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인간이 여러 인종으로 분류되는 것처럼 오크 역시 여러 부족으로 이뤄져 있었다.
각 부족마다 체형이나 피부의 색깔이 달랐고, 성향도 크게 차이 났다.
강철 오크족은 유독 검은 피부에 단순 무식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특징을 몇 단어로 요약하면 ‘닥치고 돌격’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적이라고 판단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격해 죽이는 것이 강철 오크족의 철칙이었다.
그런 성향은 오크 대군장이 탄생했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강카라는 강철 오크족의 젊은 대전사였다.
육체적인 능력은 강철 오크족 중에서 최고였으며 그만큼 혈기 왕성해 두려움이란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강카라는 부하들을 이끌고 대군장에게 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포착된 것은 한 무리의 엘프들이었다.
사막 엘프 레인저들을 포착한 강카라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오크에게 엘프란 이성을 마비시키는 존재였다.
우연이라도 마주치면 반드시 죽여야 하는, 그냥 지나치면 본인의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은 그런 증오스러운 생명체인 것이다.
당연히 강카라는 엘프 레인저들을 보자마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엘프들을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둬서는 안 된다.”
“우워어억!”
“죽여라.”
강철 오크들이 흥분해 엘프 레인저들을 추적했다. 그것이 엘프들의 유인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어서 인간이 있는 곳으로 유인해.”
“절대 마을 쪽으로 보내서는 안 돼.”
엘프 레인저들이 강철 오크들이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속력으로 달렸다.
목적지는 인간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미 사전 정찰을 통해 인간들의 경로는 파악해 뒀다.
문제는 과연 오크들을 성공적으로 인간들이 있는 곳까지 유인해 내느냐였다.
엘프 레인저 라퓨나는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해내야 해. 우리의 목숨을 버려야만 마을을 지킬 수 있어.’
목숨에 대한 미련 따윈 없었다.
오크를 유인하는 임무를 맡았을 때부터 살아서 돌아온다는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다른 레인저들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각오를 다졌다.
엘프와 드워프들이 힘을 합쳐 백 년이나 지켜 온 마을이었다.
이제 와 오크들에게 짓밟히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했다.
“취잇! 서라.”
“비겁한 귀쟁이들아. 우리와 싸우자.”
뒤따라 달려오는 오크들이 협박했지만, 엘프 레인저들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사막에 완전히 적응한 사막 엘프들은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그들은 속도를 적절히 유지해 오크들이 뒤처지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강철 오크족은 엘프들이 유인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미친 듯이 쫓아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끝에 엘프 레인저들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인간 각성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나타난 것을 알아차렸는지 전투 태세를 갖추는 것이 보였다.
‘늦었어.’
라퓨나가 인간들을 비웃었다.
솔직히 미안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자신들 때문에 죄 없는 인간들이 오크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싫어도 해야 했다.
‘모든 것이 마을을 지키기 위한 거야.’
라퓨나는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소리쳤다.
“가자! 저곳이 우리의 무덤이다.”
“와아아!”
엘프들이 무기를 꺼내 들며 소리쳤다.
그 모습이 꼭 오크 대군을 이끌고 오는 선봉장처럼 보였다.
“저건 또 뭐야?”
“엘프가 오크들을 부리는 건가?”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은 엘프가 오크들을 이끌고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모두 전투 준비!”
장용범이 클레이모어를 꺼내 들며 소리쳤다.
“엘프와 오크가 손을 잡았단 말이지?”
“모두 얼려 버려 주마.”
“흐흐! 다 죽인다.”
에이든, 지젤, 마운틴이 먼저 전투 태세를 갖추자, 다른 각성자들도 무기를 꺼내 들었다.
비록 소수지만, 네오 서울의 의뢰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각성자들이었다.
수많은 엘프와 오크 들이 두렵긴 했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는 않았다.
사막에서 도주해 봤자 결국은 비참한 죽음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더러운 돼지 새끼들! 모두 다 죽여 주마.”
“한 번 죽지, 두 번 뒈지냐? 해보자고.”
쿠쿠쿠!
먼지구름이 더욱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그만큼 엘프와 오크 들이 가까워졌다.
뒤늦게 인간들을 발견한 오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인간이다.”
“엘프들이 인간과 손을 잡았다.”
“취잇! 다 죽여라.”
오크들은 인간의 등장에 더 흥분해 투기를 끌어 올렸다.
대전사 강카라가 거대한 칼을 빼어 들며 외쳤다.
“강철 오크들아! 저들을 모두 죽여 대군장께 목을 바치자.”
“오오오!”
“대군장을 위하여.”
대군장이 언급되자 오크들의 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얏!”
“크아아!”
“와라!”
콰앙!
마침내 세 종족이 사막 한가운데서 격돌했다.
인간 각성자들과 오크들은 치열하게 싸웠다.
강카라가 기다란 칼로 장용범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내 거다, 인간!”
“기다리던 바다, 돼지 새끼야!”
“인간 죽인다.”
“너는 싸움을 말로 하냐? 나는 이것으로 한다.”
장용범이 커다란 클레이모어를 들어 올렸다.
강카라도 뒤지지 않고 큰 칼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내 칼이 더 크다. 인간!”
