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취잇! 인간이다.”
“죽여라.”
일반적인 오크에겐 냉철한 이성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적을 발견하면 공격한다.
이기면 잡아먹는 거고, 지면 먹히는 거다.
적을 보면 닥치고 공격하는 것이 오크의 습성이었다.
오크 정찰대는 인간 각성자들이 탄 버기카를 보자마자 흥분해 공격했다.
쿵쿵쿵!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오크들이 돌격했다.
인간보다 훨씬 거대한 덩치 수백이 돌격해 오는 모습은 오줌을 찔끔 지릴 만큼 위압적이었다.
“전투 준비!”
“제기랄!”
각성자들이 각자 무기를 꼬나 쥐며 전투 준비를 했다.
오크들은 거대한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각성자들 앞에 도달했다.
쾅!
콰앙!
폭음과 함께 오크와 각성자들이 격돌했다.
장용범 파티도 망설이지 않고 전투에 참여했다.
서걱!
“크엣!”
오크 한 마리가 장용범의 클레이모어에 두 동강이 났다.
단숨에 오크를 죽였음에도 장용범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놈들 꽤 단단하다. 모두 조심해라.”
“오케이!”
“걱정하지 말라고 대장.”
에이든, 지젤이 각자 오크와 맞서 싸우며 대답했다.
에이든은 초진동 스킬을 이용해 오크를 해체했고, 지젤은 빙결 마법으로 오크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마지막으로 마운틴은 오크와 손바닥을 맞잡고 힘겨루기를 했다.
“끄으응! 괴물 죽인다.”
마운틴이 용을 쓰자 이마와 팔뚝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오크도 그런 마운틴에 순수 근력으로 맞섰다.
“취잇! 인간 죽인다.”
“내가 이긴다.”
그그극!
힘겨루기의 승자는 놀랍게도 마운틴이었다.
인간이 마수인 오크를 힘으로 압도하는 것이다.
오크의 허리가 서서히 뒤로 꺾였다.
오크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췻! 거, 거짓말이다. 내가 힘으로 질 리가…….”
퍼억!
순간 뒤로 넘어간 오크의 허리가 파열음과 함께 완전히 부러졌다.
마운틴이 허리가 부러져 덜렁거리는 오크의 시신을 치켜들고 함성을 터트렸다.
“우워어!”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마운틴이 오크라고 착각할 만한 광경이었다.
“저 무식한 새끼!”
“미친 괴물.”
오죽했으면 같은 파티원인 에이든과 지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정도였다.
마운틴은 다음 희생자를 찾아 움직였다.
명색이 네오 서울에서 파견한 파티였다.
그만큼 강한 각성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의 전력은 결코 오크 부대에 뒤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성자들이 오크들을 압도했다.
“취잇!”
“크아악!”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당연히 인간 각성자들에게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승리한 것은 인간 각성자들이었다.
“허억! 허억!”
“이겼다.”
각성자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승리를 기뻐했다. 하지만 정작 승리를 이끈 장용범은 하나도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버기카가 모두 망가졌다.”
오크들의 습격에 그나마 위태롭게 움직이던 버기카가 완전히 파괴됐다.
이제부터는 꼼짝없이 두 다리로 걸어야 했다.
“제기랄!”
“이 괴물들의 등장을 네오 서울에 알려야 하는데, 거기까지 언제 걸어간단 말이야.”
“네오 서울에 도착하기도 전에 말라 죽을걸.”
살아남은 각성자들이 절망 어린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장용범 곁으로 지젤, 에이든, 마운틴이 모여들었다.
누구보다 많은 오크를 죽였으면서도 그들은 그다지 지친 표정이 아니었다.
에이든이 장용범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네오 서울로 돌아가야지.”
“차도 망가졌는데요?”
“아직 다리가 멀쩡하잖아. 걸으면 되지.”
“다른 사람들은 버티지 못할 겁니다.”
“다른 놈들을 뭐 하러 신경 써.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해.”
“저도 딱히 걱정돼서 한 말은 아닙니다.”
에이든이 피식 웃었다.
네오 서울에서 의뢰받아 이곳까지 함께 왔지만, 딱히 동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에이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용범, 지젤, 마운틴이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 관심없었다.
그것은 지젤이나 마운틴도 마찬가지였다.
이 냉혹한 세상에서 오직 그들만이 서로의 가족이라 할 수 있었다.
장용범이 명령을 내렸다.
“부서진 차에서 쓸 만한 물건은 모두 챙겨. 생존에 도움이 될 테니까.”
“네!”
에이든과 지젤이 바로 차를 뒤져 물건들을 챙겼다.
그렇게 챙긴 물건을 모두 마운틴이 짊어지고, 장용범 파티가 자리를 떴다.
다른 각성자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생존에 필요한 쓸 만한 물건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씨발! 다 가져갔잖아?”
“빨리 저 새끼들 따라가.”
각성자들이 급히 장용범 파티의 뒤를 따랐다.
***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자 제온 일행은 모래 언덕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제온이 아공간에서 검은 덩어리를 꺼냈다. 잘 말린 마수의 똥이었다. 기름기가 많아 불이 잘 붙는 장점이 있었다.
제온은 마수의 똥에 불을 붙여 모닥불을 만들었다.
그사이 레빈이 아공간 배낭에서 먹을 것을 꺼내 일행에게 나눠 줬다.
“오늘은 특별히 클렉시 영감 가게에서 챙겨 온 음식입니다.”
“아직 이게 남아 있었어?”
엘로이가 깜짝 놀랐다.
