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철컥! 철컥!
제온과 엘로이의 팔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평범한 수갑이 아니었다.
마나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구속구였다.
네오 서울의 기술력이 집약된 이 수갑을 차게 되면 즉시 마나가 돌덩이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
마나를 사용하는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수갑을 찬 엘로이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씨발! 우리가 죽이지 않았다고. 넌 눈이 바늘구멍이야? 장식품이야? 정말 이게 우리가 저지른 짓인 것 같아?”
“시끄러!”
NSSC 각성자가 엘로이의 입에 테이프를 붙인 후 버기카에 처넣었다.
“전 제 발로 들어갈게요.”
제온이 미소 지으며 버기카에 탔다.
케빈은 그런 제온을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무슨 속셈이지? 네가 그런다고 봐줄 것 같으냐?”
“진실은 밝혀지겠죠. 지금은 굳이 그쪽과 피를 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그럽니다.”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는군.”
“내가 정말 이들을 죽였다면 당신들은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
“어쨌거나 진실은 곧 밝혀지겠죠.”
그 말을 끝으로 제온은 입을 꾹 다물었다.
케빈의 턱 근육이 씰룩거렸다.
그도 제온이 모래술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짜 제온이 흔적을 감추고자 마음먹었다면 NSSC가 아무리 용을 써도 2팀이 전멸한 곳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말이 정말 사실일까?’
머릿속에서 의심이 피어났다.
그때 각성자들이 보고를 해 왔다.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폭발 때문에 모든 것이 증발했습니다.”
케빈이 주위를 살펴봤다.
사방이 모래였다.
숨을 곳도, 숨길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케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버기카에 올라탔다.
“모두 네오 서울로 돌아간다.”
“옛!”
NSSC는 그 즉시 현장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모래 속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마치 스펙터처럼 반투명한 이는 바로 레빈이었다.
레빈이 유령화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주력 스킬이 바로 유령화였으니까.
진짜 놀라운 것은 그의 곁에 유령화한 소녀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브리엘이었다.
브리엘은 레빈처럼 반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이게?”
“놀랐지?”
“타인도 유령처럼 만들 수 있는 거야?”
“떨어져 있으면 안 돼. 접촉해야 해.”
레빈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브리엘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B급이 되면서 새로운 스킬을 터득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접촉을 통한 타인의 유령화였다.
그래 봤자 겨우 한 명 더 추가되는 것에 불과했지만, 효용성은 크게 늘어났다.
NSSC가 나타난 그 순간 제온이 레빈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숨어라.’
레빈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브리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유령화했다.
두 사람은 유령화한 상태로 모래 속에 숨었다.
NSSC의 대장인 케빈은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기에 순순히 사건 현장을 떠난 것이다.
브리엘이 멀어지는 버기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온이 우리에게 숨으라고 한 건 역시 증거를 찾으라는 거겠지?”
“그래! 요한이 이 일을 설계하고 주도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야 해.”
“우리끼리 가능할까?”
“불가능해도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일단 빈민가로 돌아가자. 그곳에서부터 파고들면 무언가 나올 거야.”
“제법이네! 당황하지도 않고.”
레빈이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브리엘을 바라봤다. 그러자 브리엘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도 인간들에게 당한 게 많다 보니 그래. 레빈도 지하에 갇혀 주야장천 마약만 만들다 보면 나처럼 될걸.”
“네가 나보다 낫다.”
“알았으면 됐어. 빨리 움직이자.”
“그래!”
레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령화한 상태로 움직였다. 덩달아 브리엘도 레빈을 따라 하늘을 날았다.
***
거대한 십자가 앞에서 신부복을 입은 남자가 기도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기도문을 읊조리던 남자가 눈을 떴다.
올백으로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 굵은 뿔테 안경에 곡선으로 휘어진 작은 눈이 인상적인 중년 남자는 바로 동대문의 지배자인 요한이었다.
기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요한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군! 좋아!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야.”
마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몸 상태가 좋았다.
이럴 땐 꼭 기분 좋은 일이 생기곤 했다.
요한은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제온이 NSSC에 잡혀갔습니다.”
이단 심문관인 조슈아가 기분 좋은 보고를 해 온 것이다.
“확실한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지금 NSSC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NSSC 감옥은 쓸 만한가?”
“지하 오십 미터 아래 있습니다. 특수 금속으로 만들어져 모래는 물론이고 외부의 어떤 물질도 침투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마나와 유동을 완벽하게 차단해 각성자가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좋군!”
요한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법과 결합한 네오 서울의 과학 기술은 백 년 전 지구의 기술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과학자들은 각성자들을 제어하기 위한 물건들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마나 구속 수갑이었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킨 것이 NSSC의 감옥이었다.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이 공간에 갇히면 마나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각성자에겐 최악의 환경인 것이다.
NSSC의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제온은 절대 힘을 쓸 수 없었다.
“이런 좋은 정보를 주다니. 역시 동업자를 잘 골랐군.”
“이지령은 결코 믿을 만한 자가 아닙니다.”
