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뭐야?”
“씨발!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럽게 호각을 불어?”
붉은 폭풍단 각성자들이 투덜거리면서도 빠르게 강철 요새 입구로 모여들었다.
호각은 가장 효율적인 신호 전달 수단이었다.
특히 위험을 알릴 때 이보다 좋은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구니를 타야만 올라올 수 있는 입구엔 붉은 폭풍단 각성자 하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가 바로 호각을 분 주인공이었다.
우르티안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쥬잉! 무슨 일이지?”
“허억! 허억! 오크입니다.”
“오크?”
“이 근처에 오크들이 출몰했습니다.”
쥬잉이라 불린 각성자가 겨우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오크라고?”
“네! 이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소규모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씨발! 오크 새끼들이 겁도 없이…….”
우르티안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그는 오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를 따르는 수하들도 오크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오크 무리를 죽이고, 약탈한 전적이 있는 붉은 폭풍단이었다.
그들에게 오크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토벌해야 할 사냥감에 불과했다.
우르티안이 이인자인 코맥을 바라봤다.
“코맥!”
“예! 대장.”
“애들 데리고 가서 오크들 토벌해.”
“알겠습니다.”
코맥이 바로 대답했다.
명색이 붉은 폭풍단 이인자인 코맥이었다.
오크들을 토벌하는 것쯤은 그에게 일도 아니었다.
“가자!”
코맥이 각성자 삼십 명과 함께 강철 요새를 내려갔다.
제온이 우르티안에게 말했다.
“인원을 더 보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걱정되나?”
“뭐든 확실해야 좋으니까요.”
“걱정할 거 없어. 코맥은 저런 마수들 상대하는 데 도가 텄으니까.”
우르티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오크를 이미 상대해 봤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오크는 붉은 폭풍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끽해야 부상자나 몇 나오겠지. 우리는 그들이 돌아오면 치료해 주기만 하면 돼.”
“하지만…….”
“됐어. 그 말은 그만하지.”
우르티안이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후비적거리며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제온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강철 요새의 주인은 우르티안이었다.
그가 판단하고, 결정한 일이다.
이 이상 토를 다는 것은 그의 위신에 좋지 않았다.
‘별일 없기를 바라는 수밖에…….’
***
코맥은 수하들과 함께 오크가 나타났다는 곳으로 향했다.
“건방진 돼지 새끼들. 감히 우리의 보금자리를 노려?”
지난 며칠 동안 강철 요새에 머물면서 코맥은 안전한 주거지가 주는 안정감을 만끽했다.
늘 마수의 위협에 시달리던 유목민의 삶을 산 그에게 강철 요새에서의 며칠은 꿈결처럼 포근했다.
이 포근함을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오크를 향한 분노는 더욱 컸다.
코맥이 앞서 달리는 쥬잉에게 물었다.
“쥬잉! 아직 멀었느냐?”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저 모래 산을 넘으면 보일 겁니다.”
“들었지? 모두 전투 준비하라.”
코맥의 명령에 각성자들이 달리면서 전투 준비를 했다.
쥬잉이 가리킨 커다란 모래산 정상에 올라서자 건너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간 코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쥬잉의 말처럼 수십 마리의 오크가 보였기 때문이다.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경계도 엉망인 게 오합지졸로 보였다.
코맥은 고민하거나 계획을 세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가자! 이대로 단숨에 놈들을 죽이고, 요새로 돌아간다.”
“예!”
“으랏차!”
코맥과 수하들이 무서운 속도로 모래산을 뛰어 내려갔다.
“취잇!”
“인간이다.”
오크들이 뒤늦게 알아차리고 무기를 꺼냈다.
“늦었다. 모두 죽엿!”
위잉!
코맥의 허리춤에서 한 쌍의 원반이 튀어나와 오크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의 고유 스킬인 죽음의 원반이 발동된 것이다.
한 쌍의 원반은 순식간에 서너 마리 오크들을 성둥성둥 썰어 버렸다.
“츄잇!”
“꾸이잇!”
오크들이 특유의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동료들의 죽음에 다른 오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각성자들이 들이닥쳤다.
서걱!
쉬아악!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오크들의 몸이 잘려 나갔다.
모래가 오크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불태워 주마.”
마법계 각성자인 쥬잉이 파이어 볼을 오크에게 날렸다.
파이어 볼에 격중당한 오크가 불이 붙어 날뛰었다.
“꼴 좋구나.”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긴장을 늦추지 마.”
“넷!”
코맥의 목소리에 쥬잉이 정신을 차리고 다른 오크들을 공격했다.
수십 마리의 오크는 순식간에 정리됐고, 코맥과 각성자들의 전신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코맥이 그제야 미소 지으며 각성자들에게 말했다.
“모두 수고했다. 어서 요새로 돌아가 시원하게 목욕하자.”
“으하핫!”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각성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지난 며칠 동안 풍족한 물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난생처음 목욕이라는 것도 해 봤다.
물을 한가득 받아 놓고 몸을 담그는 사치를 누린 것이다.
아직도 찰랑이던 물의 감촉이 생생했다.
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 다시 한번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그렇게 코맥과 각성자들이 떠나려 할 때였다.
“취잇!”
“인간이 미끼를 물었다.”
갑자기 오크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뭐야?”