아공간 안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이론상 음식을 넣으면 영원히 상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다만 아공간의 용적이 무한하지 않기에 보관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었다.
레빈은 도깨비 시장과 클렉시 영감의 가게에서 음식을 잔뜩 사 와 아공간 배낭에 보관했다.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그동안 꺼낼 기회가 없었잖아요.”
“다행이네. 그렇지 않아도 마수 고기에 질려 있었는데.”
엘로이가 입맛을 다시며 레빈에게서 음식을 받았다.
송아지 배양육으로 만든 스테이크였다.
스테이크에선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미쳤다.”
브리엘이 눈을 크게 뜨며 좋아했다.
레빈이 제온에게도 스테이크를 건네줬다.
“이건 형 거요.”
“고맙다.”
“다 브리엘이 아공간 배낭을 만들어 준 덕분이에요.”
레빈이 아공간 배낭을 두드리며 웃었다.
네 사람은 미소 지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브리엘이 스테이크를 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먹으니까 꼭 피크닉 나온 거 같아.”
“지옥의 피크닉도 피크닉이긴 하지.”
엘로이가 초를 쳤고, 이어 두 엘프가 투닥거리며 싸웠다.
일상인 일이라 제온과 레빈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저렇게 다투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
오히려 저렇게 말싸움을 하며 친해지고 있었다.
“음! 역시 맛있네.”
“클렉시 영감님이 직접 만든 거잖아요.”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데.”
“저도요. 잔소리가 좀 심하긴 하지만 음식 솜씨 하나는 끝장나잖아요.”
“잘 있나 모르겠네.”
“잘 있겠죠. 빈민가에서 누가 감히 그분을 건들겠어요.”
“하긴…….”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깨비 시장의 조합장인 유세희가 외손녀이고, 그 자신은 아르고스의 눈이라는 정보 집단의 수장이다.
빈민가에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다른 누군가에게 해를 입는다는 그림은 떠오르지 않았다.
해가 떨어진 하늘엔 수많은 별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네 사람은 깨끗이 비운 접시를 아공간에 치운 후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별이 잘 보이네.”
“그러게! 흔치 않은 날이네. 늘 모래 때문에 뿌옇게 보이는데.”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또 언제 볼지 모르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라 네 사람 모두 열린 마음으로 밤하늘의 별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저기 불빛이다.”
“씨발! 누가 있나 봐.”
“스캐빈저일지도 몰라. 모두 정신 바짝 차려.”
저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네 사람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사람이다.”
“뭐지?”
그들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를 준비했다.
이 광활한 사막에서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그때 모래 언덕 너머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오크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각성자들이었다.
선두에는 장용범 파티가 있었다.
장용범이 제온 일행을 보며 말했다.
“정말 사람이 있었군.”
“사막에서 겁도 없이 불을 피우는 인간이라니. 마수가 두렵지도 않은 건가?”
에이든이 모닥불을 보며 혀를 찼다.
사막의 밤은 마수의 시간이었다.
낮 동안 뜨거운 햇빛을 피해 잠을 자던 마수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그런 시간에 겁도 없이 불을 피운 제온 일행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제온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거기까지입니다.”
“뭐?”
“이곳은 우리가 선점한 자리입니다. 이 이상 접근하지 마십시오.”
“어이가 없군. 사막에 네 자리, 내 자리가 따로 있던가?”
장용범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섬뜩한 냉기가 제온 일행을 엄습했다.
하지만 제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사막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것 모릅니까? 그쪽이 스캐빈저인지 저희가 어떻게 압니까?”
“일리가 있군. 좋아! 우리 신분을 밝히지. 우린 네오 서울에서 파견 나온 각성자들이다. 사막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나왔다가 돼지를 닮은 마수들의 습격을 받아 차를 잃어버렸다.”
“네오 서울에서 나왔단 말입니까?”
“그렇다. 내 이름은 장용범이다. 네오 서울 시청에 정식으로 등록된 각성자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정식 등록된 각성자들이다.”
“장용범?”
제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장용범은 제온이 마정석 광산으로 가는 도중 샌드웜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 준 인물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장용범 파티를 만날 줄은 몰랐기에 제온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온은 동요를 감추며 태연히 물었다.
“돼지를 닮은 마수의 습격을 받았다고 했습니까?”
“그렇다. 놈들에게 타고 온 차량이 부서졌다.”
“오크 부대를 만났나 보군요.”
“그 마수의 이름이 오크인가 보군.”
“맞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온이 경계심을 풀며 말했다.
장용범에겐 제온이 그저 스쳐 지나가던 수많은 작은 인연에 불과했지만, 제온에게 장용범은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은혜는 갚아야 했다.
장용범이 제온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제온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게 이상한 것이다.
“혹시 나를 아나?”
“압니다.”
“어떻게?”
“오래전에 그쪽과 동행했었습니다. 그쪽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요.”
“그런가? 어쨌거나 나를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골치 아픈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니까.”
제온이 끝까지 거부했으면 힘으로라도 제압하려 했다.
장용범이 모닥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겁이 없는 건가? 무모한 건가? 모닥불을 피워 놓으면 마수가 찾아올 텐데.”
“이 근처엔 마수가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이미 확인했습니다. 안심하고 머물러도 됩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장용범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표를 내진 않았지만, 거추장스러운 각성자들까지 주렁주렁 달고 오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다.
명색이 각성자라는 것들이 모두 자신만 바라보는 사실이 한심하면서도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장용범이 모닥불 앞에 앉자 다른 각성자들도 경계를 풀고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