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씨발!”
“아직 늦지 않았어. 놈들을 떨어트려야 해.”
뒤늦게 현실을 파악한 각성자들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오크들을 공격했다.
“취잇!”
“크엣! 사, 살려…….”
공격을 당한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하지만 공격당해 추락하는 오크보다 절벽에 올라오는 오크들이 더 많았다.
아샹카를 따라 절벽에 올라온 오크들은 인간 각성자들에 맞서 싸웠다.
그렇게 선발대가 인간 각성자들을 막아 주는 사이 후속 부대가 속속 절벽을 올라왔다.
“젠장! 더 이상 놈들이 올라오면 위험해. 어떻게든 틀어막아.”
“더러운 돼지 새끼들!”
각성자들이 전력을 다해 오크들을 공격했고, 오크들 역시 무자비하게 대응했다.
“크악!”
“억!”
죽고 다치는 사람이 속출했다.
오크들도 수없이 죽어 나갔다. 그래도 어느 한쪽 물러서지 않았다.
지하 공동 입구엔 시신이 산처럼 쌓이고, 피가 강을 이뤘다.
“인간을 모두 죽여라.”
아샹카가 고함을 터트렸다.
명색이 오크족의 이인자인 아샹카였다.
그의 외침엔 상대의 심령을 뒤흔드는 힘이 담겨 있었다.
오크 영웅의 피어였다.
강력한 피어에 근처에 있던 각성자들이 귀를 막으며 괴로워했다.
“크윽!”
“귀가…….”
아샹카는 무기력하게 무릎 꿇은 각성자들을 전투 망치로 때려죽였다.
퍼억!
각성자의 두개골이 산산이 부서지며 목숨을 잃었다.
아샹카가 또 다른 각성자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순간이었다.
퍼억!
누군가 그의 전투 망치를 대신 막아섰다.
바로 붉은 폭풍단의 단장인 우르티안이었다.
“오크 따위가 쳐들어오다니. 절대 살려 보내지 않겠다.”
“비루한 인간 따위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닥쳐라! 오크.”
“너나 닥쳐라. 엘프!”
아샹카가 고함과 함께 전투 망치를 휘둘렀다.
그의 전투 망치에서는 회색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크족 특유의 투기였다.
인간이 각성하면서 스킬을 터득하는 것처럼 오크 중에서도 특출난 개체들이 투기라는 기운을 깨닫는 것이다.
쾅!
아샹카와 우르티안이 격돌했다.
우르티안도 오러 블레이드를 펼쳤지만, 큰 충격을 받았다.
오러와 투기에 격차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기운의 파괴력은 대등했다.
문제는 아샹카와 우르티안의 개체 차였다.
우르티안도 엘프치고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지만, 아샹카는 그보다 배는 더 컸다.
그만큼 힘도 세고, 파괴력도 월등한 것이다.
“크읍!”
우르티안의 입가로 혈흔이 내비쳤다.
단 한 번의 격돌로 내장이 진탕되었다.
온몸이 저릿저릿한 것이 전신이 해체되는 것 같았다.
우르티안은 애써 핏물을 삼키며 다시 샴쉬르를 휘둘렀다.
쉬가악!
그의 샴쉬르가 무서운 속도로 아샹카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아샹카는 민첩하게 그의 공격을 피한 후 전투 망치를 휘둘렀다.
거대한 덩치와 달리 아샹카는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속도는 결코 우르티안에 못지않았다.
“죽어랏! 인간!”
쾅! 쾅! 쾅!
아샹카는 우르티안을 쫓으며 거대한 전투 망치를 마구 휘둘렀다.
우르티안은 아샹카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윈드 커터로 견제했다.
붉은 폭풍단의 각성자들이 우르티안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괜히 저들의 싸움에 끼어들었다가는 몇 초 지나지 않아 산산이 짓이겨질 것이 분명했다.
결국 각성자들은 눈앞에 있는 오크를 상대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했다.
“챠앗!”
“얍!”
엘로이와 브리엘도 한몫 톡톡히 했다.
하지만 오크들은 끝없이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었고, 각성자들의 수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강철 요새가 오크들에게 점령당할 것이 분명했다.
“후!”
제온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네눈박쥐 문제를 해결하니 더 큰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강철 요새가 무너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제온이 요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걷는데도 추락하지 않았다.
모래가 알아서 발판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요새 밖 허공에서 지켜보니 인간들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적나라하게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크들은 마치 개미처럼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오크들이 모두 절벽을 올라 강철 요새로 들어서는 순간 이 싸움은 끝이 날 것이다.
그 결과는 인간의 전멸이었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제온은 인간 사이의 권력 다툼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 문제가 걸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다른 종에 의해 인간이라는 종이 전멸당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것이 제온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명감이었다.
“취잇! 인간이 떠 있다.”
“공격해라.”
제온을 발견한 오크들이 공격해 왔다.
쐐애액!
창을 비롯한 각종 투석 무기가 날아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온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떨어졌다.
그 모습을 오크 주술사가 봤다.
늙은 오크 주술사는 본능으로 제온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저 인간을 내버려두면 큰일 날 거다. 죽여야 해!’
주술사의 감은 일반적인 오크나 인간들에 비할 수 없이 예민하고 정확했다.
