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거기 멈춰라.”
“정체를 밝혀라.”
마정석 광산 가까이 다가가자 경계를 서고 있던 각성자들이 소리쳤다.
“쯧!”
장용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각성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헛!”
“저 인간이 왜?”
외부 임무를 나갈 때면 늘 마정석 광산에 들르기 때문에 이곳 각성자들은 장용범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지도 말이다.
경비 책임자가 급히 장용범에게 달려왔다.
“다른 파티들과 함께 나갔던 것 아니었습니까?”
“다 전멸했어.”
“네?”
“우리를 제외하고 깡그리 다 죽었다고. 더 설명해 줄까?”
“아, 아닙니다.”
“후! 먼 길을 와서 피곤하니까 숙소나 내줘. 하루 쉬고 네오 서울로 돌아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경비 책임자는 군기가 잔뜩 든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초짜 때 멋모르고 장용범 파티와 붙었다가 개박살이 났던 것이다.
얼마나 혹독하게 당했던지 지금도 가끔 그날의 악몽을 꿀 때가 있었다.
복수는 감히 상상도 못 했다.
그때도 강했는데, 지금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가 마정석 광산에서 경비나 서면서 허송세월할 때 장용범은 수많은 위험 임무를 맡아 수행했다. 당연히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경비 책임자가 조심스럽게 묻었다.
“같이 온 분들은?”
“내 일행이니까 신경 꺼.”
“그래도 신분을 알아야…….”
“신경 끄라고 했잖아.”
“네!”
장용범의 짜증 섞인 말에 경비 책임자가 뒤로 물러났다.
이 이상 그의 신경을 건드려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문 열어!”
그그긍!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정석 광산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
장용범이 제온에게 말했다.
“가자고.”
“네!”
그렇게 장용범 파티와 제온 일행은 무사히 마정석 광산으로 들어갔다.
멀어지는 제온의 뒷모습을 보며 경비 책임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그자인 것 같은데.”
“아는 사람입니까?”
“모래술사.”
“네? 저자가 그자란 말입니까? 하지만 그자는 페가수스 공략대와 함께 갔다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래도 이거 냄새나는데?”
“네? 무슨 냄새요?”
“돈 냄새!”
“진짜요?”
“그 어깨 위에 달린 물건으로 생각이라는 것 좀 해 봐라. 던전 공략에서 돌아온 후 페가수스 공략대가 얼마나 잘나가고 있냐? 이지령도 S급이 되고, 공략대 덩치도 커지고.”
“그런데요?”
“아, 진짜 이 새끼!”
멍청하게 되묻는 부하의 말에 경비 책임자가 도끼눈을 했다.
“머리는 그냥 장식품이냐? 왜 생각을 안 해?”
“그러니까 설명해 달라니까요.”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특별히 모래술사를 데려갔잖아. 그러니까 모래술사가 던전 공략의 키란 말이지. 그런데 던전 공략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모래술사는 돌아오지 못하고, 페가수스 공략대는 엄청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잖아. 당연히 모래술사가 누려야 하는 영광까지 모두 그들이 누리고 있는 거지. 그런데 그들이 죽었다고 발표한 모래술사가 멀쩡히 살아 있어. 그럼 답은 하나잖아.”
“페가수스 공략대가 모래술사를 배신했다는 건가요?”
그제야 부하가 경비 책임자의 말을 알아듣고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어디 함정에 몰아넣든, 아니면 낙오시키든. 어쨌거나 그래서 죽었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대외적으로 모래술사가 죽었다고 공표한 거고.”
“오! 역시 대장입니다. 거기까지 생각해 내다니. 그런데 이게 어떻게 돈이 된다는 겁니까?”
“흐흐! 페가수스 공략대가 모래술사가 네오 서울로 들어오는 것을 반가워하겠냐?”
“절대 아니죠.”
“그러니까 그들에게 모래술사가 돌아왔다는 정보를 팔면…….”
“큰돈이 되겠네요.”
부하의 눈이 번뜩였다.
그제야 그도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경비 책임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이제 내 말 좀 알아듣겠냐?”
“네!”
“그럼 내가 네오 서울에 갔다 와야 하는데.”
“한 시간 후에 마정석을 실은 트럭 한 대가 네오 서울로 떠납니다. 여기 걱정은 하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대신…….”
“흐흐! 걱정 마라. 네놈 몫으로 크게 떼 줄 테니까.”
“넵!”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배정된 방을 둘러보던 엘로이와 레빈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깨끗하네.”
“얼마 만에 침대에 누워 보는 거냐? 으갸갸!”
레빈은 아예 간이침대에 누워 발을 굴렀다.
철없는 그의 모습에 브리엘이 피식 웃었지만, 타박하지는 않았다.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오랜만에 느끼는 문명이 주는 안락함이 좋은 것이다.
제온이 말했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네오 서울로 돌아간다.”
“좋았어!”
“일단 목욕부터 해야겠다.”
“나도!”
레빈은 간이침대에 누운 채 어퍼컷을 날렸고, 엘로이와 브리엘은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네오 서울에 비하면 허름하기 짝이 없지만,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여자는 기뻐했다.
제온은 창밖이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귀빈들이 머무는 숙소라서 그런지 창문으로 마정석 광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돌아왔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은 네오 서울로 돌아왔다.
아직 네오 서울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마정석 광산에 들어온 이상 네오 서울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문득 그의 눈에 마정석 광산을 떠나는 트럭 한 대가 보였다.
