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구륵?”
“모……래가 움직인다.”
샌드 솔저들이 달려오자 오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모래가 사람처럼 움직이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다 보니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마저도 잊었다. 그 대가는 오크들의 죽음이었다.
퍽!
빠가각!
샌드 솔저의 주먹과 무릎이 오크들을 강타했다.
모래로 이뤄진 인간들의 것이라 믿기 힘든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오크들이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쓰러진 오크 위에 올라탄 샌드 솔저들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크웨엑!”
“꾸엑!”
오크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갔다.
“인간이 이상한 마법을 쓴다.”
“마법사를 죽여라.”
개중에 눈치 빠른 오크 몇 명이 제온이 마법의 주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대부분의 마법은 마법 스킬을 쓰는 각성자를 죽이면 사라진다.
아무리 멍청한 오크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크들은 제온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죽인다. 인간!”
“크워어!”
괴성을 지르며 오크들이 달려왔다. 그러나 오크들이 휘두른 도끼와 칼이 제온의 몸에 상흔을 만드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슈슈슉!
모래 뱀 십여 마리가 튀어나와 오크들의 몸에 격중한 것이다.
바이퍼로는 갑옷 같은 오크들의 육체들을 뚫을 수 없었다.
그저 잠깐 주춤하게 만든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크들이 멈춘 사이 샌드 솔저들이 달려와 공격했기 때문이다.
퍼버벅!
무자비한 폭력이 이어진다.
샌드 솔저는 제온의 의지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 각성자들과 달리 어떤 스킬도 펼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래가 뭉친 육체를 이용한 육탄 공세뿐.
응집력이 약한 모래로 얻어맞으면 얼마나 아플까 싶지만, 샌드 솔저의 단단함은 차원이 달랐다.
고밀도로 응집돼 돌에 버금가는 단단함을 가진 것이다.
퍼억!
“꾸웨엣!”
오크의 머리가 박살 나 뇌수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잠시 부들거리던 오크의 움직임이 멈췄다.
즉사한 것이다.
샌드 솔저들은 다음 희생자를 찾아 움직였다.
감정도 두려움도 없다.
맹목적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살인 기계들이 바로 샌드 솔저였다.
그 모습을 본 각성자들이 질린 표정이 되었다.
“모래 병사를 부리다니.”
“그럼 저자가 소문의 모래술사인가?”
그들은 장용범과 제온의 대화를 듣지 못해 제온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다만 오만한 장용범이 조심하는 태도로 보아 보통 각성자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그의 정체가 소문이 무성한 모래술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직접 본 모래술사의 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래가 병사가 되어 모래술사의 적을 쳐부순다.
제온 앞에서 움직이는 샌드 솔저는 겨우 수십 기에 불과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모래 병사를 수백 기 이상 부릴 수 있다면 일인 군단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부릴 수 있는 것은 겨우 수십 기 정도에 불과한 것 같았다.
그나마도 샌드 솔저가 움직이는 동안 제온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하지! 저렇게 많은 소환체를 부리면서 움직이면 사기지.’
그들은 제온의 약점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모래를 부리는 능력은 사기지만, 저렇게 샌드 솔저를 부릴 때는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면 그때를 노려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된다.
그렇게 제온을 공략할 방법을 알아내자 각성자들의 표정이 조금은 편해졌다.
샌드 솔저들의 가세로 숨통이 트였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오크들을 죽일 차례였다.
“죽어랏”
“우랏챠!”
괴성을 지르며 각성자들이 오크들을 공격했다.
한참 장용범과 치열하게 싸우던 강카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철 오크족이 인간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푸르륵! 감히 인간 따위가…….”
“이게 인간의 저력이다. 흉측한 돼지 새끼야!”
장용범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굳이 서두를 필요 없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공략하면 됐다.
강카라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A급인 장용범의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서걱!
그의 클레이모어가 신경이 분산된 강카라의 옆구리를 베었다.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졌지만, 강카라는 전혀 아픈 표정이 아니었다.
고통은 강카라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강카라가 큰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크워아! 모두 검은 날개를 펼쳐라.”
뜬금없는 강카라의 말에 장용범과 각성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크 따위에게 날개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카라와 오크들의 몸엔 날개의 흔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크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워어억!”
“우워억!”
오크들이 고개를 쳐들고 피어를 터트렸다.
순간 그들의 등 뒤에 검은 문양이 생겨났다.
그 모습이 꼭 검은 날개처럼 생겼다.
날개 모양의 문신이 분명했다.
“저따위 문신이 날개라고?”
“돼지 새끼들이 제대로 미쳤구나.”
각성자들이 오크들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이내 돌덩이처럼 굳었다.
갑자기 오크들의 투기가 몇 배나 증폭했기 때문이다.
전투력 또한 그만큼 상승했다.
“크억!”
“켁!”
대등하게 싸우던 각성자들이 오크들의 공격에 곤죽이 되어 날아갔다.
그제야 그들은 오크들의 등에 나타난 문신이 평범한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씨발!”
“버프 문신이다.”
“문신이 놈들의 힘을 증폭시켰다. 모두 조심해!”
