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쿵! 쿵!
놈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강한 진동과 함께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발부터 머리까지 족히 육 미터가 넘는 이족 보행 괴물.
체형은 인간을 똑 닮았지만, 온몸을 가득 뒤덮은 근육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괴물의 근육은 잔뜩 성이 나 꿈틀거렸다.
놈의 이름은 오우거였다.
같은 이족 보행 마수인 싸이클롭스조차 상대하기 꺼린다는 폭력의 화신 오우거.
지금 사막을 홀로 걷고 있는 오우거는 희귀한 점박이 오우거였다. 이름 그대로 점박이같이 커다란 반점이 상체 곳곳에 나 있는 것이다.
점박이 오우거는 일반 오우거보다 훨씬 더 강력한 괴력의 소유자였다.
어지간한 마수 따윈 단숨에 찢어발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자랑했다.
점박이 오우거는 홀로 사막을 떠돌았다.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같은 종족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이다.
점박이 오우거는 자신을 따돌리는 동족 다섯을 모조리 찢어 죽였다.
혼자서 다섯이나 상대하다 보니 점박이 오우거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 정도 상처는 점박이 오우거에게 아무런 아픔도 주지 못했다.
오우거에게 이 정도 상처는 일상이었다.
비록 트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우거 또한 어느 정도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 상처는 하루 이틀이면 금방 아물 것이다.
쿵!
갑자기 점박이 오우거가 멈춰 섰다.
정면 백여 미터 앞에 서 있는 어떤 존재 때문이었다.
“크우?”
점박이 오우거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멀리 그의 앞을 막아선 존재는 점박이 오우거의 가슴 크기의 이족 보행 마수였다.
놈의 이름은 오크.
이족 보행 마수 중 상위에 속하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오우거에 비하면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존재였다.
다른 생명체에겐 공포를 줄지 모르지만, 오우거에겐 한 끼 도시락이나 다름없었다.
오우거도 그 사실을 알고, 오크도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멀리서 오우거를 보기만 해도 오크는 부리나케 도망갔다. 그런데 눈앞의 오크는 어쩐 일인지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도발적인 시선으로 오우거를 노려보고 있었다.
점박이 오우거만큼이나 특별한 오크였다.
체구가 보통 오크보다 배는 더 커서 점박이 오우거의 가슴까지 닿을 정도였다.
어지간한 오우거와도 비견될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본인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 주기라도 하듯 오크의 전신엔 엄청난 상처와 흉터가 가득했다.
하나같이 치명상에 가까운 상처였다,
그런 상처를 입고도 살아 있다는 게 오크의 규격 외 강함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오크가 점박이 오우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오르카, 오크족의 대군장이다. 너를 잡아 나의 강함을 온 세상에 증명할 것이다.”
대군장은 오크족의 영웅이다.
스스로를 증명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오르카는 자신을 증명할 대상으로 점박이 오우거를 선택했다.
사막의 폭군 점박이 오우거.
오르카만큼이나 특별하면서 광포한 존재였다.
비록 오르카의 말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르카의 전신에서 발산되는 투기만으로도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사실 오르카의 투기가 자극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점박이 오우거는 결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존재를 살려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오크라면 더더욱 그랬다.
오르카가 아무리 커 봐야 점박이 오우거에 비할 수는 없었다.
“쿠워어어!”
점박이 오우거가 피어를 터트렸다.
사막을 쩌렁쩌렁 울리는 피어에 오르카가 투기를 더욱 강하게 발산했다.
“간다, 오르카!”
오르카가 점박이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점박이 오우거도 건방진 오크를 찢어발기기 위해 달려들었다.
쾅!
두 거대한 존재가 사막 한가운데서 격돌했다.
기교도 잔기술도 없다.
오직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맞부딪친 것이다.
격돌의 승자는 놀랍게도 체구가 작은 오르카였다.
쿵쿵쿵!
오르카보다 훨씬 거대한 점박이 오우거가 둔중한 발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났다.
점박이 오우거는 자신이 밀려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점박이 오우거에게 오르카가 말했다.
“오르카 강하다. 너보다 더…….”
“쿠워어!”
점박이 오우거가 오르카의 말을 부정이라도 하듯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오르카는 점박이 오우거의 양팔을 맞잡았다.
두 거대한 생명체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상식적으로 점박이 오우거가 유리한 싸움이었다.
자연계에서 체급의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크고, 근육이 많은 놈이 이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오르카는 그런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듯 점박이 오우거와 대등하게 힘겨루기를 했다.
점박이 오우거와 오르카의 근육에 힘줄이 밧줄처럼 툭툭 불거져 나왔다.
용을 쓰느라 얼굴은 시뻘게지고, 숨이 거칠어졌다.
근육은 크게 부풀어 오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러다가 몸이 폭발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래도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았다.
두 거대 생명체는 서로를 누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쿵!
팽팽한 힘겨루기도 잠시, 이내 승부의 저울추가 기울어졌다.
놀랍게도 승자는 오르카였다.
거대한 점박이 오우거가 힘겨루기에 져서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오르카는 힘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그극!