트럭 짐칸에는 그동안 광부들이 채굴한 마정석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그런데 가득 쌓인 마정석 더미 위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제온은 그가 경비 책임자라는 사실을 알아봤다.
경비 책임자는 제온이 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크게 웃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그가 기분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흠!”
제온은 멀어지는 트럭과 경비 책임자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레빈이 간이침대에 누운 채 말했다.
“피곤할 텐데 형도 좀 쉬세요.”
“쉬고 있어. 난 나갔다 올 테니까.”
“저도 같이 갈까요?”
“됐어! 혼자 갔다 올게.”
“넵! 필요하면 부르세요.”
“그래!”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왔지만 마정석 광산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네오 서울의 가장 중요한 마정석의 공급처이자 전초 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마정석 광산 거리엔 늘 사람이 넘쳐났다.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 던전을 찾아 떠나는 탐사대, 광산 도시 주위에 출몰하는 마수 제거 임무를 맡은 파티, 그들을 유혹하는 창녀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좁은 거리에서 부대끼고 있었다.
“거기 잘생긴 오빠, 이리 와요. 내가 잘해 줄게.”
“어머나! 정말 잘 생겼네. 우리 찐하게 놀아 볼까? 호호!”
제온을 발견한 창녀들이 교태를 부렸다. 하지만 제온은 창녀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씨발! 뭐야? 얼굴값 하는 거야?”
“퉷! 재수 없어.”
창녀들이 뒤에서 침을 뱉으며 욕을 했지만, 제온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창녀들이 점령한 거리를 지나 제온이 도착한 곳은 상인들이 좌판을 깔고 장사하는 거리였다.
잠시 상인들을 둘러보던 제온의 눈이 빛났다.
그는 곧장 한 상인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
제온을 알아본 상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랜만입니다.”
“제온 님?”
“윌 맞죠?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거대한 체구에 큰 앞치마를 두른 상인은 클렉시 영감의 수족인 윌이었다.
그는 클렉시 영감의 곁에서 마수 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운영했다.
항상 지근거리에서 클렉시 영감을 보좌하던 남자가 여기 있으니 이상한 것이다.
“혹시 클렉시 영감도 이곳에 들어왔습니까?”
“아닙니다. 저만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여기서 대화할 내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윌이 제온을 좌판 근처에 있는 상점으로 데려갔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윌이 문을 걸어 잠갔다.
“죽지 않으셨군요. 다행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클렉시 영감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영감님은 무사하십니다. 다만 빈민가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윌이 그런 제온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신촌은 예전의 신촌이 아닙니다.”
“그럼요?”
“제온 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대문이 파고들었습니다.”
“요한이 신촌을 장악했다는 겁니까?”
“아직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쯤 그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이튼은 어떻게 하고요?”
“아시잖습니까? 이튼은 애당초 신촌을 지배할 깜냥이 되지 못했습니다. 고란의 비서 정도가 딱 좋았습니다.”
이튼은 기존에 신촌을 지배했던 고란의 비서였다.
제온이 고란을 죽인 후 그를 신촌의 지배자로 만들어 줬다.
이튼은 나름 효율적으로 신촌을 관리해 왔고, 덕분에 별문제가 터지지 않았었다.
이튼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은 꽤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이튼의 배후에 제온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온이 모래술사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이튼의 자리를 노리는 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그 후 이튼의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신촌의 완전한 지배자가 되어 온갖 향락을 즐겼다. 그래도 그를 위협하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날도 이튼은 창녀와 뜨거운 밤을 보냈습니다.”
“그날?”
“동대문이 전격적으로 쳐들어온 날 말입니다. 바보같이 무방비로 즐기다가 동대문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죽었습니까?”
“죽지는 않았습니다. 꼴사납게 도주했을 뿐이죠.”
이튼의 생존 본능은 대단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부하들과 함께 무사히 도주한 것이다.
그나마 요한과 동대문이 신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은 이튼과 수하들이 아직 살아서 투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구역의 지배자로 있었던 자존심 때문인지 이튼은 항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신촌이 개판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도깨비 시장과 영감님이 장사하시는 거리에도 문제가 생겼구요.”
도깨비 시장과 클렉시 영감은 요한에게도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으로 밀어 버릴 수도 없었다.
너무 많은 세력의 이권이 도깨비 시장에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요한은 지금 도깨비 시장을 공격하는 대신 고립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아무리 요한과 동대문의 힘이 강하더라도 감히 도깨비 시장을 건들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은 아니란 거군요?”
“네! 강력한 존재와 손을 잡았거든요.”
“강력한 존재?”
“제온 님도 아는 사람입니다. 바로 이지령입니다.”
“…….”
“네! 요한과 이지령. 둘이 손을 잡았습니다.”
제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S급 각성자가 된 이지령.
수많은 광신도를 거느린 요한.
둘이 손을 잡음으로써 최악의 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윌이 제온을 똑바로 바라봤다.
“제온 님 때문입니다. 제온 님의 부재가 그 둘을 손잡게 만든 겁니다.”
제온은 그 존재만으로도 빈민가의 균형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일종의 균형추였던 것이다.
거대한 균형추가 사라지자 빈자리를 노린 하이에나들이 이빨을 들이밀었다.
지금 신촌은 늑대들의 이빨에 갈기갈기 찢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제온이 조용히 말했다.
“그럼 알려 줘야겠군요.”
“무얼 말입니까?”
“그들이 얼마나 잘못된 결정을 내렸는지를요.”
“…….”
윌이 흠칫했다.
제온의 눈동자 안에서 거대한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환상을 봤기 때문이다.
온몸에 소름이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