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대적 불가의 존재.
제온의 위용을 본 각성자들의 심정이었다.
수백 마리의 오크가 모래 폭풍에 휩쓸려 순식간에 피 모래가 된 광경은 각성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줬다.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아도 이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각성자가 강해도 마수들의 물량 공세를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붉은 폭풍단을 이끄는 우르티안도 강하지만, 저 많은 오크들 사이에 떨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들이 아는 세상의 상식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온의 위용은 그들의 상식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제온의 진면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엘로이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였다.
“저 미친 인간! 아예 오크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구나.”
그녀도 소름 끼치긴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방금 전 본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샌드 스톰에 휩쓸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자 절로 진저리가 쳐졌다.
‘아무리 나라도 저 모래 폭풍에 휩쓸렸다면, 오크들처럼 피 모래로 변했을 거야. 저게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스킬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 도대체 등급이 어떻게 되기에?’
격이 다른 존재였다.
추정 등급 최소 S급.
이 순간 엘로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녀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크워어어! 인간.”
만일 그때 아샹카의 분노 어린 피어가 들리지 않았다면 엘로이와 다른 각성자들은 언제까지고 멍하니 서 있었을지도 몰랐다.
아샹카의 피어에 각성자들은 정신을 차렸고,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자각했다.
후웅! 훙!
아샹카가 무서운 기세로 전투 망치를 휘둘렀다.
그의 눈은 핏빛으로 충혈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피 모래로 화한 부하들의 죽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감히! 감히 인간 따위가…….”
우르티안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제온을 향해 있었다.
우르티안과 싸우는 와중에도 제온이 행한 일을 모두 본 것이다.
수백 마리 오크가 한순간에 피 모래로 화하는 광경은 아샹카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어지간한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당연히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아샹카는 오크였다.
그는 두려움을 분노로 바꿔 연료로 사용할 줄 알았다.
쿠우우!
아샹카에게서 발산되는 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크윽!”
이제까지 대등하게 싸우던 우르티안이 일시적으로 밀렸을 정도였다.
아샹카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힘으로 우르티안을 공격했다.
“비켜라! 인간.”
쾅! 콰앙!
아샹카의 전투 망치가 폭우처럼 떨어졌다.
우르티안은 샴쉬르를 이용해 모든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충격까지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같은 냉병기라도 전투 망치와 샴쉬르는 파괴력의 차원이 다르다.
일 점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전투 망치의 파괴력은 감히 샴쉬르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동력이나 민첩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샹카의 가공한 근력은 전투 망치를 마치 이쑤시개처럼 가볍게 휘두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샹카는 거치적거리는 우르티안을 치워 버리고 제온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우르티안은 그렇게 아샹카가 제멋대로 날뛰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아샹카는 어떻게든 자신이 처리해야 했다.
모든 집단은 우두머리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을 때 유지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여기서 아샹카에게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붉은 폭풍단은 물론이고, 강철 요새의 기존 주민들마저 그의 지도력에 의심을 품을지 몰랐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가 아샹카를 쓰러트려야 했다.
“정말 여기서 밑천을 드러내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우르티안이 남은 마나를 모두 끌어 올렸다. 그러자 일대의 공기가 그의 마나와 공명해 울음을 터트렸다.
우우웅!
지구로 넘어오면서 엘프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정령도 잃었고, 엘프 특유의 마법도 상당수 유실됐다.
가장 큰 손실은 고고한 자존심과 순수함을 잊어버린 것이다.
엘프는 더 이상 엘프스럽지 않게 됐고, 순수함을 논하기엔 너무 많이 세상에 물들었다.
생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엘프가 엘프의 뒤통수를 치고, 식량을 빼앗고, 어린 엘프들을 버렸다.
우르티안도 그렇게 버려진 엘프 중 하나였다.
버려진 엘프는 살기 위해서 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마법이었다.
견제용으로 사용하는 윈드 커터 따위가 아닌 진짜배기 마법.
문제는 이 마법을 사용하면 후유증으로 최소 한 달 이상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S급이 된 이지령과 싸울 때도 펼치는 것을 자제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계산하고 따질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였다.
“이야앗! 윈드 스파이럴 스피어!”
순간 그의 등 뒤로 바람의 창이 만들어졌다.
바람으로 만들어진 창은 무섭게 회전하고 있었다.
위잉!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는 바람의 창.
당연히 파괴력은 일반적인 마법과 비할 수 없었다.
우르티안의 마나를 뭉텅이로 잡아먹으니 당연했다.
그의 등 뒤에 만들어진 바람의 창은 겨우 한두 개 정도가 아니었다.
무려 스무 개나 되는 바람의 창이 회전하며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라!”
그의 의지에 윈드 스파이럴 스피어가 무섭게 날아갔다.
아샹카도 전투 망치에 투기를 집중시켜 스킬을 펼쳤다.
“죽음의 폭발!”
전투 망치에 어려 있던 투기가 바로 앞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쾅!
오크와 인간이 전력으로 펼친 스킬이 허공에서 격돌하며 더욱 큰 폭발을 일으켰다.
콰르르!
엄청난 충격에 지하 공동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대장!”
“제기랄!”
각성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우르티안과 아샹카의 격돌을 바라봤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와 화염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샹카와 우르티안은 화염 속에서도 계속 싸우고 있었다.