점박이 오우거의 통나무 같은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점박이 오우거의 눈에 처음으로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이대로 허리가 뒤로 젖혀지다가는 부러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점박이 오우거는 젖 먹던 힘까지 모조리 끌어 썼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점박이 오우거를 짓누르는 압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죽어랏!”
오르카의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콰직!
점박이 오우거의 허리에서 파열음이 터지며 그대로 꺾어졌다. 점박이 오우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취잇! 내가 승자다.”
오르카는 점박이 오우거의 목을 잡고 비틀었다. 그러자 너무 쉽게 점박이 오우거의 머리통이 몸통에서 분리됐다.
오르카는 점박이 오우거의 시신을 밟고 서서, 놈의 머리통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목을 축였다.
점박이 오우거의 영혼과 힘이 자신에게 넘어오는 것 같았다.
그의 전신에서 붉은 오러가 피어올랐다.
격의 상승을 이룬 것이다.
들끓는 힘과 넘치는 고양감에 오르카가 포효했다.
“크아아아!”
오르카의 포효는 사막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일대의 모든 마수가 오르카의 포효에 두려움을 느끼고 지하로 숨어들었다.
그때 멀리서 오르카의 싸움을 지켜보던 늙은 오크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승리를 축하합니다, 대군장!”
“당연한 결과다, 제사장!”
“대군장이 탄생하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제사장이라 불린 늙은 오크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대군장은 모든 오크의 염원이었다.
대군장이 탄생하는 순간 오크족은 크게 부흥해 세상을 휩쓴다.
실제로 오르카가 탄생한 그 순간부터 오크족은 세를 크게 불렸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오크들이 새로 탄생하고, 그들이 자라 강력한 힘을 가진 성인 오크가 됐다.
그들은 모두 오르카를 진심으로 따랐다.
늙은 제사장은 오르카가 이끄는 오크족이 지구의 주인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르카가 제사장에게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증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수많은 전투를 통해 오르카는 성장했다.
극한의 성장을 이룬 지금 그가 전투를 통하여 얻을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대군장이시여.”
“이제부터 정복 전쟁을 시작하겠다.”
오르카의 시선이 향한 곳은 네오 서울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인간들이 만든 거대한 도시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전까지는 감히 네오 서울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격의 상승을 이룬 지금은 달랐다.
아직도 두려운 마음이 가슴속 깊은 곳에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막 곳곳에 흩어져 있던 오크들이 그의 휘하로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오크 대군이 모두 집결하면 제아무리 네오 서울이라도 충분히 무너트릴 자신이 있었다.
그때였다.
오르카의 행복한 상상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잇! 보고할 게 있습니다.”
오크 기수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오크 제사장이 신경질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한낱 오크 기수 따위에게 방해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췻! 죄송합니다.”
제사장의 언짢은 기색에 오크 기수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오르카가 말했다.
“됐다. 보고하라.”
“이곳으로 오던 어린 오크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어린 오크? 설마 공동육아 하던 아이들 말이냐?”
“취잇! 아무래도 인간들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어린 오크들을 죽였다고?”
“그렇습니다.”
오르카의 분노에 오크 기수가 벌벌 떨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가공할 붉은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감히 어떤 인간이 우리 오크족의 아이들을 죽였단 말인가?”
“지, 지금 추적 중에 있습니다.”
“추적? 누가, 오크 기수들이?”
“그렇습니다.”
오크 기수의 대답에 잠시 인상을 쓰던 오르카가 큰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아샹카!”
“불렀나? 대군장!”
잠시 후 오르카 못지않게 거대한 오크가 나타났다.
그가 바로 오크족의 이인자인 아샹카였다.
오르카가 없었다면 대군장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강력한 힘을 지닌 오크였다.
“우리 아이들을 죽인 인간을 찾아내 죽여라.”
“알았다. 아샹카, 반드시 찾아내 죽이겠다.”
“붉은 망치 부족을 데리고 가라.”
“알았다.”
아샹카가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붉은 망치족은 오크족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부족이었다. 아샹카가 소속된 부족이기도 했다.
순수 전투원만 천 명이 넘는 엄청난 전력이었다.
“나는 네오 서울로 향할 테니, 너는 우리 아이들을 죽인 인간들을 처리하고 합류해라.”
“알겠다. 아샹카, 명을 따르겠다.”
아샹카가 거대한 전투 망치를 등에 걸치며 대답했다.
그날 천 명이 넘는 오크들이 어린 오크들을 죽인 인간을 찾아 움직였다.
***
“놀랍군!”
우르티안이 몰라보게 달라진 강철 요새 내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짧은 시간 동안 강철 요새는 정말 빠르게 변화했다.
부서진 집은 모두 복구됐고, 거리엔 많은 이들이 오가고 있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고,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옆 사람과 조잘조잘 떠들고 있었다.
붉은 폭풍단 여자들과 기존의 강철 요새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웃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이었다.
우르티안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사람들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이렇게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줄 몰랐다.
우르티안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에게도 지켜야 할 땅이 생겼구나.”
“부담됩니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우르티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부담되냐고? 당연히 부담되지.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아.”
뒤를 돌아보자 그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남자가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