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2)
22화
데이오든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알았다.
이 신전을 지키는 것들은 골렘들이다.
신전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골렘을 가디언으로 쓰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전은 말 그대로 신격을 가진 자를 모시는 곳.
신격을 가진 자라면 그 자체로 신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신이라니?”
데이오든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백 년이 넘는 세월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던전을 정복했다.
세간에서 말하는 S급 마수도 다수 잡았지만, 단 한 번도 신이 기거하는 던전에 들어와 본 적은 없었다.
정말 이곳에 신이 있다면 절호의 기회다.
신을 죽일 기회.
“흐흐!”
그의 입술을 비집고 광기 어린 웃음이 흘러나왔다.
끼이이!
그때 무언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생명체.
골렘이다.
거대한 바위만큼이나 큰 골렘이 두 눈을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데이오든이 아니었다.
“덤벼라! 돌대가리.”
데이오든이 크레이온을 꺼내 들었다.
쿵쿵!
그때 거대 골렘의 뒤로 다른 골렘들이 합류했다.
데이오든의 눈에 어린 광기도 그만큼 짙어졌다.
놈들의 몸체에 검은색 역장이 어려 있었다.
기계와 결합한 인간들이 갖는 특성과 똑같았다.
“흐흐! 그 애송이가 뒈질지도 모르겠군.”
던전에 들어온 순간 알았다.
제온과 최악의 상성을 가진 던전이라는 것을 말이다.
신을 모시는 곳답게 신전 안에는 먼지 한 톨, 모래 알갱이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클린 마법으로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이 분명했다.
제온과 같은 모래술사에겐 최악의 환경이었다.
모래를 사용할 수 없으니 진신의 힘으로만 골렘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싸움에 익숙해져야 했다.
세상 대부분이 사막으로 변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곳이 네오 서울이다.
빈민들은 절대 들어가지 못하는 저 성벽 너머 도시는 역장으로 보호돼 먼지나 모래가 거의 없다.
이곳 신전과 비슷한 환경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모래 없이 싸우는 법도 터득해야 했다.
“겨우 모래 따위가 없다고 뒈진다면, 살 자격도 없는 거지.”
모래술사의 한계를 극복하든지, 아니면 넘지 못하고 골렘들에게 죽든지.
제온에겐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데이오든은 그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았다.
스스로 강해져 살아남을 수 있어야 했다.
그것이 그가 제온을 데리고 다니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잘 살아남아 보거라. 병신아!”
***
“개 같은 늙은이를 내가 왜 따라와서.”
제온이 급히 몸을 굴리며 중얼거렸다.
쾅!
조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를 골렘의 주먹이 강타했다.
피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다면 잘 다져진 고깃덩이가 될 뻔했다.
쿵! 쿠웅!
제온을 향해 골렘들이 포위망을 좁혀 왔다.
수십 기나 되는 골렘들이 제온을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골렘들의 동작이 꿈뜨기 망정이지 조금만 더 자연스럽고 빨랐다면 제온의 목숨은 진작 끊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제온이 각성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한 체력을 갖게 되었다지만, 인간인 이상 한계점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체력이 고갈되면 그 후엔 끔찍한 죽음뿐이다.
그 전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모래를 제외하고 내가 가진 무기는?’
제온은 급히 자신의 장비를 점검했다.
일단 오른손의 건틀렛. 그리고 아공간에 수납하고 있는 엘프들의 무기들 정도다.
엘프들의 무기는 일단 제외했다.
활은 다룰 줄도 모르는 데다가 이렇게 좁은 공간에 다수가 몰린 상황에서 쓰기엔 부적절했다.
단검도 마찬가지였다.
엘프들의 단검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는 모르지만, 돌로 된 골렘을 자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결국 제온에게 남은 것은 카일리가 만들어 준 건틀렛 하나뿐이었다.
‘애초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구나.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좋네.’
제온이 건틀렛을 낀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차피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온이 골렘의 공격을 피하며 몸통을 가격했다.
쾅!
폭음과 함께 골렘의 육중한 몸이 들썩였다. 하지만 돌가루만 조금 흘러내릴 뿐 골렘은 멀쩡했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골렘의 몸에 주먹을 날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공격으로는 골렘의 몸에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일반적인 공격은 안 돼!’
건틀렛을 낀 주먹이 부서질 듯 아팠다.
아무리 건틀렛을 끼고 있더라도 돌덩이를 친 충격을 완전히 해소해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제온은 자신이 건틀렛의 묘용을 백 퍼센트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점을 깨달았으면 수정하면 된다.
‘마나를 응집해 파괴력을 높여야 해.’
후웅!
그가 고민하는 순간에도 골렘의 주먹이 머리 위를 몇 센티 차로 스쳐 지나갔다.
머리가 박살 날 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제온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데이오든을 따라다니면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다.
제온은 차분히 건틀렛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우우웅!
“응?”
순간 건틀렛에서 강한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제온이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건틀렛은 원래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었다.
철갑 불가사리의 뼈대와 아다만티움을 섞어 만든 건틀렛은 마나를 응집해 증폭시키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제온이 무투가 계열의 각성자였다면 진작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늦지 않았어.’
제온이 골렘의 공격을 피하며 몸통에 주먹을 날렸다.
쾅!
폭음과 함께 골렘의 몸통이 터져 나갔다.
몸통의 절반이나 날아갔는데도 골렘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온을 공격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공 생명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핵을 찾아서 파괴해야 했다.
