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오늘도 변함없이 뜨거운 하루가 되겠구만.”
엘로이가 쉘터에서 빠져나오면서 투덜거렸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지만, 햇볕이 무섭게 내리쬐고 있었다.
햇볕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살갗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각성자이기에 겨우 뜨겁다 정도에서 그치는 거지, 일반인이었다면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삐적 말라 죽었을 터였다.
“진짜네! 오늘은 더 뜨겁네.”
“와우!”
뒤이어 나온 브리엘과 레빈도 유독 뜨거운 햇살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쉘터에서 나온 제온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작열하는 태양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가 로브에 달린 모자를 쓰며 말했다.
“다들 더위 먹지 않도록 조심해.”
“걱정하지 마. 난 이게 있거든. 헤헤!”
브리엘이 사막 아귀 가죽으로 만든 로브를 두들기며 웃었다. 그 모습을 레빈과 엘로이가 부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온이 손을 내젓자 어젯밤 그들이 머물렀던 쉘터가 무너져 평지로 변했다.
“가자!”
“넵!”
레빈이 바로 유령화해 제온의 뒤를 따랐다.
‘더 강해져야 해.’
제온을 따라다니다 보니 확실히 알겠다.
사막에서 착하고 정의로운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바로 강함이었다.
혹독한 환경과 거대 마수들의 공세에서도 살아남을 정도의 강함을 가진 자만이 정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었다.
바로 제온처럼 말이다.
아직도 제온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정의가 무엇이든 이 사막에서 반박할 만한 존재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제온의 뜻이 바로 정의였다.
레빈도 제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강함으로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렇기에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유령화했다.
유령화는 마나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스킬이었다.
유지하는 동안 끝없이 마나가 소모된다.
지금 레빈의 능력으로는 채 한 시간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시간이 지나면 유령화가 풀려 탈진 상태가 된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맥이 풀리는 것이다.
풀썩!
유령화가 풀리면서 레빈이 추락했다.
“크윽!”
“에휴! 이 짐 덩어리.”
엘로이가 혀를 차며 레빈을 쌍봉낙타에 실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녀가 모래 위를 걸었다.
짐짝처럼 쌍봉낙타 등에 실린 레빈을 브리엘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을 본 레빈이 위기감을 느꼈다.
“왜?”
“이거 마셔 볼래?”
브리엘이 소매에서 투명한 병을 꺼내 레빈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그……게 뭔데?”
절로 그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브리엘이 태연히 대꾸했다.
“몸에 좋은 거.”
“진짜 좋은 거 맞아?”
“나만 믿어. 강철 요새에서 구한 재료들로 시험 삼아 만든 거니까.”
“시험? 그럼 내가 첫 번째 먹는 거야?”
“응! 걱정하지 마. 나 믿지?”
“무, 물론 믿지.”
“그럼 마셔 보자.”
브리엘이 웃으며 레빈의 입에 병에 담긴 액체를 들이부었다.
힘이 빠진 레빈은 저항할 수 없어 결국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액체를 모두 마셨다.
액체를 모두 마신 순간 아랫배에서 불같은 통증이 올라왔다.
“크억!”
갑작스러운 고통에 레빈이 눈을 부릅떴다.
브리엘이 그런 레빈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처음은 조금 아플 거야.”
‘미친! 이게 조금이라고?’
과장 조금 보태서 내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 같은 통증이었다.
통증이 얼마나 극심했으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쌍봉낙타 위에서 부들부들 떠는 레빈의 모습에 엘로이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도대체 뭘 먹인 거냐? 꼬맹아! 설마 레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독극물로 암살을 시도하는 건 아니겠지?”
“누가 암살한다는 거야?”
“그럼 뭘 먹인 건데?”
“마나 증폭제!”
“뭐?”
“귓구멍 막혔어? 마나를 증폭시켜 주는 포션이라고.”
“씨발!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마나를 증폭시켜 주는 게 어딨어?”
“이래서 하프는 안 된다니까. 자꾸만 인간의 가치관으로만 생각하려고 하잖아.”
“그럼 순수, 아니 하이 엘프는 다르단 말이냐?”
“당연히 다르지.”
브리엘이 똑바로 엘로이를 바라봤다.
비록 인간에게 잡혀 와 마약이나 줄기차게 만들어 왔지만, 브리엘의 머릿속에는 하이 엘프의 비법들이 가득하다.
하이 엘프의 가장 큰 사명은 바로 전통의 계승이다.
쿠라얀부터 쌓아 온 수많은 비전과 기술을 보존해 후대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
늙은 하이 엘프는 어린 하이 엘프에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 주고, 기억하게 한다.
브리엘도 그 과정을 거쳤다.
비록 전수 과정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인간에게 잡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하이 엘프의 비전 상당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마나를 증폭하는 비법도 있었다.
문제는 그 재료가 쿠라얀에서만 난다는 것이다.
지구와 쿠라얀의 생태는 크게 달라 재료가 차이 났다.
그 때문에 브리엘은 쿠라얀의 재료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지구의 재료들을 찾아 시험했다.
그러다가 강철 요새의 창고에서 쿠라얀의 마나 증폭 포션 재료와 비슷한 물건들을 찾아냈다.
그 모든 재료를 하나하나 맛보고, 자신의 몸에 시험하며 정확한 효과와 용량을 찾아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지금 레빈이 복용한 마나 증폭 포션이었다.
레빈에게는 시험 삼아 만들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브리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든 것이다.
‘정말 마나가 증폭된다면 마나 회복 포션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야.’
마나 증폭 포션은 시중에 함부로 풀 수 없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나 회복 포션은 다르다.
잘만 하면 네오 서울의 포션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는 물건이다.