“무식한 새끼! 크다고 더 강하냐?”
“갈가리 찢어 내 배 속에 넣어 주마. 나의 양분이 되어라, 인간!”
“이 더러운 새끼가 진짜…….”
장용범이 살기를 폭출하며 공격했다.
쉬아악!
거대한 클레이모어가 공기를 발기발기 찢으며 강카라의 목을 향해 날아 들었다. 하지만 강카라는 어렵지 않게 그의 공격을 막아 냈다.
카앙!
클레이모어와 큰 칼이 격돌하며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인간과 오크의 대결이 시작됐다.
다른 곳에서도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제온은 전장에서 조금 벗어나 인간과 오크, 엘프 들의 전투를 지켜봤다.
엘프들은 정말 미친놈처럼 인간들을 공격했다. 거기까지였다면 엘프들이 정말 오크들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엘프들은 간간이 오크들을 공격해 흉성을 터트리게 했다.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제온은 한눈에 그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엘로이!”
“응!”
“저 엘프들을 제압할 수 있습니까?”
“가능이야 하지. 왜?”
“엘프들의 속셈을 알아야겠습니다. 몇 명 제압해 주십시오.”
“알았어!”
엘로이가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엘프들에게 동족 의식이 없었다.
하프 엘프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되어 아직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엘프들을 공격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야앗!”
그녀는 미친 구미호를 꺼내 들어 라퓨나를 공격했다.
이름도 신분도 모르지만, 풍기는 분위기로 그녀가 엘프들의 리더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라퓨나가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넌 뭐야?”
“알 거 없어.”
“엘프?”
“하프다. 썅년아.”
“크윽! 하프 엘프가 왜 인간들 사이에?”
“이유가 궁금하기는 하냐?”
“자, 잠깐! 우린 적이 아니다.”
라퓨나가 가까스로 엘로이의 공격을 막아 내며 소리쳤다.
그녀는 어떻게든 엘로이를 설득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엘로이에게 엘프는 동족이 아니었다.
인간과 엘프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방인.
그런 그녀에겐 엘프들보다 함께하는 제온, 브리엘, 레빈이 더 중요했다.
“레인보우 스피어!”
슈화하학!
미친 구미호가 무지개와 같은 칠채 광채를 터트리며 라퓨나에게 날아갔다.
라퓨나에겐 그녀의 공격을 막을 만한 힘이 없었다.
쾅!
“꺅!”
폭음과 함께 라퓨나가 튕겨 나갔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정신을 잃은 후였다.
순식간에 라퓨나를 정리한 엘로이가 다른 엘프들을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다.
빠지직!
“크악!”
“뀨!”
한쪽에선 보랏빛 전류에 감전당한 오크들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레빈의 퍼플 라이트닝에 감전당한 것이다.
레빈은 거침이 없었다.
유령화한 상태로 오크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퍼플 라이트닝을 터트렸다.
오죽했으면 브리엘이 혀를 찼을 정도다.
“신났네. 신났어!”
그런 브리엘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고깔모자 속에서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 오크들에게 던졌다.
쾅!
둥근 물체가 폭발하면서 은빛 연기를 피워 올렸다.
연기에 노출된 오크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갑자기 동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췻! 죽어라.”
“나는 오크다, 친구.”
“거짓말하지 마라, 인간!”
공격 대상이 된 오크가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은빛 연기를 들이마신 오크들은 동료들을 공격했다.
제온이 물었다.
“저건 뭐냐?”
“강철 요새 창고에 있는 재료들로 환각제를 만들었어.”
“환각제?”
“응! 저놈들의 눈에는 동료들이 적으로 보일 거야.”
“그래? 대단한데.”
“헤헤!”
제온의 칭찬에 브리엘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기쁜 표정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그녀에겐 제온이나 레빈, 엘로이 같은 압도적인 힘이 없었다.
하이 엘프라고 하지만 연약한 소녀일 뿐.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환각제를 터트리는 폭탄이었다.
브리엘은 오크들 사이로 환각제 폭탄을 던졌다.
환각제에 노출된 오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료를 공격했다
환각제의 효과는 불과 일 분 정도다.
일 분이 지나면 오크들은 제정신을 차린다.
지속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오크들에게 혼란을 불러오긴 충분했다.
동료가 갑자기 자신을 공격해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경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크륵! 내가 왜?”
“동료를 죽였다. 내가…….”
뒤늦게 정신 차린 오크들이 분노했다.
“마법사다.”
“꼬마 마법사가 저주를 내렸다.”
“마법사를 죽여야 한다.”
오크들은 자신들을 이상하게 만든 이가 브리엘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브리엘을 죽이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하지만 브리엘의 얼굴엔 일말의 동요도 비치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는 제온이었다.
사막 최강의 모래술사.
그가 곁에 있는데 바보처럼 겁먹을 이유가 없었다.
스르륵!
모래가 움직인다.
꿈틀거리던 모래가 일어서더니 인간 형상으로 바뀌었다.
제온이 샌드 솔저를 소환한 것이다.
“가라!”
제온이 명령을 내리는 순간 수십 기의 샌드 솔저가 브리엘에게 덤비는 오크들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