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제온이 창문으로 다가갔다.
“제가 여기 들어왔다는 소문이 벌써 그쪽 귀에 들어간 겁니까?”
“우린 넘버즈니까.”
“넘버즈에겐 모든 정보가 최우선으로 들어와.”
쌍둥이 자매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온이 고 노인을 바라봤다.
“시장님도 제가 잡혀 왔다는 사실을 알겠군요.”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혹시 저를 빼 줄 생각은 없답니까?”
“아무리 시장이라도 NSSC 2팀을 몰살시킨 자를 함부로 석방할 수는 없지.”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만?”
“알고 있네. 자네였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했겠지,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네.”
“역시 그렇군요.”
고 노인의 대답에도 제온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미 그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 노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당히 교묘한 놈들이야.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최상급 마정석을 탈취했어.”
“혹시 고 노인이 회수 임무를 맡은 겁니까?”
“흐흐! 늙은이를 편하게 놔줄 때가 되었는데, 시장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나 보더군. 악착같이 부려 먹네.”
“유능한 분이니까 못 놔주는 거겠죠.”
“내가 조금 유능하긴 하지. 그런데 내 유능함이 빛을 발하려면 정보가 필요해. 혹시 아는 거 있나?”
“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자들이 몇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혹은 여럿이 합심해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있죠.”
“요한, 이지령인가? 다들 거물이군.”
고 노인이 손가락으로 뺨을 긁었다.
조금은 난감했기 때문이다.
동대문의 지배자인 요한이나, 최근 들어 세를 급격히 불린 이지령 모두 부담스러운 상대였기 때문이다.
빈민가엔 나름의 법칙이 존재한다.
신촌이나 동대문처럼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진 데다가 주인도 제각기다. 각 구역의 지배자는 왕이나 다름없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빈민가 전체가 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들고일어날 수 있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에서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빈민가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무서운 게 아니라 껄끄러운 것이다.
고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요한이나 이지령 모두 무시할 수 없는 거물이었다.
둘 중 하나만 관련돼도 부담스러울 판국이었다. 혹시라도 둘 다 이 사태에 개입했다면 제아무리 고 노인이라도 감당하기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쌍둥이 자매가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대화했다.
“와! 제온은 그런 자들과 적이 된 거야? 대단하네.”
“제온도 거물이란 거겠지? 그러니까 거물과 엮이는 거야.”
“그런가?”
“지구 유일의 모래술사잖아. 거물이지.”
“그렇네!”
쌍둥이 자매들이 쉴 새 없이 떠드는 통에 귀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고 노인이 혀를 찼다.
“자네가 이해하게. 저 아이들이 저렇게 마음 놓고 편한 모습을 보이는 상대는 몇 되지 않는다네.”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요한과 이지령이란 말이지? 간만에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났군. 조심해야겠어.”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까?”
“무슨 책임? 아! NSSC 2팀을 죽인 책임? 아마 그건 쉽지 않을 걸세. 최상급 마정석이나 회수하면 다행이지.”
“명색이 넘버즈인데요?”
“흐흐! 넘버즈라고 만능은 아니라네. 그리고 시장도 적당한 수준에서 개입하길 원하지, 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것을 원치 않네. 그는 자신이 짜 놓은 판이 완전히 망가지지만 않으면, 적당한 수준의 경쟁과 투쟁 정도는 그냥 봐준다네.”
“대단하네요.”
“대단한 사람이지. 그러니까 네오 서울을 이렇게까지 키울 수 있었던 거지. 그는 네오 서울 안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이전투구엔 관심이 없다네. 물론 과하게 선을 넘으면 확실하게 제재하지만……. 다행히 아직까진 그가 정한 선을 넘진 않은 거 같군.”
진금호를 언급하는 고 노인의 음성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넘버즈의 일원인 고 노인마저 진금호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단순히 무력 문제가 아니었다.
진금호가 두려운 것은 그의 등급이나 각성 능력과 상관없었다.
오랫동안 수족으로 일해 온 고 노인에게도 진금호는 속내를 전혀 내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긴 한데, 절대 온전한 모습을 수하들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온전한 그림을 아는 이는 오직 진금호뿐이다.
나머지는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부속품 같은 존재일 뿐.
넘버즈의 일원인 고 노인이나 쌍둥이 자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이상이 무엇인지, 그가 원하는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믿고 따를 뿐이다.
그런데도 수시로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진금호에 비하면 이지령이나 요한은 피라미나 다름없었다.
지닌바 이상, 그리는 그림의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시장이 내게 내린 명령은 NSSC를 전멸시킨 자들의 제재가 아니라 최상급 마정석의 회수일세. 그러니 마정석만 회수하면 임무를 완수하는 셈이지.”
“그렇군요.”
“왜, 시장의 결정에 실망했나?”
“아닙니다.”
제온이 고개를 저었다.
진금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자가 데이오든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진금호에 대해서 많이 알려 주지 않았다.
백 마디 말보다 한번 보는 게 그를 훨씬 더 잘 이해할 거라면서 말이다.
데이오든의 말은 맞았다.
직접 본 진금호는 거인이었다.
너무 커서 발아래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겁 없는 개미들이 자신의 발목 위로 기어오르지만 않으면, 봐주는 타입이었다.
그런 진금호를 보고 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리석은 자들이나 하는 판단이었다.