문제는 핵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이를 간단히 해결했다.
골렘 한 놈만 붙잡고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팬 것이다.
쾅! 쾅!
폭음과 함께 골렘의 어깨가 날아가고, 팔다리가 떨어졌다.
단시간에 파괴력을 높이려다 보니 마나의 소모가 극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온은 결국 핵을 찾아냈다.
머리가 날아간 골렘의 목에 푸른빛이 감도는 마정석이 있었다.
손톱만 한 크기의 마정석에선 강렬한 마나가 느껴졌다.
골렘의 핵이 분명했다.
콰직!
제온은 가차 없이 핵을 부쉈다.
그러자 끊임없이 기동하던 골렘이 멈춰 섰다.
약점을 알아냈으니 이제부터는 효율적으로 공략할 차례였다.
골렘의 공격을 피한 후 머리를 날린다.
그 후 목 부위에 있는 핵을 파괴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골렘의 공격을 예측하고 피할 수 있는 두뇌와 뒷받침해 주는 운동 신경, 그리고 마나의 운용.
단 한 번의 동작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문제는 그 모든 것을 순식간에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행동하면 늦는다.
쾅!
제온의 주먹이 골렘의 머리를 강타했다.
산산이 부서지는 골렘의 머리.
제온이 핵을 파괴하려는 순간 다른 골렘이 공격해 왔다.
퍼억!
“큭!”
제온이 신음을 내뱉으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골렘에게 얻어맞은 허리가 부러질 듯 아팠다.
하지만 한가하게 고통을 호소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골렘들의 주먹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콰콰쾅!
제온이 바닥을 뒹굴며 골렘의 공격을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골렘들의 합공을 벗어난 제온이 잠시 숨을 골랐다.
‘동작이 너무 커. 군더더기는 잘라 버리고, 최대한 간결하게 해야 해.’
그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조금 전 골렘에게 일격을 허용한 것도 핵을 파괴하려는 동작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후우! 후우!”
잠시 숨을 몰아쉰 제온이 다시 골렘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정면으로 골렘이 달려들었다.
돌로 만들어진 육중한 동체는 그 자체로 커다란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건틀렛을 끼지 않은 부위로 가격했다가는 오히려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파열될 것이다.
제온은 간발의 차이로 골렘의 공격을 피하며 다리를 걸었다.
육중한 골렘이 겨우 다리를 걸었다고 넘어질 리 없었다.
건틀렛을 끼지 않은 왼손으로 놈의 가슴을 짓눌렀다.
마나를 운용한 덕분에 골렘을 쉽게 무너트릴 수 있었다.
발버둥 치는 골렘의 머리를 건틀렛을 낀 주먹으로 강타했다.
쾅!
폭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골렘의 머리.
드러난 목 부위의 핵에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린다.
그제야 골렘의 기동이 멈췄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한 호흡 정도.
제온이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쉴 정도의 짧은 시간에 불과했다.
그때 또 다른 골렘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팽그르!
제온이 몸을 굴리며 골렘들의 공격을 빠져나갔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닌 본능에 의한 행동이었다.
덕분에 그는 골렘들의 포위망에서 간발의 차이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제온은 제일 외곽에 있던 골렘을 공격했다.
무릎 관절을 공격해 구동축을 망가트리거나, 발을 걸어 넘어트린다.
그렇게 기동력을 잃은 골렘의 머리를 날리고, 목의 핵을 파괴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렇게 반복해서 골렘들과 싸우다 보니 그의 동작은 점점 더 간결해지고, 위력적으로 변했다.
골렘들은 제온이 무투술을 익힐 최적의 상대였다.
진짜 무투가 각성자들처럼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건틀렛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었다.
후두둑!
마지막 골렘의 잔재가 떨어져 내렸다.
“하아! 하아!”
제온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골렘들과의 싸움은 그의 육체를 한계까지 쥐어짰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몸 곳곳에 골렘에게 얻어맞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노력했는데도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아프다고, 또 지쳤다고 한가하게 앉아서 쉴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데이오든은 전진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쉬면 그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제온은 품에서 육포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천천히 육포를 다 씹어먹자 기력이 조금은 돌아왔다.
“좋아! 가자.”
제온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젠 어둠에 눈이 완전히 적응됐다.
덕분에 처음 통로에 들어올 때처럼 더듬거리면서 걷지 않아도 됐다.
조금 전 골렘들을 상대하면 제온은 자신감을 얻었다.
골렘은 분명히 두려운 상대다.
유기 생명체와 달리 두려움도 없고, 파괴력 또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동작이 둔하고, 창의성이 없어 조금만 냉철해지면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골렘들이 모두 이 수준이라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혹시 무투가 재능이 있는 거 아냐?”
제온이 피식 웃을 때였다.
쿵쿵!
또다시 둔중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제온이 웃음기를 지우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얼마든지 와라. 모두 쓰러트려 줄 테니까.”
순간 어둠 속에서 골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나타난 골렘들의 형태가 조금 전과 달랐다.
인간 형태의 상반신에 말을 닮은 하반신.
“켄타우로스?”
골렘은 켄타우로스를 똑 닮아 있었다.
두두두!
놈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그 모습이 꼭 고대의 기병대가 돌진하는 것 같았다.
“제기랄! 이건 반칙이지.”
제온은 조금 전에 신나서 떠들던 자신의 주둥이를 때려 주고 싶었다.
훨씬 더 강력하고, 빠른 골렘들은 폭풍처럼 그를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