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서걱!
우르티안이 달려드는 네눈박쥐 한 마리를 단숨에 두 동강 냈다.
“제기랄! 요새 안에 마수가 살고 있었다니? 이들은 왜 그 사실을 말해 주지 않은 거지?”
갑작스럽게 네눈박쥐의 습격을 받은 그의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
그때 데보라가 나섰다.
“진정해요.”
“데보라!”
“이곳 사람들도 이제까지 크게 위협이 안 돼 신경 쓰지 않은 거지,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거예요.”
“가능하겠나?”
“해 봐야죠.”
데보라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평소엔 붉은 폭풍단의 안살림을 책임지느라 나서지 않았지만, 그녀는 C급 테이머였다.
마수를 길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네눈박쥐의 등급은 그리 높지 않았다.
끽해야 D급이나 E급 정도.
한두 마리라면 손쉽게 길들일 수 있었다.
문제는 네눈박쥐의 수가 수만 마리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마수를 길들이는 것은 아무리 고위 테이머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하물며 그녀는 겨우 C급에 불과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데보라가 다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퍼버버벙!
폭음과 함께 수많은 네눈박쥐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제온이 바이퍼로 네눈박쥐들을 요격한 것이다.
그나마 제온만이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 다른 각성자들은 공중에서 덮쳐 오는 네눈박쥐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평범한 각성자들에게 비행형 마수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대지가 아닌 공중에서 덮쳐 오는 비행형 마수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온은 연신 바이퍼를 펼쳐 네눈박쥐들을 요격했다.
마음 같아서는 샌드 스톰 같은 강력한 스킬로 단숨에 네눈박쥐들을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강철 요새같이 폐쇄된 공간에서 그렇게 강력한 스킬을 썼다가는 사람들까지 휘말리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일일이 스킬을 써서 네눈박쥐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데보라가 급히 제온의 곁으로 다가왔다.
“저 좀 도와주세요.”
“어떻게 말입니까?”
“분명 이 박쥐들의 우두머리가 있을 거예요.”
“여왕 같은 개체 말입니까?”
“네! C급 이하라면 제가 길들일 수 있어요. 놈을 진정시키면 다른 네눈박쥐들도 난동을 멈출 거예요.”
“한번 시도해 볼 만하군요.”
제온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크워어어!
오크들의 포효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강철 요새 내부가 네눈박쥐들 때문에 어지러운 틈을 타 오크들이 습격해 온 것이다.
오크들은 절벽을 기어 올라왔다.
마치 개미처럼 절벽을 타고 올라오는 오크들을 보며 각성자들이 치를 떨었다.
“놈들을 막아!”
“제기랄! 이 박쥐 새끼들이…….”
각성자들이 오크들을 공격하려 했지만, 네눈박쥐들 때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제온이 말했다.
“차라리 제가 오크들을 상대하는 것이…….”
“그건 우리 몫이에요. 이곳에서 생존하려면 반드시 저들과 싸워 봐야 해요. 그래야 다음에도 대응 방법을 세울 수 있죠.”
데보라가 제온을 똑바로 바라봤다.
제온은 사기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가 권능에 가까운 스킬을 펼치면 모래 위에 있는 오크들은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의존하면 각성자들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위기이자 기회예요. 오크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면 붉은 폭풍단과 강철 요새의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기회를 줘요.”
“알겠습니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보라의 의지가 그렇다면 존중해 줘야 한다.
“레빈!”
“네! 형.”
근처에서 네눈박쥐와 싸우던 레빈이 제온의 부름에 응답했다.
“분명 네눈박쥐의 우두머리 개체가 있을 것이다. 놈을 찾아라.”
“알았어요.”
레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만 마리나 되는 네눈박쥐 무리 중에서 우두머리 개체를 찾아내는 것은 다른 이들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레빈에겐 가능했다.
스으으!
레빈이 유령화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를 본 네눈박쥐들이 공격해 왔다. 하지만 물리적인 충격을 전혀 받지 않는 레빈에겐 네눈박쥐들의 육탄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수백 마리의 네눈박쥐가 그의 몸을 헛되이 통과해 지나쳤다.
레빈은 허공에 떠서 특이한 개체가 있는지 살폈다.
한참을 살피던 그의 눈에 유독 덩치가 큰 네눈박쥐가 보였다.
놈은 다른 네눈박쥐들처럼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고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었다.
놈을 보는 순간 레빈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놈이 보스다.’
단지 크기만 한 것이 아니다.
놈의 머리엔 특이하게 뿔이 나 있었고, 은은한 붉은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뿔에서 발산되는 빛이 강해질 때마다 네눈박쥐들이 허공에서 선회해 인간들을 공격했다.
레빈은 제온에게 돌아와 말했다.
“보스를 찾았어요.”
“잘했다. 우리를 놈에게 데려가다오.”
“알았어요.”
레빈이 대답과 함께 다시 유령화해 날아올랐다.
제온이 데보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꽉 잡아요.”
“네!”
그 순간 데보라가 날아올랐다.
깜짝 놀라 아래를 바라보니 모래 기둥이 그녀의 몸을 떠받치고 있었다.
제온이 모래를 부려 함께 허공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네눈박쥐들은 자신들의 영역으로 침입한 인간들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키이이!
날카로운 울음과 함께 일제히 제온과 데보라를 공격해 왔다.
