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퍼버버벅!
“켁!”
“크억!”
파이어 미사일이 각성자들을 강타했다.
각성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명색이 무투계 각성자들이었다.
스킬에 의해 강화된 육체는 어지간한 공격 따윈 무시할 정도로 단단했다.
파이어 미사일이라고 해 봐야 하급 스킬에 불과했다.
화염 계열 마법을 각성한 자들이라면 누구나 펼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스킬. 당연히 그 위력 또한 별거 없다.
일반인에게나 위협적이지, D급이나 E급만 되어도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당연히 그래서 쉽게 막아 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상상과 달랐다.
제온의 파이어 미사일은 평범한 각성자들이 펼치는 스킬과 차원이 다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D급 무투계 각성자를 관통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제온이 위력을 살짝 낮춰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충격과 고열에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끄으으!”
“제기랄! 포션 좀 줘. 너무 뜨거워!”
각성자들이 바닥을 나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순식간에 쓰러진 부하들을 본 쌍둥이 형제의 안색이 싹 변했다.
“씨벌! 뭐야? 강하잖아.”
“넌 저런 혹을 달고 온 거냐?”
쌍둥이 형제가 박만호를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박만호는 변명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씨발! 이렇게 강할 줄 누가 알았나? 등급이 어떻게 되는 거지? 저들을 모조리 쓰러트렸으니 최소 C급인가? 씨발! 좆 됐다.’
그의 안색이 사색이 됐다.
쌍둥이 형제는 그런 박만호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제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제법 힘 좀 쓰는구나. 차라리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 대우는 최고로 해 줄 테니까.”
“그래! 우리 부하가 되면 마정석 광산에서 누구도 너를 건들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제안에 제온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고란도 그런 소리를 하다가 나한테 죽었는데, 그보다 못한 당신들 밑으로 들어가라구요? 제정신인가요?”
“고란? 설마 신촌의 지배자였던 고란을 말하는 건가? 그럼 네가?”
쌍둥이 형이 제온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경악했다. 하지만 동생은 그보다 눈치가 둔했다.
그가 제온에게 황소처럼 돌격했다.
“씨발! 고란이 뭔데 그래? 그냥 때려죽이면 되지. 그깟 화염 마법 따위 하나도 두렵지 않다고.”
그는 강철보다 단단한 자신의 육체를 믿었다.
제온이 수십 발의 파이어 미사일을 더 날린다고 해도 충분히 견딜 자신이 있었다.
슈슈슈슉!
수많은 파이어 미사일이 날아왔다.
동생이 팔을 엑스자로 교차해 머리를 보호했다.
방어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고통을 견딘 후 제온의 허리를 잡아 뚝 꺾으면 자신의 승리다.
동생은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퍼버버버벙!
하지만 파이어 미사일이 그의 전신을 두드리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허황한 자신감을 가졌던 것인지 깨달았다.
파이어 미사일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어지간한 무투계 각성자의 스킬보다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파이어 미사일을 맞은 부위가 몸에서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내장은 짓이겨지는 것 같았고, 엄청난 고통에 영혼마저 날아갔다.
“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동생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구는 동생을 보면서도 형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
제온 때문이다.
또다시 제온의 등 뒤로 수십 발의 파이어 미사일이 둥실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화염계 각성자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무한대로 파이어 미사일을 뽑아낼 수는 없었다.
마나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십 발의 파이어 미사일을 무한대로 뽑아 대는 제온이 비정상이었다. 하지만 쌍둥이 형은 그런 제온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문으로 들은 제온의 능력이라면 이 정도 행사는 손톱을 깎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신촌의 지배자인 고란을 쓰러트린 모래술사 제온. 당신이지?”
제온은 말없이 어깨만 으쓱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됐다.
“씨발!”
형이 욕을 하며 박만호를 노려봤다.
박만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린 지 오래였다.
쌍둥이 형처럼 제온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은 아니었지만, 도박장의 모든 각성자들을 쓰러트린 것만으로도 겁을 먹은 것이다.
도박장의 각성자들로는 제온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를 상대하려면 마정석 광산 경비대를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박만호의 명령을 듣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때 쌍둥이 형이 항복의 표시로 양손을 들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실수한 것 같군. 미안하네!”
“말로만?”
“그럴 수는 없지. 박만호의 금고를 열어 주지.”
“그건 당연한 거고, 또?”
“우리…… 금고도 열지. 원하는 만큼 다 가져가게.”
숙일 때는 확실히 숙여야 한다.
괜히 자존심을 챙기겠다고 어정쩡하게 숙였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나마 동생이나 부하들은 죽지 않았다.
모든 것을 털려도 그들이 있는 이상 재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마정석 광산엔 도박 중독자들이 넘쳐났다. 제 발로 돈을 바치러 오는 호구들이 수두룩한데 굳이 목숨을 걸고 제온과 싸울 이유가 없었다.
제온은 차원이 다른 강자였다.
신촌의 지배자인 고란을 죽인 것은 그가 행한 일 중에서도 가장 별 볼 일 없는 축에 속했다.
모래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모래술사.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마정석 광산에 있는 그 누구도 네오 서올로 돌아갈 수 없다. 마정석 광산 입구의 모래를 유사 상태로 만들면 그 어떤 차량도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사기적인 힘을 가진 상대를 척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니 지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쌍둥이 형의 시선이 박만호를 향했다.
“그리고 너.”
“크읍!”
“오늘 일 절대 순순히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벌인 일에 대한 손해는 철저하게 받아 낼 테니까.”