화염 속에서 들려오는 폭음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콰앙!
마지막으로 유독 큰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우르티안 님!”
데보라가 제일 먼저 우르티안이 싸우고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우르티안은 무릎을 꿇은 채 피를 울컥울컥 토하고 있었다.
그의 상태는 처참했다.
전투 망치에 얻어맞은 가슴은 움푹 함몰되어 있었고, 어깨와 다리가 부러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어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우르티안의 앞엔 폭주했던 아샹카가 우뚝 서 있었다.
아샹카의 상태는 우르티안보다 훨씬 나았다.
상처가 거의 없어 격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처는 분명 존재했다.
바로 그의 가슴이었다.
가슴을 관통하고 있는 길고 가느다란 검.
바로 우르티안의 샴쉬르였다.
아샹카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크으! 마……검사였더냐?”
“그래! 오크 새끼야.”
“이 아샹카가 엘프 따위에게 죽다니.”
아샹카의 거대한 몸이 비틀거렸다.
우르티안의 샴쉬르는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어떤 생명체라도 심장이 뚫리고도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아샹카도 마찬가지였다.
쿵!
그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상태 그대로 아샹카가 우르티안을 노려봤다.
“나를 죽였다고 끝이 아니다. 인간! 우리 오크는 어린 오크를 죽인 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으니까. 대군장께서 나와 어린 오크들의 복수를 대신해 줄 것이다.”
“역시 대군장이 탄생한 건가?”
“그는 나……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 그가 지구의 모……든 인간을 쓸어버릴 것이다.”
아샹카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샹카는 웃었다.
그 모습이 우르티안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쿵!
마침내 아샹카가 숨이 끊어져 쓰러졌다.
“와아아!”
“이겼다.”
“더러운 돼지 새끼들을 모두 죽였다.”
곳곳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요새를 지켜 낸 각성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환호성을 내뱉은 것이다.
아샹카가 마지막 오크였다.
다른 오크들은 모두 각성자들에게 죽임을 당한 후였다.
거리마다 오크의 시체가 가득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제온이 요새로 올라와 그 모습을 바라봤다.
자신이 도와줬기에 가능했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훌륭하게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 냈다.
승리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충분했다.
“형!”
“제온!”
“아우! 죽겠다.”
그의 주위로 레빈과 브리엘, 엘로이가 모여들었다.
그들의 전신도 오크들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다른 사람들처럼 밝았다.
제온이 그들에게 물었다.
“모두 괜찮아?”
“끄떡없어요.”
“자잘한 상처만 입었어.”
“괜찮아! 그래도 조금은 쉬고 싶네.”
엘로이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레빈과 브리엘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곁에 앉았다.
서로 등을 기댄 채 휴식을 취하는 세 사람의 곁에 제온도 앉았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군요.”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
“대군장 말인가요?”
“그래! 오크 대군장이 탄생한 이상 이곳은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야.”
어린 오크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오크 대군을 보낸 대군장이다.
이젠 자신이 보낸 병력까지 모두 잃었으니 어떻게 나올지 뻔했다.
다른 병력을 보내오거나 최악의 경우 직접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강철 요새 최강의 각성자인 우르티안마저 아샹카에게 고전했다.
오크 대군장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샹카보다는 강할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우르티안은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 오크 대군장이 쳐들어오면 우르티안은 물론이고, 강철 요새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질 것이다.
강철 요새는 새로운 생명의 요람이었다.
인간, 엘프, 혼혈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곳이었다.
이런 곳이 오크들에게 짓밟혀 사라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오크 대군장을 한번 만나 봐야겠군요.”
대화가 통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
쿠라얀에서 엘프들은 대부분 숲에서 살았다.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원시의 숲은 엘프들의 든든한 보호막이나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숲에서 엘프들은 순수함을 유지하며 번성했다.
그들은 언제까지고 엘프의 순수성과 고귀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들의 자신감은 지구로 넘어오면서 산산이 깨졌다.
사막으로 변한 지구에서 엘프들은 더 이상 순수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들을 지켜 주던 푸른 숲도 없었고, 손만 뻗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던 과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배고픔 앞에서 견딜 장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굶주린 엘프들은 육식을 시작했다.
고기를 먹어서인지 모르지만, 성향도 점점 호전적으로 됐다.
사막에 적응한 엘프들은 전사가 됐다.
그들은 사막에 마을을 세우고, 마수들을 사냥해 생계를 유지했다.
마수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마수의 고기를 먹는다.
사람들은 그런 엘프들을 사막 엘프라고 불렀다.
사막 엘프들은 일당백의 전사였다.
실제로 백 명까지 상대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어지간한 각성자 서너 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는 전사들이었다.
사막 엘프들은 인간의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마을을 번성시켰다.
이곳에 사는 사막 엘프들도 마찬가지였다.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엘프들의 수는 크게 늘어 거대한 부락을 형성했다.
무려 천 명이나 되는 엘프들이 사막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사막 엘프들은 백 년 만에 처음으로 큰 도전에 직면했다.
“맙소사!”
“오크들이…….”
오크들이 사막 엘프 마을로 접근하고 있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대군이었다.
그 중심에 유독 거대한 오크가 있었다.
바로 오크 대군장 오르카였다.
오르카가 명령을 내렸다.
“엘프들을 모두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