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그게 무슨 말이야?”
“죄송합니다.”
요한은 불같이 화를 냈고, 성기사단장 데이슨은 고개를 숙였다.
이튼이 주점에 숨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게 몇 시간 전이었다. 이튼이 도주하기 전에 잡아야 했기에 급히 성기사들을 파견했다.
이튼이 신촌의 지배자라고 하지만, 지닌바 능력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염동력으로 쇠구슬을 날리는 능력이 전부다.
하급 각성자나 일반인에겐 위협이겠지만, 중갑주를 입은 성기사들에겐 위험 요소가 아니었다. 그래서 성기사들이 이튼을 잡아 올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성기사단장의 예상을 벗어났다.
이튼은 귀신같이 사라졌고, 출동했던 성기사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됐다.
성기사들은 일대를 수색했지만, 어디서도 이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요한의 화는 극에 달한 상태였다.
이튼만 잡으면 끝나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다 잡은 고기를 코앞에서 놓쳤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튼을 찾아내서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이번에는 제가 직접 잡겠습니다.”
“두 번 실패하면 그 자리를 내려놔야 할 거야.”
“그런 일 없게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나가 봐.”
“예!”
데이슨이 고개를 숙인 후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요한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너무 오래 풀어 뒀나? 쯧!”
뭐든지 한곳에 오래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성기사단장 데이슨도 마찬가지였다.
데이슨은 원래 뒷골목 양아치였다 요한을 만나 회개했다. 그 직후 각성했고, 요한이 성기사단장으로 앉혔다.
성기사단장이 된 후에도 양아치 습성을 버리지 못해 게으름을 피웠다. 그래서 이번에 이튼을 잡는 일에도 수하들만 보낸 것이다.
충성심이 대단해 봐주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꾸 무능함을 드러내면 잘라 낼 수밖에 없었다.
데이슨을 대신할 이들은 널리고 널렸다.
동대문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요한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저 그를 지키기 위한 부품에 불과했다.
“조슈아!”
“네!”
요한의 부름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슈아가 들어왔다.
“제온은?”
“NSSC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탈출 조짐은?”
“전혀 없습니다.”
“확실해?”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하긴 그도 어쩔 수 없겠지. NSSC 감옥은 마나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니까.”
요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성기사들을 이끌고 신촌을 점거한 것도 다 제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온은 던전 공략 중 죽은 것으로 알려졌고, 요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촌을 기습해 절반을 손에 넣었다.
나머지 절반을 지배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그렇기에 느긋하게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갑자기 제온이 마정석 광산에 돌아왔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제온이 귀환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온이 네오 서울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NSSC를 이용했다.
때마침 마정석 광산에선 최상급 마정석이 채굴됐다.
NSSC를 움직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NSSC에선 제온을 어떻게 처리한다던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팀 하나가 전멸했는데, 아직 가만둔다고? NSSC의 대장이 그렇게 무른 놈은 아닐 텐데.”
“그보다 윗선에서 지켜보라고 지시한 모양입니다.”
“윗선? 누구?”
“아직 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 윗선에 있나 보군.”
요한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NSSC에서 제온을 제거해 주는 것이 베스트였는데, 세상일이란 게 늘 그렇듯 그의 뜻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실망하긴 아직 일렀다.
“NSSC 녀석들 살살 긁어. 분명 제온에게 분노한 자가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재경이가 없는 게 아쉽군. 이럴 때 유용하게 써먹었을 텐데.”
김재경만 살아 있었다면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꾸밀 필요가 없었다. 어지간한 각성자도 순식간에 세뇌하는 그녀의 능력이라면 NSSC 각성자들을 이용해 제온을 공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도 없으니 있는 자원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했다.
요한이 문득 창밖을 바라봤다.
거대한 장벽 너머 시청사가 보였다.
“신촌 다음엔 네오 서울로 진출한다. 그곳에서 신의 뜻을 가르칠 것이다.”
***
“으음!”
이튼이 신음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아직 애티가 가시지 않은 소년과 고깔모자를 눌러쓴 소녀였다.
“너희들은?”
“어, 깨어났네요?”
“분명 제온과 함께 있던…….”
“그래도 기억하네요. 제 이름은 레빈이에요.”
소년은 바로 레빈이었다.
그의 곁에 있는 소녀는 바로 브리엘이었다.
이튼이 고개를 흔들며 상체를 일으켰다.
“어떻게 된 거냐? 벽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은 기억하는데…….”
그 후론 정신을 잃으면서 기억이 딱 끊겼다.
레빈이 이튼에게 물이 담긴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마셔요.”
“고맙다.”
“제가 당신을 구했어요.”
“어떻게?”
“제 능력으로요.”
“어떤…….”
“이미 경험해 봤잖아요. 그게 제 능력이에요.”
“그게 꿈이 아니었다고?”
이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순간이지만 분명 유령처럼 변했었다.
그렇게 강렬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찔한 부유감과 벽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은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친!”
“네?”
“너 알고 보니 대단한 놈이었구나. 내 밑으로 들어와라. 신촌의 이인자가 되는 거야. 어때? 구미 당기지 않아?”
