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편한 잠자리에서 푹 잔 덕분에 제온 일행은 아침부터 활력이 넘쳤다.
깨끗이 씻은 브리엘과 엘로이의 피부에선 광이 날 정도였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역시 사람은 문명 속에서 살아야 해.”
“웃기고 있네, 꼬맹이! 인간도 아닌 주제에…….”
“그러는 너는?”
“언니보고 누가 너래?”
“웃기시네! 하프 엘프 주제에…….”
“마약에 중독되었던 하이 엘프 따위…….”
또 아침부터 투닥거리며 싸우는 두 여자의 모습에 레빈이 그러려니 했다.
하루 이틀 본 광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레빈이 제온에게 다가갔다.
“아침은 어떡하실 거예요?”
“먹어야지.”
“괜찮은 식당 있어요?”
“하나 알아 둔 곳 있어.”
“벌써요?”
“어, 아는 사람이 있더라고.”
제온이 말하는 아는 사람은 윌이었다.
윌은 여러 가지 정보와 함께 식당 하나를 소개해 줬다. 그래도 마정석 광산에서 제일 먹을 만하다는 평가와 함께 말이다.
“그럼 우리도 함께 가자고.”
그때 장용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용범 파티도 밤새 푹 쉰 덕분인지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기에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맛있으면 좋겠군. 마정석 광산에 있는 식당 중 제대로 된 곳이 거의 없거든.”
“큰 기대는 하지 말고요.”
“흐흐! 그러지.”
제온과 장용범 일행은 모두 윌이 소개해 준 식당으로 갔다.
마정석 광산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이 그렇듯 이곳 역시 굉장히 허름했다. 자리도 몇 개 되지 않아 제온과 장용범 일행이 들어가자 꽉 찼다.
식당 주인이 내온 것은 고기가 가득 담긴 국밥과 스튜의 중간쯤 되는 정체불명의 음식이었다.
“냄새가 제법인데.”
“어우!”
여덟 명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부지런히 수저를 놀리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키운 배양육과 쌀에 주인 나름의 비법으로 만들어 낸 육수의 조화가 끝내줬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바닥을 드러냈다.
엘로이와 브리엘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정말 끝내준다.”
“마음이 평화로워졌어.”
늘 말싸움을 하는 두 사람이지만, 지금만큼은 의견이 일치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덩치가 큰 마운틴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는지 몇 그릇을 더 시켰다.
지젤이 그런 마운틴을 보고 타박했다.
“어우! 돼지야. 그게 다 배에 들어가니?”
“히히! 응.”
“그래! 많이 먹어라. 이 누나가 다 사 줄 테니까.”
“고마워!”
지젤이 비꼬는 줄도 모르고 마운틴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에 지젤이 혀를 찼다.
시비도 상대가 받아들여야 성립되는 법이다.
마운틴처럼 생각이라고는 아예 없는 인간과는 말싸움 자체가 되지 않는다.
레빈이 불룩 나온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진짜 괜찮네요. 마정석 광산에 이런 식당이 숨어 있을 줄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네.”
제온도 레빈의 의견에 동의했다.
제대로 된 침대에서 푹 잔 후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니 세상 부러운 것 없었다.
마운틴을 제외한 일곱 사람은 의자에 멍하니 앉아 나른한 기분을 즐겼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였다.
그들은 이 평화를 오래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온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우와아아!”
“이렇게 큰 건 처음 봐.”
“미쳤다. 미쳤어!”
무엇이 미쳤다는 건지 설명은 없었지만, 제온 일행과 장용범 파티의 호기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제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마정석 광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시간도 남아도는데 한번 가 보지.”
장용범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에게 마정석 광산은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였다.
외부 임무를 나갈 때 거쳐 가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정석 광산의 사정을 잘 알지는 못했다.
제온 일행과 장용범 파티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마정석 광산 입구였다.
광산 입구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마정석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이었다.
광부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커다란 바위였다.
짙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바위는 장용범 곁에 있는 마운틴만큼이나 거대했다.
제온은 한눈에 바위의 정체를 알아봤다.
“마정석?”
“그것도 최상급이야.”
장용범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광부들이 보고 있는 바위는 마정석 광산에서 채굴된 마정석 중 가장 큰 마정석이었다.
백 년 동안 채굴한 마정석 중에서 가장 크고, 순도 또한 엄청났다.
멀리서도 최상급 마정석이 품고 있는 거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엘로이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 정도면 네오 서울의 전력을 일 년 이상 감당하고도 남겠는데.”
“진짜 미쳤네.”
에이든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네오 서울을 유지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마정석이 필요했다.
마정석 광산에서 꾸준히 채굴해도 일 년 치 수량을 맞추기 빠듯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마정석 하나면 네오 서울의 일 년 치 전기를 모두 생산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용범이 말했다.
“저건 빼돌리지도 못하겠군. 분명 네오 서울에서 특별 운송차를 보내올 거야.”
“마정석을 빼돌리기도 합니까? 이곳에서 채굴되는 마정석은 전량 시청에서 가져가는 것 아니었습니까?”
“흐흐! 그럼 각 구역의 지배자들이 어떻게 마정석을 확보하고 있을까? 다들 뒷구멍으로 열심히 빼돌리고 있어. 무슨 이유에선지 진금호도 그 사실을 알면서 묵인하는 거고.”
“그렇군요.”
“다만 이렇게 크고 강력한 마나를 품고 있는 마정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저건 진금호 거야. 그가 다른 누군가 저런 최상급 마정석을 가져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꼭 전기를 생산하는 용도가 아니더라도 최상급 마정석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연구에 따라 파격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런 엄청난 물건을 시청이 다른 이들이 빼돌리도록 놔둘 리 없었다.