개미 따윈 언제든 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수 있기에 무시하는 것일 뿐, 신경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상급 마정석도 그에겐 조금 신경을 써야 할 정도의 물건일 뿐이라는 거지.’
일반인의 신경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스케일이었다.
고 노인이 말했다.
“주어진 면회 시간이 끝난 것 같군. 이제 가야겠네.”
“혹시 이 감옥이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왜, 알면 탈출하려고?”
“굳이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이렇게 편한데?”
“흐음!”
제온의 속셈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고 노인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제온의 속내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 중앙 구역과 남 구역 경계에 걸쳐 있는 곳일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부디 사고 치지 말게. 다른 넘버즈는 자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으니까 나처럼 부드럽게 대하지 않을 걸세.”
“이곳에서 사고 칠 게 뭐 있습니까? 그냥 휴식 취한다고 생각하죠.”
“그 마음 변하지 말게. 그럼…….”
고 노인과 쌍둥이 자매가 창문을 닫고 감옥을 떠났다.
제온이 의자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시청과 남 구역 사이라……. 위치가 절묘하군.”
***
“회개하라. 불신자들이여!”
“주의 가르침을 따르라.”
새벽부터 신촌에 피바람이 불었다.
동대문의 성기사들이 신촌의 주점을 급습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주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제기랄! 광신도들이다.”
“모두 피해!”
주점 안에 있던 이들이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비상구로 탈출하려 했지만, 그곳에도 성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성기사들의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됐고, 그에 맞서 주점 안의 각성자들이 스킬을 펼쳤다.
쾅! 콰앙!
“크악!”
“컥!”
폭음과 비명이 실내에 울려 퍼졌다.
성기사에 대항하는 각성자 무리의 중심에 있는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정보가 유출된 건가?”
그는 바로 고란의 뒤를 이어 신촌의 지배자가 된 이튼이었다.
동대문에서 침략해 오자 그는 이곳 주점에 숨었다.
주점은 그가 마련해 놓은 안가 중 하나로 철통같은 경계망을 자랑했다. 그런데 어떤 경고도 없이 성기사들이 쳐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정보는 유출되고, 저들의 정보는 차단됐다.
눈 가리고 싸우는 격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튼이 소리쳤다.
“각자 탈출해 3번 안가에서 모인다.”
각자도생하라는 명령이었다.
“씨발 새끼들! 죽엇.”
“챠앗!”
이튼의 부하들이 죽을힘을 다해 성기사들을 공격했다.
그들의 거센 공세에 성기사들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주여!”
선두의 성기사 몇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뒤에 있던 성기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료의 시체를 밟고 넘어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운 주의 가르침을 신촌에 전파하는 것과 요한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동료의 죽음은 그들의 정신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기계보다 더 냉정하고 무자비한 살인 기계가 바로 성기사들이었다.
성기사들의 거센 공세에 주점 안의 각성자들은 점점 궁지에 몰렸다.
탈출로마저 성기사들에게 점거당해 빠져나갈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제기랄! 이렇게 끝나는 건가?”
이튼의 얼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빠져나갈 곳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동대문에 잡힌 그의 꼴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끔찍한 고문을 당하다가 잔인하게 살해당할 것이다.
“크아악!”
“사, 살려 줘! 으악!”
“엄마!”
그 순간에도 부하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성기사들은 잔인했다.
그들은 주점 안에 있던 각성자들을 짐승을 잡는 것처럼 잔인하게 살인했다.
벌써 각성자 삼분지 이가 성기사들에게 당해 쓰러졌다. 남은 자들의 상태도 위태위태했다.
이대로라면 일 분도 지나지 않아 모조리 쓰러질 것이다.
‘어떻게 하지? 항복하면 받아 줄까? 아니, 그럴 리 없지.’
결국 이튼에게 남은 것은 결사 항전뿐이었다.
이튼의 주머니에서 쇠구슬이 빠져나왔다.
그의 스킬인 염동력으로 쇠구슬을 움직인 것이다.
허공에 둥실 떠오른 쇠구슬은 무서운 속도로 성기사들을 두들겼다.
따다다당!
쇳소리와 함께 성기사들의 몸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들이 입은 중갑주가 완벽하게 보호해 줬기 때문이다.
이튼이 신촌의 지배자가 된 것은 제온이 뒤를 봐줬기 때문이지 그가 강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능력으로는 성기사들의 갑주를 죽었다 깨어나도 뚫을 수 없었다.
“이튼이다.”
“놈을 사로잡아라.”
성기사들이 눈을 부라리며 이튼에게 접근했다.
이튼만 제압하면 끝나는 싸움이었다.
다른 각성자들은 거들떠볼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성기사들이 이튼 지척까지 도달했다.
그 순간 이튼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절망이었다.
어디에도 빠져나갈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크윽! 이대로 죽는 건가?’
그가 죽음을 떠올린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반투명한 손이 불쑥 튀어나와 이튼의 뒷덜미를 잡았다.
“뭐야?”
그 순간 이튼은 전신이 부유하는 듯한 아찔한 감각을 느꼈다.
그의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튼은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반투명하게 변한 채 말이다.
쑤욱!
유령처럼 변한 이튼의 몸이 그대로 벽 속으로 사라졌다.
“무슨?”
“뭐야? 어디 간 거야?”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사태에 성기사들이 놀라 몸이 굳었다.
“은신 스킬인가?”
“제기랄! 빨리 놈을 찾아.”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들이 주위를 뒤졌지만, 어디서도 이튼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튼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성기사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