수많은 이들이 연구했지만, 아직까지 네오 서울에선 제대로 된 마나 포션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만일 브리엘이 마나 회복 포션을 시중에 내놓는다면, 각성자들의 활동 범위와 던전 공략, 혹은 마수 사냥 횟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네오 서울에서 제온의 영향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제온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이기 싫어 빈민가에 살지만, 능력을 드러낸 이상 수많은 이들이 그를 원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서 자유로워지려면 힘이 필요했다.
모래술사로서의 힘이 아니라 네오 서울에서의 권력이 말이다.
브리엘은 마나 포션이 그 힘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마나 증폭 포션이 우선이었다.
훌륭한 실험체가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크억!”
그 순간 비명을 터트리며 레빈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그의 눈엔 핏발이 가득했다.
엘로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레빈을 바라봤다.
“이러다가 잘못되는 거 아냐?”
“절대…….”
브리엘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레빈에게 복용시키는 포션이었다.
부작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 복용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고통은 단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때 갑자기 레빈의 표정이 바뀌었다.
갑자기 얼굴에 혈색이 감돌더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극렬한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이 편안해지며 활력이 감돌았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나의 총량이 늘었어. 대략 삼십 프로 정도.’
삼십 프로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무려 총량의 삼분의 일이나 늘어난 것이다.
등급이 오르기 전에는 마나의 총량이 늘어나지 않는 게 상식이다. 등급이 오르지 않고도 마나의 총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각성자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일이 지금 현실로 이뤄졌다.
그 첫 번째 수혜자가 바로 레빈이었다.
마나의 총량이 늘어나기 위해선 지옥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하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눈을 뜬 레빈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거 너무 좋은데. 마나가 삼십 프로 정도 늘었어.”
“그치?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거 하나 더 먹을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효과는 한 번뿐이야. 또 한번 복용해 봐야 이렇게 극적인 효과는 보기 힘들 거야.”
“그래? 아쉽네.”
레빈이 입맛을 다셨다.
그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획기적인 포션이 복용할 때마다 마나 총량이 는다면 각성자는 끝을 모르고 강해질 것이다.
브리엘이 보충 설명했다.
“운 좋은 줄 알아. 똑같은 재료를 구하려면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야.”
“그 말은?”
“제대로 된 마나 증폭 포션이 또 언젠 만들어질지 모른단 말이지. 아마 똑같은 걸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그렇구나.”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멍청아!”
“응!”
멍청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레빈은 전혀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서 빨리 능력을 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거렸다.
레빈은 쌍봉낙타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유령화했다.
유령화했어도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았다.
확 늘어난 마나 덕분이었다.
“좋았으!”
레빈이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본 브리엘도 미소를 지었다.
‘됐어. 마나 증폭 포션이 성공했으니, 일반적인 마나 포션은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성공이 주는 자신감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
그때 엘로이가 브리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남는 거 한 병 더 없어?”
“있겠어?”
“제기랄! 내가 먹었어야 했는데.”
“누가 주기나 한대? 멍청아!”
“진짜 정 안 가는 꼬마라니까. 쳇!”
아쉬운 사람은 엘로이였기에 더 심한 말은 하지 못했다.
그녀는 부러운 표정으로 유령화한 레빈을 바라봤다.
“쩝!”
***
“이놈의 모래바람. 이젠 좀 멈춰 주면 안 되나?”
“후우! 그만 좀 투덜대라고.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버기카를 타고 사막을 이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덜컹! 덜컹!
버기카 네 대가 금방이라도 멈출 것처럼 위태롭게 모래를 헤쳐 나갔다.
선두 버기카에는 클레이모어를 허리에 찬 중년의 남자와 푸른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자, 냉철한 인상의 남자와 산처럼 큰 덩치를 가진 남자가 앉아 있었다.
클레이모어의 주인은 장용범이었다.
이들은 장용범이 이끄는 파티였다.
각자 지젤, 에이든, 마운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구성원은 네오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강력한 각성자들이었다.
장용범 파티가 탄 버기카 뒤를 따르는 버기카에도 각성자로 구성된 파티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네오 서울에서 같은 의뢰를 받은 파티들이었다.
최근 네오 서울 서쪽으로 파견 나간 패스파인더 몇 팀이 귀환하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다.
개척 임무를 맡은 패스파인더 팀은 어지간한 위기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는 각성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 패스파인더 팀들이 몇 개나 귀환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에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몇몇 파티에 임무를 의뢰했다.
장용범은 처음에 의뢰를 거절하려고 했다.
위험한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거절할 수 없었다.
네오 서울에서 반강제로 할당했기 때문이다.
“다들 조심해라. 이번 의뢰 심상치 않으니까.”
“그래 봤자 데이오든 사냥 의뢰만 하겠습니까? 뭐,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요.”
에이든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지젤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그자만큼이나 위험한 게 이 사막에 존재할까? 대장은 너무 걱정이 많다니까.”
“모르지. 사막이 광활하니 그자만큼 위험하고 무서운 존재가 또 존재할지 모르지.”
“에이! 설마 그런 인간이 또 있을 리가…….”
지젤이 장용범의 말을 부정할 때였다.
쾅!
갑자기 후미에서 따라오던 버기카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씨발! 뭐야?”
“확인해!”
장용범 파티가 버기카를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후미의 버기카에 커다란 창이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 창을 던져 버기카를 공격한 것이다.
“제기랄! 존이 죽었어.”
공격당한 버기카에서 각성자들이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모래 언덕에서 돼지를 닮은 생명체들이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 정찰대였다.
장용범이 오크들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저놈들이 패스파인더 팀을 전멸시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