네눈박쥐 수백, 수천 마리가 일제히 달려드는 광경은 꿈에 볼까 두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데보라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퍼버버벙!
주위에서 연신 폭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녀에게 충격은 전해지지 않았다.
제온이 모래로 막을 만들어 그녀와 자신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모래 벽에 부딪힌 네눈박쥐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그 모든 광경이 데보라의 눈에 생생하게 들어왔다.
‘정말 사기 같은 능력이구나.’
직접 경험해 보니 제온의 능력이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지 더 실감 났다.
제온은 네눈박쥐들의 무차별 공세 속에서도 데보라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레빈을 따랐다.
잠시 후 레빈이 특별한 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이에요.”
“확실히 우두머리 같군.”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데보라를 바라봤다.
데보라도 그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여왕 맞아요.”
테이머이기에 알 수 있었다.
특수 개체가 무리의 여왕이라는 것을 말이다.
“길들이려면 어떡해야 합니까?”
“일단 굴복시켜야 해요.”
“힘으로 말입니까?”
“네!”
“어렵지 않군요.”
“네?”
데보라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제온이 레빈을 불렀다.
“레빈!”
“네! 형.”
“근처에 있는 놈들 모조리 지져 버려.”
“옙!”
빠지직!
순간 그의 전신에서 보랏빛 전류가 방출됐다.
퍼플 라이트닝의 파도가 주위에서 날갯짓하고 있던 네눈박쥐들을 강타했다.
하급 마수들은 레빈의 퍼플 라이트닝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마치 물에 젖은 낙엽처럼 네눈박쥐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무사히 허공에 떠 있는 것은 여왕 개체뿐이었다.
하지만 여왕 개체도 강력한 고압 전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제온이 데보라를 데리고 놈의 등에 올라탔다.
뒤늦게 제온과 데보라의 존재를 알아차린 여왕 네눈박쥐가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 두 사람을 떨어트리려 했다.
쾅!
그 순간 제온이 오른 주먹으로 여왕 네눈박쥐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순간 여왕 네눈박쥐의 의식이 잠시 날아갔다.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는 여왕 네눈박쥐.
그에 다른 네눈박쥐들이 난리 났다. 놈들은 여왕을 구하기 위해 무섭게 날아왔다.
빠지직!
그 순간 다시 레빈이 퍼플 라이트닝을 펼쳐 네눈박쥐들을 견제했다.
쿵!
그사이 여왕 네눈박쥐가 바닥에 추락했다.
레빈이 여왕 네눈박쥐의 등에서 내리며 데보라에게 말했다.
“이제 당신 차롑니다.”
“맡겨 줘요.”
데보라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여왕 네눈박쥐의 머리에 양손을 올렸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해 여왕 네눈박쥐와 감응하려 했다.
쥐어 패 놓고 감응한다는 것도 웃기긴 했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화학!
그녀의 양손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에도 네눈박쥐들은 여왕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제온과 레빈에 막혀 무위로 돌아갔다.
그사이 데보라의 작업이 완료됐다.
“끝났어요.”
데보라가 여왕 네눈박쥐에게서 떨어졌다.
잠시 후 여왕 네눈박쥐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데보라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는 너의 적이 아니야.”
키이이!
“알아! 놀랐다는 걸.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한 일이 아니야.”
키이!
제온과 레빈은 데보라가 여왕 네눈박쥐와 대화를 이어 가는 것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설마 마수와 저렇게 대화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잠시 후 데보라가 여왕 네눈박쥐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마워. 너희들의 영역을 존중해 줄 테니, 너희들도 이만 화를 풀어 줄래?”
키이이!
여왕 네눈박쥐의 이마에 달린 뿔에서 빛이 발산됐다. 그러자 어지럽게 허공을 날던 네눈박쥐들이 진정했다.
여왕 네눈박쥐도 허공으로 날아올라 데보라를 바라봤다. 잠시 눈 맞춤을 하던 여왕 네눈박쥐가 곧 수직 동굴로 들어갔다. 그 뒤를 네눈박쥐 무리가 따랐다.
위이잉!
수만 마리가 넘는 네눈박쥐 무리가 일제히 수직 동굴로 들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장관이었다.
제온이 데보라에게 물었다.
“여왕을 테이밍 했으면, 오크들을 공격하게 해도 되지 않나요?”
“제 능력으로는 완벽하게 통제하기 힘들어서요. 제온 님이 아니었으면 여왕도 제 말을 듣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으로서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게 최선이에요.”
“그렇군요.”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만 마리 무리를 이끄는 여왕이라면 그만큼 정신력과 자아도 강하다. 지금 데보라의 능력으로 완전히 지배해 명령을 내리는 것은 무리였다.
일단 네눈박쥐의 난동을 잠재운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침내 지하 공동에 나왔던 네눈박쥐들이 모두 수직 동굴로 돌아갔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었다.
“취잇!”
“크워어!”
오크들이 속속들이 강철 요새 입구로 올라오고 있었다.
각성자들이 네눈박쥐들에게 고전하는 사이 오크들이 절벽을 기어올라 도착한 것이다.
그중에 눈에 띄는 오크가 있었다.
유독 거대한 덩치에 커다란 전투 망치를 들고 있는 오크 아샹카였다.
콰직!
아샹카가 달려드는 각성자를 전투 망치로 때려죽인 후 소리쳤다.
“인간들을 모두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