로 파묻힌 것이다.
“제기랄! 샌드웜이 버스를 모래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우린 다 죽었어.”
“씨발! 누구 각성자 없어?”
장내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콰콰콰!
그 순간에도 버스의 장갑이 천 조각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장갑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샌드웜의 먹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 전에 모래에 질식해 죽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그편이 덜 고통스러울 수도 있었다.
그때였다.
“이 개 같은 벌레 새끼가…….”
광부 중 한 명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창밖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슈우우!
그 순간 광부의 손에서 칼바람이 일어나 창밖으로 날아갔다.
제온이 눈을 크게 떴다.
‘각성자다.’
칼바람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마법계 각성자가 분명하다.
다만 그 위력이 보잘것없었다.
퍼억!
칼바람은 버스를 짓누르는 모래를 뚫지 못하고 소멸했다.
샌드웜의 본체엔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한 것이다.
잠시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F급이잖아.”
“제기랄! 그러면 그렇지. 제대로 된 각성자가 마정석을 캐러 가겠어.”
같은 각성자라도 등급에 따라 능력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F급은 각성자 생태계 밑바닥에 깔린 조약돌 같은 존재였다.
일반인들보다야 훨씬 강하지만, 샌드웜 같은 거대 마수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슨 이유에서 마정석 광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은 건지 몰라도, 그의 능력인 칼바람으로는 샌드웜에게 타격을 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칼바람으로 샌드웜의 몸을 에워싼 모래를 뚫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죽어! 죽으란 말이야.”
각성자가 이성을 잃고 연신 칼바람을 날렸다. 하지만 모래를 뚫지 못하고, 오히려 마나만 고갈되고 말았다.
그때였다.
각성자가 있던 곳의 장갑이 완전히 뜯겨 나가더니, 갑자기 거대한 혓바닥이 나타났다.
샌드웜의 혀였다.
혀는 마치 채찍처럼 각성자를 낚아채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아아악!”
모래를 뚫고 각성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비명은 금세 사라졌지만,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두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어떡해?”
“흐흑!”
모래가 해일처럼 버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 사라졌다.
“이익!”
제온이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피가 흘러나왔지만, 제온은 고통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모래는 이미 그의 허리까지 찼다.
모래에 질식해 죽느냐, 샌드웜의 먹이가 되어 죽느냐.
그 어느 쪽도 제온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 그렇게 핑핑 돌아가던 머리가 지금은 석화 마법에 걸린 것처럼 굳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쾅!
그 순간 거대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버스가 두 동강이 났다.
“아악!”
“큭!”
승객들 상당수가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씨발!”
제온이 욕설을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미 모래가 어깨까지 차서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제온은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는다.’
찌익!
제온은 급히 옷을 찢어 긴 천을 만들었다. 그리고 긴 천으로 눈과 코, 귀와 입을 꼭꼭 싸맸다.
모래를 막기 위한 응급조처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준비를 끝낸 제온은 그대로 모래 속으로 몸을 날렸다.
‘헉!’
사막의 모래가 마치 심해의 바닷물처럼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제온을 짓눌렀다.
숨쉬기는커녕 손발 하나 놀리기 힘들었다.
제온은 압력에 저항하지 않고 모래에 몸을 맡겼다.
콰지직!
쇳소리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장갑 버스의 마지막 비명이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최후가 어떨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츠으으!
모래가 파도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모래 속을 유영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 흐름이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느껴졌다.
‘온다.’
제온은 손발을 휘저어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지금 전신에 가해지는 모래의 엄청난 압력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순간에도 샌드웜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죽기 싫어. 아직은 죽을 수 없어.’
심장이 고동쳤다.
샌드웜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먼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몸 안을 미친 듯이 휘도는 혈류가 느껴졌다.
전신을 치닫던 혈류는 마치 폭주하는 열차처럼 제온의 머리를 향해 치달았다.
쾅!
그 순간 제온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폭발이 일어났다.
오직 제온만 느낄 수 있는 폭발이었다.
동시에 제온의 팔목에 일곱 개의 선이 나타났다.
마치 문신처럼 새겨진 선의 하단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제온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어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각성이다.’
오직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축복처럼 찾아온다는 각성이 자신에게도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손목에 나타난 계급장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성한 자의 손목에 나타난 일곱 개의 선은 꼭 군대의 계급장과 비슷했다.
다만 일반적인 계급장과 다른 점이라면 작대기만 일곱 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성자의 증표를 계급장이라고 불렀다.
각성하자마자 숨 쉬는 것이 편해졌고, 몸에 가해지던 막대한 압력도 사라졌다.
그를 짓누르던 모래가 마치 어미 배 속의 양수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제온은 자신의 능력이 모래와 관계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제온은 급히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이제까지 꼼짝도 하지 않던 그의 몸이 스르륵 앞으로 나갔다.
푸학!
그가 있던 자리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입이 나타났다.
수많은 이빨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나 있는 샌드웜의 주둥이였다. 이빨이 붉게 물든 것이 보였다.
조금 전 잡아먹은 희생자들의 피였다.
콰아아!
샌드웜의 주둥이가 조금 전까지 제온이 있던 자리를 집어삼켰다.
피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제온 역시 다른 희생자들처럼 고깃덩이가 되어 샌드웜의 배 속에서 소화되었을 것이다.