“지금 나에게 충고를 하는 건가? 조슈아!”
“아닙니다. 다만 걱정돼서…….”
“네 걱정이 뭔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너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신은 우리 편이니까.”
거대한 십자가를 올려다보는 요한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어렸다.
그런 요한의 모습에 이단 심문관 조슈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요한은 동대문의 정점이었다.
수많은 성기사와 성직자 들이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명령이 곧 신의 명령이었다.
요한이 말했다.
“이제 방해물도 사라졌으니 신촌을 완전히 장악해도 되겠군. 이튼을 찾아 제거하고, 그들의 본거지에 신의 성전을 세운다.”
조슈아가 몸을 떨었다.
요한의 음성에서 짙은 피비린내를 맡았기 때문이다.
빈민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이가 죽어 나갈지 알 수 없었다.
피에 익숙한 조슈아조차 두려움에 몸이 사정없이 떨렸다.
***
“엄청나군.”
감옥에 갇힌 제온의 소감이었다.
정말 엄청났다.
사방이 꽉 막힌 벽면은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끈했고, 마나가 완전히 차단되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각성자에게 최악의 환경이었다.
“제기랄! 왜 순순히 잡힌 거야? 우린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바로 곁에서 엘로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친 구미호를 뺏긴 엘로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목숨처럼 아끼던 무기가 손을 떠난 그 순간부터 불안감에 정신이 불안정했다.
그 때문에 정신 사납게 계속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제온은 그녀를 이해했다.
만일 그도 초열의 건틀렛을 빼앗겼다면 그녀와 같은 반응을 했을지 몰랐다.
다행히 그는 초열의 건틀렛을 빼앗기지 않았다.
정확히는 NSSC가 그의 손에서 초열의 건틀렛을 빼내지 못한 것이다.
드래곤의 눈이 박힌 초열의 건틀렛은 제온의 허락 없이 빼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제온의 팔을 자를 수는 없으니 NSSC에서는 아예 구속구로 제온의 오른팔을 휘감았다.
이렇게 되면 아이템의 위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덕분에 제온은 아공간도 열 수 없게 됐다.
능력이 완전히 봉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제온은 그렇게 불안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감옥 안을 둘러보며 네오 서울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이러니 다른 콜로니들이 따라올 수 없지.”
다른 콜로니와 네오 서울의 기술 격차는 최소 수십 년 이상이었다.
강철 요새처럼 새로 만들어진 콜로니와는 백 년 이상의 격차가 났다.
백 년을 노력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네오 서울도 가만있지 않을 테니, 격차는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 격차를 줄일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딱 하나 있긴 했다.
바로 네오 서울이 처참하게 몰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방법이었다.
백 년 전 지구를 사막으로 만들었던 재앙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이상 네오 서울이 몰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겨우 진정한 엘로이가 제온에게 물었다.
“이제 어떡할 거야?”
“기다려야죠.”
“뭘?”
“여기에 있으면 분명히 누군가 접촉해 올 거예요.”
“누가?”
“누구든지.”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진정해요. 저들도 우리가 오래 이곳에 갇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저들?”
“이 일을 꾸민 자들요.”
“요한 말이야?”
“요한도 그중 한 명이고요.”
“좋아! 어쨌거나 우리가 곧 풀려날 거란 거지?”
“네!”
“후우!”
제온의 확답에 엘로이가 조금은 진정했다.
잠시 숨을 고르던 엘로이가 사과했다.
“미안해!”
“아닙니다. 저라도 무기를 뺏기면 그렇게 될 겁니다.”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냥 큰 싸움을 앞두고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십시오.”
“큰 싸움? 하긴 그렇겠네.”
엘로이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까지 그들을 함정에 몰아넣은 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좋든 싫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그때까지 쉬면서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어야 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나보다 맨디가 여기 있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녀라면 훨씬 차분히 있을 거야.”
순간 엘로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제온이 그녀에게 물었다.
“맨디인가요?”
“네! 죄송해요. 엘로이가 괜히 흥분해서.”
“아닙니다.”
“싸움이 벌어지면 그녀가 다시 전면에 나설 거예요. 그때까지는 제가 나와 있을게요.”
“저한테 일일이 허락받을 필요 없어요. 맨디 편할 대로 해요.”
“항상 감사해요. 제온 님이 없었다면 무사히 이곳까지 돌아올 수 없었을 거예요.”
맨디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제온이 멋쩍은 표정을 지을 때였다.
쿵쿵!
갑자기 누군가 감옥의 문을 두들겼다.
제온이 문을 바라보자 조그만 창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허옇게 센 머리와 주름이 가득한 눈가.
제온은 단숨에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고 노인?”
“오랜만이군.”
제온을 보며 눈웃음 짓는 노인은 바로 넘버즈의 일원인 고 노인이었다.
“우리도 왔어.”
고 노인의 좌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노인과 몰려다니는 은수진, 은수영 쌍둥이 자매였다.
그녀들이 발판을 밟고 올라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안녕!”
그녀들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