장용범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제기랄!”
“왜 그럽니까?”
“생각해 보니 우리한테는 하나도 좋은 게 없어서 그래.”
“네?”
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장용범을 바라봤다.
“이런 엄청난 물건이 나왔는데 마정석 광산 자체적으로 운송하게 내버려둘 리 없잖아.”
“그래서요?”
“아까 말했잖아. 특별 운송할 인원이 올 거라고.”
“그게 문제가 되나요?”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지. 그 전 과정이 문제지. 분명 마정석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마정석 광산의 출입이 금지될 거야.”
그때였다.
쿵!
장용범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마정석 광산 출구의 문이 닫혔다. 거대한 철문은 오직 기계 장치로만 열렸다.
관리자가 열어 주지 않는 한 외부로 나갈 수도 없고, 내부로 들어올 수도 없는 것이다.
이제 마정석 광산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됐다.
제아무리 장용범이라도 책임자의 허락 없이 외부로 나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제온이 장용범에게 물었다.
“그럼 네오 서울에서 운송팀이 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나갈 수 없다는 겁니까?”
“맞아!”
“졸지에 감금됐군요.”
“빌어먹을 상황이지.”
장용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최상급 마정석을 바라봤다.
네오 서울이나 시청 입장에선 최고의 선물이겠지만, 장용범처럼 묶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졸지에 족쇄가 채워진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운송팀은 언제쯤 도착할까요?”
“그건 저 아가씨가 잘 알겠지. 슈퍼바이저니까.”
장용범의 시선을 받은 엘로이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렇게 큰 마정석은 단 한 번도 채굴된 적이 없어요. 가치를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니까 분명 최고의 팀을 보낼 거예요. 최고의 팀을 수배하고, 의뢰를 넣으면 최소 하루 이상 걸려요. 또 마정석 광산에 오는 데 하루. 그러니까 최소 이틀은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는군.”
장용범이 코끝을 찡그렸다.
제온은 저 멀리 보이는 마정석 광산의 정문을 바라봤다.
수십 미터 높이의 방벽과 십 미터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철문.
평범한 이들에겐 절대 넘지 못할 절벽이겠지만, 제온 같은 각성자가 마음먹으면 못 넘을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넘지 않는 것은 저 벽을 멋대로 넘는 순간, 네오 서울이라는 훌륭한 시스템에서 퇴출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네오 서울의 시스템에서 퇴출된 자는 두 번 다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각성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제온도 편한 시스템을 굳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휴가받았다고 생각하고 이틀 푹 쉬어야겠군.”
“그동안 뭐 하고 지내지?”
“뭐가 됐든 사막의 모래 구덩이에서 나뒹구는 것보단 낫겠지.”
레빈과 엘로이, 브리엘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겨우 이틀 더 머무는 것뿐이었다.
숙소도, 음식도 훌륭한데 실망할 이유가 없었다.
제온이 그들에게 말했다.
“들었지? 이틀만 더 머물면 되니까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지내.”
“자유 시간인가요?”
“언제는 강제했냐? 편하게 지내.”
“넵!”
레빈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장용범도 파티원들에게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할 것을 지시했다.
모두가 흩어진 후 제온은 혼자 남아 최상급 마정석을 바라봤다.
최상급 마정석이라고 해서 딱히 욕심나지는 않았다. 저보다 귀한 마정석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S급 마수나 보스급 마수에게서 나온 마정석은 저보다 더 강력한 마나를 품고 있었다.
다만 정제하기 쉽지 않아 이렇게 발전용으로는 부적합했다.
그때 마정석 광산에 상주하는 각성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이 거대한 마정석을 타고 온 차에 실으며 말했다.
“어서 창고로 옮겨.”
“이거 잃어버렸다가는 우리 모두 죽을 거야. 창고를 철저히 지켜야 해.”
그들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고작 마정석 광산에서 창고로 옮기는 것뿐인데도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냥 얻어맞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멀찍이 떨어졌다.
제온도 그제야 자리를 떴다.
‘또 이러네. 사건이 나를 따라다니는 건지, 내가 사건을 불러오는 건지 모르겠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신이 가는 곳엔 항상 큰 사건이 일어난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저 네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경유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최상급 마정석이 채굴됐다.
백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제온이 도착하자마자 이런 일이 일어났다.
꼭 운명의 신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말이다.
최상급 마정석이 차에 실려 창고로 향하고 모여 있던 광부들도 해산했다.
제온도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어? 이 새끼!”
그때 누군가 제온의 어깨를 확 붙잡으며 소리쳤다.
제온이 뒤돌아보자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소매를 걷은 팔뚝에 흉터가 많은 것이 꽤나 험한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짐작됐다.
사내가 제온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너, 그 새끼 맞지?”
“네?”
“씨팔! 맞네. 도망간 새끼.”
“무슨 말입니까?”
“팔 년 전 마정석 광산에 처넣었더니 도망간 새끼 맞잖아. 이 개새끼야!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아?”
그제야 제온도 사내의 정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박……만호?”
“내가 네 친구냐? 씨벌 새끼야!”
빠악!
박만호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제온의 뒤통수를 때렸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머리가 깨졌을 만큼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다.
불시에 뒤통수를 가격당한 제온의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헝클어졌다.
근래 제온이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분 나빠야 당연한 상황이었지만, 제온은 웃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새하얀 이빨이 드러났다.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또 이렇게 보게 되네요. 반가워요.”
박만호.
제온이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