‘미친!’
전신에 소름이 올라왔다.
운 좋게 각성한 덕분에 샌드웜의 공격을 피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제 갓 각성한 능력으로 사막의 폭군인 샌드웜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조금 전에 F급 각성자가 샌드웜의 먹이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내 능력을 이용해 모래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제온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그의 몸이 마치 물고기처럼 꿈틀거리며 모래 속을 유영했다.
모래 알갱이 수천만, 수억 개가 마치 제온의 몸을 알아서 밀어주는 듯했다.
제온은 빠른 속도로 모래를 파헤치고 지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때 등 뒤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샌드웜이 제온을 추적하는 것이다.
제온이 앞으로 나가는 속도도 빨랐지만, 샌드웜이 추적하는 속도는 더 빨랐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따라잡힐 것이 분명했다.
‘제기랄 모래 속에서 헤엄치는 것 말고 또 다른 능력은 없나?’
제온은 필사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때였다.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샌드웜이 거의 접근한 것이다.
놈이 입을 쩍 벌린 것이 느껴졌다.
문득 수많은 사람을 집어삼킨 샌드웜의 입에 모래를 한 무더기 집어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제온의 몸 주위에 있던 모래의 흐름이 이상하게 변했다.
모래 중 일부가 제온 앞으로 모여 응축됐다.
제온은 한껏 응축된 모래를 보며 중얼거렸다.
‘샌드 블라스터.’
누가 알려 준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이름이 떠올랐다.
스킬이라는 것들이 대부분 그랬다.
마치 원래부터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것처럼 열람 조건이 맞춰지면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푸슉!
순간 물줄기가 쏘아지듯 응축된 모래가 분사됐다.
강력한 압력으로 분사된 모래 줄기는 그대로 샌드웜의 입안에 꽂혔다.
샌드 블라스터는 샌드웜의 입천장에 작은 구멍을 냈다.
겉보기엔 별거 아닌 상처 같았지만, 샌드 블라스터는 샌드웜의 입천장 안쪽을 걸레쪽처럼 헤집어 놨다.
생전 처음 느끼는 엄청난 고통에 샌드웜이 괴성을 내질렀다.
쿠워어!
거대한 샌드웜이 요동치면서 일대의 모래가 지진이 난 것처럼 들썩였다.
제온은 그 틈을 타서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샌드웜을 멀찍이 떼어 놓고 모래 위로 나올 수 있었다.
“푸하!”
제온이 이제까지 참았던 숨을 토해 냈다.
신선한 공기가 폐에 들어가자 살 것 같았다.
그때였다.
“생존자다. 저기 생존자가 있어.”
“역시 샌드웜이었어. 모두 준비해.”
갑자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온이 고개를 드니 소형차 한 대가 보였다.
장갑을 덕지덕지 붙인 조그만 소형차는 사막에서 활동하기 적합하게 큰 바퀴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봤자 샌드웜이 덮치면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갈 터였다. 그런데도 소형차에 타고 있는 이들은 겁먹은 기색 하나 없었다.
차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남자들이 제온에게 다가왔다.
‘각성자들이다.’
제온은 한눈에 그들이 각성자라는 것을 알아봤다.
샌드웜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리 당당하게 사막 위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때였다.
쿠우우!
모래를 뚫고 제온을 쫓아온 거대한 샌드웜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소리쳤다.
“놈이 모래 속으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잡아 놔.”
“오케이! 대장.”
푸른 하늘을 연상시키는 파란 머리의 여자가 상큼하게 대답하며 샌드웜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냉기가 급속도로 퍼져 나가더니 샌드웜이 솟아올라 온 곳의 모래를 냉각시켰다. 그 때문에 샌드웜이 모래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버둥거렸다.
파란 머리 여자가 말했다.
“덩치가 너무 커서 몇 초 못 잡아 놔.”
“그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지.”
대장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커다란 장검인 클레이모어를 빼 들고 샌드웜을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수하들이 따랐다.
“차앗!”
클레이모어가 기요틴처럼 샌드웜의 몸통을 향해 떨어졌다.
촤하학!
샌드웜의 단단한 가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고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고통에 샌드웜이 몸부림쳤다.
그때 대장의 부하 중 한 명이 샌드웜에게 접근하며 손바닥을 몸통에 갖다 댔다.
“모래 위로 올라온 샌드웜이라니. 정말 희귀한 경우군.”
샌드웜이 모래 위로 올라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사냥하기 힘들었다.
우웅!
남자의 손바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른 속도로 진동했다.
그의 이름은 에이든, 각성 능력은 초진동이었다.
퍼엉!
그의 손바닥이 닿은 샌드웜의 몸통이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마무리는 제일 늦게 도착한 거인이었다.
보통 사람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거인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가 그대로 샌드웜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콰앙!
폭음과 함께 샌드웜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흐흐!”
거인이 샌드웜의 피와 살점을 뒤집어쓴 채 웃음을 터트렸다.
제온이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미친 새끼들!’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먹은 샌드웜이 불과 수 초 만에 고깃덩이가 됐다.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을 그런 광경이었다.
스릉!
대장이 클레이모어를 검집에 꽂으며 제온을 바라봤다.
순간 제온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차갑게 가라앉은 대장의 눈빛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럼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 중 너 하나만 살아남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