“아직 남아 있는 오크가 있었나?”
코맥과 각성자들이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 순간 모래 언덕에서 오크들이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수가 엄청났다.
대충 헤아려 봐도 천 마리가 넘을 것 같았다.
그 중심에 유독 거대한 오크 하나가 있었다.
커다란 전투 망치를 어깨에 걸친 오크에게선 압도적인 존재감이 풍겨 나왔다.
그는 바로 오크족의 이인자인 아샹카였다.
쿵!
아샹카가 코맥을 향해 둔중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내 이름은 아샹카다, 인간!”
“아샹카?”
“나는 우리 일족 아이들을 죽인 인간을 찾고 있다.”
“아이?”
“그래! 공동육아 하던 아이들을 죽인 인간들을 찾는다. 그런 인간을 본 적 없나?”
“오크 아이라면…….”
코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얼마 전에 늙은 오크와 어린 오크 들을 학살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샹카는 코맥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찾은 것 같군.”
“건방진 오크 새끼들이…….”
“다른 무리는 어디 있나? 인간 동료가 더 있을 텐데.”
“건방지게 누구를 심문하는 거냐? 돼지 새끼 주제에…….”
“인간은 말로 하면 듣지 않는 종족이라더니, 정말 그렇군.”
아샹카는 오크답지 않게 논리 정연했다.
그런 아샹카를 보며 코맥이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씨발! 아무래도 좆 된 것 같군.’
수적으로도 열세인 데다가, 무엇보다 우두머리인 아샹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단순히 힘만 믿고 덤비면 빠져나가기가 수월할 텐데, 놈들은 동료를 미끼로 자신들을 끌어들이는 치밀함을 보였다.
아무래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코맥이 수하들에게 말했다.
“다들 잘 들어라. 지금부터 아무 생각하지 말고, 오직 빠져나가는 것만 신경 써라. 동료를 구해 주려고도 하지 말고, 무조건 강철 요새로 내달려 이 소식을 전해야 한다.”
대답하는 각성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마음 깊이 코맥의 말을 담아 뒀다.
코맥 딴에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는데, 아샹카는 그의 목소리를 전부 들었다.
“강철 요새? 너희들의 동료가 있는 곳인 모양이군.”
“제기랄! 거기까지 들었던가?”
“어차피 싫어도 말하게 될 거다, 인간!”
“씨발! 죽엇!”
코맥의 고함과 함께 한 쌍의 원반이 튀어나왔다.
아샹카에게 죽음의 원반을 펼친 것이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코맥에게 실망을 안겨 주지 않던 죽음의 원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에게 강한 실망감을 안겨 줬다.
까강!
아샹카가 휘두른 전투 망치에 막혀 튕겨 나온 것이다.
“제기랄!”
코맥은 다시 원반을 조종해 아샹카를 공격했다.
“약하구나, 인간!”
아샹카가 코맥을 비웃으며 달려왔다.
쿵! 쿵!
쌍봉낙타보다 거대한 덩치가 화염 늑대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도주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
코맥은 원반을 조종해 다시 아샹카를 공격했다.
기아앙!
무섭게 회전하는 한 쌍의 원반이 아샹카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아샹카는 원반을 보지도 않고 전투 망치로 쳐 냈다.
‘무슨?’
코맥이 눈을 크게 치뜨는 그 순간 아샹카의 전투 망치가 작렬했다.
쾅!
“크악!”
폭음과 함께 코맥의 신형이 뒤로 튕겨 나갔다.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을 나뒹구는 코맥의 팔다리는 기괴하게 꺾여 있었다.
무투계 각성자인 코맥이 단 한 번의 격돌로 항거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미친!’
전신의 뼈가 모두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에 코맥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떻게 해서든 정신 줄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콰당탕!
코맥이 물수제비처럼 몇 번이나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아샹카가 그런 코맥에게 다가갔다.
“부대장!”
“제기랄!”
그 모습을 본 각성자들이 코맥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수많은 오크에게 둘러싸여 접근할 수 없었다.
아샹카가 코맥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코맥이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소리쳤다.
“도망쳐! 한 명이라도 살아나 이 사실을 요새에 전해라.”
그의 외침을 들은 각성자들이 그제야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했다.
그 모습을 본 아샹카가 누런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크흐흐! 한 놈은 살려 보내 주마. 그래야 우리를 요새로 안내해 줄 테니까.”
“설마? 아, 안 돼!”
코맥이 눈을 크게 치떴다.
설마 오크가 이렇게 머리를 굴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샹카가 코맥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왜? 인간만 머리를 굴리는 줄 아는가? 천만에. 오크도 이 정도 생각은 할 줄 안다, 인간!”
아샹카가 코맥을 더 높이 들어 올려 남은 한 손으로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힘을 줘서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촤하학!
엄청난 괴력에 코맥의 상·하체가 찢어지며 분리됐다.
아샹카는 양팔을 치켜든 자세 그대로 코맥의 몸에서 쏟아지는 피를 맞았다.
아샹카의 전신이 코맥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가 코맥의 분리된 시신을 내던졌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하급 오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코맥의 시신을 물고 뜯었다.
“취익!”
“고기다.”
아샹카는 하급 오크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크들의 포위망을 뚫고 도주하는 각성자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 너희들의 요새로 우리를 안내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