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동대문은 네오 서울, 다른 빈민가와 차별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고딕 양식의 건물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공기, 딱딱하게 굳은 사람들의 얼굴에선 기이한 광기가 느껴졌다.
레빈과 브리엘은 거리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건물 이 층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오래전에 버려진 집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주인이 떠나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레빈과 브리엘은 용케도 빈집을 찾아냈다.
유령화해서 몰래 들어왔기에 누구도 그들이 이곳에 숨어들어 온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창문 밖으로 거대한 교회가 보였다.
바로 요한이 주로 머무는 교회였다.
동대문의 중심이자,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레빈이 중얼거렸다.
“저곳 지하에 최상급 마정석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지?”
“도깨비 시장에서 얻은 정보야.”
브리엘이 대답했다.
동대문에 들어오기 전 그들은 도깨비 시장의 조합장 유세희와 접촉했다.
유세희는 두 사람에게 그동안 얻은 정보를 건네줬다.
최상급 마정석이 탈취당하고, NSSC 2팀이 전멸당했던 그 날 이 교회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했다.
워낙 경계를 철저히 해 가까이 접근하진 못했지만, 많은 성기사와 수사 들이 이곳을 들락날락했다.
동대문의 중심이 되는 교회니만큼 성기사들이 수시로 출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평균선이라는 것이 있다.
평균을 내 보면 하루에 드나드는 자들의 수는 일정했다. 그런데 그날만 유독 많이 출입했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레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바보도 아니고, 자기들 본거지에 최상급 마정석을 보관할까? 들키면 발뺌도 할 수 없는데?”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거겠지.”
“광신도들다운 자신감이란 건가?”
“머리가 굳어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걸 거야.”
“어쨌거나 저기를 들어가야 한다는 거지?”
“왜, 자신 없어?”
“흥!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오 서울 유일의 유령화 각성자?”
“알면 됐어. 나만 믿으라고.”
“당연히 믿지.”
“훗!”
레빈이 과장되게 코웃음 쳤다.
그것이 긴장을 풀기 위함이라는 것을 아는 브리엘은 그냥 웃고만 말았다.
‘최상급 마정석만 찾으면 돼. 그럼 모든 게 끝나.’
최상급 마정석은 무엇보다 확실한 물증이었다.
요한의 거처에서 최상급 마정석을 찾아내면 저들도 발뺌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교회에 침투하느냐였다.
겉보기엔 평범한 교회로 보이지만, 온갖 결계와 마법진으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교회 외곽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성기사들.
제아무리 레빈이 유령화 능력이 있다지만, 침투하기가 쉽지 않았다.
브리엘도 그 사실을 알기에 레빈을 재촉하지 않았다.
침투하기 적당한 순간을 노려야 했다.
“지금쯤이면 들킬 때가 됐는데.”
“뭐가?”
그때였다.
“수상한 자들이다.”
“3블럭에서 침입자들이 발견됐다.”
교회 반대쪽 거리에서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교회를 지키던 성기사들이 수상한 자라는 단어에 반응해 뛰어갔다.
브리엘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이튼 패거리가 발견된 게 분명해.”
“진짜?”
“그들이 아니고서 누가 동대문에서 수상한 짓을 하겠어?”
“하긴! 좋았어.”
레빈이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좋아했다.
이튼 패거리 딴에는 은밀하게 움직인다고 했겠지만, 광신도가 가득한 동대문의 감시망을 피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
그들의 수상한 움직임은 당연히 광신도들에게 포착됐다.
이튼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레빈과 브리엘이 그에게 원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바로 교회를 지키는 성기사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
덕분에 촘촘하던 경계망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다.
레빈이 브리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응!”
브리엘이 손을 잡자마자 그들의 몸이 유령처럼 흐릿하게 변했다.
유령화한 모습으로 그들은 교회에 접근했다.
파팟!
근처에 접근하자 강력한 저항과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교회를 보호하고 있는 결계가 작동한 것이다.
그 순간 브리엘이 품속에서 푸른 보석을 꺼내 결계에 갖다 댔다.
도깨비 시장의 유세희가 준비해 준 물건이었다.
‘상태 이상을 초래해 결계를 잠시 해제하는 물건이랬지?’
유세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준비해 준 물건을 망설임 없이 사용한 것이다.
스르륵!
거짓말처럼 결계에 틈이 생겼다.
레빈과 브리엘은 재빨리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교회에 침투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결계가 정상을 되찾았다.
문 근처를 지키던 성기사들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그들은 거침없이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으음!’
교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레빈과 브리엘의 표정이 굳었다.
기이한 기운이 그들의 신경을 긁었기 때문이다.
말초 신경을 불길하게 자극하는 기운이 교회 안에 가득했다.
마치 온갖 곤충형 마수들이 사는 늪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교회 안에 있는 벽화들도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요한이 하늘 위에 떠 있고, 사람들이 추앙하는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환희하고 있었는데, 광기가 가득한 것이 도무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선 요한이 신이었다.
요한이 가르치는 신이란 존재는 바로 그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짓된 신.’
‘스스로 신이 되겠다는 건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들은 구역질을 참으며 전진했다.
문득 레빈이 벽에 세워진 책장을 가리키며 작게 속삭였다.
“저곳이 수상한데?”
“왜?”
