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남 구역과 중앙 구역 사이엔 커다란 창고가 존재했다.
오 층 높이의 거대한 창고는 NSSC의 본부였다.
겉보기엔 허름한 창고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각종 훈련시설, 지원 장비, 차량, 무기 등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당연히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허가받지 못한 자는 침입하는 즉시 사살되는 무서운 곳.
그 때문에 인근에 사는 사람들조차 이곳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당연히 경계 수준 역시 최고였다.
각종 마법 결계가 창고에 둘러쳐져 있어 침입자가 들어오는 즉시 반응한다.
NSSC의 대장은 케빈이었다.
그는 평생을 NSSC에 헌신한 각성자였다. 그래서 NSSC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NSSC의 각성자 전원이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NSSC의 대원 하나를 건들면 전원이 달려들어 응징해야 했다.
그런 NSSC였기에 2팀의 전멸에 전원이 분노했다.
그들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제온과 맨디가 2팀을 전멸시켰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이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장엔 오직 제온과 맨디만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범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제온과 맨디를 감옥에 처박은 후 고문을 하려 했다. 고문으로 죽은 이들의 원한도 풀어 주고, 진실도 밝히려 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넘버즈가 개입했다.
고 노인과 쌍둥이 자매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절대 제온과 맨디를 건들지 말라고 했다.
제아무리 NSSC라고 해도 넘버즈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을 감옥에만 가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쾅!
그때 누군가 케빈의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전술 조끼에 각종 무기를 차고 있는 강한 인상의 남자는 바로 3팀장인 유상천이었다.
유상천이 책상을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장! 저 새끼들을 그냥 놔둘 겁니까?”
“위에서 건들지 말라잖아.”
“씨발! 언제 넘버즈가 우리를 도와줬습니까? 그 새끼들이 뭔데 NSSC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겁니까?”
“상천아!”
“실망입니다, 대장! 2팀 새끼들 원한은 풀어 줘야 할 거 아닙니까?”
“얀마! 누군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그 모래술사 새끼가 무서운 겁니까?”
“말이 심하다?”
“대장! 그럼 내가 총대 멜게요.”
“상천아!”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줘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
“그럼 허락한 것으로 알게요.”
쾅!
유상천이 문을 닫고 나왔다.
케빈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복도에서 그를 기다리던 3팀 각성자들이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허락한 겁니까?”
유상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자!”
“씨발! 됐어.”
“그 새끼들 죽었어.”
3팀 각성자들 얼굴에 흉흉한 기운이 떠올랐다.
그들은 살기를 풀풀 풍기며 지하로 내려갔다.
수십 미터를 내려가자 감옥이 나타났다.
감옥 전체를 특수한 금속과 마법으로 도배해 마나의 유입이 원천 차단됐다.
그 때문에 감옥 안의 공기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복도에선 능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감방 안으로 들어가면 그들도 능력이 봉인된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들은 모두 무투계 각성자들이었으니까.
무투계 각성자들은 스킬이 봉인돼도 강력한 육체 능력은 그대로 유지됐다.
유상천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방 앞에서 멈춰 섰다. 순간 3팀 각성자 전원이 단봉을 꺼내 들었다.
특수 금속으로 만든 단봉이었다.
파괴력이 대단해서 한 대만 얻어맞아도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된다.
유상천이 감방의 잠금쇠를 풀며 부하들을 바라봤다. 각성자들이 단봉을 탁탁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컥!
마침내 유상천이 감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각성자들이 감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목표는 감방에 갇혀 있는 제온과 맨디였다.
“죽엇!”
“씨발 것들!”
“이야아!”
그들이 괴성을 지르며 제온과 맨디를 향해 단봉을 휘둘렀다.
마나를 움직일 수 없는 두 사람이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 안에선 사용할 수 없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순수한 육체의 힘뿐이다.
그런 이를 두들겨 패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슈화학!
단봉이 공기를 가르며 제온에게 날아갔다.
각성자는 당연히 제온이 어떤 반항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의 단봉은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제온이 그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옆으로 이동한 것이다.
공격했던 각성자가 경악했다.
“뭐야? 이 새끼! 마나를 움직이지 못하는 거 아니었어?”
“그래도 상관없어. 조져!”
각성자들이 개떼처럼 제온과 맨디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이렇게 되는군.”
제온이 혀를 찼다.
NSSC 각성자들에겐 화를 풀 대상이 필요했다.
그들에게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제온을 동료를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하기에 폭력을 행사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들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자신이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당해 줄 생각 따윈 없었다.
마나를 쓰지 않아도 그는 강했다.
데이오든과 사막에서 단련된 그의 육체는 무투계 각성자 이상이었다.
빠각!
단봉이 그의 주먹에 박살이 났다.
놀라는 각성자의 얼굴에 제온의 주먹이 작렬했다.
“크악!”
각성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씨발 새끼들! 내 이럴 줄 알았어.”
맨디도 엘로이가 되어 날뛰었다.
제온이나 엘로이 모두 순수 육체의 능력만으로 NSSC 3팀 각성자들을 상대했다.
두 사람의 능력은 3팀 각성자들이 막연히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콰직!
쾅!
폭음이 터져 나올 때마다 3팀 각성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개새끼가…….”