늙은 오크 주술사는 당장 제온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품에서 검은 수정을 꺼내 들었다.
오크 주술사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저주 매개체였다.
주술을 몇 배나 폭증시키는 아이템이었다.
문제는 이 검은 수정을 사용하면 기력을 모두 소진해 몇 달은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늙은 오크 주술사는 검은 수정을 매개체로 제온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혼란, 분열, 질병, 자살.’
온갖 저주가 증폭되어 제온에게 쏟아졌다.
순간 제온은 극심한 무기력증을 느꼈다.
모래 지배력이 떨어지고, 전신의 근육에 힘이 빠진 데다가 엄청난 고열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주?’
제온은 단숨에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 알아차렸다.
이미 저주에 당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제온은 자신의 아공간에 저주에 대항할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신의 낫.’
바로 아공간을 열고 거대한 낫을 꺼내 들었다.
그림리퍼가 사용하던 사신의 낫이었다.
검은 수정과 같은 저주 계열의 아이템이었지만, 그 위력은 비할 수 없다.
사신의 낫을 손에 쥐는 것만으로 온갖 저주가 엄습해 온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눈이 보이지 않는다.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피부가 순식간에 푸석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늙은 오크 주술사가 퍼부은 저주 때문에 쇠약해진 제온의 육체에 막대한 부하가 걸렸다.
제온은 고통을 참으며 사신의 낫을 휘둘렀다.
목표는 저주를 퍼붓고 있는 늙은 오크 주술사였다.
스가악!
사신의 낫에서 발산된 무형의 기운은 정확히 오크 주술사를 가르고 지나갔다.
“케에엑!”
순간 오크 주술사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검은 수정이 깨지고, 엄청난 고통이 오크 주술사를 엄습했다.
사신의 낫에 걸린 모든 저주가 오크 주술사에게 쏟아진 것이다.
눈이 멀고, 피부가 푸석해진다. 정신이 분열되고, 수천 가지 질병이 내부에서부터 그의 몸을 갉아먹었다.
정신이 순식간에 희미해지지만, 고통은 이상하리만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자신의 영혼이 어디론가 빨려 나가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사신의 낫이 늙은 오크 주술사의 영혼을 수확한 것이다.
풀썩!
미라처럼 바싹 마른 늙은 오크 주술사의 시신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제야 제온이 사신의 낫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사신의 낫은 사기적인 아이템이었지만, 그만큼 반작용도 컸다.
제온은 급히 초열의 건틀렛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 그의 몸을 잠식하고 있는 온갖 저주를 불태웠다.
“후우!”
그제야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휴식을 취하기엔 일렀다.
아직도 절벽을 기어오르는 수많은 오크가 남아 있었다.
그들을 처리해야 했다.
제온이 정신을 집중하고 지배력을 끌어 올렸다.
후웅!
그를 중심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모래가 섞인 바람이었다.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사막의 모래가 바람에 딸려 와 허공을 가득 채웠다.
“크륵?”
“췻! 모래가 왜?”
한참 열심히 절벽을 기어오르던 오크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온 세상이 뿌옇게 변했기 때문이다.
모래 때문에 시야가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가아아앙!
그 순간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눈박쥐 수만 마리가 일제히 날갯짓하던 소리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보다 몇 배는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제야 오크들은 모래바람이 휘몰아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래바람은 절벽에 오르는 오크들을 향해 무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래바람에 피부가 쓸려 나갔다.
“크엣?”
“취이잇?”
오크들이 깜짝 놀라 몸을 웅크렸다.
그때까지도 오크들은 모래바람이 자연적으로 불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래바람은 제온이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샌드 스톰!’
제온이 나직이 중얼거리자 모래바람이 폭풍으로 변했다.
칼날 같은 모래바람이 절벽에 붙어 있는 오크들을 무자비하게 후벼 팠다.
마수만큼이나 두꺼운 가죽이 쓸려 나가고, 시뻘건 근육이 드러났다.
제아무리 오크들이 막강한 방호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샌드 스톰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크에엣!”
“췻!”
샌드 스톰에 휩쓸린 오크 몇 마리가 허공을 빙빙 돌다가 튕겨져 나와 바닥으로 추락했다.
퍼벅! 철퍽!
수십 미터 상공에서 추락한 오크들은 피떡이 되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아직 죽지 않고, 허공에서 빙빙 맴도는 오크들은 더욱 처참했다.
무섭게 회전하는 수많은 모래 입자가 오크들을 분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웩!”
“사, 살려…….”
오크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샌드 스톰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은 절대 없었다.
펑! 퍼엉!
마치 물주머니가 터지듯 오크들의 거대한 몸체가 허공에서 연신 터져 나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오크들의 피가 모래를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전체 모래에 비하면 그 양은 극히 미미했다.
수많은 오크가 샌드 스톰에 갈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각성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친!”
“저, 저게 말이 돼?”
“맙소사!”
피 모래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오크의 모습이 그들에게 공포감을 안겨 준 것이다.
각성자들이 그렇게 고전하던 오크들을 상대로 제온은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고 있었다.
모래술사라는 직업이 사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두려운 마음이 샘솟듯 생겨났다.
후웅!
모래 폭풍이 서서히 걷히고, 전경이 드러났다.
어디에도 오크는 보이지 않았다.
피 모래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대지에 오직 제온만이 홀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