박만호는 고개를 숙여 쌍둥이 형의 무서운 시선을 피했다.
‘씨발! 씨발!’
지금 그의 머릿속엔 오직 절망만이 가득했다.
당연히 빠져나갈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고,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마정석 광산에서나 힘쓰는 거지, 그곳을 벗어나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철컹! 철컥!
쌍둥이 형은 금고의 모든 문을 열었다.
박만호의 개인 금고, 도박장 전용 금고까지도.
제온은 우선 박만호의 개인 금고를 살폈다.
개인 금고 안에는 제법 커다란 광물이 들어 있었다.
‘이게 광물은 맞는 건가?’
크기는 어린아이 몸통만 하다.
외형은 마정석과 비슷하긴 하지만, 마나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왠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손을 대자 온기가 느껴졌다.
마나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제온이 박만호에게 물었다.
“마정석 광산에서 채굴한 거라구요?”
“네! 최상급 마정석이 나온 그 갱도에서 채굴한 겁니다.”
박만호가 공손히 대답했다.
“흠!”
“마정석은 아니지만 분명 큰 가치가 있을 겁니다. 이 새끼들은 가치를 몰라봐서 받아 주지 않았지만…….”
마정석 광산에서 나온 물건인데 마정석은 아니다.
쌍둥이 형제가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분명 자세히 조사하면 이 광물의 가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광물의 정체를 조사할 시간에 다른 도박 중독자들에게 돈을 수금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범상한 물건은 아냐. 마정석 광산에서 발견된 것도 그렇고.’
이 광물의 정체는 제온도 몰랐다. 하지만 맡아 둬서 손해 볼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광물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건 내가 가지죠.”
제온은 광물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어 도박장 금고를 살폈다.
커다란 금고 안엔 엄청난 돈이 쌓여 있었다. 언뜻 봐도 수천만 솔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제온이 집어 든 것은 겨우 수만 솔 정도에 불과했다.
돈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대신 제온이 관심을 둔 것은 한쪽에 쌓여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도박에 미친 인간들이 담보로 맡긴 물건이었다.
대부분은 별 볼 일 없는 것들이었는데, 유독 하나만 눈에 띄었다.
다리가 세 개 달린 솥이었다.
“이건 뭡니까?”
“아, 그거 던전 공략대 출신의 각성자가 담보로 맡긴 겁니다. 던전에서 나온 물건인데 용도를 몰라 버려진 겁니다.”
“어느 던전에서 나온 물건인지 압니까?”
“죄송합니다. 물건을 맡긴 새끼가 뒈져 버려서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솥을 담보로 맡긴 돈으로 도박하던 각성자는 다른 각성자와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그 후로 솥은 계속 이 금고에 처박혀 있었다.
“이건 내가 가져가죠.”
“그러십시오. 다른 것들 다 가져가도 됩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제온은 금고 안에 있던 아이템들을 모조리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가 쓰기엔 한참이나 모자란 물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브리엘이나 레빈에겐 유용할 것이다.
제온이 모든 아이템을 아공간에 집어넣는 모습을 보면서도 쌍둥이 형은 기분 나쁜 표정 하나 짓지 않았다.
이 정도 대가는 치러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제온은 이 이상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이 없었다.
“전 이만 돌아가려고 하는데, 혹시 오늘 일이 문제가 될까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말이 통해 좋군요.”
“제 장점 중 하나입니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갈게요. 만나서 즐거웠어요.”
“편히 들어가십시오.”
쌍둥이 형은 허리를 구십 도로 숙여 제온을 배웅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제온이 이미 도박장을 나간 후였다.
제온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박만호, 이 개새끼! 네가 우리를 망하게 하려고 수작을 부려?”
“아, 아니! 난 그게 아니라…….”
“이 손해를 어떻게 메꿀 거야?”
“누가 그렇게 강할 줄 알았나? 나도 피해자라고.”
“저자가 단순히 강한 줄 알아? 재앙이라고, 재앙! 이 개새끼야!”
“그…….”
“씨발 새끼! 넌 오늘부터 도박장 출입 금지다. 이 손해는 네가 직접 마정석을 채굴해 메꿔.”
“지, 지금 나보고 갱도에 들어가 일하라는 거야?”
“그래! 이 개새끼야. 넌 오늘부터 광산 책임자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광부라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테니까.”
쌍둥이 형에겐 그 정도의 힘이 있었다.
박만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의 눈앞에 지옥길이 열리고 있었다.
***
“뭐, 좋은 일 있었어?”
브리엘이 제온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제온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아는 사람 만나서 선물 좀 받았어.”
“선물?”
“너도 볼래?”
“응!”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냉큼 자리에 앉았다.
제온은 도박장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모두 쏟아 냈다.
“뭐야? 아이템들이잖아.”
“괜찮아 보여?”
“잠깐만!”
브리엘이 제온의 말문을 막으며 아이템 하나를 주워들었다.
바로 다리가 세 개 달린 솥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아는 물건이야?”
“시엘라의 화로.”
“시엘라?”
“하이 엘프들을 지켜 주는 신이야.”
“그럼 이게 하이 엘프들의 물건이란 말이야?”
“어! 하이 엘프들이 연금할 때 쓰던 보물이야. 이걸 지구에서 보게 되다니. 나도 말로만 들었던 물건인데.”
브리엘이 시엘라의 화로를 꼭 껴안았다.
순간 시엘라의 화로에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하이 엘프와의 접촉에 깨어난 것이다.
성스러운 빛이 브리엘을 포근히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