“반항하면 죄가 배가 되는 것 몰라?”
각성자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단봉을 휘둘렀다.
개중에는 제온의 주먹에 상처 입은 자도 있었다. 하지만 악에 받친 그들은 고통 따윈 무시하고 아귀처럼 달려들었다.
제온이라고 그들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이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피할 공간이 부족했다.
퍼억! 퍽!
그 때문에 제온은 맨몸으로 공격을 맞아야 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 파열되는 일은 없었다. 레비아탄 가죽으로 만든 로브가 어지간한 충격은 상쇄해 줬기 때문이다.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돌려줬다.
얼굴을 얻어맞으면 상대의 얼굴도 작살 냈다.
맨주먹으로 싸워도 제온은 강했다.
수적 열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뛰는 제온의 모습은 악귀를 연상시켰다.
엘로이도 미쳐 날뛰었다.
“오호호! 다 덤벼. 이것밖에 안 돼? 병신들아!”
하프 엘프답게 그녀는 날쌔게 움직이며 3팀 각성자들을 유린했다.
“모두 정신 안 차려? 상대는 겨우 두 명이야. 밀리지 말라고, 병신들아!”
유상천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제온과 엘로이를 잘근잘근 밟아 주기는커녕 오히려 각성자들만 쓰러지고 있었다.
제온과 엘로이의 능력을 봉인하는 감옥의 마법진은 3팀 각성자들의 능력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설령 스킬을 쓸 수 있다고 해도 이 안에서 펼치는 것은 무리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온이나 엘로이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으나 사나 육체 능력으로 두 사람을 제압해야 했다.
퍽! 퍼억! 빠각!
하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되어 쓰러지는 자들은 모두 그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끄으으!”
“으윽!”
부하들의 처참한 모습에 유상천의 눈이 돌아갔다.
“이 개새끼야!”
쐐액!
그의 단봉이 제온의 정수리를 노렸다.
부하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속도와 파괴력이었다.
제온의 머리를 부숴 버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단봉은 중간에 턱 막히고 말았다.
제온이 단봉 중간을 손으로 잡은 것이다.
“이익!”
유상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제온의 손에서 단봉을 빼기 위해 용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마치 프레스에 끼인 것처럼 단봉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힘, 반응 속도, 파괴력 모든 것이 제온이 유상천보다 우위였다. 하지만 유상천은 인정할 수 없었다.
“죽엇!”
빠각!
그가 단봉을 놓고 주먹으로 제온의 얼굴을 가격했다.
충격이 상당했는지 제온의 몸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유상천은 이번 한 방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일 초도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콰직!
제온의 주먹이 그의 옆구리에 작렬한 것이다.
갈비뼈가 송두리째 부러진 것 같았다.
극심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개새끼야! 왜 그랬어? 마정석 따위가 뭐라고 내 동료들을 다 죽인 거야?”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반격했다.
유상천의 주먹이 제온의 복부에 작렬했다. 하지만 제온은 충격 하나 받지 않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내가 한 게 아닙니다.”
쾅!
그의 주먹이 유상천의 반대쪽 옆구리에 작렬했다.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유상천의 몸이 새우처럼 굽었다.
“크웩!”
복부를 관통하는 충격에 아침에 먹었던 음식을 토했다.
제온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유상천과 3팀의 마음은 이해했다.
동료를 잃은 분노와 슬픔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고, 그들의 분노도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노를 풀 목표가 잘못됐다.
잘못된 분노를 대신 맞아 줄 이유가 없었다.
제온은 허리를 펴지 못하는 유상천의 멱살을 잡아 억지로 일으켰다.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분노와 공포가 범벅된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억울할 것이다.
분할 것이다.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잘못됐다.
이 거친 세상에서 상대를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그들도 알아야 했다.
쾅!
제온의 주먹이 유상천의 얼굴에 작렬했다.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왔다.
이 한 방으로 유상천의 정신은 날아갔다.
제온은 유상천을 놓고 다른 각성자에게 몸을 날렸다.
빠각!
그의 무릎에 얻어맞은 각성자의 몸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감방 안에 가득 찼던 각성자들이 모두 쓰러졌다.
“끄으!”
“어윽!”
감방 안에 각성자들의 신음이 가득했다.
엘로이가 허리에 양손을 떡 올린 채 각성자들을 비웃었다.
“이것밖에 안 되냐? 다들 불알 떼 버려라. 덩치가 아깝다, 병신들아!”
각성자들이 분한 표정으로 엘로이를 노려봤다. 하지만 패배자의 눈빛 따위가 아무리 사나워도 엘로이를 겁먹게 할 수는 없었다.
엘로이가 제온을 바라봤다.
“어떡할 거야?”
“뭐가 말입니까?”
“문 열렸잖아?”
유상천과 각성자들이 쳐들어오면서 문이 열렸다.
막는 사람도 없으니 저 문으로 나가면 됐다.
제온이 피식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뭐하러 귀찮게 나갑니까?”
“정말 안 나갈 거야?”
“기껏 그물을 던져 놨는데, 이런 잔챙이들 말고 대어를 잡아야지 않겠습니까?”
“과연 놈들이 그물 안으로 들어올까?”
“들어옵니다. 반드시!”
제온은 유독 ‘반드시’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