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마정석 광산의 문이 열렸다.
최상급 마정석을 반출했기에 다시 평소처럼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광산 입구에는 장갑 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네오 서울과 마정석 광산을 오가는 버스였다.
버스 아래 짐칸에는 마정석이 실려 있었고, 지붕 위엔 장갑 버스를 보호하기 위해 각성자들이 타고 있었다.
장갑 버스엔 이례적으로 승객이 많이 타고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버스 운행이 완전히 끊기면서 대기하던 손님들이 한번에 몰린 것이다.
때문에 제온 일행은 겨우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레빈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용범 파티는 함께 안 가나요?”
“따로 차량을 구했다던데? 마운틴 덩치가 너무 커서 이런 버스엔 탈 수 없다면서.”
“아!”
레빈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운틴은 이름 그대로 산만 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몸을 구겨도 버스 문을 통과할 수조차 없었다.
차라리 차량을 따로 구해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승객을 가득 태운 장갑 버스는 힘찬 배기음을 토해 내며 출발했다.
“출발이다.”
브리엘이 설레는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인간들에게 잡혀 온 기억 때문에 그녀는 네오 서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온, 레빈 등과 함께 지내면서 지옥처럼 느껴지던 네오 서울은 이제 그 어떤 곳보다 편한 보금자리가 됐다.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침대에 누워 푹 자고 싶었다.
그것은 레빈이나 엘로이도 마찬가지였다.
네오 서울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없는 힘마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다른 승객들 역시 그들과 비슷한 표정이었다.
마정석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 파견 나온 각성자들, 상인들 할 것 없이 네오 서울로 돌아간다는 기대감에 미소 짓고 있었다.
제온은 의자에 등을 깊이 묻은 채 눈을 감았다.
‘좋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곳이 아무리 더럽고, 거지 같은 곳일지라도 말이다.
문제는 자신의 집이 있는 신촌을 동대문이 반쯤 점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한!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는군.’
지금쯤 요한 역시 자신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불 보듯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잠이 들었다.
한참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덜컹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니 버스가 큰 둔덕을 지나면서 요동치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흔들려?”
다른 이들도 깜짝 놀라 밖을 바라봤다. 그러자 엉망으로 파헤쳐진 모래밭이 보였다.
“차 멈춰 봐. 여기서 싸움이 있었던 것 같아.”
버스 위에 타고 있던 각성자가 기사에게 소리쳤다.
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버스를 세웠다.
호위하던 각성자, 제온 일행이 버스에서 내렸다.
나머지 승객들은 그대로 버스에 탄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주변을 살펴보던 엘로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서 제법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발자국 좀 봐.”
그녀의 말처럼 일대엔 수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이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사막 한복판에서 도대체 누가 싸운 거지?”
레빈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네오 서울까진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어도 네오 서울에선 알 방법이 없었다.
엘로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스캐빈저들끼리 싸운 걸까? 남은 게 아무것도 없으니 알 수가 없네.”
“모래 깊은 곳에 묻어 놨네요.”
“응?”
“잠깐만요.”
제온이 지배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모래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물체들이 서서히 지상으로 올라왔다.
쿵!
지하에서 올라온 것은 부서진 장갑차와 버기카 잔해였다.
엘로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건?”
“최상급 마정석을 싣고 떠났던 장갑차입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기습받아 전멸한 것 같군요.”
“NSSC 2팀이 전멸했단 말이야?”
“그런 것 같네요.”
제온이 심각한 표정으로 버기카를 바라봤다.
버기카 안에는 NSSC 2팀장인 지상우의 시체가 보였다. 목 부위가 절반이나 잘려 머리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대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당한 것 같습니다.”
“NSSC의 2팀장이 대응조차 못 하고 죽었다고? 도대체 누가 이들을 죽인 거지?”
“지금부터 살펴봐야죠. 시신을 살펴보면 분명 흔적이 남아 있을 겁니다.”
각성자의 스킬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스킬만 알아내면 범인이 누군지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엘로이가 이빨을 뿌득 갈며 말했다.
“알아내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감히 시청 직속 부대를 공격해? 시청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응징할 거야.”
그 순간 등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글쎄! 당신들에겐 그럴 기회가 없을걸.”
“뭐?”
뒤돌아보니 버스 지붕 위에 탔었던 각성자들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들은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었다.
각성자들의 섬뜩한 미소를 보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설마 너희들이?”
“흐흐!”
그때였다.
콰앙!
갑자기 그들이 타고 온 장갑 버스가 폭발했다.
강력한 폭발은 순식간에 버스를 증발시켰고, 안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크윽!”
“악!”
엘로이와 브리엘이 폭발에 휩쓸려 뒤로 날아갔고, 레빈은 고막이 터져 바닥에 쓰러졌다.
오직 제온만이 폭발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굳건히 서서 각성자들을 바라봤다.
“버스에 폭탄을 숨겨 놨습니까?”
“대 마수용으로 개발된 폭탄이다. 저런 버스 따윈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날려 버리지.”
“나를 노린 거라면 타이밍을 잘못 잡았군요. 내가 버스 탔었을 때 날려 버렸어야죠.”
“그래 봤자 네가 죽지 않았을 거란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모래술사!”
“내 정체를 알고 노린 건가요? 누가 보냈습니까? 이지령? 요한?”
“흐흐! 우리가 대답해 줄 것 같으냐?”
“스스로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입을 열어 주죠.”
“너에겐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다.”
“뭐?”
그 순간 각성자들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제온이 급히 모래 방벽을 둘러쳤다.