빠악!
그 순간 브리엘이 이튼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튼은 골이 흔들리는 충격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씨발 년이 미쳤나?”
“당신이야말로 미쳤어?”
“뭐?”
“제온이 눈을 빤히 뜨고 있는데, 레빈을 꼬신다고? 제정신이 아니네.”
“지, 지금 뭐라고 했어? 제온 님이 살아 있다고?”
“그래! 멍청아.”
“정말 그가 살아 있단 말이야? 그럼 왜 안 나타나는 거지?”
“그야 감옥에 갇혀 있으니까.”
“뭐?”
“귀 막혔어? 지금 NSSC 감옥에 있다고.”
“씨발!”
이튼이 욕을 하며 주저앉았다.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제온이었다.
제온만 돌아온다면 이 지옥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제온이 돌아와 상황을 정리하면 자신이 다시 신촌을 다스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제온이 NSSC 감옥에 갇혀 있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우린 끝났어. 씨발! 광신도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거야.”
이튼이 좌절했다.
그를 보며 브리엘이 코웃음을 쳤다.
“병신 같네.”
“뭐? 이 쪼그만 년이 아까부터 계속 반말이야? 제온도 없는데 그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무사하지 않으면?”
“뒈지게 얻어맞아 볼래?”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이 아저씨!”
“씨발 년이…….”
결국 화가 폭발한 이튼이 브리엘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레빈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이튼의 손목을 잡은 레빈이 퍼플 라이트닝을 흘려보냈다.
빠지직!
“으아악!”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에 이튼이 죽어라 비명을 질렀다.
그는 염동력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B급 각성자가 된 레빈의 힘은 이튼이 감당하기에 너무 강했다.
결국 이튼이 정신을 잃고 나서야 레빈이 손을 놔줬다.
브리엘이 쓰러진 이튼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깨웠다.
“아저씨! 정신 차려.”
“으음!”
“정신 차리라고. 이렇게 한가하게 잠자고 있을 시간 없으니까.”
“크으윽! 제기랄.”
그제야 이튼이 정신을 차렸다.
“시간 없으니까 요점만 말할게. 지금 부하 몇 명이나 남아 있어.”
“그건 왜?”
“시간 없다니까. 남아 있는 부하 몇이나 돼?”
“씨발! 직속 부하는 서른 명 정도다.”
“완전 개털이네.”
“직속만 그렇고 뜻을 같이하는 놈들까지 박박 끌어모으면 백 명은 넘을 거다.”
“에휴! 그러니까 평소 관리를 잘했어야지. 맨날 창녀만 만나고 다니니 부하들 관리도 못 하지.”
“그건…….”
이튼이 붕어처럼 입만 뻐금거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레빈에게 처참하게 당한 터라 브리엘에게 다시 폭력을 행사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레빈이 상황을 정리했다.
“어쨌거나 백 명 정도는 동원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다.”
“좋아요. 지금부터 그들을 동대문으로 은밀히 이동시켜요.”
“동대문은 왜?”
“도난당한 최상급 마정석을 찾아야 해요. 최상급 마정석만 찾으면 제온 형이 석방될 거예요.”
“그게 진짜냐?”
“그러니까 지금부터 동대문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요. 각성자들의 움직임, 차량 이동 상황, 자금 흐름을 파다 보면 뭐라도 나올 거예요.”
“알……았다. 그렇게 하마.”
어차피 이튼에겐 다른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최상급 마정석을 찾아내 제온만 나오게 할 수 있다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레빈이 말했다.
“알았으면 부지런히 움직이자고요. 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래!”
대답하는 이튼의 등 뒤로 식은땀이 촉촉이 맺혔다.
단순히 오갈 데 없는 고아를 제온이 돌봐 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레빈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유령화시키는 데다가 뇌전계 마법까지 쓴다.
이튼이 열 명 있어도 당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런 이에게 선심 쓰듯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한 게 쪽팔려 얼굴이 화끈했다.
이튼은 도망치듯 거처를 빠져나갔다.
그가 사라진 후 레빈이 브리엘을 바라봤다.
“그가 과연 마정석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까?”
“못 찾아내도 상관없어. 동대문을 들쑤시고 다니면 그만큼 저들의 신경이 분산될 테니까.”
동대문에서 일어나는 일을 요한이 모를 리 없었다.
이튼의 수하들이 동대문을 쑤시고 다니면 분명 요한의 레이더망에 걸릴 것이다.
그렇게 시선이 분산되면 분명 틈이 생길 것이고, 그 틈을 노려 최상급 마정석을 찾아낸다는 것이 브리엘의 계획이었다.
동대문에서 최상급 마정석이 발견되면 게임 끝이었다.
제온이 구차하게 해명할 필요도 없다.
모든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이다.
브리엘이 말했다.
“우린 도깨비 시장에 가자. 그 언니가 분명 쓸 만한 정보를 수집해 놨을 거야.”
“오케이!”
레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온이 NSSC에 잡혀간 후 모든 상황을 브리엘이 주도했다.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브리엘의 그런 변화가 싫지 않았다.
“가자고, 브레인. 행동대장은 내가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