“예배당 안에 웬 책장? 거기다가 책이 꽂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네!”
실제로 책장엔 책이 한 권도 꽂혀 있지 않았다.
특히 성경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수상했다.
두 사람은 책장 속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유령화한 상태였기에 아무런 저항 없이 책장 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레빈의 짐작처럼 책장 뒤엔 수상한 공간이 존재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교회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 통로.
레빈과 브리엘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찾은 것 같다.”
“지하로 내려가자.”
그들은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지하로 내려갔다.
나선형의 계단은 지하 수십 미터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바닥에 도착한 레빈이 유령화를 풀었다.
“이제부턴 걸어도 될 거 같아.”
“수고했어.”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지하엔 긴 복도가 존재했다.
복도 좌우로 철문이 굳게 닫힌 조그만 방들이 늘어서 있었다.
“뭐지?”
“잠깐만 보자.”
브리엘이 철문 상단에 존재하는 조그만 창문을 열고 내부를 봤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미친!”
“왜?”
브리엘이 대답 대신 입을 틀어막고 뒤로 물러났다.
레빈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방 안을 들여다봤다.
“씨발!”
방 안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만큼 방 안에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한 명이 십자가에 걸린 것처럼 벽에 못 박혀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못 박혀 있는 사람의 배가 활짝 열려 있고, 흘러나온 내장이 바닥에 가득 쌓여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못 박혀 있는 사람은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의 전신엔 각종 고문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손톱 발톱은 물론이고, 치아까지 모조리 뽑혀 있었다. 살점은 회를 뜬 것처럼 저며져 있었고, 왼쪽 다리는 종아리 부근에서 잘려 있었다.
썩은 상처에선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고, 시체가 썩으면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레빈이 급히 다른 방 창문을 열고 확인했다.
다른 방의 상황도 똑같았다.
그곳에도 역시 누군가 고문을 받은 모습 그대로 숨이 끊겨 있었다.
“여긴 고문실이야.”
“미친 새끼들! 명색이 신을 믿는다는 인간이 다른 사람들을 고문해 죽인다고?”
“개새끼들!”
브리엘과 레빈의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그들은 내친김에 다른 방도 확인했다.
모든 방의 상황이 똑같았다.
살아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빈민가에 살면서 이렇게 처참한 광경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귀다툼이 일상인 빈민가에서도 이렇게 수많은 이를 납치해 고문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아무도 이런 사실을 몰랐던 거야? 설마 시청에서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시청은 이곳에 관심도 없을 거야.”
레빈이 이를 악물었다.
시청은 어지간해서 빈민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신경 쓰는 곳은 오직 네오 서울뿐이다.
빈민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들의 관심 밖이다.
네오 서울 안의 사람이나 빈민가에 사는 사람이나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목숨값이 달랐다.
이 사실을 네오 서울에 알려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레빈은 애써 상념을 떨쳐 내며 움직였다.
마지막 방까지 뒤졌지만, 고문을 당하다 죽은 사람들만 보일 뿐 최상급 마정석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가?”
두 사람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때였다.
철컹!
복도 반대편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려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발소리로 봐서 한두 명이 아니었다.
“숨자!”
두 사람은 유령화해서 급히 감방 중 하나로 들어갔다.
그들이 숨은 직후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중갑주를 입은 성기사들이었다.
그들은 감방에 두 사람이 숨은 것도 모르고 떠들었다.
“아니 갑자기 잘 있는 물건을 왜 옮기는 겁니까?”
“수상하니까.”
“뭐가 수상합니까?”
“이상하지 않나? 도주했던 이튼이 갑작스럽게 동대문에 나타난 것이.”
“그거야…….”
“동대문의 성기사들이 모두 놈을 쫓고 있다. 그런데 보란 듯이 놈이 동대문에 나타났어. 무언가 속셈이 있지 않고서야 그렇게 행동할 리 없지.”
“으음!”
나이 든 성기사의 말에 질문했던 젊은 성기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상관이 과민 반응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이 든 성기사의 이름은 빅터.
성기사단장 다음으로 직위가 높은 부성기사단장이었다.
복도 끝에 도착한 빅터가 벽에 손을 대자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벽에 숨겨 있던 마법진이 발동한 것이다.
몰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빈과 브리엘이 눈을 크게 떴다.
‘저런 곳에 비밀 공간이 있었구나.’
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빅터와 성기사들은 비밀 공간으로 들어갔다.
레빈과 브리엘은 급히 그들의 뒤를 따라 비밀 공간으로 들어갔다.
워낙 은밀하게 움직였기에 빅터와 성기사들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비밀 공간 한가운데는 커다란 광물이 눈부신 빛을 뿌리고 있었다.
레빈과 브리엘은 단번에 광물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최상급 마정석?’
‘여기 있었구나.’
애타게 찾던 물건을 발견한 순간 두 사람의 호흡이 절로 가빠졌다.
“웬 놈이냐?”
순간 빅터가 유령화한 두 사람 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두 사람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한 것이다.
빅터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진실의 눈’이라는 스킬로 두 사람의 존재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숨어도 소용없었다.
브리엘이 급히 마정석 쪽으로 뛰어가며 레빈에게 말했다.
“잠시만 막아.”
“제기랄!”
빠지직!
레빈의 보랏빛 전류가 비밀 공간을 가득 채웠다.