콰앙! 쾅!
그 순간 각성자들의 몸이 폭발했다.
목걸이가 자폭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초고열의 화염과 폭풍이 일대를 휩쓸었다.
제온이 쳤던 모래 방벽이 흔적도 없이 날아갔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 때문에 제온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레비아탄의 가죽으로 만든 로브가 아니었다면 꽤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으음!”
제온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폭발이 일어난 곳을 바라봤다.
모든 것이 날아갔다.
각성자는 물론이고, 제온이 끌어 올렸던 장갑차와 버기카마저도 말이다.
남은 것은 장갑차의 가장 두꺼운 철판 하나뿐이었다. 그 외엔 모든 것이 사라졌다.
“자폭해서 흔적을 모두 지운 건가?”
이로써 NSSC를 습격한 자를 알아낼 단서가 모두 사라졌다.
하필 제온 일행이 이 근처를 지날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
“우연인가? 아니, 정교하게 계산된 습격이야. 절대 우연일 리 없어.”
문제는 습격한 자들의 목적이었다.
단순히 최상급 마정석을 노렸다고 보기엔 어딘지 석연치 않았다.
최상급 마정석이 목숨을 걸 만큼 대단한 물건인 것은 맞다. 하지만 탈취한 후의 위험도를 생각하면 섣부른 시도를 할 수 없었다.
네오 서울이 총력을 다해 회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조직 자체가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저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일을 벌였다.
정체가 들통나지 않거나, 네오 서울의 추적을 피할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크윽! 귀가…….”
“다들 무사해?”
“아파!”
그때 레빈과 엘로이, 브리엘이 몸을 일으켰다.
브리엘이 급히 고막이 터져 균형을 잡지 못하는 레빈의 귀에 포션을 부었다.
엘로이가 고개를 흔들며 각성자들이 자폭한 곳을 바라봤다.
“이것들 뭐지? 흔적을 지우려고 자폭해? 사람이 그렇게 쉽게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거야?”
“보통은 안 되죠.”
“그럼 이놈들은 뭐야? 죽기 직전 분명 웃었잖아?”
“네! 웃었죠. 마치 신의 품에 안기는 사람들처럼.”
“신? 설마 광신도?”
“네! 요한을 따르는 자들이 이렇더군요.”
“미친! 요한이 정말 이런 짓을 벌였다고?”
“제가 신촌으로 돌아가면 제일 곤란을 겪을 사람이니까요.”
이미 신촌을 반쯤 차지한 요한이었다.
제온이 다시 신촌에 돌아오면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니 그 전에 미리 제거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겨우 이 정도로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다는 건데…….”
제온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전방을 바라봤다.
폭발 흔적만 남아 있을 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남은 흔적마저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모두 묻혀 지워질 것이다.
이곳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오직 제온 일행뿐이었다.
그때였다.
그아아앙!
우렁찬 엔진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뭐야?”
“차?”
저 멀리서 버기카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버기카들은 순식간에 제온 일행을 포위했다.
버기카에서 수십 명의 각성자가 내렸다.
엘로이가 그들의 정체를 알아봤다.
“NSSC?”
이곳에서 전멸당한 2팀을 제외한 1팀과 3팀 각성자들이었다.
엘로이가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봐! 나 시청 소속의 슈퍼바이저 맨디야. 나, 알지?”
당연히 저들은 엘로이가 이중인격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맨디라는 이름을 내세웠다.
“이 씨발 년이 감히 내 부하들을 죽여?”
그 순간 예상치 못한 공격이 엘로이에게 날아왔다.
NSSC의 대장이 거대한 검을 휘두른 것이다.
엘로이가 급히 미친 구미호를 꺼내 대장의 공격을 막았다.
쾅!
“큭!”
폭음과 함께 엘로이가 뒤로 주르륵 밀렸다.
그녀의 입가를 비집고 피가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손해를 본 것이다.
엘로이가 소매로 피를 닦으며 욕했다.
“씨발! 지금 뭐 하는 거야?”
“몰라서 묻냐? 씨발 년아! 너희들이 내 부하들을 기습해 죽였잖아?”
NSSC의 대장 케빈이 거대한 검을 엘로이에게 겨누며 말했다.
케빈의 전신에서는 엄청난 살기가 흘러나왔다.
한 시간 전 그는 2팀의 무전을 들었다.
―습격받았다. 구조를 요청한다. 습격자는…… 크악!
지상우의 비명을 끝으로 무전은 끊겼다.
직후 그는 NSSC 전원을 이끌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엘로이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우리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그럼 저건 뭐냐?”
케빈이 폭발에 찢겨 나간 장갑차 철판을 가리켰다.
NSSC 2팀이 타고 있던 장갑차의 잔해였다.
엘로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상대에게 통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그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들을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상대에게 변명이 통할 리 없었다.
제온이 엘로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게 그들의 진짜 함정인 것 같군요.”
“진짜 함정?”
“이들을 죽이는 순간 네오 서울과 전쟁을 벌여야 해요. 그럴 수는 없잖아요.”
“요한! 이 개새끼가…….”
엘로이가 이빨을 뿌득 갈았다.
분한 마음에 그녀가 발작하려 할 때였다.
미친 구미호를 휘두르려는 그녀의 어깨를 제온이 짓누르며 대신 말했다.
“항복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애들 다 죽여 놓고 항복하겠다고?”
“네! 항복.”
“이 씨발 새끼가 장난하나?”
“설마 항복하려는 사람을 공격하진 않겠죠?”
제온이 양팔을 번쩍 치켜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