그들의 짐작처럼 검은 날개 문신은 버프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잠력을 폭발시켜 몇 배나 되는 전투력을 발휘하게 해 주는 사기적인 이 문신의 이름은 ‘광전사 문신’이었다.
오직 오크 제사장만이 이 사기적인 문신을 새길 수 있었다.
다만 한번 펼치고 나면 극심한 후유증에 이삼일 정도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펼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궁지로 몰린 지금 이것저것 계산할 처지가 아니었다.
지금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인간들을 죽일 때였다.
콰앙!
“큭!”
강카라의 공격에 장용범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클레이모어를 잡은 손아귀가 찢어지고, 어깨가 뒤로 꺾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격에 장용범의 어깨 인대가 가닥가닥 끊겨 나갔다.
그나마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조금만 더 힘이 강했으면 어깨가 송두리째 뜯겨 나갔을지도 모른다.
“제기랄!”
장용범이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강카라가 그를 놔두지 않았다.
거대한 덩치가 무색하게 무서운 속도로 장용범을 따라붙었다.
슈아악!
커다란 칼이 공기를 발기발기 찢으며 장용범의 약해진 어깨를 노렸다.
약점을 포착하면 집요하게 노리는 것이 오크들의 습성이었다.
“씨발! 이 돼지 새끼가 진짜 사람 열받게…….”
장용범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항상 전력의 삼십 프로 정도는 감추고 있던 장용범이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과 파티원들 뿐.
그 외의 사람들에겐 철저히 전력을 감췄다.
하지만 눈앞의 오크는 전력을 숨긴 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발휘해야 간신히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는 존재.
강적이었다.
푸화학!
클레이모어에 강렬한 화염이 피어올랐다.
붉은 화염은 이내 클레이모어에 덧씌워진 채 고정됐다.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였다.
“징벌의 일검(Blade of punishment).”
장용범이 클레이모어를 전력으로 휘두르자 검신에 어려 있던 오러 블레이드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전속력으로 장용범에게 달려들던 강카라는 징벌의 일검을 피할 수 없었다.
“부숴 주마!”
강카라는 온 힘을 끌어내 큰 칼을 휘둘렀다.
투기가 담긴 큰 칼은 그대로 징벌의 일검과 격돌했다.
쩌어엉!
엄청난 빛과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크윽!”
“크엣!”
충격파에 휩쓸린 각성자와 오크 들이 균형을 잃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들이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장용범과 강카라의 승부가 난 후였다.
뚝뚝!
장용범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왼쪽 팔이 어깨에서부터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강카라의 투기에 아예 팔이 폭죽처럼 터져 나간 것이다.
그는 클레이모어를 지팡이 삼아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지젤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대장!”
그녀는 급히 장용범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오크들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이 씨발 것들이. 프로즌 오브(Frozen obe).”
그녀의 스태프에서 얼음 구체가 발사됐다.
얼음 구체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오크들 사이에서 맹렬히 회전하며 수많은 얼음 조각을 발사했다.
퍼버버버벅!
“쿠에엑!”
“꿱!”
얼음 조각에 관통당한 오크들이 쓰러졌다.
지젤이 급히 오크들을 짓밟고 장용범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대장!”
“죽지 않으니까 호들갑 떨지 마라.”
장용범이 숙였던 허리를 펴며 차갑게 말했다.
그의 얼굴은 온통 피 칠갑이 되어 있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중상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강카라가 있었다.
강카라는 우뚝 선 채 장용범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인간…… 강하구나.”
스르륵!
순간 강카라의 상체가 미끄러지듯 하체에서 분리됐다.
철퍽!
상체는 바닥에 처박혔고, 잘려 나간 하체에선 피분수가 치솟아 올랐다.
그것이 강철 오크족의 대전사 강카라의 최후였다.
“크헉!”
강카라의 죽음을 확인한 후에야 장용범이 피를 토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생명은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위태했다.
“대장!”
지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 브리엘이 다가왔다.
“이거 복용시켜.”
브리엘이 내민 것은 직접 만든 힐링 포션이었다.
지젤은 포션의 진위를 가릴 여유도 없이 바로 장용범에게 복용시켰다. 그러자 잠시 후 장용범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완벽히 치료된 건 아니니까 잘 보살펴야 해.”
“고맙다. 꼬마야.”
“내 이름은 브리엘이야.”
“그래! 브리엘.”
지젤이 바로 정정했다.
그만큼 브리엘에게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장용범이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깨달은 지젤이 정신을 차렸다.
“다, 다른 오크들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뭐?”
“제온이 다 정리할 테니까.”
지젤이 홀린 것처럼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가 말했다.
“모두 뒤로 물러나요. 될 수 있으면 멀리.”
한참 오크들과 치열하게 싸우던 각성자들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언가 큰일에 휩쓸릴 것 같은 느낌을 말이다.
“제기랄!”
“모두 물러나.”
그들은 수십 미터를 물러났다.
갑자기 상대를 잃은 오크들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륵?”
오크들의 의문을 풀어 주기라도 하듯 일대의 모래가 꿈틀거렸다.
제온이 모래에게 명령했다.
“샌드 믹서!”
가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